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만들지 않은 영화인들의 이야기
영화인? 그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간단하게 말하면 영화가 끝나고, 제작, 감독, 조감독, 촬영감독, 지나가는 사람 1, 2 등등의 마지막 화면(엔드 크리디트)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사람만이 영화인이라고….
시네 21 편집장 주성철은 영화홍보사 직원, 마케터들도 영화인인데, 영화평을 하는 사람은 영화인이 아니다. 영화평론가, 영화 기자 등은 엔드크리디트에 이름을 올릴 수 없는 사람이다. 뭔가 이상하다. 통상, 어떤 일을 하는데 관련된 모든 사람을 관련 정도에 따라 구분하고 있었나, 영화평은 영화의 세평, 마케팅에서도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른바 평판을 주도할 수 있기에 그렇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놓치고 가는 것들, 어떤 시좌에서 영화를 보는가에 따라 색깔도 맛도 달라지기도 하기에 그렇다.
영화를 만들지 않은 영화인들인 지은이들 김도훈, 김미연, 배순탁, 이화정, 주성철 이렇게 다섯 명이 어떻게 이 판으로 발을 들이게 됐나,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영화광, 어쩌다 마주친 자리 예능PD, 방송작가, 영화 기자 등이 영화와 일, 그리고 나에게 영화란 이란 주제로 자유롭게 써 내려간 글들…. 제법 재미있다. 마치 고백을 듣는 것처럼….
시네필(영화광) 시대의 낭만과 사랑에 더해 사회적 파급력 “한 방”에 날려버린다.
지은이들의 경험, 초등학교 6학년 때 19금을 몰래 보기도 하고, 꽤 인기 있었다는 영화 비디오를 복사하고 또 복사한 걸 보면서 영화공부를…. 이 글을 읽다 보면, 영화라는 게 뭐지 종합예술, 프로파간다의 정점, 아 이렇게 말하면 너무 추상적이다. 그럼, 여러분의 SBS 창사 몇 주년인지는 모르지만, 김종학 감독의 <모래시계>24부작, 1979년대에서 1990년 초의 사회상황을 배경으로…. 광주에서 터진 5.18항쟁…. 80년 5월에 일어난 사건을 카메라에 담은 독일 기자의 다큐멘터리를 가톨릭을 비롯한 개신교 등 종교계에서 해마다 5월이면 상영회를 열어도 겨우 광주전남 일대에서나…. 그런데 드라마 <모래시계>는 온 국민에게 단 몇 회로 사건의 모든 것을 알렸다. 이 전달력과 파급력, 부산에서 대구에서 대다수 사람은 광주의 일이 그렇게 된 거냐며…. 영화는 사회의 모순을 한 편에 담은 보고 듣고 읽을 수 있는 뭐 종합참고서와 같은 존재라 할까, 영화의 위력은 ‘한 방’에 있다. 세상을 항해 외치는 힘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어마어마…. 그래서 영화를 통제할 수밖에 없는 권력자들이 있음을….
아무래도 관심도 "영화에 관한 글쓰기" 에 관한 조언
그러면 누구나 영화에 관한 글은 독후감이나 서평처럼... 영화는 보고 어떻게 글로 적을까? , 글쓰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주제로 지은이 김도훈의 글은 들어볼 만하다. 앞으로 글쓰기를 전업으로 하려는-아니 밥 먹고 살려는- 이들을 위해, 우선 첫 문장이 중요하다. 이 말은 김훈 작가는 <칼의 노래>의 첫 문장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이틀 동안 고민했다고 한다. 첫 문장, ~피었다. ~피어있다. 이 둘 중 어느 것을 쓸 것인가…. 두 번째로 문장은 짧아야 한다. 문장이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멋 부린 만연체는 읽는 사람을 배려한 게 아니라 자신을 뽐내는 일로 오해받기 쉽다고…. , 세 번째, 줄거리 비평은 됐다. 하지 마라. 영화는 소설이 아니다. 영화 글을 쓰고 싶다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진 예술인가를 먼저 공부해라…. 넷째, 형편없는 글을 읽어라. 반면교사인가, 졸작이 명작보다 많은 영감을 줄 수 있기에…. 이어서 보자, 형편없는 영화도 봐라, 쓰레기 더미에서 진주를 발견하는 마음으로, 여섯째 자기 취향에 자신을 가져라.
