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채식주의 #비건 #비거니즘 #환경보호 #동물권
얼마전에 읽은 책이, 아니 만화책이 있었다.
<나의 비거니즘 만화>.
비건이 직접 쓰고 그린 비거니즘 만화인데
다른 존재의 고통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 닿아 도서관에서 빌려봤고
완독 후에는 책을 주문했었다.
인간과 종이 다를 뿐 그것이 동물을 당연히 차별해도 될 이유는 결코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동물권에 대한 생각이 비건, 비거니즘과 관련있는 신념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 부끄럽게도 최근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더 비거니즘에 대해 깊이 알고 싶어 이 책 저 책 찾아보다가
<불완전 채식주의자> 를 발견했고 운좋게 서평단으로 만나보았다.
제목부터 비건에 대한 장벽이 그리 높게 와닿지 않은 것도 한 몫 했을수도.^^
하지만..... 읽고 보니 완전 채식, 비건이 되는 길은 나로선 멀어 보였다....ㅠㅠ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저자처럼 욕구와 신념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비거니즘을 지향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일기 때문.
'처음부터 고기로 태어나는 생명은 없다' 는 저자의 한 줄 문장이 계속
뇌리에 맴돌며 죄책감과 왠지 모를 미안함은 여전하지만
비육식을 실천하는 걸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고기를 시도 때도 없이 먹는 건 아니지만
정말 먹고 싶을 때도 나의 욕구를 누르고 신념을 쫓는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맛있는 음식을 모르면 몰라도 한 번 맛을 봤다면
그 맛이 자꾸만 맴도는데 이 또한 사는 재미인 것을, 완전히 떨쳐낼 수 있을까?
고민이 더 깊어졌다.....ㅠㅠ
얼마전 비평의 의미에 대한 책에서 본 문장이 지금 떠오른다.
"가치를 전달함으로써 독자를 움직이게 하는 글"
정진아 작가의 <불완전 채식주의자> 가 지금 내게 그런 글을 심어준 것만은 분명하다.
정진아 작가도 완전 채식은 너무 어렵다며
입맛과 신념 사이에서 비거니즘을 지향하며 불완전하더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했으니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실천부터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하게 된다.
실천의 정도는 각자 다 다르더라도
정육점에 포장되어진 붉은 고기덩어리를 보면 먹고 자고 싸며(?)
자기 삶을 살아가는 동물을 떠올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걸로.
그리고 혹여 고기와 비고기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면,
고기는 선택하지 않는 걸로.
너무나 사소한 것일지라도 시작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일이
단순히 채식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동물권과 환경보호, 빈곤 문제 등 이 세상과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곳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에 서게 되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더라도, 천천히..... 이 과정이 쌓이면 분명한 변화도 볼 수 있으리라 믿으며.
"동물이 살기 좋은 사회에서는 사람 또한 행복할 수 있다고 믿으며
모든 생명이 각자의 가치를 존중받는 세상을 꿈꾼다."
동물자유연대에서 반려동물과 길고양이 정책을 담당하고 현재 사회변화팀에서 일하는
정진아 작가의 이 소개 한 줄에서부터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피터 싱어의 책 제목이 떠오른다.
동물이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동물해방 운동에 전념했던
헨리 스피라의 삶을 피터 싱어의 시선과 통찰로 담아낸 평전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듯이,
그 이전에는 헨리 스피라 같은 운동가가 있었고
그 이전에도 있어서 지금까지 그 물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책을 통해 가치를 전달하는 사람들,
생각에 머물지 않고 실천을 통해 변화를 꾀하는 사람들,
그리고 가장 소극적일지라도 나처럼 같은 세상을 꿈꾸며 책을 통해
조금씩 실천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모여서 후대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가치를 전하고 그들도 이어갈 수 있도록
지금의 이 크고 작은 행동들은 모두 의미있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채식을 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모든 생명들을
차별 없이 바라보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각하게 자본주의 체제로 매몰되어
돈이나 재산권이 지상 최대의 가치라고 믿는 사람들의 반인륜적인 행태를
뉴스에서 접하게 될 때면 이 문제의식은 왜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심어지지 않을까 답답함이 밀려온다.
모든 존재 자체를 존중하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인식으로
나아감으로써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 방향이 지구인들에게도 이롭다.
