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새로운 알림 글이 오면 아주 가끔씩 들여다보는데, 정치하는 친구를 가장 먼저, 그다음에 류근 시인의 페이지에서 한두 꼭지씩 글을 읽는다. 페이지를 들여다보는 정도다. 신간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구매해 읽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할까.
전에 읽었던 산문과는 달랐다. 류근 시인 글 같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까. 유연해진 글들, 어린 시절 특히 어머니에 대한 일화가 많았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기억들.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 때, 어머니가 건넨 한마디에 위로받던 시절의 일이었을 것이다. 어머니 주무시라고 촛불을 켜고 책을 읽다가 불이 났던 때에도 아들의 안부를 먼저 묻던 어머니를 기억하는 시인에게서 그리움을 엿본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문장들이 마음에 들어와 박힌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느끼는 공감일 수도 있겠다. 그러므로 신간이 나올 때마다 찾아 읽는 것일 수도 있다.
배낭의 무게가 줄어들고 걸음의 속도가 늦춰지면서 비로소 나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줄어들고 늦춰지는 만큼 여행은 나를 받아들였다. 얼마나 불필요한 것들을 믿으며 살아왔는지, 얼마나 과잉한 것들에 의지하면서 살아왔는지 깨닫는 여정이었다. 나는 점점 더 남에게 주거나 버리는 데 익숙해졌다. 행색이 거지꼴에 가까워질수록 내 표정은 맑아졌다. 가난이 주는 평화와 기쁨. (84페이지)
25년 전 인도, 배낭 속에 소주 한 박스, 라면 한 박스를 채우고 이등병의 속도로 걸었던 처음과 달리 짐의 무게가 가벼워질수록 비로소 여행다운 여행이 시작되었던 것을 말하는 부분이다. 우리의 현재는 어떠한가. 좀처럼 짐을 내려놓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바로 앞에 중요한 것이 있는 것처럼, 앞을 향해 달린다. 짐의 무게에 짓눌려 현재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바쁜 연말, 출퇴근 시간에 꺼내어 조금씩 읽었던 책인데 금세 읽었다. 2018년 1월부터 4년 여 동안 페이스북에서 사랑받았던 글 중 130여 편을 엄선하여 28컷의 일러스트와 함께 펴낸 산문집이다. 산문집에서 우리는 들비와 함께 산책하거나 아픈 들비를 돌보는 시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다. 따뜻함이 배어있는 깊이 있는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버지와 별로 친하지 않았던 저자의 아버지가 생각나는 비 내리는 날의 풍경은 어쩐지 애잔하다. 나이가 들어서야 아버지의 외로움을 깨닫는 일. 비를 바라보며 들비와 함께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라면을 끓이는 저자를 그려본다.
혼자서 술을 마시면 푸른 술잔에도 있고, 내 손등 위에도 있고, 창밖의 고단한 빗방울에도 있고, 늙은 가수의 목소리에도 있고, 발등에 툭 떨어진 눈물에도 있고, 천천히 오는 가을과 겨울에도 있네. 이름만 봐도 울고 싶어지는, 이름만 봐도 서둘러 정거장에 나아가 기다려야 할 것 같은 이름이 있다. 당신의 오래고 먼 이름이 있다. (139페이지)
외로움과 슬픔이 짙게 배어있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날것의 감정이 살아 있어 감정들에 침잠하게 된다. 위로와 공감의 언어에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시인의 깊은 사유는 오히려 우리를 위로해준다. 가벼움을 추구하는 듯하지만 그처럼 진지하기 그지없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다시, 류근의 문장들을 음미한다. 비속어가 있어도 개의치 않는다. 가벼운 농담 같다. 우리의 오늘을 시적인 문장으로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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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를 읽어야 하는데 산문을 읽는다. 산문을 읽는데 시가 자꾸 읽힌다. 시와 산문이 겹쳐 보일 때, 작가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나는 다르게 받아들인다. 좋아하는 작가의 경우 두 배 이상으로 좋게. 이 책처럼.
신변잡기.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을 적은 글. 산문의 기본 특징이다. 이 사소한 일이라는 게 내게만 일어나는 것도 특성이 되고, 아무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것도 특성이 된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이의 평가는 다르게 될 것이지만. 그래서 남의 산문에서 내 삶을 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반대로 굳이 알고 싶지 않는 삶의 이야기에 진절머리를 내기도 한다. 어떻게 쓸 것인가. 작가의 능력이다.
충주에서 몇 년 살았더니 몇몇 대목의 일화와 배경이 익숙하게 와 닿았다. 이것 또한 작가에게서 가까움을 느꼈다는 증거일 테지. 생활도 생각도 불만도 투정도 나와 비슷한 면이 있구나 하는. 그래서 삶이 이러저러하게 고단했구나, 한편으로는 또 다행이었구나 여기면서.
술을 아주 사랑하는 작가다. 술이 작가에게 글을 만들어 내시도록 도움을 주고는 있겠지만 조금만 더 줄이셨으면 좋겠다. 진지할 필요가 없는 구차한 세상을 버티고 진지해도 좋을 세상을 얻기까지 우리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기다려야 하니까 말이다.
욕이 나오는 소설이나 영화는 아예 보려고 하지 않는 편인데, 그래서 우리 영화를 퍽 멀리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감탄사 같은 욕은 그리 싫지 않았다. 글을 읽는 데에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고. 결국 내게는 누가 욕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모양이다. 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욕을 한다면, 그 또한 내가 얻지 못하는 카타르시스에 가까워지는가 싶어서.
하나 더, 여백을 차지하고 있는 일러스트도 퍽 마음에 들었다. |
저희 어머니가 읽고싶다하셔서 책을 구매하게되었습니다. 출간한지 2달도안된 신간도서이고, 작 가가 시인? 이라고 하더라고여. 책에 글이 빽빽하게 쓰여져 있는것이 아닌, 글자 수가 적어서 읽 는데 오랜시간이 걸리지않고 가볍게 읽기 좋은 책 인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저도 시간내서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되었고, 추천합니다 굿 굿 |
청정구역 듣고 바로 구매했습니다. 임경빈작가님께서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책구절 읽어 주시는데 울컥했고~~ 가슴 먹먹하면서 이가을에 읽고 위로받을 수 있겠다 싶어 구매합니다. 좋은 글 읽으면서 이 가을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10월이 왔습니다. 10월이 왔다는것은 그대에게도 나에게도 얼마쯤 잊혔던 사랑이 다시 기억되는 순간이 많아진다는 뜻이고 아무런 상실도 없이 쓸쓸한 저녁을 맞는 날이 많아진다는 뜻이고, 생애에 덧없음과 적막감에 몸서리치는 순간이 많아 진다는 뜻입니다. 아름다운 가을이지만 슬프고, 흐드러진 단풍에 화려하지만 쓸쓸한 가을임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
작가 특유의 화법이라지만 책 속에서 비속어가 계속 나오니 읽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작가님의 좋은 글귀를 읽으며 생각에 잠길 때쯤 가끔 나오는 비속어에 감정이 흐트러지고 깨졌습니다. 그 점이 조금 아쉬웠고 그것때문에 읽는 동안 그만 읽을까를 몇 번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좋은 점은 중간중간 괜찮은 책들이 소개되어 있어 장바구니에 담으며 읽었습니다. 그래서 별 2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