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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어려운 윌리엄 트레버
"내겐 너무 어려운 윌리엄 트레버" 내용보기
'그날 밤이 불러낸 유령이 이곳에 있었다. 한때 그녀 자신의 모습으로.' 이 마지막 문장에 한참 머물러 있었다. #밀회 #윌리엄트레버 #한겨레출판 @hanibook_ 열두 편의 단편 중 첫 번째 단편 <고인 곁에 앉다>의 마지막 문장이다. 스르륵 넘길 수도 있었는데 놓아지지 않았고, 다른 열한 편의 단편들도 쉬이 읽히지가 않았다. 이 분은 도대체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거지? 어렵다ㅠ
"내겐 너무 어려운 윌리엄 트레버" 내용보기
'그날 밤이 불러낸 유령이 이곳에 있었다.
한때 그녀 자신의 모습으로.'


이 마지막 문장에 한참 머물러 있었다.


#밀회 #윌리엄트레버 #한겨레출판 @hanibook
_


열두 편의 단편 중 첫 번째 단편
<고인 곁에 앉다>의 마지막 문장이다.


스르륵 넘길 수도 있었는데 놓아지지 않았고, 다른 열한 편의
단편들도 쉬이 읽히지가 않았다. 이 분은 도대체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거지? 어렵다ㅠㅠ
_


두어번을 뒤숭숭하게 다시 읽었다.
이유를 모르겠는데 묘하게 마음이 건드려진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 책에서 유독 자주 눈에 띄던 문장이다.



읽고 또 읽으면서 느낀점은

이 모호한 단편 소설들은, 문장 한 줄 한 줄에 얽히는
집요함을 걷어내고서야 보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_

남편의 죽음으로 끝난 23년의 결혼생활에 애정이라곤 없는
에밀리는, 이해받지 못할까 마음이 쓰이지만 오히려 홀가분하게
난생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그들 부부 관계의 본질을 털어놓는다.

그라일리스의 사랑은 아이러니하다. 불온한 관계이지만
불순하지않다. 오히려 외도녀의 상속을 거부하며 그 사랑을
덤덤하게 간직한다.

에벌린의 저녁 외출은 화끈하지만 방식은 왠지 꺼림직하고
그와중에 신념(?)이 다른 두사람이 만나 서로를 인정하고
상대의 존엄을 존중한다.


로즈는, 로즈는 개인적으로 이입이 많이 되었다.

개인교습 선생의 집에서 선생의 아내가 수업중에 외도를 한다.
로즈는 알고 있었고 부버리 씨는 모른다. 아니 사실은,
부버리 씨는 로즈가 알고 있었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

타인을 해하고 싶지않은 마음과, 배려가 무시당한 마음,
자신의 무해한 의도가 상대에게 예상치 못한 화살이 되어버렸을 때 무너져버린 마음들이 로즈를 울게 만든다. 그순간이 무척 아팠다.
_


평범하지 않은데 지나치게 단조롭다.
지루할법도 한데 자꾸 집착하게 된다.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게 아니다.
알고싶지 않았거나 너무 알고있는 가슴 깊은 곳의
은밀한 이야기다.


아름다움까지는 솔직히 모르겠으나
이 책이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면,
나는 이제 조금은 공감 할 수 있겠다.

사실은, 누구에게나 있을 사랑의 잔재들이다.
_


세 번 정도 읽고나니 울림이 짙다.
그래도 어려워서 못읽겠다 생각하는 찰나,
옮긴이의 말이 눈에 들어온다.

' 어떤 소설은 빠르게 이해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가만히 따라가는 자세로 읽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 윌리엄 트레버의 글은 이렇게 읽어야한다.




*한겨레출판 서포터즈 하니포터 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니포터 #밀회 #독서리뷰




.
YES마니아 : 플래티넘 p*****7 2021.12.28.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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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하지 못하던 내 감정의 단편들
"정의하지 못하던 내 감정의 단편들" 내용보기
이 단편집에는 극적이고 특별한 어느 순간, 어떤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본인조차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의 기억, 모르는 사이 저질러진 나의 의뭉스러운 선택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고민과 행동의 원인이 되는, 버리지 못하는 고집이나 움켜쥐고 있는 그 무언가를 소설 속 인물들은 어떻게 대하는지 그들의 방식을 보여준다. 그 속에 내가 살아왔던 모
"정의하지 못하던 내 감정의 단편들" 내용보기

이 단편집에는 극적이고 특별한 어느 순간, 어떤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본인조차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의 기억, 모르는 사이 저질러진 나의 의뭉스러운 선택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고민과 행동의 원인이 되는, 버리지 못하는 고집이나 움켜쥐고 있는 그 무언가를 소설 속 인물들은 어떻게 대하는지 그들의 방식을 보여준다. 그 속에 내가 살아왔던 모습이 비친다.

