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에도 나왔지만, 왜 유리열쇠상, 스웨덴 범죄소설상 수상의 이 발란데르 (기존에는 발랜더로, 영드에서는 왈랜더로 나왔지만, 여기서부터 발란데르로 통일한다) 시리즈 1탄이 소개되지않았는지..나도 의문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바게트와 경찰의 legwork를 좋아하시는 분에게 딱이다.
쿠르트 발란데르, 42세, 스웨덴 남부 스코네지역의 위스타드 경찰서의 에이스. 현재 스페인으로 겨울 휴가를 떠난 경찰서장의 대리역을 하고 있다. 아내는 3개월전 이혼하자며 떠났고, 피자에 햄버거, 술과 항상 듣는 오페라로 그는 지금 살이 찌고 위궤양에 설사에... 게다가 청소년기부터 점점 멀어졌던 딸 린다 또한 집을 나간후 그를 만나러도 오지않는다. 그림을 그리는 아버지는 따로 살면서 매일 그에게 오라고 전화를 하지만, 집안은 엉망이고 치매기까지 돌아 여동생에게 SOS를 보냈다.
그런 고난을 겪고 있는 그와 같은 하늘, 외딴 농장에선 노인부부가 4,5번 죽을 만큼이나 고문과 폭행을 당하고 살해되었다. 노부인은 목숨은 건졌지만 거의 코마상태로 있다가 '외국'이란 말만 남기고 사망. 무얼 뺏을 것도 없는 가난한 농가에 도대체 누가 습격해 사람을 이지경으로 만들어놓을정도로 고문을 하고 올가미를 건뒤 말에게 건초를 주고 간 걸까. 이 모순과 잔인함에 위스타드 경찰서 강력계를 모두 출동을 한다.
그 어떤 천재가 나타나 프로파일링을 하고 컴퓨터를 뒤지고 CCTV를 분석하고 그래서 잡아가는 것이 아닌, 구식경찰에 가까운 이들이 가설을 세우고, 탐문을 하고, 잠복을 하고 미행을 하고 인터뷰하다 감을 잡고.. 이런 경찰의 legwork의 쫀쫀하고 밋밋하지만 곱씹으며 고소함을 느끼게 되는 과정이 계속된다.
나쁜 일은 언제나 같이 몰려오는 법. 이 '외국'이란 말이 유출되어 인근은 난민캠프에 방화사건이 일어나고, 드디어 산책하던 소말리아 난민이 살해당한다.
쿠르트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인간 (최근에 북한에서 미국으로 탈출해 콜롬비아에 다니다 인권운동인터뷰를 하는 분과 조던 피터슨박사의 인터뷰를 봤는데, 미국대학에서 무조건적으로 압박하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의 주입. 표현의 자유를 두고 난 뒤에 이에 대한 생각의 수정이 필요하지, 맨처음부터 무조건 주입과 말을 틀어막는건 아니지않나?)은 아니다. 그는 그냥 정말인간적인 인간이다. 난민에 대한 연민이나 증오같은 것은 없다. 난민이 들어왔으면 이에 대한 제대로된 시스템이나 잘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고, 같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이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인간일뿐이다. 하지만, 이만한 사람도 요즘 만나기 어려운거 아닌가. 어설픈 안티..즘으로 빠져서..
여하간, 언제나 이혼을 하는 경찰..이라는 말이 이해될 정도고 사생활이 함몰되는 경찰의 일.일.일. 쿠르트는 아내를 잡고 딸을 받아들이고 아버지를 보호하려 하지만, 이는 사람의 손을 떠난 일이다. 할일은 세 건의 범인을 잡는 것. 결국 모든 퍼즐을 던져놓고 하나씩 의문을 해결해나가면서 사건들은 해결이 된다. 클라이막스에서 경찰이랑 악당이 붙어 막 싸우다 해결되는 카타르시스적 맛은 없지만, 은근한 바게트빵의 맛이다. 딱딱한 것을 씹어 계속 씹노라면 딱딱함은 부드러워지고 밋밋한 맛 속에 은근한 빵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든든함.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오마쥬인 이 작품은, 평범하고 성실한 경찰의 legwork가 드디어 보답을 받는, 그 꾸준함과 은근한 매력, 든든함을 보장한다.
근데, 에바..참 좋은 사람 아니냐? 결혼은 했을까?
p.s: 헤닝 만켈 (Henning Mankell) 발랜더 시리즈 (Kurt Wallender)
Mordare utan ansikte (1991; English translation by Steven T. Murray: Faceless Killers, 1997) 하얀암사자 흰개미냐 하얀 암사자냐.... Mannen som log (1994; English translation by Laurie Thompson: The Man Who Smiled, 2005) 미소지은 남자 범죄, 사회..그리고 '미소지은 남자' Villospar (1995; English translation by Steven T. Murray: Sidetracked, 1999) Gold Dagger 2001 다섯번째 여자 방화벽 |
셰발과 발뢰의 <잠긴 방>을 읽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몰랐던 헨닝 망켈의 책을 읽었다. 커플작가의 첫 작품 <로재나>의 서문을 쓴 이가 헨닝 망켈이다. '잠긴 방'을 시작으로 '로재나'까지 읽고 나면 이제 어떤 소설을 읽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자연스럽게 헨닝 망켈로 이어진 셈이다. 셰발과 발뢰 이후의 스웨덴 작가들이나, 이후 범죄소설작가들에게 어느 정도는 영햐을 미쳤을 거란 사실을 감안하고 읽어야 겠지만..비교할 생각은 없었다. 그럼에도 마르틴과 발란데르가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닮았다는 느낌보다, 힘겨운 형사생활을 하는 이들이라면 보일수 밖에 없는 특징이라 이해했다.
