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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특별하고도 평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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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의 경계에 있다고 느낄 때 삶은 하나의 장면으로 압축된다. 모든 것은 허무하고 남은 시간이 얼마일까 헤아린다. 죽음을 염려하지 않았지만 몇 차례 긴 수술을 받았던 장면을 생각하면 나 역시 그 순간 지난 삶을 돌아봤다. 소중한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무사히 수술이 끝난다면 다른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사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본능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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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의 경계에 있다고 느낄 때 삶은 하나의 장면으로 압축된다. 모든 것은 허무하고 남은 시간이 얼마일까 헤아린다. 죽음을 염려하지 않았지만 몇 차례 긴 수술을 받았던 장면을 생각하면 나 역시 그 순간 지난 삶을 돌아봤다. 소중한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무사히 수술이 끝난다면 다른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사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카렐 차페크의 장편소설 『평범한 인생』 속 화자처럼 자서전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기록으로 남기고 싶을까. 나에 대한 기록이라니, 객관적일 수는 없겠지만 지나치게 주관적인 기록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평범한 인생』 은 그런 이야기다. 화자인 ‘나’가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 제목처럼 평범한 인생에 대한 기록. ‘나’는 아내와 사별한 철도 공무원으로 일흔이 되기 전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소설은 우연하게 그 사실을 알게 된 그의 친구가 그를 진료한 의사에게 전해 받은 자서전을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는 천천히 기억을 더듬는다. 유년 시절을 시작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소목장이었던 아버지와 걱정이 많은 어머니 사이에서 성장한 모범생.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들어가고 모두가 바라는 성공한 삶으로의 진입을 곁에 두었다. 하지만 시를 만난 방황하다 스물두 살에 철도청 공무원으로 단조롭고 조용한 인생을 산다. 철도청 공무원의 삶을 나쁘지 않았다. 시골의 철도역에서 나빴던 건강은 회복되고 역장의 딸과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다. 새로 발령받은 곳을 자신만의 역을 만들었고 사회 유지에게 존경을 받았다. 사랑하는 아내는 자신이 위해 모든 걸 아낌없이 내주었다. 넘치는 것도 부족한 것도 없는 평범한 인생이었다. 그가 원하는 대로 조용한 삶이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평범하고 시시한 삶인가! 어느 곳에도 모험이나 투쟁 같은 것은 없으며, 예외적이거나 비극적인 면도 없었다. 제대로 작동하는 기계를 바라보는 것같이 흐뭇한 눈길로 되돌아볼 수 있다. 나의 삶은 소리도 내지 않고 멈출 것이다. 아무런 흔들림 없이, 조용하고 묵묵히 움직임을 끝낼 것이다. 또한 그래야 한다. (19쪽)

 

그의 안내를 따라 그의 생을 듣노라면 수줍던 한 소년의 성장과정이 그려진다. 묵묵히 일만 하던 아버지, 형의 죽음으로 자신을 각별하게 여긴 어머니. 첫사랑이라 할 수 없지만 묘한 감정을 불러온 누더기 차림의 소녀와의 만남. 학교에 들어가면서 알게 된 자신의 위치. 공부라는 권력을 일찍 깨우친 소년이었다. 그것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그의 생에 있어 유년 시절이 중요한 이유는 그때 경험했던 것들의 자아를 형성하고 내면 깊숙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그는 죽음이 가까이 다가온 때에 알았다.

 

 

소설 후반부에 등장한 수많은 자아가 그의 평범한 인생을 헤집어 놓는다. 인생의 주요 시기에 내린 선택에 대해 그의 욕망을 어떤 자아가 지배했는지 알려준다. 평범한 인간과 억척이와 우울증 환자가 서로 연합했다는 사실. 아내와의 결혼에도 그의 철저한 계획이 있었다고 자아는 말한다. 그녀가 역장의 딸이 접근한 거 아니냐고. 철도청 공무원이라는 성공에도 억척스럽게 공부하던 자아가 있고 한적한 역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우울증 자아가 있는 것이다. 그의 자아(성격)은 부모로 거슬러 오른다. 우울증은 어머니로 인한 것이며 억척이는 아버지의 것이었다.