인간은 이 지구에 잠시 다녀가는 여행자이고
자연과 이 모든 만물은 후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줘야 하는 것이니까.
그렇게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움직이는 사람들로 인해서
교육에서는 학교에서 급식을 선택하고 또 의무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지점에서 던졌던 저자의 질문이 개인적으로
<불완전 채식주의자> 에서 준 가장 큰 울림이었다.
저자가 경험한 다양한 사례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말로 대화할 수는 없어도
눈빛과 몸짓으로 소통하는 약한 생명을 돌보고자 먼저 손을 내민 사람들이
근거 없는 혐오에 맞서야 하는 현실을 대할 때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보란 듯이 더 미친 여자가 되어 주자는 저자의 말이 내게는
각자의 가치와 신념을 지키는 일이 곧 자신의 삶을 지키는 것이고
더불어 동물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까지도 지키는 일이라고 들려온다.
그러니까 흔들림없이 하자고!
2010년 말에 발생한 구제역으로 수많은 가축들이 살처분되는 상황을
직접 목도하면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삶으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정진아 작가.
동물들도 삶의 기쁨을 자기 방식으로 느낄 줄 아는 존재라는 인식이
인간에게는 너무 부족했지만 그래도 점점
비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그나마 고무적이다.
비거니즘이라는 신념의 방식이 모두에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더라도
각자의 삶에 있어서 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이니만큼
최소한 근거없이 조롱하거나 힐난하지는 말았으면!
동물권이나 환경보호, 빈곤 문제까지 얽혀 있는 비육식에 뜻이 있는 이들이라면
비거니즘 방식이 동물성 식품 일체 금지하는 "비건" 만 있는 건 아니니까
다른 방식들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닭고기 같은 가금류는 허용하는 채식, 폴로 베지테리언.
모든 육류는 금지하고 해산물은 섭취가능한 페스코.
우유와 달걀만 먹는 채식, 락토오보.
"문제와 해결, 어디에 속할 것인가"
나 또한 고기를 계속 먹는 일이 문제의 한 부분에 속함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완전 채식은 못 해도,
비육식까지는 아니어도,
육식을 하는 횟수를 줄여가는 노력에서부터 차근차근.
급하게 하다 보면 그냥 포기해 버릴지도 모르니까.^^;
'무해한 사람' 이고 싶다는 나의 바램이 사실은
얼마나 인간중심적인 생각이었는지
<불완전 채식주의자> 를 통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기를 좋아하는 것을 포함해서
현대사회에서 누리는 지금의 풍요와 편리함은 전부
다른 생명을 착취해 얻어낸 산물임을 잊지 말자.
동물 학대, 기후 위기, 공장식 축산업의 실태 등등
전반적인 사회 문제에 관심을 놓지 않으며 나는 나대로 비거니즘을 지향하고자 한다.
나 또한 동물의 고통을 이미 착취하는 구조 안에서
문제의 한 부분안에 속해 있음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불편한 감정도 감수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아보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걸로.
저자의 내면도 가감없이 드러내며 솔직한 고백과 용기있는 실천에
나까지 자기고백의 글이 되어 부끄럽지만
이 에세이는 많은 이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결혼 대신 억압의 대상과의 연대를 선택했다고 말하는 정진아 작가는
지금도 자신의 욕구보다 동물을 우선으로 두고 애쓰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진솔한 글이 술술 잘 읽힌다...... 필사해야 할 구절도 많아서 가끔씩 멈춰야 하긴 하지만.^^
<불완전 채식주의자> 에서 저자가 언급한 레퍼런스들을 빌려서
확장독서로 이어보려 한다.
"생명의 무게는 다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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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요조, 오지은, 슬릭, 손수현, 신승은 등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이 비건을 선언하고, 그들이 들려주는 비거니즘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육고기는 원래 많이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쉽게 끊었는데 계란과 유제품 끊기가 쉽지 않다. 이 또한 동물 착취임을 알고 있고,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실망하던 와중에 <불완전 채식주의자>이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을 쓴 정진아 님은 원래 채소를 싫어하고 고기만 편애하는 육식주의자였다. 그랬던 저자가 2010년 말 구제역 발생으로 수백만 마리의 농장동물이 살처분되는 영상을 보게 되었고, 죽음을 예감하고 울부짖다 산 채로 매장당하는 동물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고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숨이 붙은 생명'"임을 인식했다. 그때부터 동물의 삶에 관심을 가졌지만 바로 채식주의자가 되지는 못했다. 여름 날 한강공원에서 먹는 치맥, 친구들과 펜션에 놀러 가서 숯불에 구워 먹는 삼겹살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고기를 먹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고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동물을 고기의 원료가 아닌 생명의 주체로 인식하니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다른 문제들도 눈에 띄었다. 길고양이, 개 식용, 사육곰 등의 문제부터 암컷 동물과 인간 여성 간 억압과 착취의 유사성까지 눈에 들어왔다. 나 하나 채식을 하고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나부터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훨씬 컸다.
