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성범죄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 글이다. 청소년들을 등장인물로 하고 있다. 인터넷 세대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을 통해 인터넷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도 생각해 보게 한다. N번방 이야기를 떠올리기에 족한 글이다. 불법 촬영된 영상물이 인터넷에 올려지고, 대상이 된 사람들이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야기는 두 인물을 시각으로 그려진다. 디지털 장의를 운영하는 강모리가 먼저 등장한다. 그는 경찰에 잡혀 있는 상태로 첫 장면이 표현된다. 경찰은 그가 ‘흔적지우개’란 이름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불법 영상물을 올리고 있다고 생각되어 체포된 것이다. 그리고 모리가 가지고 있는 PC까지 조사대상이 되어 압수당한다. 경찰은 모리에게 불법영상물을 올린 것에 대해 자백하라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모리의 경우 지워주기는 했을망정 자신이 올린 일은 없기에 당당하다. 경찰에서는 지우기 위해선 올리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를 닦달하고 조사한다.
모리는 그런 취조에서 결국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풀려난다. 그리고 학교에서 같은 반인 아이돌로 활동하는 리온에게 도움을 요청받는다. 자신이 인터넷 사이트에 야한 사진들이 돌아다닌다고 지워달라고 한다. 사진이 합성된 것이 있기도 하고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것이 불법으로 찍혀 있는 것도 있다고 한다. 가령 목욕하는 신 같은 것이다. 모리는 리온이 별로여서 거부한다. 하지만 리온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고 자신에게 처음 장의를 부탁한 혜연의 일과 얽혀 결국 그의 영상을 올린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리온에게서 어릴 적 헤어진 쌍둥이 동생의 느낌도 받는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그가 경찰에 의해 폐쇄 요구를 받은 장의 사이트를 다시 열게 되는 상황을 만든다. 목욕하는 장면은 리온이 자신의 집에서 찍힌 것이다. 그것은 절친인 친구 민재이가 아니고는 찍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민재이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추궁한다. 하지만 재이는 발뺌을 한다. 자신은 그런 일과 관련이 없다고 한다.
또 하나의 시각은 민재이다. 재이는 모리에게 추궁당하고 자신이 진욱과 관련된 이야기를 떠올린다. 재이는 리온과 매듭팔찌 동아리를 같이 했다. 그리고 둘은 아주 친한 친구가 되었다. 재이가 자신이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했는데 리온이 양엄마와 단둘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많은 위안을 받는다. 그래서 가까워지게 되고 집에서 같이 잘 정도까지 된다. 재이가 진욱과 만나게 된 것은 피시방에서다. 둘은 게임을 하다가 친해진다. 재이는 진욱의 유혹에 넘어가게 되고 키스와 스킨십을 사랑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진도가 나가자 진욱은 재이에게 벗은 사진을 요구한다. 그것도 재이는 사랑이라 생각하고 수용한다. 하지만 진욱이 진찐인 리온의 벗은 몸 사진을 요구해 올 때 심히 당황한다. 하지만 그의 요구를 들어줘 리온의 컴에 툴을 심는 일을 한다. 그 일로 결국 리온의 불법촬영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리온이 고통을 호소하게 된 것이다. 모리는 이것을 재이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추궁하지만 처음에는 재이가 왜 자신에게 그것을 묻느냐고 오히려 작반하장의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진욱이 자신을 이용했고 자신의 벗은 영상물도 인터넷에 올라가 있는 것을 알고는 리온에게 도울 것을 얘기하면서 자신의 영상물을 지우는데 도와줄 것을 바란다. 진욱은 불법영상물을 만들고 유포를 하는데 재미를 느낀다. 그것이 조금 들통이 나더라도 아빠가 검사요 엄마가 대학교수인 그는 쉽게 빠져 나간다. 타인들이 보기엔 충격적이게도 그런 곳에서도 권력이 작용하고 있다. 그런 힘이 진욱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고 더 심한 것, 더 흥미로운 것을 추구하다 보니 그는 불법영상물 유포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재이는 자신이 직접 당하니 엄청난 고통이 몰려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리온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는 상황이 되고, 진욱의 불법에 리온과 같이 대항하고자 한다.
리온은 친구 수석의 도움으로 리온의 불법 영상물이 유포된 곳을 찾아 들어간다. 그리고 사이트 주인에게 그것을 지울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 또한 영상물이 누구에 의해 유포된 것인가를 파고 들어간다. 결국 재이로부터 확인하기 전에 진욱이 보유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재이를 통해 어떻게 영상물이 만들어 졌는가를 알게 된다. 리온은 극단적 선택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모리의 조사가 지속되고 있다. 리온이 꼭 누군가를 닮았다는 의식으로 리온의 불법영상물의 근원을 파악해 해결하자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실천해 나간다.