 

과거 누더기 차림의 소녀와의 만남에서 발현된 욕구는 시인의 자아와 연결된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자아에 억눌려 짧은 시기에 소멸된다. 자아가 서로 충돌하며 격렬하게 토론하는 장면은 내 안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아마도 모든 이에게 해당될 것이다. 직장에서는 직장인의 옷을 입어야 하고 부모 앞에서는 자식의 옷을 입어야 하고 혼자만의 시간에야 그 모든 옷을 벗을 수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것은 소설 초반에 등장한 각자의 세계와 같다. 다른 무언가가 되고자 끊임없이 욕망하는 건 잘못이 아니다. 그것이 일이든 사랑이든 명예든 어떤 것이든 간에. 직업이라 표현했지만 그건 인생이며 삶이 아닐까. 그가 유년 시절 함께 지내온 이들의 삶을 통해 알았던 세계는 성장하면서 다른 세계로 확장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경험한 것들이 다른 삶으로 이끄는 계기다. 소목장이었던 아버지가 그에게 성공을 바랐던 것처럼.

 

그들 모두 각자의 세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 세계 속에서 각자의 신비스러운 일과를 영위해 나갔다. 모든 직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였고, 다른 소재와 다른 의식(儀式)을 가지고 있었다. (27쪽)

 

차분하고 아름답게 흐르던 이야기는 격정의 소용돌이를 선사한다. 그에게는 그것이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인생이며 우리 모두의 인생이 그러하다고 말한다. 그러니 다른 누군가의 정의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판단할 수 있는 이는 오직 자신뿐이므로. 어떠한 인생을 살든 말이다.

 

네가 누구든 나는 너를 알아본다. 우리 각자가 어떤 다른 가능성을 살기 때문에 우리는 똑같은 사람들이다. 네가 누구든 너는 나의 무수히 많은 자아이다.(중략) 나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의 나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도록 나 자신의 삶은 더욱 완성되리라. 나는 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되며, 가능성이기만 했던 것은 현실이 된다. 나를 제한하는 이 자아가 내가 아니면 아닐수록 나는 더 많은 존재가 된다. (239쪽)

 

 