불완전하게라도 채식을 한 지 올해로 10년. 앞으로도 저자는 "세상에는 한 명의 완전 채식주의자보다 열 명의 불완전 채식주의자가 더 필요하다."라는 문장을 마음에 새기며 불완전 채식을 계속할 생각이다. 문제의 원인은 인간이지만 해답 또한 인간에게 있다며 "혐오의 대상이지만 변화의 희망이기도 한 인간"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말라는 저자의 당부가 마음에 남는다. 불완전 채식주의자로서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마다 이 책을 꺼내어 읽어야겠다. |
<고기로 태어나서>라는 책을 읽고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었다. 저자가 직접 축사에서 일하면서 닭과 돼지 그리고 개가 어떻게 도축되어서 식탁위에 올라가는지를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한 것을 쓴 책인데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더욱 잔인했고, 그것이 현실이라는 점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강아지를 반려동물로 10년 넘게 키우고 있기에 더욱 와 닿을 수 밖에 없었고 책을 읽은 그 날 이후로 채식주의자로서 살고자 다짐했고 나름 고기를 안 먹고자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노력은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했다. 고기 없는 식단을 찾기란 너무 힘들었고, 내가 직접 해 먹지 않는 이상 비건을 위한 음식점이 아닌 곳에서 비건 메뉴는 아예 찾아볼 수 조차 없었다.
어쨌든, 나야말로 '불완전 채식주의자'에 가까운데 여기 나와 너무 비슷한 사람이 쓴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십여년 전, 구제역으로 인해서 수많은 돼지들이 산 채로 생매장 당하는 광경을 미디어를 통해서 본 후 그 충격으로 채식주의자로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처럼 완전한 채식주의자는 아니고, 가끔 고기를 섭취하면 그 고기를 제공한 동물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표하는 방법으로 불완전 채식주의자로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나 또한 한 달간의 채식주의를 끝낸 후, 가끔 고기를 먹게 될 때면 동물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에 대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최대한 고기를 찾아서 먹지는 않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불완전 채식주의자로서의 저자가 여러 동물의 복지와 채식주의자로서의 삶에 대해서 담아내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던 여러가지를 이 책을 한 권으로 많이 배우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비거니즘'이라는 삶의 형태가 매우 흥미로웠는데, 비거니즘의 삶이 다른 의미에서는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그 외 역효과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런 부분은 나도 평소에 많이 생각해 오던 부분이었다. 요즘 내가 다짐하는 건, 내가 쓰는 모든 것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말하자면 미니멀리즘에 가까운데 식사량 또한 지금까지는 그저 내 몸이 소화할 수 있는 최대치에 맞게 식사를 했다면 이제는 조금 부족하게 섭취를 하고, 그 메뉴 또한 최대한 고기가 지양된 식단으로 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입고 쓰는 이 모든 것이 환경 및 동물의 복지와도 연결될 수도 있음을 늘 생각하고 있다. 요즘에는 최대한 소비를 줄이고 있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미니멀리즘을 지향하게 되었고, 비움이 오히려 내 마음의 편안함을 높여주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나만의 비거니즘 라이프를 고수하고자 한다.