모리는 자신이 조사한 모든 내용을 경찰에 넘긴다. 자신이 제어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불법동영상 유포자들은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 진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진욱이 죄인으로 오래 경찰서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다. 부모들의 조건 때문이다. 모리의 조사 내용이 경찰의 수사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앞으론 <디지털장의> 일을 하지 말 것을 권유한다.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도 조사 과정에서 본 영상물을 유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불법영상물이 있는 사이트에 들어가기 위해선 그런 영상물을 일정량 올려야 하는 미션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리도 리온의 영상물을 살피는 과정에서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기 위해서 그런 유혹을 받은 적이 있다.
지도 엡을 켜서 길을 찾던 모리는 갑자기 손이 떨렸다. 불길함이 불길처럼 일어 심장이 타버릴 것 같았다. 결국 버스를 타려다가 포기하고 택시를 잡아탔다. 가는 동안 머릿속에서 온갖 시나리오를 썼다. 헨드폰을 못 보는 걸 수도 있어. 그래 그래서일 거야. 모리는 혼잣말을 하며 불안을 떨어내려 했다. 한기를 느끼면서도 손에 땀이 배었다. p85
모리가 마음에 불안감을 지니고 리온의 집을 찾는 상황에서 만난 일을 적고 있다. 경찰차 구급차가 리온의 집 앞에 있다. 모리는 무척 놀란다. 리온은 모리가 자신의 도움 부탁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자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상태에 고통을 느끼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아파트에 투신을 했다. 다행히 떨어지면서 나뭇가지에 걸리기도 하고 해서 즉사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고 의식이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리는 자신이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든 듯한 큰 죄책감을 느낀다. 그래서 병원에 가기도 하고 리온의 주변을 서성인다. 그러면서 리온의 불법영상물에 대해 청소를 하는 작업을 한다.
재이는 사이트 관리자에게 자신의 사진을 지워 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다른 사이트를 더 찾았다. 회원가입을 하고 홈페이지를 빠르게 훑었다. 그러다 마우스를 멈췄다. 원본에 딥페이크로 합성된 사진이었다. 다른 사이트에서도 똑같은 사진이 게시되어 있었다. 마우스를 쥔 손에 힘이 빠졌다. p157
재이가 자신의 영상물이 인터넷 공간에 유포된 것을 알고 고통을 느끼는 부분이다. 이 부분으로 인해 진욱에 대해 큰 상처를 입고 모리를 도울 생각을 한다. 모리에게 자신의 영상물을 지워줄 것을 부탁하면서 “리온의 영상물을 누가 올렸는지? 누가 가지고 있는지?”를 얘기해 준다. 그리고 그 영상물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도 얘기한다. 자신이 관여해 그렇게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청소년기 때의 자신의 불법영상물 유포는 치명적이다. 자신의 벗은 영상물을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을 지탱할 사람들이 별로 없을 듯하다. 그런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일이 얼마나 사악한 일인가를 우리는 쉽게 인지할 수 있다. 그런 일을 자행하는 사람들의 의식구조도 정말 문제다. “재미로 했다. 호기심 때문이다.”라고 한다. 얼마나 과상한 엉뚱함인가? 타인의 생명과 관련되는 일인데, 이런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마땅할 일이다.