 

 

12편의 소설 중에서 인물의 감정이 고스란히 마음으로 느껴지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끝까지 나에게는 해석되지 않는 감정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건 그대로 받아들인다. 내 마음을 다른 사람이 절대와 온전히 알 수 없듯이 그저 우리도 그는 그의 마음을 따라갔을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신성한 조각상>과 <큰돈>이라는 작품이 가장 좋았다. 내가 가장 많이 느끼고 고민했던 감정과 인생에서 큰 변화를 가져오는 순간들을 잘 포착했다고 느꼈다.

 

 

<신성한 조각상>에는 재능과 꿈은 있지만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고뇌하는 이들이 나온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어마어마한 타협이 필요한 순간이 오고, 더 나아가 포기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나의 소중한 걸 포기하지 않기 위해 상상을 뛰어넘는 행동도 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소설 제목의 '신성한'이라는 단어에서 결코 닿을 수 없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일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아." 누알라의 태도에서 우울함을 느꼈는지 코리가 말했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181P

 

<큰돈>은 내 사랑이 진심인 것인지 의심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공감할 것 같다. 나는 평소에도 내 감정을 잘 파악하려 하지 않고, 또는 추악하게 느껴져 알고 싶지 않아 외면하려 한다. 그래서 주인공이 그 사람을 사랑한 것인지, 아니면 그 사람과 함께 멋진 꿈을 꾸는 나 자신의 미래를 사랑한 것인지 고뇌하는 장면이 너무 멋있게 느껴졌다. 누구나 해본 보통의 사랑 이야기지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불편한 감정을 인정하면서, 결국 추억할 수 있는 이들의 사랑은 나에게 보여주는 교훈과 같았다.

 

어느 날 피나는 두려움을 느끼며 한밤중에 잠에서 깼다. 어둠 속에서 피나는 자신이 존 마이클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224P

 

이 두 소설 모두 남들이 보기에는 찬란할 것 같았던 미래가 꺾였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주인공들은 일상에서 발휘하기 가장 어려운 용기를 내고, 결국 자신의 삶의 다시 그려나간다. 모두의 삶이 그럴 것이다. 내가 고려하지 않았던 좌절의 순간이 오지만, 그저 우리는 계획을 수정하고 방향을 틀 뿐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책을 덮고 나면 왠지 모르게 '나'를 더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몰랐던 내 마음을 다른 이들의 모습으로 대신 깨닫게 된다. 그 어떤 자기 계발서보다 '나'와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밀회 #하니포터 #도서리뷰

w*********3 2021.12.2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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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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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의 단편집이다. 단편 소설의 왕인 체호프와 비견된다고 한다. 읽어 보니, 누가 더 잘 썼는 지는 모르겠지만, 결이 많이 다르다. 다른 의미에서 좋다는 말이다.    모든 단편이 그렇지만, 짧게 지나가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운(삶의 진실이 너무나 많이 담겨 있는) 인생의 어느 한 컷을 너무 섬세하게 포착했다. 그리고, 체호프와는 다르게 그 컷을 분명하게 전달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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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의 단편집이다. 단편 소설의 왕인 체호프와 비견된다고 한다. 읽어 보니, 누가 더 잘 썼는 지는 모르겠지만, 결이 많이 다르다. 다른 의미에서 좋다는 말이다. 

 

모든 단편이 그렇지만, 짧게 지나가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운(삶의 진실이 너무나 많이 담겨 있는) 인생의 어느 한 컷을 너무 섬세하게 포착했다. 그리고, 체호프와는 다르게 그 컷을 분명하게 전달하지 않고 아주 은유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나의 시선이 어느 한 문장을 반복해서 오르내렸다. 

 

삶은 쓸쓸하다. 살람들은 잘 알지도 못 하면서 내 삶에 대한 평가를 하고 측은한 시선을 보낸다. 그럼, 나는 그런 세상에 대해 냉소에 경멸로 대한다. 더 슬픈 것은 나도 타인의 삶에 대해 그런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알면서도, 그 모순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한다. 그게 삶이라면 우리 삶은 너무 쓸쓸하다. 그래서, 우리는 돈에 집착하고 인간관계에 집착하는 지는 몰라도. 아마 그렇겠지. 