이 책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미주알고주알…. 영화의 세계란 무엇인가, 거창한 주제 같지만, 사각지대 눈에 보이지 않은 곳, 무대의 뒤, 등등,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거기에 영화평을 쓸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도 곁들어 있다. 이건 덤이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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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5인의 영화 사랑 이야기"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를 읽고
"무엇보다도, 영화는 인생이었다." -시네필 5인방 그들이 영화를 애장하는 방법-
예전에 어렸을 때는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씨네 21>과 같은 영화 잡지를 보았다. 그 잡지를 보면서 그 영화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보면 영화를 볼 때 집중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자주 영화 잡지를 사보면서 박스 오피스 목록에 있는 영화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추천 영화는 무엇인지 등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잡지를 보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유튜브를 통해, SNS를 통해 얼마든지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더이상 사람들은 영화 잡지를 일부러 사서 보지는 않는다. 그리고 주말마다 하는 '출발 비디오 여행' 같은 영화 추천 프로그램을 즐겨 보았는데, 요즘은 영화 관련 TV 프로그램을 많이 찾아볼 수 없다. 이제는 비디오를 통해서, 극장 영화관을 통해서가 아니어도 충분히 OTT 서비스를 통해서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다. 그리고 SNS를 통해 추천 영화를 소개 받고 있기도 한다.
이렇게 편해진 시대에, 영화를 직접 만들지는 않았지만 '영화인'으로 살아왔던 잡지시대 시네필 5인방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의 '라떼는 말이야' 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그 당시 영화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그랬는데,' '나도 저렇게 영화를 좋아했는데' 라며 많이 공감도 했다. 마치 추억 속 영화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한창 비디오 테이프 대여점이 유행을 하던 그때, 주말마다 비디오 테이프를 잔뜩 빌려와서 보던 그 때 생각이 난다. 영화 GV 인터뷰 전문가인 이화정씨가 쓴 <어디까지나 너무 옛날 이야기>를 통해 그 당시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보며 한창 영화를 즐겨보던 그 때를 회상해보았다.
그녀가 언급하는 추억 속 영화들의 제목을 읽으며 그 영화들의 내용을 생각해본다. 지금은 없어져버린 종로 3가의 피카디리 극장, 단성사 극장들과 그 당시 그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던 추억을 꺼내본다. 나는 종로가 극장가였던 시절에 영화를 먹고 자란 세대다. 그땐 버뮤다 삼각지대처럼 피카디리 옆에 피카소, 건너편에 단성사, 길을 길게 건너면 극장의 메카 서울극장이 존재하고 있었다. 여기에 충무로의 중앙극장, 명보극장까지 더하면 맛집 지도 부럽지 않은 주요 극장 지도가 완성되었다. 어릴 적부터 그곳에서 개봉작을 섭렵하였고, 1997년 개봉에 맞춰 〈접속〉을 함께 본 소개팅남과 3년 후 같은 날 피카디리 앞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었고(안 만났다), 영화잡지사에서 일하는 기자가 된 후에는 서울극장 옆 2층 파스타집 소렌토(지금은 사라졌다)에 가서 일을 했다.
그들 각자의 직업에 따른 영화를 즐기고 사랑하게 되었으며 영화로 업으로 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다고 그들이 영화에 대한 과거의 향수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그들은 현재까지 영화를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영화를 업으로 하여 살아온 그들의 인생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들이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영화판에 입성하였는지. 영화판의 외곽에서 어떻게 살아남게 되었는지 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들려준다.
이 시네필 5인방은 모두 영화잡지들의 애독자였고 이들 중 몇몇은 영화잡지에 글까지 쓰게 되었다. 영화잡지계의 이화정은 영화잡지 폐간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고, 오컬트 영화를 즐겨보고 사랑하는 김미연 PD 는 <방구석 1열>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송하기까지 여정과 공포 영화의 사랑스러운 지점 등을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SF 장르 영화 애호가인 김도운씨는 스필버그에게 반성문을 쓰기고 한다. 홍콩 영화 애호가인 주성철씨는 홍콩 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며 직접 홍콩을 찾아가 주인공들의 행적을 쫓은 경험을 들려준다. 또한 음악평론가이자 게임 애호가인 배순탁씨는 영화만큼 긴 음악과 영화보다 영확 같은 게임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보여준다.