그런데 그런 활동을 하는 이가 권력을 비호를 받는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이 글에서도 진욱인 자신의 작은 잘못을 부모 찬스로 쉽게 벗어난다. 이게 더욱 그의 범죄의 수위를 높이게 만들어 가는 기능을 한다. 그의 부모들의 의식이 자식을 궁극적으로 치명적인 존재로 만들어간 것이다. 각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회는 이런 존재들을 그냥 방치하는 것은 곤란하다. 부모 찬스, 그것이 세인들의 열등감과 상실감을 불러와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경우를 우리는 요즘 많이 본다. 범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는 기회가 된 글이다. 아마 이런 일들이 자행되고 있기에 이와 같은 얘기가 만들어지지 않나 생각하면서 아픔을 많이 느낀다. |
" 디지털 성범죄로 얼룩진 10대 이야기"
이담의 <나를 지워줘>를 읽고
"가해자와 피해자, 우리는 둘다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디지털 성범죄로 얼룩진 10대의 현실을 그린 이야기-
N번방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만연해있는 디지털 성범죄와 심각성을 일깨워주었다. 2020년 텔레그램 'N번장' 사건이 여성과 아동에 대한 성착취 범죄로 크게 문제가 되었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법적, 정책적인 대응이 시급해졌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텔레그램 같은 SNS와 메신저 사용이 활발해졌다. 더군다나 텔레그램은 카카오톡과 달리 대화 기록이 서버에 남지 않고 상대방과 비밀 대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악용하여 이런 디지털 성범죄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고 있다. 또한 많은 10대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SNS를 활발히 이용하게 된 상황 속에서 사이버 범죄, 무단 사진 도용, 개인정보침해 등 많은 사이버 관련 범죄 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 책 『나를 지워줘』는 이런 디지털 성범죄가 성행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디지털 성범죄로 얼룩진 10대들의 이야기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를 추적해나가면서 주인공이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변화해가는 성장 소설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모리가 피해자의 불법촬영물을 재유포한다는 누명을 쓰고 디지털 장의사를 그만둔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같은 반 친구이며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톱10의 주인공인 '리온'이 모리를 찾아온다. 리온은 인터넷에 떠도는 자신에 대한 소문과 딥페이크 영상을 지워달라고 부탁한다. 모리는 리온의 간절한 부탁을 듣고 고심하다가 결국 그녀를 돕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사건은 뜻하지 않게 갑자기 큰 사건으로 변모한다. 8반 남학생 단톡방이 개설되면서 리온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유포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너무 상처를 받고괴로워하던 리온은 결국 자살을 기도하게 되고 모리는 그녀를 지키지도 못하고, 사건 해결에 전면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사건의 가해자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도와줘. 이러다 죽을 것 같아.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야.”
모리는 가해자를 추적하면서 가해자의 서사에 타협하지 않는다. "리온을 아파트 베란다 위에 서게 한 그들 모두가 살인자이다." 라고 말하며 그들의 잘못을 지적한다. 이 책에는 성착취물이 어떻게 제작되고, 그 영상들이 어떻게 인터넷과 메신저에서 유포되는지 그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마치 좀비를 죽여도 절대 죽지 않는 것처럼, 성착취물도 지워도 지워도 완전히 삭제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들은 좀비였다. 좀비 하나를 죽여도 새로운 좀비는 그보다 빨리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원본 사진은 물론 딥페이크로 조작한 사진과 영상도 처음에는 몇 명만 내려받는다. 하지만 그들이 다른 곳에 그것들을 게시하면 몇 배로 늘어난 사람들이 내려받게 되는 것이다. 재이는 인터넷에서 자신의 얼굴을 완전히 지워 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 아득함에 주먹으로 가슴을 내리쳤다.
또한 무단 유포뿐만 아니라 가해자들의 전혀 반성없는 태도와 그들의 뻔뻔한 모습,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2차 가해, 주변 사람들의 무책임과 방관과 무관심, 피해자에 대한 조리돌림까지 우리 사회의 민낯을 현실적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과연 우리 또한 가해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닐지 모르지만, 그런 현실을 방관하고 아무런 대책 조차 세우고 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N번방 사건 속 성착취가 그렇게 고질적으로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고, 디지털 성범죄가 성행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가 과연 가해자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에 대해 한번 돌이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소설 속 모리가 행동이 늦었을지 모르지만, 친구를 위해 고민하고 그 친구를 보호하고 지켜주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는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곽 감동을 선사한다.