r*********s 2022.01.25. 신고 공감 37 댓글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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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러버] 내 자서전을 쓴다면 난 과연 무슨 이야기를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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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담은 자서전을 집필한다면 난 과연 어떤 이야기를 넣을까. 또 어떤 이야기는 넣지 않을까. <평범한 인생>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었다.  작가의 어린시절에 대한 회상을 읽을 때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생각났고, 그의 청년 시절을 읽을 때면 '스토너'가 떠올랐다. '우리는 일기를 쓸 때마저 거짓말을 한다'던 '안나'가 떠올랐고, 여러 자아가 돌아가며 주도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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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담은 자서전을 집필한다면 난 과연 어떤 이야기를 넣을까. 또 어떤 이야기는 넣지 않을까. <평범한 인생>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었다.  작가의 어린시절에 대한 회상을 읽을 때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생각났고, 그의 청년 시절을 읽을 때면 '스토너'가 떠올랐다. '우리는 일기를 쓸 때마저 거짓말을 한다'던 '안나'가 떠올랐고, 여러 자아가 돌아가며 주도권을 잡던 '킬미 힐미'가 생각났다. 이 다양한 책들과 영화가 이 한 권의 책에 다 담겨져 있다니, 놀랍지 않나? 읽는 내내 계속해서 변환되는 분위기를 함께 따라가며 내 생각도 점점 깊어지는 느낌을 줬던 인상적인 책이었다. 아마 올해 내 인생 책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완독 후에도 그 여운에 빠져 한참을 곱씹었다   이 책은 아마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 맘대로 소제를 붙여보자면 1부 평범한 자서전, 2부 여러 자아들의 다툼, 그리고 3부 나는 누구이며, 평범한 나의 삶이란 무엇인가. 분명 평범하고 잔잔한 인생이 쓰여진 자서전으로 시작한 이 소설은 중반부에 갑자기 이기적인 자아가 나타나 평범하고 착한 자아를 압박하며 언쟁을 나누다, 그래서 우리 안에 있는 자아들 중 누가 진짜 나일까, 우리의 인생은 어떻게 나아가며 과연 평범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하는 철학적 질문들이 쏟아지며 마무리된다. 원래 한 권의 책이 이렇게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었나? 소설 안에서 이렇게 철학적 질문들을 자연스럽게, 하지만 깊게 던지는 책이 있었나? 곱씹을수록 정말 놀라운 책이다. 게다가 이런 책이 1934년에 쓰여졌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책을 읽으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질문들을 다시금 생각해보면 아래와 같다. 1. 내 안엔 과연 어떤 자아들이 존재하며, 자아들의 충돌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고등학생 때, 부모님의 사이가 안좋았을 시절, 엄마의 우울증이 심해졌었다. 내 옆에 누워 그냥 죽고 싶다고 당신을 놓아달라는 엄마의 울음에 그러지 말라고 당신을 붙잡았다. 그런 매달림엔 엄마를 잃고 싶지 않은 착한 딸의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그럼 남은 나는 어떡해? 나는 아직 고등학생인데, 그럼 나는 누가 챙겨줘? 그때 내 두 자아의 다툼을 크게 느꼈었다. 어떻게 엄마가 죽겠다는데 그런 이기적인 생각을 해? / 그럼 너는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정말 100프로 순수한거야? 정말 조금도 남겨질 너가 무서워서 붙잡고 싶은 맘은 없었어? / 난 엄마를 사랑했고 엄마가 힘든게 싫었을 뿐이야 / 엄마만 생각했다면, 그냥 자유롭게 놓아주는 게 맞는 거 아닐까? 네 욕심때문에 잡고 있는거야. 넌 이기적이야 / 아니야. 난 엄마를 사랑하는 착한 딸이야 2. 생각해보면 내가 누굴 대하느냐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편한 친구들과 있을 때면 철없고 솔직한 내가, 부모님과 있을 땐 착한 딸, 멋진 딸로 인정받고 싶은 내가, 일터에서는 모든 일을 꼼꼼히 처리하는 내가, 그리고 내 마음 속엔 가끔 사악하고 이기적이고 콧대높고 자아도취된 내가 꿈틀댈 때도 있다. 그렇다면 내 여러가지의 자아는 내 페르소나(가면)일까. 이 수많은 가면들 중, 과연 나는 누구인가 : 그 가면들이 죄다 가짜일까? 그 중 하나만 진실이라는 법이 있나? 내 안에는 무수히 많은 자아가 있고 어느 자아가 튀어나오든 그건 모두 내가 아닐까? 철없이 솔직한 나도, 착하고 멋진 나도, 사악하고 이기적인 나도, 결국 모두 모여 나라는 하나뿐인 존재가 된 것이 아닐까?  3. 그렇다면 그 자아들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내 인생은 과연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평범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특별한 인생은 또 무엇이지? : 어느 자아가 어느 순간에 주도권을 잡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무수히 많은 인생의 갈림길 앞에서 각자 다른 선택을 하며 인생을 이끌어간다. 그렇다면 어느 하나 같은 인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순간엔 같은 선택으로 우리가 만날 수도 있지만, 다음 갈림길에선 다른 선택으로 헤어질 수도 있다. 무수히 다른 만남과 이별을 반복해나가며 살아온 인생의 길을 되돌아본다면, 내 인생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삶이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특별한 삶이라면, 이름을 크게 알리거나, 업적을 남겨 이 사회에 무언가를 남기는 삶이겠지만 정말 그것이 특별과 평범을 나누는 기준일까? 특별함이란 이 세상 단 하나로 존재한다는 것 아닐까? 그럼 우리의 인생은 다 제각각으로 그려지니 모두가 특별한 인생일 것이다.  4. 하지만 모두가 그런 특별한 인생을 살았다면, 결국 그것은 평범이 아닌가? 그럼 우리는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일까?  더 많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졌고, 아직 끝을 내지 못하였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를 되찾은 것 같았다. 책장을 넘김과 함께 생각이 확장됨을 몸소 느끼는 순간, 그 희열은 잊을 수가 없다. 아, 그래. 이 맛에 독서를 하지. 이런 배움의 희열을 얻기 위해 우리는 책을 읽었고, 읽고 있으며, 읽어 나갈 거지.  철학 책을 더 읽어 내 질문들에 답을 찾고 싶게 만든 책, <평범한 인생>. 나이가 들어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아 한 5년 혹은 10년 마다 재독을 해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l*******n 2024.05.29. 신고 공감 13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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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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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생을 살면 평범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제목이 너무나 평범해서 오히려 마음이 갔던 책이었는데 의외의 전개에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그러한 전개 덕분에 이 책은 나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떠올랐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많은 작품들로 만났던 작가인데, 카렐 차페크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싶다. 왜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을까?     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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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인생을 살면 평범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제목이 너무나 평범해서 오히려 마음이 갔던 책이었는데 의외의 전개에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그러한 전개 덕분에 이 책은 나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떠올랐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많은 작품들로 만났던 작가인데, 카렐 차페크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싶다. 왜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을까?