그들 각자가 보여주는 영화 사랑의 방식은 각자 다르지만, 그들은 분명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 애호가임은 틀림이 없다. 시네필 5인방이 전하는 영화 사랑 이야기에 웃기도 하고 과거를 추억하는 시간도 가졌다.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나 나름대로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에 대한 나 나름대로 리뷰도 작성하고 싶다.
"영화는 나에게 취미였던 적이 없었다. 영화는 선생이었다. 친구였다. 연인이었다. 무엇보다도, 영화는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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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에세이집은 90년대
최근에는 해외 영화도 전 세계 동시에 개봉을 전 세계적으로 영화가 대중문화로 자리를 잡아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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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람료가 엄청나게 올랐다. 성인 한 명 평균 관람료는 팝콘을 포함하여 계산하면 2만 원이 훌쩍 넘는다. 2만 원 미만의 월 구독료만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OTT와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두기도 많이 완화되었지만 코로나19 발발 이전과 비교하면 영화관에서 진행하는 할인 프로모션도 적어서 그런지 극장에 가는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때문인지, 사람들은 극장에서 관람을 할 영화를 고를 때 신중하게 선택한다. 예전엔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거나 인기 있는 감독이 만든 영화라고 하면 평이 좋지 않아도 킬링타임용이라고 생각하며 극장을 방문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좋은 작품인지 아닌지 개봉일에 선발대(먼저 관람하고 후기를 올리는 사람들)을 보네고 그들의 후기를 기다리거나 영화 평론가들의 평가를 기다린다. 그리고 자신의 주관을 보태어 영화를 선택하고 관람한다.
대중들이 가장 신뢰하고 참고하는 평가는 시네필, 즉 영화 전문 평론가들의 후기이다. 그들은 단순히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 아니라 장르를 불문하고 영화 자체를 사랑하는 각별히 사랑하는 사람들로 방대한 영화 지식을 바탕으로 개봉하거나 개봉된 영화들에 대해 절대적인 주관으로 평가한다. 등장하는 배우들의 캐스팅 비하, 촬영 비하라든지 감독이 만든 이전 작품과 어떤 점이 다르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영화 속 장소에 대한 비밀이라든지 흥미를 돋는 다양한 이야기와 버무려 작품을 평가한다. 이런 전문가들은 어떤 개기로 영화를 사랑하게 되었으며 어떻게 영화를 바라보고 있을까?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는 국내에서 내놓으라고 하는 시네필 5명이 영화에 대해 진솔하게 써 내려간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김도훈 전 [허핑턴포스트] 편집장, 김미연 JTBC [방구석1열] PD, 배순탁 음악평론가, 이화정 전 [씨네21] 취재팀장, 주성철 전 [씨네21] 편집장까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번씩은 들어본 이름들이다. 특히, 나는 배순탁을 좋아하는 배철수 음악캠프를 애청하는 청취자로서 배철수 다음으로 많이 들은 목소리다. 그가 영화음악을 소개할 때 진심으로 그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이 느껴졌으며 방대한 음악에 대한 배경지식은 알던 음악을 새롭게 만드는 매력도 있다.