더이상 우리는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상처받은 이에게 손을 내밀어 '넌 혼자가 아니야.' 나는 네편이야.' 라고 말하여 그의 완전한 네 편이 되어준다면, 그들의 상처와 고통을 조금이나마 치유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상처받은 사람 곁에 있어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네 편이 되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 네이버 카페 몽실북클럽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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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인 강모리는 디지털 장의사로 온라인에 유포된 의뢰인의 불법촬영물을 없애주는 일을 하고 있다. 누군가의 신고로 오히려 불법촬영물을 유포한다는 혐의를 받고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자신이 운영하던 ‘흔적지우개가 운영하는 디지털 장의’ 홈페이지를 폐쇄한다. 같은 반 친구이며 <K-아이돌스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 중인 리온이 자신의 딥페이크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되고 있으니 흔적을 지워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디지털 장의사를 시작할 당시 모리의 첫 번째 의뢰자였던 선우해연의 자살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의 쌍둥이 동생 모연을 떠올리게 하는 리온이기에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온라인에 퍼진 리온의 영상을 추적하면서 리온의 절친 재이와 불법촬영물을 버젓이 남자애들이 있는 단톡방에 올리는 정진욱이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모리가 리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또 다른 불법영상물이 올라오고 리온에 대한 비방 댓글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다. 리온은 이 일로 자살을 시도하고 모리는 정진욱이 리온의 불법촬영물 유포자임을 밝힐 명확한 증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모연과 닮은 여자아이가 불법촬영물 사이트에서 모욕당하는 걸 본 이후로 모리는 달라졌다. 죄책감을 느꼈다. 이전까지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던 불법촬영물과 같은 성착취물이 누군가에게는 고통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p.29)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가 받은 형량이 겨우 2년도 되지 않는 나라에서, 불법촬영물 때 문에 자살 시도를 한 여자아이를 위해 제대로 조사할 거라는 기대는 터무니없었다. (p.126)
그것들은 좀비였다. 좀비 하나를 죽여도 새로운 좀비는 그보다 빨리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원본 사진은 물론 딥페이크로 조작한 사진과 영상도 처음에는 몇 명만 내려받는다. 하지만 그들이 다른 곳에 그것들을 게시하면 몇 배로 늘어난 사람들이 내려받게 되는 것이다. 재이는 인터넷에서 자신의 얼굴을 완전히 지워 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 아득함에 주먹으로 가슴을 내리쳤다. (p.157)
진영의 불법행위를 추적하면서 N번방을 떠올리게 하는 불법촬영물 유출 사이트가 등장하고 끝까지 자신의 죄를 반성하지 않는 모습과 그 죄에 합당한 벌을 받지 않는 것은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불법촬영물은 피해자가 오히려 낙인이 찍혀 고통 속에 살아가지만, 가해자는 그 죄에 걸맞은 합당한 벌을 받지 않고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현실은 피해자를 더 많이 키우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흉악범죄가 이제는 10대를 사이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범죄의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답답함과 속상함 속에 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고 이런 범죄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에 불편함은 더 가중되었다. N번방 사건은 끝나지 않았으며 피해자가 더 많은 상처를 받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사회시스템의 보완과 필요성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출판사 다른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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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한마음으로 모르는 체했다. (93쪽)
디지털 장의사 라는 직업을 나도 들어본 적이 있다. 인터넷에 퍼진 자신의 신상정보나 사생활을 지워주는 일.
<나를 지워 줘>는 이 일을 하는 주인공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리고 있다.
특이한 점은 주인공 강모리가 17세 고등학생이란 것. 어느날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하나 둘 누군가의 사생활을 ‘정리’해 주게 된 모리. 그게 마침 소소한 벌이도 되기에 아마추어로 홈페이지를 개설해 활동중이다.
그런데 소설이 시작하면 뜻밖에 경찰서에 불려 간 모리가 나온다. 완전히 합법은 아니어도,나름대로 의뢰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기에 그걸로 보람도 느꼈던 모리였다. 그런데 경찰이 인터넷 범죄를 수사하다가 모리의 아이피를 발견해서 일종의 참고인으로 불려간 것이다. 다행히 큰 혐의는 없었기에 훈방 조처만 받고 모리는 경찰서를 나왔다. 그러나 경찰에 자신의 ‘일’이 알려진 이상 디지털 장의사를 계속할 순 없었기에 집으로 돌아와서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그런데 다음날에 학교에 간 모리에게 뜻밖의 친구가 찾아온다. 같은 반 학생인 ‘리온’. 그 아이는 아이돌 가수여서 학교에서 스타였다. 모리도 선망은 했지만 평소에 말 몇 번 섞지 않았던 ‘스타’인 리온.
급식실에서 갑자기 자기 앞에 앉은 리온은 할 말이 있으니 따로 보자고 한다. 모리는 ‘혹시 얘가 고백을 하려나’하는 헛물을 켜보나 역시 그건 아니었다. 그런데 리온에게서 들은 말은 뜻밖이었다.
학급 애들을 통해서 모리가 ‘디지털 장의사’를 했었다는 걸 알고 자기의 악플과 동영상을 ‘처리’해 달라고 의뢰를 한 것.
모리는 리온의 얘기를 들으면서 이 사건이 단순한 일이 아님을 알게 되는데.
소설은 ‘디지털 장의사’라는 소재를 전면에 다루면서 그 일을 고등학생이 맡아 참신함을 더했다.
모리가 사건을 마주하고, 악플과 링크들을 ‘추적’하면서 추리 소설의 형태를 띄게 된다. 학원, 고교를 배경으로 하면서 일상의 추리극을 그린 좋아하는 일본 작가가 떠올라 흥미로왔다.
소설은 가독성 최고치를 만들면서 빠르게 후반부로 달렸다.