내가 한 달 정도 채식위주의 식단을 고집하면서 느꼈던 것은 내가 먹지 않은 치킨 한 마리를 누군가는 두 마리로 소비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느꼈던 좌절감이다. 내가 아무리 채식을 하더라도 누군가가 눈을 뜰 때부터 감을 때 까지 고기를 소비할 때 내 행동의 의미가 퇴색되어간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불완전 채식주의자'로서의 삶을 쉽게 내려놓으면 이것은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짓밟는 행동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저 어딘가 나와 같은 이가 있다면, 애매한 윤리의식과 적당한 비겁함에 자책을 연발하면서도 동물과 지구에 해를 덜 끼칠 방법을 계속 찾아 헤매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냥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 보자고 권하고 싶다." -p.236-
책의 마지막 구절을 읽고 나는 다시 한 번 내 나름의 소신으로 최대한 비육식을 지향하는 삶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
채식주의라고 하면 으례 알고 있듯 표면적인것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는 .. 이라고만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작가의 채식주의 계기들과 관련단체의 업무를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동물생존권과 존엄성이 결국 궁극적으로는 그로인한 환경적 영향으로 인간의 생존권 역시 연결고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책 제목처럼 완전한 채식주의자 로의 삶이 당장은 어려울거라고 생각하지만 불완전하더라고 채식을 지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보통 남편과 둘이 삼겹살을 먹으러 가면 둘이서 2인분으로 충분하다. 나는 0.5인분 밖에 못 먹고 그 덕에 남편은 1.5인분을 먹을 수 있으니 충분한 것이다. 고기를 정말 좋아하는 내 동생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 놀랜다. 보통은 둘이 고깃집에서 2인분만 먹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라고 한다. 임신하고서는 입맛이 조금 바뀐 탓에 1인분 정도는 먹는 것 같다. 임산부에게 추천하는 식단에도 고기는 훌륭한 단백질원으로서 존재한다. 육식을 선호하진 않지만 거부하지도 않았다. 조금만 둘러봐도 육식이 편한 세상이다. 자연스레 고르고, 자연스레 먹고, 자연스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선호도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고기를 거리끼는 사람이 드물다. 나는 고기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체질이라 고기를 덜 먹어왔던 것이지 그것이 나의 사상이나 신념에 의한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은 사상과 신념으로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편의점에서도 심심찮게 비건 제품을 볼 수 있다. 채식주의 제품을 검색했을 때 꽤 많은 결과물이 나온다. 이러한 변화를 살펴보고 있노라면 세상이 꽤 많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던 '비건' 혹은 '채식주의'라는 것이 점점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보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다. 《불완전 채식주의자》는 지금과 같이 우리 사회가 비건을 받아들이기 이전부터 채식주의를 실천해온 저자의 고군분투기다. 그 고군분투에는 타인이 무심코 던진 비건을 향한 편견의 시선과 더불어 저자 본인의 식성에 대한 기호까지 포함된다. 그렇다. 저자는 너무나도 육식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은 지키고 싶은 강렬한 신념 때문이다. 신념에 지고,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육식을 선택하는 날도 있지만 저자는 꾸준히 이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 저자를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 '불완전 채식주의자'이다.
[동물권에 대하여] 저자가 채식을 선택하게 된 것은 몇 년전 있었던 '구제역 돼지 살처분 사건' 때문이었다. 구제역으로 몇 백만 마리의 돼지가 산 채로 땅에 묻히는 영상을 본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상식인데, 구제역은 밀집된 사육 시설이 아닌 자연에 존재하는 돼지에게는 노출될 위험이 적고, 치유가 가능한 병이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구제역 살처분'은 말 그대로 인간이 돼지고기를 먹기 위해 밀집된 사육장에 키우면서 위험도가 올라간 병이고,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감염 되지 않은 개체를 포함한 몇 백만의 생명을 '편리하게 처리하기 위해' 산 채로 땅에 묻은 사건이다.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이 일로 돼지 농가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그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농장주의 이야기도 뉴스에 보도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저자는 '동물권'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동물도 태어난 그대로 본능에 맞게 살아갈 권리가 있는 생명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 육식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예전에 읽었던《고기로 태어나서》라는 책은 저자가 직접 닭, 돼지, 소, 개농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노동 에세이였다. 이 책을 쓴 저자도 실제로 그곳에서 일 하면서 고기로 태어난 농장의 동물들이 얼마나 참혹한 삶을 사는지, 인간의 편의와 효율성에 의해 짓밟힌 생명 존엄성이 얼마나 잔혹한지에 대해 토로했다. 비단 농장의 동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육식이 아니어도 동물원, 모피, 화장품 실험 모두 다른 생명을 짓밟는 이기심이다. 인간의 편리에 의해 동물이 도구가 되는 예시다. 물론 오랜 시간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로 이루어진 사회에서 이 모든 것을 배제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선택으로 동물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는 있다. 편리함보다 불편함을, 평범함보다 유별남을 선택한 사람들. 분명한 것은 모든 생명에게 존재 그대로 살 권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동물권도 그런 생각의 연속이다. 