 

  노신사 포펠이 의사로부터 친구가 동맥경화로 죽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어릴 때 같은 학교에 다녔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프라하 교통부에서 함께 일했던, 처신이 아주 분명한 사람이라고 기억하는 친구였다. 친구는 자신의 삶에 대한 글을 남겼고,의사는 포펠씨에게 그 자서전을 주었다. 의사와 포펠의 만남(책을 받음, 읽고 돌려줌) 사이에 자서전이 배치되어있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다. 퇴직을 하고 정원을 가꾸며 노후를 보내고 있던 그는 어느 날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을 직감했고, 주변 정리를 해나갔다. 더 이상 정리할 것이 없다고 느꼈을때, 자신의 삶을 짧고 간결하게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생각은 처음에는 거의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리고 그걸 가지고 뭘 하려는 건가? 누굴 위해 그걸 쓰려는 건가? 이런 평범한 삶에 대해 쓸거리가 있을까? (중략) 사실, 아주 평범한 삶에 대한 전기를 쓰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어쨌든 이는 나의 사적인 일이다. -p16 ~p 18

 

  그의 생각에 동의하면서 느긋한 맘으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소목장이었던 아버지의 강인한 모습을 좋아했고, 따뜻한 어머니로부터 보호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짧지만 첫사랑도 경험했다. 외로움을 타고 붙임성 없는 성격이었지만 대신 책을 좋아했고 공부를 잘했기에 상급학교에 진학했다. 대학시절 시를 쓰는 친구를 만나 특별한 체험을 했다. 역 발송계로 수습직 발령을 받아 일을 시작한 그는 역장의 딸과 결혼을 해서 안정된 가정을 이루었고, 프라하 철도청에 합류해 직업적으로도 만족한 삶을 살았다. 그의 인생은 평탄했다고 느껴졌다. 커다란 굴곡도 느껴지지 않았고, 살아가면서 조금씩은 겪게 되는 문제 정도? 아주 평범한 사람에 대해서도 이렇게 전기를 쓸 수도 있구나, 이렇게 인생을 정리해보는 것도 괜찮구나, 라는 생각을 할즈음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다.

 

  지금까지 만났던 그의 삶은 그의 인생의 아주 일부분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 진실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혼란스러워졌다.  여덟 개의 자아가 나타나서 다투기 시작했고, 어떤 자아가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앞선 상황들은 다른 모습으로 비춰졌다. 어린 시절 평범한 행복을 위한 구석 장소는 다른 아이들과 견주기에는 힘도 능력도 모자라는 아이의 저항이자 도피처였고, 사랑과 신뢰와 충실함뿐이었다고 생각했던 결혼 생활은 허상이었다. 평범하게 보였던 그의 일상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보면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공감되기도 했다.