성 착취물을 만들고, 유포하는 범인이 등장하고 모리가 그의 증거를 잡는 일이 스피디하게 전개된다.
이는 마치 경찰의 사이버 수사본부가 하는 일을 주인공이 대신 하는 듯 했다. 그게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웠기에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범인은 모리, 리온과 같은 학교의 남학생이었고 그 아이가 성 착취물을 유포하는 모습이 너무도 자세히 나왔다.
텔레그램을 통해서 주로 ‘말’을 통해서 여자를 희롱하고, 강간했다는 걸 자랑하고, 음란물을 사고 파는 유저들. 이게 그저 ‘쯧쯧’하면서 욕할 수준이 아니었고 정말 분노를 일으키는 내용이었다. 어느 순간 읽는 것이 힘들만큼, 성착취물 ‘소비자’들의 대화란 끔찍 그 자체였다.
잊고 있던 ‘정준영’ 사건이 떠올랐다. 그 때 뉴스를 통해 들었던 ‘메신저’ 대화들. 단순히 ‘저질이네’하고 넘어갈 수준을 넘어선 인간 이하의 대화들이란 걸 이번 소설로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저자가 이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얼마나 치밀히 조사를 하고 취재를 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자인 내가 느낀 ‘참담함’을 먼저 겪었겠구나 하는 것도 알수 있었다.
핸드폰을 통한 ‘성 착취물’의 ‘소비’가 얼마나 끔찍한 범죄인지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해를 당한 10대 여성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트라우마가 되는가를 알 수 있었다.
용기 있는 소설, 청소년과 모든 어른이 꼭 접해야 할 이야기를 담은 수작 <나를 지워 줘> 이다.
책 속에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모르는 체했다. (93쪽)
독자들이 좀 더 피해자에게 관심을 갖고 공감하려 했으면 좋겠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착취물이 줄어드는 데 저자로서 <나를 지워줘>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기원해 본다. (202쪽) 작가의 말에서
오타 수정 p.25 모르래야 → 모를래야 p.40 물어보려→물어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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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가 비로소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전에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편파 수사에 대해 규탄하는 목소리는 항상 존재했다. 일명 ‘불편한 용기’라는 이름의 시위를 통해 많은 여성들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편파 수사를 규탄하고 디지털 성범죄로 자행되는 성 착취에 대한 문제성을 알리기 위해 결집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사회는 이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고, 이후 더 큰 사건이 발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시위에 관한 기사를 보던 중, 눈에 띄는 피켓 하나가 있었다. 몇 년 전 한 줌의 재가 된 내 친구가 어째서 여전히 동영상 속의 XX녀로 살아있는가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듯 큰 충격을 받았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죽어서도 영상 속에 살아남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불법으로 촬영된 영상물로 인해 극심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죽음이라는 선택을 하고도 여전히 피해자 신분으로 남아 있었다. 인터넷에 유포된 영상은 일순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동영상을 소장하고 있던 개인이 재유포를 하면 좀비처럼 살아나 피해자의 인생을 갉아먹는다.
살아있는 피해자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피해자임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고, 피해자 다움을 강요받아야 했다. 도리어 피해자를 탓하는 2차 가해까지 감내해야 했다. 리온과 재이가 바로 이 책에서 죽은 거나 다름없는 디지털 성범죄의 살아있는 피해자들이다.
모리는 ‘흔적지우개가 운영하는 디지털 장의’라는 사이트의 주인이다. 사이트 이름을 풀어서 설명하자면, 모리는 일명 ‘흔적지우개’가 되어 온라인에 퍼져있는 성 착취물을 지움으로써 장례를 치르는 일을 하며 사이트의 존재 의의를 지켰다. 사이트를 개설한 목적은 물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구제할 목적도 있었으나, 어렸을 때 사고로 실종된 쌍둥이 여동생을 찾기 위함도 있었다. 온라인 세상의 음지에서 살아 있을지도 모를 여동생을 찾기 위해 시작된 일은 어느새 규모가 커졌고, 결국 오해가 생겨 경찰서까지 드나들게 만들었다.