‘이 판에 발을 들이게 된 건’ 이란 1장을 읽어보면 다들 제각각의 사유가 있지만 다들 운명적이게도(중요) 이 판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 운명(?)이라는 것이 하늘에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들 영화에 대한 애착, 사랑이 남들과 뛰어났다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이어서 제일 처음 본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최애 영화에 대해 소개한다. 어쩌면 이렇게 글을 잘 쓰는 것인지 괜히 작가가 아니다. 글들은 하나하나 흡입력이 뛰어나고 읽다 보면 알 수 없는 질투심까지 느끼게 만든다. [방구석1열]의 김미연 PD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PD라는 직업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읽는 내내 숨이 턱턱 막히기도 했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살아진 비디오테이프 이야기를 할 때면 구구절절이 공감이 갔으며 글에 속속 등장하는 보지 못한 영화들을 보면 찾아보고 싶다. 배순탁 작가가 50번이나 봤다는 ‘메그놀리아’와 김도훈 작가의 운명적인 영화 ‘도니 다코’를 왜 지금까지 못 봤을까라고 생각하며 언젠가 시간이 되면 볼 영화 목록(방금 만듦)에 넣어두었다.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언젠가 시간이 되면 볼 영화 목록에 생각보다 영화가 많이 가득 차서 이걸 다 보고 나면 나도 영화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데라는 망상도 생겼다.
아무튼, 이 책은 흥미진진하다. 서평으로 글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기에는 글 자체가 스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치 티저 예고편을 보는 것처럼 서평을 썼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글의 서두처럼 처음엔 영화를 선택하기 위해 이 책을 선택했지만 원래의 목적보다 더 좋은 선택이었음을 자부한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역에서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기보단 좋아하는 영화음악을 들으며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라는 책을 읽어보라. 아마 내릴 역을 지나칠지도 모르고 곁눈질로 책을 읽는 독자를 보는 작가들이 어? 내가 쓴 책인데라는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이 책을 만들고자 한 주성철 작가에서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영화평도 리콜이 되네요!라는 후속작을 만들어달라고 서평을 빌어 부탁해 본다. |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 김도훈 외4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필진들과 비슷한 연배라 너무나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은 영화에 대한 수다였다. 영화를 좋아한 나머지 대학에 들어가면 꼭 영화동아리에 들어야지 하고 활동했었던 기억부터 소환되었다. 물론 동아리의 방향성이랄까 뭔가 거리감이 느껴져서 오랜 기간은 활동 못하고 슬그머니 나와버렸지만 나도 한 때는 영화에 대단히 진심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도 해적판으로 영화동아리에서 접했다. 그리고 그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여러 번 봤는데 머지않아 공식 개봉을 했었더랬다. 그렇지만 1인 2역을 맡은 후지이 이츠키가 연인인지 첫사랑인지 대번에 그 씬을 맞출 만큼 여러 번 봤다. 그리고 언젠가는 오타루를 병원으로 촬영된 시청도 가봐야지 생각해놨다. 4월이야기도,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도 마찬가지다. 물론 스왈로우테일은 조금 난해했지만. 그러면서 라스트레터를 아직 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아마 조만간 보게 되겠지 싶다. 