"정부와 이민 기관은 망명을 추구하는 개개인이 어떤 사람인지 실질적으로 파악하고 있을까?누가 정말 난민이고 누가 기회주의자인가? 온전한 구분은 가능할까? 현 난민 정책이 혼돈 상황에 빠지지 않고 장기간 운영될 수 있을까? 난민수용의 상한선이 있을까?"/329쪽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프로를 애정한다, 올해는 전쟁으로 인해 주로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이 메인이었는데, 거의 마주한 적 없는 스웨덴 소식을 접했다. 뉴스의 내용은 네오나치의 약진이었다..스웨덴에서? 왜..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는데, 이유는 전 세계가 비슷한 이유로 갈등하는 것들이었다. 이민과 난민 그리고 취업문제... 누구의 탓으로만 돌릴수 없는 문제인데..누구의 탓으로 돌려지게 되는 심각한 상황이 스웨덴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공교롭게 <얼굴 없는 살인자>에서도 네오나치..가 언급되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난민을 관통하는 화두 가운데 하나가, 불안과 공포일테니 말이다. 그런데 살인사건과도 밀절한 관계가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 부분이 언급된 것은 아니라서..피해자와 단순 원한, 혹은 강도에서 비롯된 우발적 사고정도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이를 관통하는 노인문제와, 경찰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직업적 고통, 그리고 사건 만큼 잘 해결하지 못하는 개인사 문제들.....난민에 관한 화두가 언급되면서 '얼굴 없는 살인자'라는 제목이 주는 의미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묵직하게 다가왔다. 말 그대로 난민의 딜레마..뿐만아니라, 사회 전반에 반목되는 갈등의 딜레마..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걸까. 정말 어떻게도 결론을 낼 수 없는 문제인걸까?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는 사실 이전에 더불어 함께 살아보자는 메세지가 이제는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 세상인걸까... 분명한 건 혐오와 갈등이 고조되는 사회일수록 얼굴 없는 살인자..도 함께 증가하겠구나..라는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셰발과 발뢰의 60~70년 스웨덴을 보면서 현재의 스웨덴은 그때와는 정말 달라졌을까...궁금했는데.. 90년대를 집중 조명했다는 망켈의 소설에서도 여전히 스웨덴의 음과양은 함께 존재하고 있는 모양이다. 21세기 지금 네오나치의 약진을 봐도 그렇고... 셰발과 발뢰의 소설을 읽으면서 추리물이 범인을 찾아내는 것 이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매력을 알게 되었다. 망켈 소설은 이제 겨우 한 편 읽었을 뿐이지만..앞서 만난 범죄물 보다 더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제가 무엇이되였든..딜레마에서 오는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는 어떻게 될것인가에 대한 질문!! |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작가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1960-1970년대 스웨덴 사회를 반영하였고, 헨닝 망켈의 <발란데르 시리즈>는 1990년대 사회를 반영했다.
고전 소설인 것과 그 시대의 과학 발전을 따져도 현재를 사는 독자로써 수사가 정말 더디다. 사건을 해결하기까지 무려 반년이나 걸린다. 예전에 [로재나]를 읽을 때에도 느꼈지만, 그때에 비해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수사 진행은 더디다. 어찌 보면 마르틴 베크의 [로재나]나 [얼굴없는 살인자]가 오히려 현실 반영을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로재나]에서도 사회의 허점이나 어두운 면을 많이 부각시키며 독자에게 깊은 생각거리를 주었는데,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도 비슷하게 생각거리를 많이 쥐어주었다. [로재나] 리뷰에서도 썼듯이 빛 좋은 개살구가 맞고, 사람 사는 덴 다 똑같단 생각도 했다. 그래도 ‘어찌되었던 복지국가는 맞네.’ 싶었던 부분도 많았다. 추가 근무 수당을 칼같이 받는다는 점. 그 수당으로 일주일 여행 갈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 여름휴가가 한 달이라는 점. 수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휴가를 갈 수 있다는 점... 또 난민 문제는 70년대나 90년대나 2020년대나 크게 달라진 게 없어보였다.
내용 중간 중간 일에 치여 정작 본인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못해 여러 갈등과 고민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의 갑갑한 심정과 그로 인한 상황들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안쓰럽긴 했지만, 책이 지루하진 않았다.
사건의 전개가 엄청 느리지만 지루하진 않았다. 돌파구라 생각했던 여러 길이 다 막히고 엉뚱한 길임을, 처음 가졌던 단서가 유일한 길이였음을 아는데 책 한권이 다 끝나갈 때쯤 찾아낸다. 느릿하고 답답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쩌면 모든 경찰, 형사, 검사, 변호사 등. 여러 직업들이 매 사건을 맡을 때마다 이런 감정을 가지지 않을까 그러다 작은 실마리, 단서라도 찾으면 고지가 머지않은 거처럼 열정적이었다가 막다른 길임을, 잘못된 길임을 알게 되면 좌절하고, 실망하고... 그럼에도 맡은 바 최선을 다해 새롭게 다시 조사하고 파헤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소설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짧은 분량이 아쉬울 뿐이다. 이 책을 읽고 제일 감명깊게 읽은 구절이있다. 요즘 많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그런지 이 구절이 위로가 되었다.
포기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응당 내가 원하고 바라는 걸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꺠우쳐 주었다.
책 속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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