사이트 운영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폐쇄를 마음먹었을 때, 모리는 예상치 못한 인물로부터 도움을 요청받는다. 같은 반 친구이자 유명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리온은 모리에게 인터넷에 떠도는 자신의 영상물을 삭제해 달라고 부탁한다. 모리는 리온에게 알 수 없는 친밀감을 느끼고 도와주기를 결심한다. 리온의 영상물 유포의 진상을 추적하던 모리는 충격적인 사실들을 알게 된다. 그 충격적인 사실들은 가해자가 다름 아닌 같은 반 친구 현준과 리온의 하나뿐인 절친한 친구 재이라는 것과 재이는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현준에게 자신의 영상물로 협박 받고 있는 또 다른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라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책을 완독한 뒤표지 사진을 찍는데 전에 없던 생각이 들었다. 살짝 광택을 내면서 사물이 비치는 종이 책을 찍고 있는 내 손과 휴대폰이 표지에 그대로 비쳤는데, 그 모습이 마치 뒤돌아 있는 여성을 몰래 촬영하는 것 같았다. 표지의 여성을 향한 눈(目)들과 달리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비약적이지만 책을 읽고 나니 이러한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은 잘 쓰였다. 자칫 민감하고 어려울 수 있는 온라인 성 착취물의 문제성에 대하여 청소년들이 읽고 공감하기 좋게 풀어낸 소설이다. 특히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디지털 성범죄로 발생하는 피해 가운데 최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냈다는 것이다.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 남성은 범죄의 피해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피해자가 곧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피해자에게는 2차 가해가 자행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 의식이다.
자신의 신체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찍히고 있는지도 모른 채 피해를 입어야 했던 리온이 바로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인물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신이 불법 촬영물의 피해자가 된 줄도 모르고 살거나, 혹은 알았더라도 그것을 해결한 방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피해자로 살아가야 된다는 것이다. 리온은 자신의 샤워 장면이 인터넷에 유포되어 극심한 피해를 입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밖에는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리온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고 리온을 자살미수까지 몰고 간 재이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인물이다. 재이는 교제하던 현준에게 몸 사진을 찍어 보냈고, 그것을 빌미로 협박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연이 재이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되는 데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재이는 리온이라는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했고, 리온을 2차 가해하면서 자신의 행동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다만 재이의 이야기를 통해 성범죄는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과 성범죄에 가담했다면 목적이 어떻든 그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준은 자신과 교제한 여성들의 영상물을 학급 단체 대화방에 서슴지 않고 유포하는 범죄자 인물이다. 심지어는 본인이 등장하는 영상도 거리낌 없이, 마치 트로피처럼 전시하는 악랄한 인물이었다. 처음에는 현준과 여자친구, 둘 사이에서 자행되었던 가스라이팅이 디지털 성범죄로까지 걷잡을 수 없이 몸집이 커진 것이다. 현준과 교제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이자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어버렸다. 동의하에 찍었기에, 자발적으로 찍었기에 재이는 피해자가 될 수 없었고, 현준은 가해자를 모면할 수 있었다.
피해자를 탓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사진을 찍지 말았어야지, 싫다고 말했어야지, 그 남자를 만나지 말았어야지, 그 시간에 밖에 나가지 말았어야지. 분명한 것은 ‘나’가 아닌 타인에게 유포의 권리가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동의하에 사진을 찍었더라도, 교제했더라도 그것을 공유하고 유포할 권리는 ‘나’ 자신이 아니라면 누구도 주장할 수 없다. 이것은 명백한 범죄이며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이러한 책임 전가가 용인되는 사회라면 딥페이크나 나도 모르는 새 찍히는 촬영물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책임을 전가할 것인가. 평소에 가볍게 행동했다고, 옷을 야하게 입었다고, 인기가 있으니 감내하라고. 피해자는 어떻게든, 언제 까지든 피해자로 남아 야만 하는 것일까.
이 책은 장마다 리온의 피해를 대변하는 모리와 리온을 자살미수까지 몰고 간 가해자 재이의 입장에서 쓰인 구성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양쪽 상황을 모두 알 수 있었다. 온라인 세계에 만행한 디지털 성범죄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자의 고통을 청소년들에게 익숙한 소재로 풀어냈다. 디지털 성범죄로 자행되는 성 착취와 2차 가해의 심각성을 청소년들에게 왜곡하지 않고 잘 전달하는 것이 어른들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잠깐 들끓었다가 식는 가십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몰래 숨죽여 울고 있을 피해자들이 잊힐 권리를 얻고 구제될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가지고 어른과 청소년, 남성과 여성, 모두 노력해야 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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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중2 첫째를 위한 청소년소설 나를 지워줘 가볍게 읽을 내용은 아니고 뉴스에서 자주 나오고 문제가 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와 그 끔찍한 현실에 노출된 10대의 오늘을 그린 또 다른 N번방의 이야기랍니다. 청소년소설이야기이지만 현실에서 일어나고 일들이라 공감가는 내용도 많고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경각심도 갖고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되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아이보다 제가 먼저 책을 읽어보았는데요. 읽는 내내 우와~~ 정말 이런 일들이 있을까? 이러면 안 되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가장 컸답니다. 17살 모리는 피해자의 불법 촬영물을 재유포한다는 누명을 쓰고 디지털 장의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하필 그때 반 친구이자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톱10에 오른 학교의 스타 리온이 부탁을 해왔어요. 인터넷에 떠도는 자신에 관한 소문과 팁페이크영상을 지워달라는 부탁이었는데요. 모리는 고민 끝에 리온을 돕기로 마음먹지만 이내 더 큰 사건이 벌어지게 되고 8반 남학생 단톡방에는 실제 리온의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기 시작했어요. 상처를 입은 리온은 자살 기도를 하게 되고 모리는 가해자를 쫓는 위험한 추적에 나서게 되는데요. 가해자들의 뻔뻔함, 무책임한 방관과 조리돌림 등 거침없는 전개와 가감 없는 묘사들까지~~현실이 반영된 소설이다 보니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컸답니다.