책을 읽어나가며 같은 경험담이 나온 꼭지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책을 읽는 내내 계속 무릎을 치며 “나도 이런 적 있어! 나도 이랬었지!!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비슷한 시대에 다른 지역에 살았지만 영화에 대한 찐사랑이 있었던 내 안의 소녀를 추억하기 좋았다. 예전에도 경기러고, 지금도 거의 그 자리에 사는 경기러지만 지금은 사라진 피카디리에 <접속>을 보러 가고, 개봉일 선물을 받으러 왕복 4시간 거리를 왔다갔다 하면서도 소중한 포스터가 접힐까 지관을 준비하고 그랬었다. 경기러가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대중교통을 타고 종로를 가는 것은 거의 하루를 소비하는 대장정이다. 1998년 최초로 생긴 멀티플렉스의 별바닥 카페트도 지금은 너무 당연하지만 그때 그 떨리며 영화관에 들어가던 기억이 생생하다. 홍콩영화가 붐이었던 10대시기를 보내서 그런가 제일 처음 해외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은 곳은 <홍콩>이었다. 중경삼림에서 보던 간판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카페에서 인증샷을 찍었고, 에스컬레이터도 꺅꺅 거리며 좋아했고, 마담투소에서도 장국영과 셀카를 찍었으며, 그가 마지막을 보낸 오리엔탈 호텔에서 그를 기리며 차를 마셨었다. 책을 읽으며 내가 생각보다 영화에서 인상깊게 봤거나 가보고 싶었던 곳을 실현시키며 다녔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깜짝 놀랐다. 호치민에서도 연인의 그 학교 라던지.. 나와 영화와 여행지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나도 몰랐던 빅데이터가 생겨난 기분이었다. 지금은 지브리도 넷플릭스로 보는 시대라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영화를 처음 접했던 비디오테이프를 넣는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검색이나 클릭이 아니라 비디오곽에서 비디오를 꺼내고 호환마마를 두려워하는 공익광고를 보고 그리고 영화사의 로고들을 재미있게 보고나서 시작하는 그 영화를 트는 재미를 말이다. 그 시대 그 시절을 같이 추억할 수 있는 책이라서 나에게 너무 소중한 시간을 주었다. 내가 사랑하는 배우와 내가 그 시절 사랑했던 영화들이 마음 깊숙이 그리고 아직도 나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구나에 대한 생각을 해주었다. 간접 경험이든, 킬링타임이든, 실화든, 허구든 영화는 나에게 많은 것을 준다. 그래서 영화 보기는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다. 실망을 줘도, 기쁨을 줘도 말이다. |
비빔냉면을 좋아한다. 한자리서 두 그릇을 뚝딱 해치울 수 있다. 그러나 세 그릇째는 무리다. 생각만 해도 물리는 느낌이 온다. 영화도 좋아한다, 비냉만큼이나. 하루에 영화 두 편 정도는 거뜬하다. 허나 세 편까진 무리다. 생각만 해도 벌써 노곤해진다. 소싯적 동네 동시상연관에서 꽤 탄탄히 다져진 '시네마력'도 유효기간이 있는지 이젠 세 편은 무리다. 게다가 요즘은 영화에 대한 열정과 탐구정신이 거의 소진된 상태다. 특정 영화를 보고 싶어 몸이 달아올랐던 예전 경험이 아주 아련하다. 최근 하루에 두 편씩 내달린 영화로 <탑건: 매버릭>(2022)과 <내 사랑>(2017),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2022)와 <명탐정 코난: 비색의 탄환>(2021)이 있는데, 그나마 내 맘에 가장 와닿았던 건 무료로 본 <내 사랑>이었다.
나는 X세대 영화애호가였다. 한때 일년 365편 영화보기를 감행한 적이 있는 그런 돈키호테 스타일의 시네필이었다. 드라마 '응팔'처럼 '라떼는 말이야…'란 말이 혀끝에서 맴돌게 만드는, 정말 오랜만에 같은 세대에 속하는 영화 마니아들의 영화 관련 입담을 접했다. 이 책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푸른숲, 2022)는 김도훈 전 허핑턴포스트 편집장, 김미연 JTBC 방구석1열 PD, 배순탁 음악평론가, 이화정 전 씨네21 취재팀장, 주성철 전 씨네21 편집장까지, 영화를 직접 만들진 않지만 '영화인'이라는 칭호가 그리 어색하지 않은 다섯 분의 '영화로운 수다'를 선보인다.
