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읽었습니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은 신뢰할만 하지요. 최근 문학동네 등의 장편문학상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트랜디하고, 재기발랄한 면은 신선합니다만, 깊이 면에서는 실망한 소설들이 많았어요. 심지어 비슷한 생각들, 젊은 사람들 위주의 가벼움 등으로 인해 피곤해지기까지 합니다. 이제는 그런 소설들은 그만 봤으면 해요. 이야기의 다채로움에서 소설의 재미나 깊이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문체나 어조, 이야기들의 진지함들에게 그 의미가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상을 받은 강성봉 작가의 카지노 베이비는 이런 면에서 도리어 신선했습니다. 끝도 없이 가벼워질 수 있는 아이의 목소리로도 깊은 성찰을 줄 수 있다는 놀라움을 주기도 하고,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여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분량이 좀 적어서 금방 읽혀서 좋기도 하지만, 아쉽기도 합니다. 마지막 부분을 보니 2편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어,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버림 받았으나, 그렇다고 무가치하지 않습니다. 우리 내면에는 동하늘과 같은 따뜻함, 상처 받았지만 주저앉지 않고 삶의 희열을 가질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할머니 삼촌 엄마로 이루어져 있는 이가 하나 빠져 보이는 결손에도 그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눈물로 이루어진 결기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고마운 마음이 드네요. 앞으로 더 좋은 소설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
|
제목만으로도 딱 이건 정선 카지노 이야기구나..아이가 들어갈 수 없는 곳..카지노에서의 베이비라...뭔가 모순적이고 작가는 뭘 말하고 싶은걸까?에 궁금하게 한다. 한 지역의 경제라는것이 얼마나 대자본주의에 이끌리는지 확실히 보여준다. 탄광으로 돈을 벌 땐 가진 것 하나는 몸뚱아리만 가지고 온 그들에 의해...그러나 카지노라는 거대한 자본이 들어왔을 땐 큰 돈은 자본을 가진 그들에게 주고 작은돈만이라도 만지게 되는 경제로...많은 피는 자본주의에게 모기처럼 작은 피는 그 지역경제에게...어차피 없는 그들에게 피를 빠는 건 같지만...그래도 그들은 인정사정없이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피를 뽑지는 않는다. 그들은 정직하게 먹을만큼만 먹고 만족을 하면서 살아간다..근데 만족은 잘 모르겠다. 뻔히 그 인정사정 없는 자본에 뺏길 걸 알면서도 돈을 빌려주니까 말이다. 카지노 베이비..아비가 아이를 전당포에 맡기고 간 이야기이다. 그 아이는 전당포 주인 할머니의 손자가 되고..딸에겐 자식이 되고 아들에겐 조카가 된다. 그 이상하게 된 가족이지만 할머니는 손자에게 "애들은 억만금 주고도 못 사는 어른들의 희망이자 미래"라며 넌 그렇게 소중한 아이니까 자신있게 너만의 아름다움을 가지며 살아도 된다고 각인시켜 준다. 그래서 이 책은 우울한 이야기만 가득할 것 같은 제목이지만 알게 모르게 자신은 소중한 존재라고 믿고 있는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엉뚱하지만 그래도 어른들의 희망을 보여주는 미래처럼 기대감을 가지고 읽게 한다. 아이들은 놀이에 빠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만큼 온 몸으로 그 놀이에만 빠져서 놀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배고픔과 시간의 흐름조차 알지 못한다. 그래서 엄마들은 어두워지면 아이들을 큰소리로 부르며 야단을 친다. 어두워지면..배가 고프면 집으로 들어와야 하지 않냐고....어른들은 그렇게 놀 놀이가 카지노인거 같다. 근데 이 카지노에선 그렇게 놀면 결국은 혼자일수밖에 없게 된다. 아이들은 그 놀이로 인해 추억과 사회성과 경험과 관계가 늘어나지만...카지노에 빠진 어른들은 폐가망신에 혼자 고독사의 운명을 가지게 된다. 둘 다 빠지는 건 같은데 결과는 아이와 어른이 다르다. 그래서 작가는 아이는 희망이자 미래라고 했을까?? 이 책은 결국 랜드가 무너지고 할머니 말처럼 동하늘은 할머니의 자식들인 딸과 아들에게 희망적인 미래를 보여 주면서 마무리 된다. 우리도 우리가 희망을 가질려면 거대한 자본이 무너지고..아이의 시선으로 미래를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자본주의는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있는 거 같다. 끝을 알 수 없이 벌어지고 있는 양극화...불편하게 바라봐야 하지만 나도 꼭 들어가야 할 자리로 부러운 시선으로만 바라보니....사는게 힘들다. 빠듯하고 아등바둥 사소한 일에도 목숨걸고 나와 다른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내 갑옷은 어느 가시에도 찔리지 않게 튼튼하게 무장을 한다. 그러나 정작 튼튼하다고 생각한 갑옷때문에 나는 혼자이고 외롭다. 그러나 이건 우리들의 잘못이라고만 생각을 한다. 개인이 절대 풀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인데..그 구조적인 문제는 스스로에게 니 잘못이야라고만 탓한다.