 

  모두가 진실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 속에, 이 평범한 인생 속에도 여러가지 동기가 존재할 수 있지 않은가? 아주 단순한 일이야. 인간은 이기적이고 태생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생각하기 마련이지. 잠시 그걸 잊고, 자신마저 잊은 채 자기가 몰두하는 일만이 존재할 때가 있는거야. 가만있어 봐. 그처럼 단순한 게 아니지. 그건 전혀 다른 두 개의 삶이야. 그게 문제라고! 뭐가 문제란 말인가? 둘 중 어느 것이 <진정한 삶>이라는 게 -p 151

 

 평범한 인생이란  어떤 인생일까 궁금했을 뿐이었는데,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우리의 인생을 하나로 딱 정의할 수는 없을 것같다. 매 순간이 진실이 아니었다고도 말할 수 없을 것같다. 카렐 차페크는 여러 개의 자아를 등장시켜 한 인간의 인생을 다각도로 바라보았다. 서로 부딪히는 부분들이 있지만 모두가 한 사람의 인생을 규정하는 요소들이었다. 그리고, 한 사람을 규정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조상, 가족들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단 하나의 모습으로 말할 수 있을까? 내 인생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는 것도 어렵고, 하나의 잣대를 가지고 규정지을 수도 없다. 살아가는 동안은 미완성이다. 책 속의 주인공처럼 여러 개의 자아가 있어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처함으로써 내 인생을 완성해나가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평범한 인생의 모습일지도.

 

  회상 형식으로 전개되는 작품은 현재하는 자신에게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여러 개의 자아가 존재하며, 그 내면에 있는 자아들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진실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그럼으로써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도 이해하게 된다는 함의를 담아내며, 서로의 차이점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형제애를 실천하는 것을 지향하는 차페크 문학의 본질인 휴머니즘의 정수를 보여준다. - (책 날개 중에서)

 

 카렐 차페크는 카프카, 쿤데라와 함께 체코 문학의 길을 낸 국민작가로, <평범한 인생>은 1934년에 출간되었는데 <호르두발>,<별똥별> 과 함께 철학 소설의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책이라고 한다. '로봇'이라는 신조어를 세상에 알린 작가라고도 한다. 책의 진가를 제대로 말하기에는 내 언어가 부족하여 책 날개 내용을 인용했다. 카렐 차페크의 다른 작품들은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지 궁금하다. 벌써 장바구니에 두 권의 책을 담아두었는데 빨리 만나봐야지.

 

ps ) 의사와 포펠씨는 여섯 페이지 정도의 짧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책 표지 속에 숨겨진 선명한 파란색이 너무 예뻤다. 양장본인 것도 맘에 들고.>


 


 

YES마니아 : 로얄 j*****3 2022.01.09. 신고 공감 1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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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이 주는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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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생 동안 책을 읽었다. 얼마나 많은 신기한 모험 이야기를 읽고, 비극적인 인물들과 별난 성격들을 접했던가. 마치 비일상적, 예외적, 일회적 사건과 우연 외에 다른 이야깃거리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별난 모험이 아닌 일상적 법칙의 흐름이다. 삶에 나타나는 특이하고 비일상적인 것은 단지 삶의 바퀴가 덜컥거리는 소리일 뿐이다. 오히려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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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생 동안 책을 읽었다. 얼마나 많은 신기한 모험 이야기를 읽고, 비극적인 인물들과 별난 성격들을 접했던가. 마치 비일상적, 예외적, 일회적 사건과 우연 외에 다른 이야깃거리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별난 모험이 아닌 일상적 법칙의 흐름이다. 삶에 나타나는 특이하고 비일상적인 것은 단지 삶의 바퀴가 덜컥거리는 소리일 뿐이다. 오히려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찬미해야 옳지 않을까? 덜컥거림이나 비통함이 없고 산산이 부서지지 않았다고 해서 부족한 삶일까? 그 대신 우리는 많은 일을 해냈고,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책임을 완수했다. 나의 삶은 전체적으로 보아 행복했고, 소심하지만 목가적인 삶에서 발견한 조그맣고 규칙적인 행복은 부끄러울 게 없다.

 

이런 문장만으로도 충분하다. 아, 정말 좋구나!

