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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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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제목을 읽고 잔뜩 기대를 했지만, 저자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 순간이 많으면서도, 한편으론 태종 이방원과 세조의 심리를 설명한 부분에서 솔직히 저자의 견해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저자가 어떤 기준으로 그렇게 분석을 하는지 이해가 안되는 바는 아니지만, 특히 단종과 세조의 관계를 대상관계 이론으로 해석하면서 "어쩌면 겉으로 보기에는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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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제목을 읽고 잔뜩 기대를 했지만, 저자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 순간이 많으면서도, 한편으론 태종 이방원과 세조의 심리를 설명한 부분에서 솔직히 저자의 견해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저자가 어떤 기준으로 그렇게 분석을 하는지 이해가 안되는 바는 아니지만, 특히 단종과 세조의 관계를 대상관계 이론으로 해석하면서 "어쩌면 겉으로 보기에는 세조가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단종이 세조로 하여금 왕위를 빼앗도록 만든 것일 수도 있다"라는 식의 설명에서는 얼굴이 찌푸려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조차 병약하여 자신을 잘 돌봐주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일찍 돌아가셨고, 할아버지 세종대왕과 신하들은 물론 삼촌들까지 너무나 대단한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있다보니 단종의 성격이 의존적이고 그러한 단종의 마음 속 대상관계를 투사하기 쉬웠던 사람이 세조일 수 있다는 사실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종이 세조로 하여금 왕위를 빼앗도록 만든 것일 수도 있다니, 그건 좀 나가도 너무 나간 발언이 아닌가 싶다. 단종은 무엇보다도 그 당시에 나이가 너무 어렸고 주변에는 부모님도 할아버지도 아무도 없었다. 단종의 성격이 설령 강하고 주체적이었다고 상상해본다 한들, 무엇이 크게 다르겠는가? 그 당시 부모님을 잃고 '왕'이라는 자리에 앉은 어린 소년의 입장에서 삼촌이나 돌아가신 아버지가 믿었던 충신들에게 의존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아니, 그런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수렴청정을 해주는 대비 한 사람도 없이 그 어린 소년 왕이 왕위를 빼앗기지 않고 뭘 어떻게 해볼 수가 있었겠는가? 세조와 단종은 애시당초 대등한 관계가 아니었다. 말이 '왕'이지 사실 단종은 왕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믿었던 삼촌이 수많은 신하들을 잡아죽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린 단종의 마음이 어땠겠는가? 스스로 왕위를 물려주고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마음이 굳고 주체성이 강한 성인일지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두렵고 누군가 자신을 도와주었으면 하는 의존심이 고개를 드는 상황이 되기 쉽다. 그런데 단종은 당시에 아직 배울 것이 한참 남은 어린 소년이었다. 물론 당시의 나이가 오늘날의 나이와 같을 수는 없다. 단종은 결혼도 하고 아내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단종 외에도 어린 나이에 왕의 자리에 즉위한 경우, 대체적으로 대비가 수렴청정을 한 이유는, 역시 왕을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누군가 옆에서 왕이 성인이 될때까지 대리정치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도 세조는 단종을 결국 죽이고야 말았다. 물론 세조는 단종을 죽이고 싶지 않았지만, 미래에 화근을 남겨두지 않기 위해, 혹은 신하들에 의해서 저질러진 일이라고 변명한다해도, 어쨌든 세조가 단종을 죽도록 한 사실을 피해갈 수는 없다. 

남편에게 매맞고 사는 아내가 그토록 폭력을 당하면서도 결코 이혼하지 않으려고 하는 예를 들어서, 일차적인 책임은 남편에게 있지만, 맞기만 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아내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고, 주변사람들이 모두 아내의 편만 들고 남편을 비난함으로써 심리적으로는 남편이 피해자가 되고 아내가 가해자가 되는 것이라는 설명 또한, 그런 설명의 의도는 알겠지만 심리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전혀 합당한 예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물론 폭력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남편을 폭력 못지 않은 사악한 방법으로 괴롭힘을 주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맞기한 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아내의 책임을 묻기 이전에, 그저 때리기만 하면서 살고 있는 남편은 왜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고 그러한 행위를 멈추지 못하는지에 대한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왜 매맞는 아내의 심리는 분석하면서 때리는 남편의 심리는 마치 물리적으로 폭행을 하기는 했으나,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으니 심리적으로는 피해자일 수 있다는 식의 모호한 분석으로 끝나는 것일까? 매맞고 살면서도 한사코 이혼하지 않으려고 하는 아내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저자의 말 그대로, 주변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서 심리적으로 남편이 피해자가 된 듯한 기분이라면, 그 남편 또한 자신이 비난만 당하는 피해자가 된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게다가 이러한 아내와 남편의 사례는, 단종과 세조의 관계와는 완전히 다른 관계라고 보여진다. 왜냐하면 아내는 남편과 겉으로는 어쨌든 대등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둘 다 성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종과 세조는 비교대상이 될 수가 없다. 단종은 아직 세조와 겨룰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고, 따라서 대등한 관계가 아니었다. 또한 단종의 나이로 봤을 때, 당시 사태가 돌아가는 정황을 보면서 왕으로서 자신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판단하기에는 단종이 너무 어리고 경험도 없고 주위에 절대적으로 믿을 만한 사람도 없었다. 

물론 저자는 도덕적 윤리적 판단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선왕조를 심리학으로 해석한 것이 아닐 것이다. 잘잘못을 떠나서 그저 해당 인물들의 심리를 분석해본 것일 뿐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 심리분석의 결과가, 단종이 세조로 하여금 왕위를 빼앗도록 만든 것일 수도 있다니, 저자는 심리분석으로 인한 결과론적 판단으로까지 나아감으로써 승자와 패자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심리를 분석하는데 있어서는 좀 부족하거나 경솔하지 않았을까... 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뭐 어디까지나 이 또한 나의 사소한 견해에 불과하지만, 어린 단종이 저자의 설명을 들었다면 매우 억울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매 맞고 살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나 어떤 심리적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스스로를 불행으로부터 구제하지 못하고 방치하게 되는 불쌍한 사람들(여자 남자를 떠나서)에게도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글들이 몇군데 눈에 띄어서 한 마디 남겨본다.. 또한 심리학에는 대상관계이론만 있는 것도 아니고, 설령 대상관계이론으로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동일인물에 대해서 서로 다른 심리분석이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단 하나, 저자가 위와 같은 가련한 패자나 약자들의 불행이 당연하다고 여기거나, 승자는 옳고 패자는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이분법적 주장은 한 적이 없으며 전혀 그럴 의도 또한 없었다는 점 만큼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n 2023.01.0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