 

작가의 인물들은 대체로 "작고 깡말랐"다. 늙고 머리가 버껴지고. 우리 삶처럼. 지금이 아니면 언젠가는 우리는 그렇게 된다. 그래도 사는 게 삶이라지만, 우리는 나는 예외라고 생각하고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타인에게 측은한 시선을 보낸다. 

 

한국 작가들도 단편을 워낙 잘 써, 외국 작가의 단편소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체호프가 좋다고 해서 꽤 오래전에 읽어 보긴 했지만, 글쎄 아주 좋지는 않았다. 아마 정서적으로 한국 사람과는 잘 맞지 않았나 보다. 하지만,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소설은 정서적으로 나에게 잘 맞았다. 혹시, 체호프의 작품을 30대에 읽었고 이 작가의 작품을 40대에 읽어서 그런가? 어쨌든 오랜만에 읽는 외국 작가의 작품이자만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꽤 많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기도 했다. 그만큼 매우 은유적이다. 

YES마니아 : 골드 g********m 2023.01.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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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윌리엄 트레버가 그린 열두 가지 은밀한 만남
"[밀회] 윌리엄 트레버가 그린 열두 가지 은밀한 만남" 내용보기
어떤 책은 제목만 보고 덥석 읽게 되고 어떤 책은 제목만 보고 고개를 돌리게 되는데, 이 책은 후자였다.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모 드라마의 제목과 똑같은 책의 제목이, 나로서는 크게 관심도 없고 동경하지도 않는 사랑의 형태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건, 얼마 전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황정은 작가님이 이 책을 추천하셨기 때문
"[밀회] 윌리엄 트레버가 그린 열두 가지 은밀한 만남" 내용보기


 

어떤 책은 제목만 보고 덥석 읽게 되고 어떤 책은 제목만 보고 고개를 돌리게 되는데, 이 책은 후자였다.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모 드라마의 제목과 똑같은 책의 제목이, 나로서는 크게 관심도 없고 동경하지도 않는 사랑의 형태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건, 얼마 전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황정은 작가님이 이 책을 추천하셨기 때문이다. 황정은 작가님이 좋아하는 작가와 책이라면 덮어놓고 읽는 나로서는, 작가님이 윌리엄 트레버를 좋아하신다니 반가웠고 이 책을 추천하신다니 호기심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는 총 12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밀회>라는 제목은 마지막 단편의 제목에서 따왔나 했는데, 책을 다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모든 단편에 '밀회(남몰래 모이거나 만남)'가 나왔다. 좁게는 밀회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불륜도 있고, 드라마 <밀회>에서처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녀 간의 사랑도 있다. 넓게는 방금 남편을 여의고 혼자가 된 여자의 곁에 나타난 사람들이라든가, 어린 시절 한 저택에서 가정부로 일할 때 잠깐 보았을 뿐인 무용 선생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여자의 이야기도 있다.

 

책에 실린 단편의 대부분이 좋았지만, 여러 번 반복해 읽게된 건 <그라일리스의 유산>이었다. 책으로 만나 책으로 이어지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고 늘 같은 정도로 마음을 설레게 한다. 결혼을 약속하고 돈을 벌기 위해 외국으로 떠난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자의 이야기도 나오는데(<큰돈>), 이 이야기는 작년에 읽은 윌리엄 트레버의 장편 소설 <펠리시아의 여정>(1994년작)에도 나온다. 이런 식으로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과 장편이 연결되는 경우가 또 있는지 궁금하다. (더 읽어봐야지...!) 

YES마니아 : 플래티넘 j****y 2022.03.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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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맞는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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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은 사탕을 한알 한알 녹여 먹거나 포도알을 하나 하나 뜯어서 입 안에 넣고 오물거리거나, 견과류를 오도독 하고 씹고 씹어서 꿀꺽하고 삼키는 맛의 느낌을 준다.   " 윌리엄 트레버" 라는 작가를 나는 알지 못했다. 무려 1928년도의 태어난 작가, 그렇게 오래전의 작가.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 시절에 태어난 작가, 2016년 88세의 나이로 작고 할때까지 수백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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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은 사탕을 한알 한알 녹여 먹거나 포도알을 하나 하나 뜯어서 입 안에 넣고 오물거리거나, 견과류를 오도독 하고 씹고 씹어서 꿀꺽하고 삼키는 의 느낌을 준다.