 

 

r*********s 2021.12.3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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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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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대학 때는 시를 쓰기도 하고 철도청에 취직해서 열심히 일도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서 가정도 이루고, 고위직까지 진급도 하고, 은퇴 후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면서 자신의 평범한 삶을 회고하고 정리하여 기록으로 남긴 이야기다.주인공은 자신의 삶에서의 여러 자아를 정리하였다.평범한 자아는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일을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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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대학 때는 시를 쓰기도 하고 철도청에 취직해서 열심히 일도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서 가정도 이루고, 고위직까지 진급도 하고, 은퇴 후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면서 자신의 평범한 삶을 회고하고 정리하여 기록으로 남긴 이야기다.
주인공은 자신의 삶에서의 여러 자아를 정리하였다.
평범한 자아는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일을 했고,
억척스러운 자아는 그 일을 상품화하면서 한눈팔지 않고 이일은 하고 저 일은 하지 말라는 지침을 정해 주었으며,
우울증 환자인 자아는 가장 괴로워하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자신을 파멸시키지 않았고 모든 일을 적당히 처리했다.
그처럼 세 개의 상이한 본성이었지만 서로 불화하지는 않았다. 말없이 타협했고 아마도 서로를 배려하기도 했을 것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3 2023.03.1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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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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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차페크 작가님의 평범한 인생을 보고 쓰는 글입니다. 본편의 대략적인 내용과 개인적인 감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페이백으로 대여해서 보게 된 소설이였는데요. 직접 구매해서 봤어도 전혀 아깝지 않을 소설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삶과 죽음, 나와 내 주변 사람들, 인간관계 등등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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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차페크 작가님의 평범한 인생을 보고 쓰는 글입니다. 본편의 대략적인 내용과 개인적인 감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열람에 주의해주세요 페이백으로 대여해서 보게 된 소설이였는데요. 직접 구매해서 봤어도 전혀 아깝지 않을 소설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삶과 죽음, 나와 내 주변 사람들, 인간관계 등등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p*******8 2022.04.03.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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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이제 그만 자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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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조여오는 순간, '두려움보다 놀라움'으로 그때가 왔다고 주인공은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평범한 인생'에 대한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이 소설<평범한 인생>은 한 남자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는 일대기의 형식을 갖는다. 다른 점이라면 한 사람의 생애를 돌아보는 데 여러 자아의 목소리를 드러내 좀더 다층적인 시각으로 생을 돌아본다는 점이다. 일견
"쉿, 이제 그만 자야할 때" 내용보기

 심장이 조여오는 순간, '두려움보다 놀라움'으로 그때가 왔다고 주인공은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평범한 인생'에 대한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이 소설<평범한 인생>은 한 남자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는 일대기의 형식을 갖는다. 다른 점이라면 한 사람의 생애를 돌아보는 데 여러 자아의 목소리를 드러내 좀더 다층적인 시각으로 생을 돌아본다는 점이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나의 삶은 알고 보니 체코의 근현대사와 맥락을 같이하고 산업 문물의 태동과 함께하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또한 인간의 생애주기마다 경험하는 개별적이며 보편적인 에피소드마다 끈임없이 갈등하고 선택하며 욕망과 사랑에 눈뜨는 한 남자의 경험이 녹아있다.


 우리들 각자의 삶은 매우 남루하며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그 과정에는 선조들의 피가 함께하고, 동료들과의 상호 관계에 의해 예기치 못한 변화를 맞는다. 그러면서 '나'라는 한 사람에겐 서로 상반돼 보이는 자아가 자리잡고, 겉으로 보면 메우 일관돼 보이지만 난 여러 자아의 집합체였고, 죽음을 앞두고 내 속에 있는 다양한 자아가 만들어낸 과오와 부끄러움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소설은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한 세기 전에 활약한 다른 나라의 작가가 쓴 것이라 그 배경이나 서사가 매우 고리타분할까 염려했는데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50대의 내가 어린 시절 경험한 세계가 펼쳐졌고, 철로변의 판자촌의 모습은 한국의 196,70년대의 모습이었다. 주인공이 가담한 유일한 반역의 음모는 일제 강점기나 군사 독재시절의 비밀스어운 저항군의 모습으로 읽히기도 했고, 한 남자의 생애 주기마다 경험하는 성적 욕망은 솔직하고 담대하게 그려져 감정이입이 어렵지 않았다.