성숙한 사회라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존재의 고통까지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과거 노예 제도가 있었을 때도 인간이 타인의 생명에 얼마나 잔혹 했는지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동물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후에 역사를 찬찬히 되짚었을 때 드러날 일이지 않을까. 사실 이 책을 읽고 채식을 선택한 사람들의 생각에 동의하면서도 당장에 고기, 달걀, 우유를 포기하는 삶을 살겠다고는 못 하겠다. 영양학적으로도 그렇고 일상에서 누릴 편리함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나를 위해 식탁에 올라온 고기를 감사히 먹는 것, 소중한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 동물 복지에 힘쓰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 동물 실험이 시행되는 제품을 소비하지 않는 것, 모피로 만든 옷에 반대하는 소리를 내는 것, 웅담 채취로 괴로운 삶을 산 곰들의 남은 생에 관심을 가지는 것 등등. 고작 내 마음 속 작은 변화로 무엇이 변하겠냐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자와 같이 '불완전해도 지속하는 삶'을 산다면 세상은 아주 조금씩 바꿔갈 것이라 생각한다. |
“세상에는 한 명의 완전 채식주의자보다 열 명의 불완전 채식주의자가 더 필요하다!!”
동물자유연대 활동가인 정진아 작가가 ‘입맛과 신념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써 내려간 채식, 그리고 동물권 이야기. 채소보단 육류를 훨씬 좋아했지만 더 이상은 동물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어 채식을 결심한 사람, 그러나 ‘완전 채식’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수차례 실패하고 또 도전하는 사람.
‘불완전’ 채식주의자라는 제목에 끌렸다. 나 또한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고, 소고기의 소비가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육식을 할 때마다 죄책감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마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될 용기도, 의지도 부족하다. 그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불완전 채식주의자. 1주일에 3일은 채식으로만 구성된 식단을 먹는다.
식사 약속이 없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어디 가서 채식주의를 부분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말하지 못한다. ‘네가 무슨 채식주의야?’와 같은 소리를 들을 것이 뻔한데, 굳이 말해서 서로 감정 상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그래서 가끔 채식주의자인 친구를 만나면 비건 식당에 갈 수 있고, 이런저런 생각을 나누고 도움도 받을 수 있어서 고맙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 당당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완전한 채식을 강요하지 않는다. 완전하지 못해도, 채식을 실천하는 마음 자체로도 괜찮다고 다독여준다. 나는 어차피 완전한 채식주의자는 될 수 없을 것 같으니, 불완전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주변에도 널리 알려서 나같은 불완전 채식주의자를 많이 만드는 것이 목표다.
기후 위기가 점차 현실화됨에 따라 환경 보호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동물권도 연일 이슈가 되고 있는 세상이다. 사회가 변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채식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었고 비거니즘은 어느새 하나의 유행이 되었다. 누군가는 유행에 편승하는 보여주기식 아니냐고 하지만, 설령 보여주기식이라고 해도 어떠한가? 백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천이 중요한 법이다.
“채식은 단순히 건강을 위해 채소를 섭취하는 일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윤리이자, 지구의 경고에 대응하는 일이며, 다른 생명이 인간과 똑같이 존중받길 바라는 고귀한 마음가짐이다.” |
#책제공 인간은 타고난 잡식성으로 고기와 야채를 다 먹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채식주의를 마뜩찮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인위적으로 고통스럽게 고기를 제한할 이유가 뭐냐는 거다. |
이 책은 채식에 대한 에세이와 동시에 동물권과 거기에 얽혀 있는 여성 혐오, 지위 등의 젠더문제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 읽기 쉽게 쓰여져 있어 누구나 읽기에 부담이 없다. 채식을 하고 싶지만 고기를 좋아해서 할 수 없었던 상황과 느꼈던 죄책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를 보며 매우 공감이 되었다.채식에 대한 책을 읽으면 완전한 비건인 저자의 이야기가 많아 죄책감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대단하다라는 정도의 감상만 남았다. 이 책은 비건지향인인 사람과 비건을 하고 싶지만 자신과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공감이 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연대하는 느낌이 든다. 완벽하진 않지만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내가 하는 행동에 힘을 싣게 된다. 완벽한 채식을 못했다고 스스로를 욕하고 책망하지 말라는 말이 비건지향인으로 살아가는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올해 읽은 책 중 베스트에 들어갈 것 같다. #불완전채식주의자 #채식 #채식주의 #비건 #비거니즘 #환경보호 |
채식을 결심한 결의를 자꾸만 배신하는 과도하게 육식 의존적인 입맛과 따라주지 않는 주변 환경들. 나를 부정하면서 생기는 악순환들. 세상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하겠다는 긍정의 포부는 어느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낙담으로 빠져든다. 그런 낙담의 굴레에서조차 구원은 셀프다. 작가는 (나 또한) 결국 모순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기로 한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순 없다. 게다가 작가가 말했듯 '죄책감은 잘못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는 그 자체만으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수단일 뿐'이다.