 

" 윌리엄 트레버" 라는 작가를 나는 알지 못했다.

무려 1928년도의 태어난 작가, 그렇게 오래전의 작가.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 시절에 태어난 작가, 2016년 88세의 나이로 작고 할때까지 수백편의 단편과 18권의 책을 낸 아일랜드의 작가. 분명 저런 그의 이력만 읽어도 그가 나이든 남자라는 느낌을 가지고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이가 있는 옛날 남자라는 이미지.

그 이미지 가지고 책을 들여다 보고 그의 글을 곱씹어 본 건 나의 크나큰 실수 였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그의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졌고,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앞 페이지로 넘어오는 버릇 때문에 다시 그의 이력을 보다가 와~

섬세한데 또 집요하진 않고 , 두루뭉실 한거 같은데 예리 하고 , 딱 잡아서 이해가 되진 않지만 알 것같은 그의 단편들.

다음편으로 넘어 가고 넘어 갈때 마다 나이든 여자이거나 소년이거나 아이거나 중년남자이거나, 등장 인물들이 계속 바귈때 마다 또 다른 작가가 이야기를 이어 가는 느낌을 받았다. 한 작가의 작품인데, 다른 사람이 쓰는 것 같은 느낌.

한 선생님에게서 배운 다른 마음을 가진 사진이 쓰는 단편집 같은 기분을 느끼고는 감탄을 하고 말았다.

하나 하나에 나는 집중했고, 몸을 웅크리고 보다가 늦게야 기지개를 켰는데, 단편을 곱씹을새도 없이 읽어 제껴서 놀랐다. 말랑 말랑한 글도 아니고 농담도 없는데 농담 같이 들리는 마법, 특히 전통등에서 간간히 나오는 라틴어 기도문이나 말들 때문에 나도 모르게 아 이건 해리포터 아이들이 쓰는 마법 같은 말이구나 라고 혼자 생각 버리고 말았다.

 

원래라면 나는 단편집을 한번에 읽어제끼지? 않는다. 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조금 쉬거나 아니면 다른 책을 읽거나 해서 머리를 좀 다른 것에 물들이고 다시 돌아와서 다른 단편을 읽는 편인데, 그래야 짧은 이야기라도 한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그랬는데...이 책은 그러질 못했다.

아니 그러지 않은거지..

 

그랬던건 처음 이야기 부터 몰입감이 있어서 일거다. 유독 어? 끝난건가 싶게 끝나는데 그래서 더 읽어버린건지도 모르겠다.

 

+ 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YES마니아 : 로얄 m****o 2022.01.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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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 윌리엄 트레버
"밀회 - 윌리엄 트레버" 내용보기
다른 사람들의 사랑은 모두 아름답고 행복해 보인다. 그들의 사랑에는 위태로움이란 결코 없고 유한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나의 사랑은 어렵기만 하여 그저 슬퍼하기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쉽게 단념할 수도 없다. 누구나 '나'가 되었을 때 공통적으로 느끼는 이러한 사랑의 특징을 세심하게 그린 책이 있다. 윌리엄 트레버의 『밀회』는 누구라도 사랑하면서 느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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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의 사랑은 모두 아름답고 행복해 보인다.

그들의 사랑에는 위태로움이란 결코 없고

유한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나의 사랑은 어렵기만 하여 그저 슬퍼하기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쉽게 단념할 수도 없다.

누구나 '나'가 되었을 때 공통적으로 느끼는 이러한

사랑의 특징을 세심하게 그린 책이 있다.


윌리엄 트레버의 『밀회』는 누구라도 사랑하면서

느낄 수 있는 외로움과 처절함을 12편의 단편에

담아낸 단편집이다.

작가는 사랑은 이처럼 외롭고 처절하고 비참한 것이야,

라고 적나라하게 말하지 않는다.

사랑을 하면 유약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내면을

비밀스럽고도 조심스럽게 다룬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밖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솔직한 내면을 드러낸 '사랑을 하고 있는 인간'은

사랑으로 연약해진 마음을 위로받고

다시 사랑으로 회복할 거라는 희망을 얻는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그리고 싶은 사랑은 풋풋한

첫사랑이나 절정이 이른 뜨거운 사랑은 아닌듯하다.