|
랜드에 아직 가본 적이 없기에, 우리나라 카지노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카지노가 있는 동네를 배경으로 하기에 직접적으로 카지노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오히려 랜드를 통해 그 인근의 삶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강성봉 작가님의 다른 소설들이 yes24에 따로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이 책이 작가님의 데뷔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굉장히 오랜 기간 조사하고, 뼈대를 튼튼히 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소설입니다. 작가님이 성의와 열의를 알 수 있습니다. 아이의 눈을 통해 랜드를 봅니다. 아이의 눈을 통해 어른들의 모습을 담습니다. 제 3자적 시선을 가지고 갑니다. 그런데 랜드에 빠져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보다는 랜드 주위에 사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할머니가 전당포를 하고, 엄마는 랜드 덕분에 생긴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삼촌은 랜드 덕에 먹고 살 수 있었지만, 미끄러집니다. 랜드의 전은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로, 랜드의 지금과 미래는 아이의 눈을 통해 이야기합니다. 작가님의 이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3번을 수정하셨다고 합니다. 실화를 베이스로, 구성을 튼튼하게 하고 재미를 더하고 싶은 작가님의 고뇌가 3번의 수정으로 이어집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어딘가 한 군데는 좀 더 깊게 파고 들었다면 이야기의 축이 보다 튼튼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전당포 이야기도 조금 흥미를 끌어가다 멈춘 것 같고, 카지노 이야기도 그렇고, 할머니의 과거도 조금 더 이야기를 쌓아가도 괜찮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밸런스는 맞지만 각 장에서 정한 이야기들이 한 20%씩 깊이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읽다가 살짝 집중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팔리는 작가들의 필력이란 것이 새삼 대단한 것임을 느끼게 됩니다. 이야기를 몰아칠 때는 몰아쳐 독자들이 책에서 한 구간 정도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야 하는데, 아마도 이렇게 시작하셔서 글을 계속 써 가시면 작가님도 그 반열에 분명 오르실 것입니다. 훅하는 구간이 있는 소설 작가.
열심히 쓰신 냄새가 물씬 나는 소설, 구성에 무척 공들였음을 알 수 있는 소설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
한겨레문학상 중에 두드러진 필력과 재미를 갖는 소설이라 생각됩니다. 저자의 경험이 묻어난 건지 모르겠지만 사실적이면서도 여러 여운이 남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주변의 세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차가우면서 따뜻한 힘이 응축되는 뭔가가 경험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단단하기 그지없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을 생각해봅니다. |
스물일곱 번째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카지노 베이비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카지노 특구에서 나고 자란 '전당포 아이'의 성장소설이다. |
한겨레문학상 수상작들 제목을 검색해보다가 재미있을 것 같아 선택한 책이다. '카지노 베이비'라니 얼마나 사연 많은 아이의 이야기일지 궁금해 미리보기로 들어가 보니 첫 문장이 '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이다. 어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야기의 배경은 짐작한대로 카지노가 위치한 산골마을이다.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가 연상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도박에 중독되어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생겨난 아이들이 버려지는 사고가 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우리 모두가 투기자본주의 한가운데 던져져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아이와 같다. 즉 '카지노 베이비'라는 상징성과 문제의식을 발견하여 이 소설의 이야기를 발전시켰다고 한다. 소설 속 '하늘'이라는 아이는 부모에게 버림 받았으나 정말 좋은 사람들의 집에 맡겨져 어린 시절을 보낸다. 비록 취학 연령이 되어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신세지만 지혜로운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제대로 교육도 받을 수 있게 된다. 하늘이의 눈을 통해 주변 인물들과 배경이 묘사되는데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하지만 전지적작가시점으로도 느껴진다. 소설 속에 카지노의 붕괴로 표현된 재난은 지난 한 세대 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삼풍백화점 붕괴, 태안 기름 유출, 세월호 참사 등을 참고했다고 한다. 버려졌던 아이 '하늘이'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을 알고 나서도 분노하지 않고 스스로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되어 마침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저 혼자 걷기 시작했을 때는 그 길이 끝날 때까지 계속 걸어가는 거라고" 하신 할머니의 말씀을 되새기며, 두 발을 딛고 선 그곳이 어떤 땅이든 끈질기게 살아갈 것이라 다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