끊임없이 해결 속에 나를 두는 것, 그 지난한 시간을 살며 느끼는 불안의 진동을 생의 박동으로 인식하는 것만이 적어도 내가 문제의 일부가 되지 않는 방법이다.
게다가 작가의 노력은 미미하지도 않다. 꾸준히 동물이나 환경 관련 단체에서 활동 중일 뿐더러 육식에 대한 욕구를 이기고자 동물들의 사진을 이곳저곳에 붙여두기도 한다. 욕구를 은폐하지 않고 오히려 밖으로 꺼내어 본격 결투를 벌이는 이런 모습들은 짠하기도, 사랑스럽기도 하다. |
『불완전 채식주의자』
동물농장을 즐겨보고 동물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이나 책은 어지간해서 다 챙겨 볼 정도로 동물 사랑이 지극한 1인이라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언젠가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읽고 난 후 육식을 하는 것이 유쾌하지만은 않은 일이 되어 버렸어요. 맛있는 고기를 먹으면서 귀여웠을 돼지, 눈망울이 너무 예쁜 소가 자꾸 생각났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지금 육식을 끊었느냐.. 그렇지는 않아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게 고기라는 생각, 배가 불러도 누군가 맛있게 고기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맛있겠다~ 하며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것이 바로 저거든요. 그런데 그러면서도 마음은 불편한.. 뭔가 아이러니한 저의 상태를 대변이라도 해 주는 듯한 책을 만났네요.
<불완전 채식주의자>의 작가 정진아는 동물자유연대에서 반려동물 & 길고양이 정책을 담당하다 현재 사회변화팀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네이버 동물판 동그람이에서 '정진아의 동물 청원 게시판'을 연재하며 인간과 동물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고민하는 중이라고 하는데요. 작가는 유기견을 외면한 자책으로 환경단체 자원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 구제역으로 인해 수백만 마리의 돼지와 소가 생매장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채식을 해야겠다 다짐했다고 하는데 사람이 그동안 살아온 습관을 버리는 것이 힘들 듯 지금껏 유지해 온 식습관 역시 쉽게 고쳐지지 않았을 거예요.
최근엔 비건 식당이 좀 많아진 것 같지만 과거만 해도 식당 내에서 육류가 포함되지 않는 음식을 최근엔 비건 식당이 좀 많아진 것 같지만 과거만 해도 식당 내에서 육류가 포함되지 않는 음식을 찾아야 했던 채식주의자들이죠. 동물권과 윤리 의식으로 인해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왜 육식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특히나 어설픈 채식 초보자들이라면 더더욱.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 중 동물이 포함되지 않는 것이 많지 않고,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의약품 역시 동물의 도움을 많이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동물들이 화장품 실험에 많이 이용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토끼 실험 내용은 과히 충격적이었어요. 그래서 화장품 같은 경우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곳의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것 아닐까 해요. 동물이라고 해서 인간을 위해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은 바뀌어야 합니다.
얼마 전 대동물 수의사에 대한 이야기가 동물농장에서 소개된 적 있었어요. 소를 진료하고 출산을 돕던 수의사는 사람들을 위해 희생될 소들이지만 살아가는 동안 동물답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에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멋들어진 의상을 갖추기 위한 모피는 필요 없어요. 화려한 액세서리를 위한 가죽도 필요 없고요. 도움을 주고 돌봄을 받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면 우리가 사람답게 살 권리를 주장하듯 동물들도 동물답게 살수 있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채식을 해야 한다, 해야 한다 생각은 하면서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불완전하겠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 같아요.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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