더 이상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사랑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적정함은 안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정상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간신히 애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오히려 불안정해 보였다.


12편의 작품에서 선보인 사랑은 모두 미적지근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잠시 방심하는 틈에

걷잡을 수 없이 온도가 올라 끓어 버리거나

차갑게 식어 얼어버릴 수 있는 위태로움을 간직했다.

소설의 인물들은 사랑의 온도가 변하지 않도록,

적정 온도가 유지되도록 부단히 애쓴다.


모두 짧지만 빨리 읽어낼 수 없는 작품들이었다.

내면과 상황 묘사가 면밀하게 쪼개져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읽어야만 했다.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넘길

감정이 없었고 그렇기에 더욱 공을 들여 읽어야 했다.

제대로 이해하며 읽었는지도 아리송하다.

분명한 것은 겉보기에는 다채로워 보이는 사랑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다 같은 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누구의 사랑만 유별나게 예쁜 색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랑은 모두 똑같은 색을 가졌지만 어떻게 빚어내고

드러내느냐에 따라 고유의 색이 다르게 비친다.


「고인 곁에 앉다」


남편이 살아생전 자신에게 한 번도 애정을 내비친 적이

없었지만 남편이 죽은 뒤 에밀리는 남편의 명복을 빈다.

남편이 죽은 뒤 자선 단체에서 찾아온 낯선 자매에게

남편에게 상처받았던 과거를 우회적으로 고백한다.

이어지는 자매의 당황에 에밀리는 태도를 바꾸어

남편을 두둔한다. 도리어 결혼을 하지 않은 자매에게

괜한 소리를 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치기도 한다.

에밀리에게는 남편에 대한 사랑의 잔재가 남았던

것일까, 혹은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한 자신의 비참함을

숨기려 했던 것일까.

"제가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자매는 당황했다.(···) 결혼하지 않은 이 여자들이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에밀리는 생각했다. 슬픔도 애석함도

없다 할지라도 세상을 뜬 저 남자에게 얼마간의 사랑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저들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자신의 잘못, 자신의 어리석음이었다.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전통」


소녀였을 시절에 명명된 '그 소녀'라는 호칭을 나이가

한참 들어서도 듣는 가정부 벨라가 있다.

물론 벨라 자신은 그 사실을 모른다.

벨라를 흠모하는 올리비에만 간직하는 비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랑은 일 방향이 아닌 쌍방향의

것이며 굉장히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진행된다.

서로를 향한 관심, 관심에 대한 눈치와 짐작,

끝내 확인되는 확신. 서로가 내비치는 상상을 통해

이뤄진다.


걸어가는 동안 그의 얼굴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의 목소리는 오래전 다정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던 그 소년들의 목소리였다. 그녀가 짐작했듯이,

그는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도 비슷한 부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언제나 비슷한 부류를 알아보았다.

 


「그라일리스의 유산」


한때 '책'이라는 매개체로 사랑을 나눴던 여인의

죽음으로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게 된 그라일리스는

그 여인과의 과거를 회상한다.

단순히 유산을 상속받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아내를 속인 죄책감과 미안함, 여인과의 한때

풋풋했던 사랑을 그대로 남겨두어야 하는 책임감 등의

복잡한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날 책무가 있다.

그는 여인과의 추억을 마지막으로 복기하고

유산 상속을 포기하는 것을 끝으로 그 굴레에서 벗어난다.

 

위스키의 힘을 빌린 말은 이제 사사로운 일, 더 이상

패닉을 일으키지 않는 질서 정연한 기억 속의

속삭임이었다. 변호사를 찾아가면서, 그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는 기억 밖에서는 건드리지 말아야 했던

것을 건드렸다. 기억 속에서는 모든 것이 영원히 그곳에

있었고 아무것도 변할 수 없었다.

 


「큰돈」


어머니가 돌아가시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존 마이클은 어머니의 죽음 직후 돈을 벌기 위해

미국으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결혼을 약속한 피나와 집과 땅을 물려준다는 외삼촌을

뒤로 한 채 그저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먼 길을 떠난다.

피나는 존 마이클이 돌아온다는 희망만을 품고

살아가지만 그는 번번이 약속을 어기며 피나의 희망을

짓밟는다. 피나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불안감과 의심은 슬며시

얼굴을 드러내고 결국 피나는 관계에 회의감을 갖는다.