첫사랑은 누구나 평생 잊지 못하는 법이다. X세대 시네필도 영화와 처음 사랑에 빠지게 된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자주 가던 극장과 돈 주고 본 첫 번째 영화에 얽힌 사담, 가장 많이 본 영화와 그 횟수, 좋아하는 영화 장르와 잠 못 이루게 만든 배우, 가장 좋아하는 영화 속 대사, 그리고 국내 영화잡지의 흥망사 같은 반가운 스토리를 펼쳐보인다. 아, 나 역시 "1990년대가 바로 시네필의 전성시대였다"고 믿는다. 백퍼 공감한다. |
책표지에 나오는 별점 그림처럼 개봉영화의 별점과 영화평론가들의 한줄평이 그 어떤 사건(?)보다 엄청 중요하던 시절이 있었다 편집장 PD 음악평론가 취재기자 등 각각 직업은 다르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그 누구보다 뜨거운 다섯명의 시네필들의 영화 이야기를 엮은 에세이다 저자들이 영화 쫌 본다는, 영화 쫌 안다는 비디오키드 세대라면 익숙한 이름들이라 그런지, 1990년대 영화 전성시대를 체험한 나와 비슷한 나잇대라서인지 글을 읽을때마다 '맞어~ 그땐 그랬었지~~~' 그때 그시절 영화의 추억들에 공감하게 된다 책은 1장 이 판에 발을 들이게된건 2장 시네필 시대의 낭만과 사랑 3장 영화 사담 4장 영화로 먹고사는 일.. 총 4부분으로 나눠 저자들이 영화와 사랑에 빠지게 된 순간들과 영화에 대한 시시콜콜한, 하지만 의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각 장이 끝날때마다 좋아하던 극장과 돈 주고 본 첫 번째 영화는? 가장 많이 본 영화와 그 횟수는? 나를 잠 못 이루게 만든 배우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 속 대사는? 모두가 찬양하지만 도무지 동의할 수 없는 영화는? 등 앙케이트를 넣어 저자들의 영화취향을 엿보고 나의 대답을 서로 대비시켜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무엇보다 좋았던건 비디오 테이프로 영화를 보고, 무가지와 유료잡지등 영화잡지만 10개가 넘었던 1990년대부터 영화에 빠져 유튜브와 OTT가 영화와 극장을 위협하는 지금까지도 영화계를 뒤에서 묵묵히 받쳐온 사람들이 스스로 고백하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들과 함께 거대한 미로처럼 복잡한 멀티 플렉스 극장이 아닌 종로와 충무로를 누비며 피카디리 단성사 명보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영화 별점 하나로 몇시간씩 영화이야기를 하고, 영화를 보는 시간보다 영화에 대한 글을 읽는 시간이 더 길었던 그때의 내모습을 떠올려 볼수있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이 책을 쓴 김도훈, 김미연, 배순탁, 이화정, 주성철 다섯분 중 세분은 즐겨 챙겨보았었지만 종영해 아쉬웠던 방구석 1열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이 있던 분이었다. 배순탁과, 주성철은 패널로 종종 나오셨던 분이고 김미연이라는 분은 그 프로그램의 CP였기 때문. 이 책은 이 다섯명의 저자가 어떻게 영화와 함께 성장해왔는지 영화는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담아낸 에세이라고 보면 되겠다. 일기장을 엿보는 느낌으로 읽었나간 이 책은 책도 어정쩡하게, 영화도 어정쩡하게, OTT도 어정쩡하게 알고 있는 내게 색다른 자극을 주었는데 뒤늦게 읽은 책들 정리한다고 글도 어정쩡하게 쓰지 말고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가지라도 끄집어내서 제대로 쓰는게 낫지 않겠냐는 반성이었다. 어떤 배우를, 영화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스스로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은 부록이었고. |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는 영화를 애정하는 다섯 명의 시네마 스토리예요. 학창 시절의 추억 속에는 영화, 비디오테이프, 극장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친구 집에 놀러가서 비디오테이프로 봤던 홍콩 영화들과 그림간판이 걸려 있던 서울 시내 극장에서 줄을 서서 표를 구입해서 봤던 외화들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바로 그때 그 시절 영화 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와서 무척 반가웠어요. 이 책을 주도한 사람은 주성철 영화평론가인데 '라떼인 듯 라떼 아닌 라떼 같은' 영화 에세이를 쓰고 싶어서, 주변에 영화를 사랑하면서 가장 라떼스럽지 않은 사람들을 찾았다고 해요. 홍콩 영화 애호가이자 전 영화전문지 <키노>, <필름 2.0> 기자였고 현재 <씨네21> 편집장인 주성철님이 마련한 자리에 다음 네 명의 인물이 모여들었어요. SF 장르 영화 애호가이자 전 영화전문지 <씨네21> 기자, <GEEK> 피처 디렉터, <허핑턴포스트> 편집장이었던 김도훈 기자, JTBC 예능국 CP 김미연 PD, 영화 GV · 인터뷰 전문가이자 전 영화전문지 <필름 2.0> 기자였고 <씨네21> 취재팀장 이화정 기자, 그리고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이자 <배순탁의 B사이드> DJ 배순탁 음악평론가는 저마다의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이 판에 발을 들이게 된 사연부터 시네필 시대의 낭만과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 소개, 자잘한 수다들, 마지막으로 영화로 먹고 사는 일에 대해 가볍고도 진지한 담화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중간에 앙케이트 내용이 흥미로워요. 