이언 스튜어트는 마지막 장에서 수학이 사라진 세계를 상상해보라고 한다. 수학이 없다고? 나도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들리는 듯하다. 이제 학교 다닐 맛이 난다고 하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수학 학원에 갖다 바치는 돈을 여행 비용으로 돌릴 궁리를 하는 부모도 있을 듯하다. 그런데 이언 스튜어트는 다시 이야기한다. 당신에게만 수학이라는 교과목을 면제해주겠다는 얘기가 아니라고. 그러고는 수학이 사라진 세계에서 무엇이 사라지는지를 하나하나 짚고 있다. 그가 언급한 것들 중 일부만 언급하면 이렇다. 우선 컴퓨터, 휴대폰, 인터넷이 사라진다. 위성들이 사라지고, 네이게이션이 사라지고, 위성 TV도 사라지며, 전기 발전소도 기능을 멈추고 말 것이다. 산업용 로봇은 움직임을 멈추고, 따라서 제조업도 끝이다. 라디오와 TV? 당연히 없어진다. 마천루도 사라지고, 대형 병원도, 스포츠 경기장도 사라지고 만다. 금융 시스템도 붕괴하고 말 것이며, 날씨 예보? 당연히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 식의 예보 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의학 분야의 신약 평가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농업에서 새로운 종자나 동물을 평가할 능력도 상실된다. 아, 물론 핵무기도 사라질 것이다. 길게 얘기했지만, 결론은 현대 문명이 지탱되지 않을 것이다. 수학이 사라진 세상에서는 말이다. 그래도 수학이 사라진 세상을 환호로 맞이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꼭 내가 그 수학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필요하고 좋아하는, 혹은 잘하는 사람만 수학이 존재하는 세상을 만들고, 나머지는 마치 수학이 없는 세상처럼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은가? 대부분의 사람이 생활에서 미적분 계산을 써먹을 일도 없는데 왜 미적분을 배워야 하나? 이언 스튜어트는 이런 얘기를 꺼낸다. 그러면 역사 공부는? 자신이 살아가는 데 일상에서 역사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역사 공부는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수학도 그렇다. 오늘날 모든 삶에서 필요한 수학을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필요, 내지는 증거는 분명하다. 물론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학이 필요하다는 것, 그것도 아무런 쓰임새가 없어보이는 수학도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원리를 조금이라도 배워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수학에 온통 빚지고 있는 현대인의 교양이며, 의무이며, 권리가 아닌가.
이언 스튜어트는 그저 그런 수학의 쓰임새에 대해 쓰고 있지 않다. 195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유진 위그너가 한 강연 <자연과학에서 수학의 터무니없는 효용성>에 기초해서 수학이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쓰임새를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여기서 핵심어는 ‘효용성’이 아니라 ‘터무니없는’인 셈이다. 이를테면 컴퓨터 그래픽으로 영상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데 사용되는 ‘사원수’ 같은 게 그런 거다. 4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사원수는 원래 존재하던 것을 발견해낸 것이 아니라 해밀턴이 그야말로 ‘발명’해낸 체계다. 그런데 그게 지금 컴퓨터 그래픽으로 용을 그리는 데 이용된다. 순회 외판원 문제라든가 오일러의 다리 건너기 문제 같은 것은 어떤가? 어쩌면 그저 호기심에서 한번 ‘해본’ 문제 풀이가 거대한 수학 이론이 되었고, 그게 다른 거창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제곱해서 음수가 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순전히 미학적인 이유로 ‘발명’된 복소수는 또 어떤가? 이 복소수 체계는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그야말로 기초 중의 기초다. 양자역학은 현대 모든 전자기기의 기본 원리다. 그렇다. 수학은 터무니없는 효용성을 갖는다.
그 터무니없는 효용성에는 선거구를 획정하는 문제, 즉 민주주의의 요체인 문제, 콩팥 기증자를 찾는 절체절명의 문제, 제대로 된 스프링을 검사하는 방법과 그런 스프링을 제조하는 방법, MRI나 PET처럼 몸 속을 스캔하는 방법, JPEG와 같이 이미지를 만들고, 압축하는 방법, 기후 변화에서 북극 얼음이 녹는 양상에 대한 문제, GPS에의 응용 등을 포함한다. 앞에서 수학이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보았는데, 그게 그저 위협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다만 이언 스튜어트의 책이 그렇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내가 이 책의 수학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다. 아마 그는 매우 쉽게 설명하느라 했겠지만, 모든 장에서 1/3 지점까지는 아주 재미있고, 2/3 지점까지는 어느 정도 따라간다. 그런데 나머지 1/3은... 그가 설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그저 글자만 읽게 된다. 매우 중요하다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했으니 되었고, 그런 깊이 들어간 수학적 설명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문제가 없을 테니 말이다. 자족하기를 즐겁게 읽은 부분이 1/3, 그걸 포함해서 그럭저럭 이해한 부분이 2/3 정도면 그래도 괜찮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바로 직전에 읽은 『수학의 모험』을 쓴 철학자 이진경은 인터뷰에서 쉬운 책은 읽을 필요가 없었던 책이라고 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되풀이해서 읽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이언 스튜어트는 수학이 현실성, 아름다움, 보편성, 이식 가능성, 통일성, 다양성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런 여섯 특성에서 유용성이 나온다고 했다. 이 터무니 없는 수학의 쓸모에 대한 열 세 토막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수학관련 세특 준비에 필요해서 아이가 구매하였습니다. 수학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여러가지 접목되는 부분이 많은것 같다고 하네요 현대 사회는 수학의 연결 없이는 1초도 지탱할수 없다.할 정도로 말이다. |
수학을 암기로 공부했던 엄마가 아들 수행때문에 샀다가 밤새 읽은 책. 개념을 몰라도 문과적 감으로 이해를 했다고 하면 저자가 화낼까요? 굳이 수학적 지식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지식이 있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은 챕터도 있습니다. 수학이 이렇게나 많은 곳에 쓰인다는 사실이 참 재밌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