그들에게 돈과 사랑 중 어느 것이 목적이고 수단이었을까.

그들은 피나가 깨달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만약 존

마이클과 함께였다면 지금보다 더 외로웠을 것이다.

오래 이어진 사귐과 함께 계획한 미래, 서로에 대한

열정과 포옹은 가슴 저미는 기억으로 남았으나 괴로움은

사라지고 없었다. 두 사람이 사랑한 것은, 너무나도

사랑한 것은 미국이었다.

 

 

l*************1 2022.01.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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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지만 밀회만 있는 건 아니에요.
"밀회, 지만 밀회만 있는 건 아니에요." 내용보기
굳이 따지자면 나는 장편의 긴 여운보다는 단편의 농축된 한방을 좋아하는 편이다. 분량이 가지는 한계 때문에 오히려 벌침에 쏘이는 느낌이랄까, ‘훅 치는’ 느낌의 단편이 주는 여운은 장편의 묵직한 여운과 약간 결이 다르다.그런 점에서 ‘영어로 글을 쓰는, 현존하는 최고의 단편 작가’라는 윌리엄 트레버의 12편의 단편이 실린 <밀회>는 나의 예상을 조금 벗어난 작품들이었다.
"밀회, 지만 밀회만 있는 건 아니에요." 내용보기
굳이 따지자면 나는 장편의 긴 여운보다는 단편의 농축된 한방을 좋아하는 편이다. 분량이 가지는 한계 때문에 오히려 벌침에 쏘이는 느낌이랄까, ‘훅 치는’ 느낌의 단편이 주는 여운은 장편의 묵직한 여운과 약간 결이 다르다.

그런 점에서 ‘영어로 글을 쓰는, 현존하는 최고의 단편 작가’라는 윌리엄 트레버의 12편의 단편이 실린 <밀회>는 나의 예상을 조금 벗어난 작품들이었다. ‘밀회’라는 자극적인 제목만 해도 그렇거니와(왜 남편은 이런? 책을 보냐며 타박했다) ‘사랑의 잔재’에 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사랑의 온갖 잔재를 상상했지만, 나의 예상을 벗어나 있었다. 역시 범인(凡人)이 흘려보내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게 작가라더니, 정말이지 그런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갈수록 ‘사랑’이라는 것이 참 정의되기 어렵고 다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에 함부로 평가될 수 있는 사랑은 없고, 사랑인 줄 몰랐으나 사랑이었을 수도,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랑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외국에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미운 정’이라는 것이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생각보다 술술 책이 읽히지 않아 사실 책을 읽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다 마지막에 옮긴이의 말을 보니 공감이 되었다.
“어떤 소설은 빠르게 이해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가만히 따라가는 자세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슬픔과 기쁨, 실망, 불안, 후회로 이루어진, 내가 가진 편협한 시각으로는 포착하지 못하는 삶의 순간들.” 나 또한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생각지도 못한 어떤 지점에서 위로를 받았다. 어느 날 가만히 다시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밀회 #하니포터 #도서리뷰
YES마니아 : 로얄 n********9 2022.01.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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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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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소설집인 밀회는 단편소설집들이 그렇듯, 작품 중 하나의 제목이 전체 제목이 되었다. 밀회는 12편의 단편 중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소설의 제목이다. 삶이란 어떤 점에서는 공감이 되기도 하는 반면, 각자의 모습에 따라 다양하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감정 또한 삶 속에 담겨 있어서 그런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는 다양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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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소설집인 밀회는 단편소설집들이 그렇듯, 작품 중 하나의 제목이 전체 제목이 되었다. 밀회는 12편의 단편 중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소설의 제목이다. 삶이란 어떤 점에서는 공감이 되기도 하는 반면, 각자의 모습에 따라 다양하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감정 또한 삶 속에 담겨 있어서 그런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의 감정과 상황이 펼쳐진다. 이해가 되는 삶도 있지만,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삶도 등장한다. 삶의 모습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제목부터 묵직했던 "고인 곁에 앉다"라는 작품을 읽으며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주인공인 에밀리의 감정도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오랜 세월 함께 한 남편의 죽음 앞에서 아내는 어떤 감정을 갖게 될까? 부부는 고운 정도 있지만 미운 정도 있을 터. 여러 감정이 오고 갈 것 같다. 미울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다시는 못 올 길을 떠난 배우자를 보며 못해줬던 기억에 가슴 아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책 속에서는 아쉽지만 접어도 될 것 같다. 가부장적이고 늘 군림하기만 했던 남편의 죽음 앞이라면 다를 수도 있겠다. 남편의 죽음 앞에서 자유를 느꼈다면 과연 그녀는 비판받아야 할까? 남편의 죽음이 홀가분하고, 시원하다면, 눈물이 나지 않고 애가 타지 않는다면 그 모든 감정의 결과들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이제 막 남편은 숨이 끊겼다. 그를 모르고 위로하기 위해 온 제라티 자매와의 대화 속에서 조금 다른 분위기들을 마주했다. 남편에 대한 좋은 기억들보다는 후회(그와의 결혼을) 하는 기억들이 떠올리지만 제라티 자매는 그녀가 충격 때문에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그와 안 지 28년, 함께 산 지 23년.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긴 세월을 살면서 어쩌면 에밀리는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작품인 밀회 역시 묵직한 무언가가 담겨있다. 이혼한 지 얼마 안 된 그녀와 그는 조심스럽게 감정을 나눈 사이다. 그녀가 이혼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궁금할 법 하지만 그녀도, 그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저 둘은 일상의 시간들을 함께 나눈다. 하지만 조심스럽다. 그녀는 이혼녀임에도 그들의 관계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계속 신경 쓰인다. 에밀리가 그랬듯이 밀회의 남주인공 또한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가 손가락질 받는 상황이 더 힘든 그는 결국 그녀를 위한 선택을 한다. 과연 그의 선택에 대해 손뼉을 쳐 줄 수 있을까?