 이제 나 역시 나이가 들고, 인생의 여러 주기를 넘다보니 이런 소설에 동조화가 쉽게 일어나는 것 같다. 구질구질해 보이는 한 사람의 생애도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면 매우 특별한 사연과 삶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는 보편적 체험이 녹아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고단한 한 초로의 사람이여...지금까지 수고했고, 잘 견뎌줘서, 참 대견하다. 이젠 생의 끝자락에 서서 너무 두려워 말고, 누군가의 널찍한 품에 안겨 편안한 쉼을 갖기를 바란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m*****8 2024.06.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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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인생 속 다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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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차페크 (1890~1938)는 체코 대표 작가로서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은 못했습니다. 1921년에 로봇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만들어서 희곡에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뮌헨 조약으로 체코 일부가 독일령이 되자 이에 반대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독일 제거 대상 3순위이었으나, 그 전 독감으로 사망했고, 평생 동지이자 이 책 표지를 그린 친형 요세프 차페크는 독일 수용소로 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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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차페크 (1890~1938)는 체코 대표 작가로서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은 못했습니다. 1921년에 로봇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만들어서 희곡에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뮌헨 조약으로 체코 일부가 독일령이 되자 이에 반대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독일 제거 대상 3순위이었으나, 그 전 독감으로 사망했고, 평생 동지이자 이 책 표지를 그린 친형 요세프 차페크는 독일 수용소로 끌려가 죽었습니다.



주인공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삶을 글로 남겨봅니다. ‘평범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여덟개의 자아를 발견하게 됩니다.



첫 번째는 평범하고 행복한 사람이고,

두 번째는 출세를 위해 몸부림치는 억척이이고,

세 번째는 우울증 환자,

네 번째는 낭만주의자,

다섯 번째는 사악하고 저급한 그저 어떤 것,

여섯 번째는 시인,

일곱 번째눈 영웅,

여덟 번째는 가난하고 혼자가 되고 싶은 나

슬프기도 하고 공감도 되고…
작가님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YES마니아 : 골드 s******8 2023.12.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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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페이백 대여도서로 읽어보게된 카렐 차페크 작가의 평범한 인생 리뷰입니다. 59페이백으로 읽어보게되었던 책입니다. 카렐 차페크는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문학책을 페이백으로 읽어보게되어서 좋았네요 주인공은 정년퇴직한 철도 공무원인 평범한 인물로 병세가 깊어지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서전을 쓰게되면서  주변을 정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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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페이백 대여도서로 읽어보게된 카렐 차페크 작가의 평범한 인생 리뷰입니다. 59페이백으로 읽어보게되었던 책입니다. 카렐 차페크는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체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문학책을 페이백으로 읽어보게되어서 좋았네요 주인공은 정년퇴직한 철도 공무원인 평범한 인물로 병세가 깊어지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서전을 쓰게되면서  주변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자서전을 쓰면서 회상의 기록이 전개되면서자신의 인생사에서 작은 에피소드들과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탈들에 다시금 새로운 시점의 의미를 갖게되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되는 전개로 쭉 나아갑니다 ..처음접하는 작가인데 지루하지 않게 쭉 읽혀서 좋았네요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w*****7 2023.03.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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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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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라하의 프란츠 요세프역 발송계로, 수습직 발령을 받았습니다. 어두운 플랫폼이 보이고 온종일 불을 켜놓은 역 사무실은 어둡고 갑갑한 동굴 같았습니다. 그 곳에서 운임을 계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창문 앞으로는 이따금씩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이 지나갔습니다. 그곳이 곧 나의 집이 되었습니다.   책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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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라하의 프란츠 요세프역 발송계로, 수습직 발령을 받았습니다.

어두운 플랫폼이 보이고 온종일 불을 켜놓은 역 사무실은 어둡고 갑갑한 동굴 같았습니다.

그 곳에서 운임을 계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창문 앞으로는 이따금씩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이 지나갔습니다.

그곳이 곧 나의 집이 되었습니다.

 

책 잘봤습니다

w*****e 2023.03.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