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동안 서반구에서 지역 패권국이었던 미국은 중국이 아시아의 지역 패권국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펼치게 될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미국은 미국과 맞먹는 경쟁자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는데, 이는 20세기 세계 역사를 통해 보여졌던 일들이다. 미국은 독일 제국, 나치 독일, 그리고 소련이 유럽을 지배하는 것을 막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일본 제국과 소련이 아시아 지역을 장악하는 것을 막았다. 실제로 미국은 패권의 야망을 가졌던 이 4개의 강대국 모두를 격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예측 가능한 미래에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중국(그리고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는 데 깊이 개입할 것은 분명하다. 요약하자면, 이미 70년 가까이 지속된 한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앞으로도 끝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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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 보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대 동아시아 정책을 이끄는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2권의 책을 저술했다. 한국어로도 번역된『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은 냉전 시대 동안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이 왜 한국의 안보에 그토록 신경을 썼는지, 또한 다가오는 다극체제에서도 미국은 왜 한국의 안보에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인지에 대해 잘 설명해준다. 그러나『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은 냉전이 종식된 이후, 세계가 단극체제가 되었던 시대의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고 았다. 결국『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은 강대국들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을 제공하지만, 단극체제는 그 정의상 강대국이 하나뿐이며, 이는 강대국들 사이의 정치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The Great Delusion』이 목표하는 바는 미국만이 지구 상의 유일한 초강대국이었기 때문에 다른 막강한 국가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었던 시절, 미국 외교정책의 동기가 되었던 요인들이 무엇이었나를 설명함으로써 공백을 메우려는 것이었다. 내 주장의 주요 관점은, 냉전이 종식될 무렵 미국은 일반적으로‘자유주의적 패권’이라고 불리는 근본적으로 자유주의적인 외교정책을 채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야심찬 정책의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수의 나라들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바꾸어놓는 동시에 개방적 국제경제 체제를 조성하고, 또한 더욱 효과적인 국제기구들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즉 미국은 세상을 자신의 모습대로 다시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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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한 포용 정책은 실패로 돌아갔다.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 동중국해, 남중국해 그리고 타이완에 대한 행동과 선언을 통해 확실해진 바처럼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현상 타파를 추구하는 나라이다. 동시에 중국에 대한 포용 정책은 중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함으로써 중국이 강대국이 되는 것을 도왔으며, 이는 중국이 막강한 군사력을 구축해 동아시아의 현상 변경을 추구할 수 있게 했다. 동아시아에 강대국 국제정치가 다시 돌아왔으며, 한국과 미국 양국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중국이 야기하는 위협은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한미 동맹관계를 더욱 굳건히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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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주제가 무엇이어야 할지에 대해 두 가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로 나는 냉전 이후 왜 미국의 외교정책은 그토록 쉽게 실패하고 말았는가 혹은 아주 처절하게 실패했는가를 설명하고 싶었다. 나는 특히 중동 지역에서의 미국 외교정책의 대실패를 설명하고 싶었다. 중동에서의 실패는 지금도 누적되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점진적인 관계 악화도 진행 중이다.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 악화는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의 파탄으로 정점에 도달했다. 이들 주제는 대단히 재미있는 주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1990년대 초반, 미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세계에서 행할 역할에 대해서 대단한 낙관적인 생각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밝히고 싶었다. 둘째로, 나는 자유주의, 민족주의 그리고 현실주의가 국제관계에서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에 대한 책을 쓰고 싶었다. 나는 오랫동안 민족주의를 국제정치에서 특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주제에 관해 자세히 연구한 적은 없다. 그러나 나는 현실주의에 대해서는 많은 글을 썼고, 이미 저술한 여러 권의 책에서 현실주의와 자유주의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 탐구한 바 있다. 나는 이 세 가지 주의(ism)들을 비교하고 대비시켜보는 책을 쓰는 일이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이 주제들에 관해 기술된 기왕의 책이나 논문이 없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민족주의 그리고 현실주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동안, 나는 이 세 가지 이념들이 1989년 이후, 특히 2001년 이후 야기된 미국 외교의 실패를 설명하는 데 이상적인 틀을 제공해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바로 그 시점에 이 책을 쓰기로 한 나의 두 가지 이유가 아주 그럴듯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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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본적인 주장은 냉전이 종료된 이후 미국은 너무나도 강력했으며, 그래서 미국은 흔히들“자유주의적 패권(liberal hegemony)”이라고 부르는, 거의 완벽할 정도의 자유주의적 외교정책을 채택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야심찬 전략은 가능한 한 많은 수의 국가들을 자유민주주의로 변화시키는 한편, 개방적인 국제 경제를 촉진하고 막강한 국제기구들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미국은 세계를 본질적으로 미국의 이미지와 닮은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 같은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들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고, 그 정책을 시행한다면 세계는 더욱 평화로워지고 핵확산 및 테러리즘이라는 두 가지 문제는 완화되리라고 믿었다. 이 정책은 인권 유린을 줄이고 자유민주주의를 내부의 위협으로부터 더욱 안전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자유주의적 패권 정책은 시작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 있었고, 실제로 실패했다. 이 같은 전략은 언제라도 미국의 입장을 민족주의 및 현실주의와 어긋나는 상황에 처하게 했다. 민족주의와 현실주의는 국제정치에 대해 궁극적으로 자유주의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이 같은 삶의 기초적인 사실을 받아들이기 아주 어려워 한다. 미국은 뼛속 깊이 자유주의적인 국가로서 미국의 외교정책 엘리트들은 언제라도 민족주의와 현실주의에 대해 조건반사적인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외교정책의 전선에서 골치 아픈 문제를 야기할 뿐이다.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자유주의적 패권 정책을 포기할 수 있는 현명함을 갖추어야 하며, 강대국들의 개입을 제약하는 민족주의에 대한 적절한 이해와 현실주의에 기초한 절제된 외교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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