삶은 혼자가 아니다. 타인의 삶이 내 삶에 들어와 있고, 영향을 미친다. 각자 다른 삶의 군상들이 담겨있지만, 그래서 다양한 감정들이 혼재되지만 그 안에는 같으면서도 다른 감정들이, 삶들이 존재한다. 그런 삶의 모습을 짧은 작품으로 모아서 만들어진 밀회 속을 여행하다 보면 어렵고도 쉬운 게 사랑이라는 생각에 역시나 가닿게 되는 것 같다.

이달의 사락 s******1 2022.01.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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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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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이 책은 소설가들의 소설가라는 별명을 가진 윌리엄 트래버의 단편 12편이 실린 단편집이다.단편의 아버지답게 매 단편은 읽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공포를, 슬픔을, 애절함을, 멍함 등 다양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짧은 단편들이지만, 매 단편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야 물밀듯 밀려오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그만큼 각 단편들이 가진 스토리의 힘과 밀도가 높다는 말일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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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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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설가들의 소설가라는 별명을 가진 윌리엄 트래버의 단편 12편이 실린 단편집이다.

단편의 아버지답게 매 단편은 읽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공포를, 슬픔을, 애절함을, 멍함 등 다양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짧은 단편들이지만, 매 단편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서야 물밀듯 밀려오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그만큼 각 단편들이 가진 스토리의 힘과 밀도가 높다는 말일 게다. 때론,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친절하지 않은 서사는 입체적인 공간감을 느끼게 해주고, 애매한 결말과 밀도 높은 문장들에 생각이 한동안 머물었다. 3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책이지만 곱씹어 읽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 편이다.

'고인 곁에 앉다' 편의 에밀리는 평생 자신을 모욕한 남편이 죽자, 그를 위해 구원의 기도를 올리며 비록 껍데기뿐이지만 그에 대한 사랑의 잔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녀의 영혼마저 남편에게 잠식당한 에밀리(27p)의 사랑과 표제작 '밀회' 의 불륜커플이 사랑하는 방식과 헤어지는 방식, '신성한 조각상' 에서 남편의 미래를 위해 자식을 팔 생각까지 한 코리의 사랑, '큰돈' 편에서 피나와 존마이클이 사랑한 것은 서로가 아니라 부자의 환상을 심어준 '미국'이라는 나라였다는 사실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보여주는 단편들을, 때로는 공감하고 때론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게 사랑이 아닌 것이 아님을 나는 안다.