디지털 성범죄로 얼룩진 10대의 현실을 그린 이야기 ~!! [나를 지워줘] 아이와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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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하반기부터 2020년 3월까지.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N번방> 사건을 기억하시지요? 2020년 12월 수사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확인된 피해자는 총 1154명, 그 중 20대 이하가 60.7%인 700명 가량입니다. 영상 소지, 배포자 등 범죄 가담자 규모는 최소 6만명 이상이라고 합니다 (위키백과).
사건의 경위와 내용은 단 네 줄로도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우리는 그 피해자의 마음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요? 피해자는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까요? 자신의 사진이, 영상이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 있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 될까요?
<나를 지워 줘>. 이 담 작가님의 소설을 읽다 보니, N번방 사건이 떠오릅니다. 전혀 의도치 않게 신체를 찍은 영상이, 사진이 주변으로 퍼져 나가고, 그 상황을 이용하여 이득을 챙기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순간의 가십, 그들만의 즐거움. 피해자의 마음과 상황, 권리는 무시한 채 그들은 한 사람을 무참히 짓밟습니다.
주인공 모리는 디지털 장의사를 운영합니다. 원치 않는 사진이 유포된 것을 찾고, 삭제해주는 일을 합니다. 소소하게 비용을 청구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어 문을 닫지요. 이제 그만하겠다는 순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유명해진 리온이 도움을 청합니다. 리온이의 문제를 밟아가다보니, 재이의 문제가 나오고, 재이의 뒤에는 진욱이 있습니다. 의도치 않았지만, 동영상을 보며 함께 즐겼던 아이들도 있습니다. 학교를 다루면서 왜 굳이 8반까지 있다고 했을까 생각해보니, N번방이 8번방까지 있었기에 그렇게 설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를 배경으로 했지만, 이런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는 것은 이미 학생들이 디지털 매체를 통해서 수많은 음란물을 접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생활은 편해졌지만, 순식간에 이야기는 세상을 향해 퍼져갑니다. 내가 오늘 올린 글이, 내일 어디에서 발견될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빠르고, 그래서 무섭습니다.
“나를 지워!”. 내 사진이 퍼져나갔다면 당당하게 요청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피해자가 제발 “나를 지워 줘”라며 애원해야만 하는 상황. 무언가 잘못되었는데,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일들을 보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나를 지워 줘>를 보면서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마음이 무너지다 못해, 삶을 포기해야 했던 아이들. 순간의 실수 때문에 더 큰 죄악에 빠지는 아이들. 의도적으로 다른 아이들을 휘두르고,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 다 같이 아이들이지만, 다 같은 아이들은 아닌가 봅니다. 그래서 못내 갑갑합니다.