좋아하던 극장과 돈 주고 본 첫 번째 영화는 무엇인지, 가장 많이 본 영화와 그 횟수는 몇 번인지, 나를 잠 못 이루게 만든 배우가 누구이며, 가장 좋아하는 영화 속 대사를 밝히고 있는데, 어쩜 영화만으로 세대 공감이 가능한지 신기했어요. 멀티플렉스 극장부터 OTT 서비스를 누리는 요즘 세대는 이해할 수 없는 추억의 라떼 이야기지만 영화라는 공통 주제만 같다면 얼마든지 통할 수 있는 내용이에요. 솔직히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바뀌던 시기부터 영화에 대한 애정이 급격히 시들었던 것 같아요. 어렵게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이 제겐 오히려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 된 것 같아요. 설레고 애틋하던 관계가 식어버린,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말없이 이별을 맞이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요즘에는 두근두근 심장 떨리는 영화가 없었는데, 이 책 덕분에 추억의 영화를 떠올리며 기분 좋았어요. 그 시절엔 누가 부탁한 적도 없는 영화평을 일일이 정성껏 썼더랬죠. 진짜 영화평론가들의 작법 기술과 영화 기자들의 인터뷰 기술을 보니 역시 업으로 하는 분들은 다르구나 싶네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게 될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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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1열>의 시청자로 매주 일요일 오전 시간을 기다렸던 시간이 있었다. 영화 관계 전문가와 사회자들이 모여서 영화를 소개하고 다양한 시선으로 해석을 해주는 시간이었다. 영화전문 유튜버들의 요약본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여러 주제로 나누어진 영화를 만나 볼 수 있어 유익한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그 출연자 중에 생각나는 사람이 주성철편집장과 배순탁작가, 유영주감독이다. 프로그램 PD까지는 몰랐던 걸 보니 불량시청가인가 싶기도 하다. MC와 아나운서의 조합도 좋았고 특별출연한 패널들의 시선도 흥미로웠다.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만나보지 못한 수 많은 영화를 새롭게 만나보게 되었다. 기회가 되면 영화를 다시보기도 하고 이미 만나 본 영화에서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김도훈 전 <허핑턴포스트> 편집장, 김미연 JTBC <방구석1열> PD, 배순탁 음악평론가, 이화정 전 <씨네21> 취재팀장, 주성철 전 <씨네21> 편집장이다. 이들 시네필의 들려주는 영화 관련 이야기를 엮은 에세이집이다. 예전에는 극장에 가야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개봉관과 재개봉관, 2본 동시 상영관이 있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동네마다 있던 2본 동시 상영관이 주무대이다. 화면이 흐리고 비가 내리고 자주 필름이 끊어지면서 야유의 휘파람 소리도 있었다. 앞 사람의 머리에 가려 영상이 다 보이지 않은 것도 생각난다. TV에서 명화극장 등을 상영했지만 아이들이 주말 밤 시간대에 영화를 보는 것은 쉽지가 읺다. 명절이나 연휴에 성우가 더빙하는 영화 장면을 보면서 꿈을 꾼 시절이 있다. 그런 시대를 지나 비디오 대여점이 생기면서 미처 상영되지 못한 많은 영화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인기 비디오는 예약을 하기도 하고 비디오 영화 잡지를 통해 개봉작과 지나간 영화의 소개도 읽게 된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나 아이맥스 양화관 등이 생기기 전의 이야기이다. 현재는 VCD와 블루레이를 거쳐 넷플리스로 대변되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이다. 일정액을 지불하면 흥미로운 영화와 드라마를 내 손의 휴대폰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영화 관련 일에 종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열정과 추억 속에 동참한다는 것이 큰 수확이다.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관심있는 영화를 챙겨보는 편이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저자들의 영화에 대한 애정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본인이 관심있는 분야에서 열정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오늘의 그들을 이루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활동을 통해 독자에게 좋은 영화를 소개하는 시간을 기다리게 한다. [이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