'그라일리스의 유산' 편은 좋아던 단편 중 하나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그라일리스는 자신 앞으로 상속된 유산을 받을지 말지를 고민한다. 그 돈은 한때 '독서'라는 같은 취미를 공유했던 여인이 죽으며 남긴 유산이다. 그라일리스는 끝내 유산을 거부하는데 그 이유는 The past is in the past. 라는 것. 이런 조용한 사랑도 있다.??두 사람은 감정을 건드리지 않았고, 후회나 과거에 있을지도 모를 것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녀는 지나간 과거를, 그는 아직 그곳에 있는 것을 배신하지 않았다. (103p)

'로즈 울다' 편의 로즈는 부버리씨의 말 없는 고통과 자신을 둘러싼 모든 비밀과, 배신과, 기만을 한꺼번에 자각하고 눈물을 터트려 버린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중 로즈의 눈물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

트레버는 인생 속에 벌어지는 많은 일들과 그 속에 섞인 다양한 감정들을, 우리가 모두 이해할 수 있다란 착각을 버리길 바란다. 이해하지 못하는 건 타인의 삶뿐 만이 아니라 때로는 나 자신의 감정도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흐르고 그 안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과 감정들이 미래의 우리들에게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키는지 두고 볼 일이라는 듯 속삭인다.

??그는 기억 밖에서는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던 것을 건드렸다. 기억 속에서는 모든 것이 영원히 그곳에 있었고 아무것도 변할 수 없었다.....기만이 조용한 사랑을 기렸다. (120p)

??아버지의 죄책감은 자신이 아내를 충분히 알지 못했다는 것이었고, 어머니의 죄책감은 아버지가 자신을 모른다는 사실을 이용했다는 것이었죠. 두 분은 수치심을 느꼈지만, 우리의 대화 속에서 두 분의 정신은 온화해요. 죄책감이 늘 끔찍한 것도 아니고, 수치심이 늘 무가치한 것도 아니죠.(153p)

??두 사람이 사랑한 것은, 너무나도 사랑한 것은 미국이었다. 사랑의 환상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도 미국이었고, 서로를 더욱 좋아하게 만든 것도 미국이었다. (227p)

??그 둘은 사랑을 지니고서 몸을 떼고 서로에게 멀어져 갔다.(287p)

*한겨레 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밀회 #윌리엄트레버 #한겨레출판
#독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하니포터 #도서리뷰
YES마니아 : 로얄 i********g 2022.01.0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외로운이들에게 전하는 12편의 이야기
"외로운이들에게 전하는 12편의 이야기" 내용보기
첫 번째 단편 ‘고인 곁에 앉다‘는 낯설지만 익숙한 느낌의 어디선가 지금도 진행 중일 것은 현실감 있는 이야기.미망인 에밀리와 제라티 자매의 만남차분함과 선의라는 이름의 기묘한 대화들.10년도 훌쩍 넘은 지난 시절 쓰인 열두 편의 작품들이라는것을 잊을정도로 역시 명작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공감가는부분이 많았다.단편의 묘미는 페이드아웃 없는 느닷없는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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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단편 ‘고인 곁에 앉다‘는 낯설지만 익숙한 느낌의 어디선가 지금도 진행 중일 것은 현실감 있는 이야기.
미망인 에밀리와 제라티 자매의 만남
차분함과 선의라는 이름의 기묘한 대화들.

10년도 훌쩍 넘은 지난 시절 쓰인 열두 편의 작품들이라는것을 잊을정도로 역시 명작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공감가는부분이 많았다.

단편의 묘미는 페이드아웃 없는 느닷없는 결말이다. 그런데 가끔은 분명 단편인데 장편처럼 묵직함 덕분에 결말이 시원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3번째 단편 ‘저스티나의 신부‘가 그랬다. 한때는 천주교 신자였던 나였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일 수도있겠지만...

‘외로움과 괴로움은 기억 하나 차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윌리엄 트레버의 소설들은 미묘하게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고 있었다.

표제작인 ‘밀회‘까지 12편의 작품을 다 읽고 난후 김하현 번역가님의 말이 더욱 와닿았다. ˝가만히 따라가는 자세로~˝ 그래서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더 아름다운 문체들을 가만히 따라가보고 싶어졌다.

차가운 겨울 우연히 찾아온 아일랜드 출신 단편문학의 거장이 전하는 12편 속의 주인공들만의 사랑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을 통해 내가 소유하는 사랑의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그 사랑이 과거일 수도 현재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사랑하는 순간의 나를 찾았고 계속 찾게되었다. 백수린소설가님의 ˝소설을 읽고 난 후 나는 조금도 외롭지 않았다.˝라는 추천사처럼 나도 그랬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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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0 2021.12.2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