끔찍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 누구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피해자의 마음. 2019년 방송되었던, 이지은 배우와 여진구 배우 주연의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한 에피소드가 떠오릅니다. 몰카가 유출되어 스스로 삶을 마감했던 한 여인. 그 여인의 동영상을 시작으로 많은 동영상을 판매하며 부를 쌓았던 한 사람. 죽어서도 한을 잊지 못했던 여인의 복수를 나무랄 수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한 아이, 해연이의 아픔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꼭 읽어보셨으면 하지만, 아이들은 읽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책을 읽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리온>이의 마음도 절절하게 느껴져서 손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많이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미리 막지는 못했지만, 앞으로는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어른들이 절절한 마음으로 애쓰면 좋겠습니다. <제발, 나를 지워 줘>라며 애원하는 아이들이 없기를 바라면서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진심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 디지털 세계의 불법촬영물 지우는 자와 퍼뜨리는 자" |
『 나를 지워줘 』 이담 / 다른
몇년 전, 세상을 들끓게 만들었던 사건이 있었다. 텔레그램에 개설된 불법 채팅방에서 겁없이 게재되던 범죄의 흔적들... 각종 음란물을 생성하고 유포 그리고 영상 등의 거래내역은 그야말로 인터넷 세상뿐만 아니라 현실 세상도 뒤집어 놓았다는 사실... 닉네임 '박사'라 불린 그가 저지른 디지털 성범죄 'N번방'이라 불린 사건이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일탈계'라는 신조어가 생길정도로 그가 소지한 성착취 영상이 엄청났다는거... 믿기지 않았던 점은 수많은 영상 중에 미성년자도 다수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더이상 뉴스를 보기가 무서워 졌다는 것이다. 화가 났던 점은 형량이 고작 2년도 안되었다는 사실... 어른이라 큰 소리치면서 그들을 벼랑끝에 세웠던 부족함때문에 냄비근성이 부끄러울정도로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나를 지워줘>는 SNS없이 살 수 없는 청소년의 약점을 이용해 서슴없이 자행되는 인터넷 범죄를 보여준다. 문제는 청소년 세계에서도 자신의 기분에 따라 겁없이 뿌려대는 개인정보나 저작권 침해 등의 행위를 보여주며 적지않은 경고의 메세지를 보여주는데... 과연 이 책을 어느시기에 아이들에게 내놔야 할지 고민이 되는 순간이었다.
디지털 장의 사이트를 운영하는 열일곱 살 강모리...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사고당시 흔적없이 사라진 쌍둥이 여동생을 찾기위해 들어갔던 실종아동찾기 사이트... 그러던 중 불법촬영 유포 사이트에 흘러들어간 모리는 나체에 얼굴만 붙인 합성사진을 보며 없애주고 싶은 마음에 디지털 장의 사이트를 운영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불법 영상을 재유포 한다는 고발로 경찰서에 와 있다. 당연히 혐의가 없기에 금새 풀려나 사이트의 문을 닫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중 오디션 프로그램 'K-아이돌스타'에 출연하는 같은 반 리온이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는데...
자신의 잘못을 알았을 때... 빨리 도움을 청해야 하는 것을 왜 모를까...? 너무나 속상했던 점은 책 속의 아이들도 부모님께 말하고 싶지만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실망할 부모님의 모습이 두려워 미처 말을 꺼내지 못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아직 성장하는 아이들이라 겁이 나는 게 당연한 것인데 어쩌면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큰 희망을 보여준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고 고맙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믿지 못하게 만든 건 부모인 우리가 아닐까...? 손 안에 작은 세상에 빠진 모든 이들에게 <나를 지워줘>가 말하는 공감의 메세가 전해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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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워줘] - 수많은 눈동자들이 여자 아이를 지켜보고 있는 의미심장한 표현을 나타낸 책표지를 보니 사이버 범죄의 무서움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디지털 장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던 책 속 주인공 강모리는 아직 학생이다. 학생의 신분으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였지만 어릴적 교통사고를 당해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잃어버린 쌍둥이 여동생을 찾기 위해 시작한 일이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누군가의 신고로 인해 못하게 된다. 같은 반 남자 아이들의 단톡방에 전송되는 영상들... 그 영상 속엔 같은 또래이거나 아직 어린 여자 아이들의 야한 동영상이 담겨 있다. 그 영상을 보면서 시시콜콜 웃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모리도 예전에는 그 아이들과 같이 행동했지만 디지털 장의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진 터였다. 그러던 중 같은 학년의 다른 반 아이가 자신을 도와달라며 모리에게 찾아온다. 모리는 그 여학생을 보며 잃어버린 여동생이 생각나 자신의 일인 것처럼 나서서 도와주게 되지만 현실은 그리 쉽게 풀리지 않는다. 단톡방이나 음란물 영상 사이트들에서 유포자, 전달자, 방관자의 세가지 시선으로 볼 때 과연 누가 더 나쁘고 악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작 그 영상에 나오는 피해자인 아이들은 자기 영상이 그렇게 합성되고 나쁘게 사용되는지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들이 마치 진짜처럼 퍼져나가 심리적 스트레스와 고통으로 삶을 끝내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이 야기되고 있기도 하지만 이슈만 될 뿐 전혀 나아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얼마나 많은 불법 영상들이 만들어지고 유포되고 있을지... 그것으로 인한 피해는 피해자들의 몫으로 끝나면 그만인건지 의문이 들고 화도 난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사이버 범죄가 이렇게나 무섭고 끝이 나지 않는 고통스러운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모든 일에 가볍게 행동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본 서평은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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