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는 현실의 구정물이 튈까봐 소란한 한국으로부터 문득 이륙, 아득한 가상의 사막에 공들여 구성한 인공신기루 같은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도서관이
다. 곧 식당으로 개조될 호펜타운의 반디멘 재단 도서관의 사서 에드워드 머레이가 빈센트 쿠프만 컬렉션을 중심으로 도서관의 사람들조차 목록적으로 정리한 실록이 이 작품의 몸통인데, 말하자면 이 소설은 한 편의 긴 농담이다. 이 때문에 이 독특한 재능이 철 지난 포스트모더니즘의 뒤늦은 도착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끝에 반전이 숨어 있다. “사람은 책이다. 그를 오래도록 읽고 또 읽어야 한다.” 반인간주의로 위장한 인간주의 또는 인문주의가 오롯한바, 이 소설은 위기에 처한 인문주의를 위한 만가요, 그 참을 수 없는 변증인 것이다.
- 최원식 (문학평론가)
이 소설은 책의 물성과 도서관의 인문적 정체성이 사라져가는 이 시대, 책에 대한 서지학적 연서라고 할 수 있다. 한 도서관의 이야기이면서 한 도시와 커뮤니티, 그리고 인간성의 구원에 대한 서사이기도 하다. 책과 도서관 이용자들을 둘러싸고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인간에 대한 편견을 들춰내 결국 삶의 다양성과 존엄성에 대해 질문한다. 책은 어떻게 태어나며 무엇을 말하는가, 어떻게 독자와 조우하며 또 버림받고 잊혀서 죽음을 맞는가, 그리고 책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왜 삶에 대한 연가가 되는가. 모든 책에는 각자의 운명이 있다. 아니 모든 인간들은 저마다의 운명을 지니며 소멸 속에서 연대한다.
- 은희경 (소설가)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는 ‘책을 떠나는 인간들을 위하여’ 쓴 작품이다. 세상에는 단 한 권뿐인 책이 있고, 단 한 명뿐이 읽지 않은 책도 있다. 한 권뿐인 책은 가치 있고, 한 명뿐이 읽지 않은 책은 그렇지 않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는가. 인생을 가장 닮은 예술의 형식이 장편소설이라면 이 작품은 완벽하다. 인생과 소설이 고립의 형식으로 닮아가고 있는 과정을 작가 오수완은 책이라는 텍스트와 그 텍스트가 머무는 도서관을 통해 보여준다. 아주 쓸쓸하지만 담백하다. 쓰는 존재와 읽는 존재가 만나는 도서관. ‘어디에도 없는 책들을 위한 도서관’은 ‘어디에도 없는 인간들을 위한 도서관’이지만 ‘어디에나 있는 인간들을 위한 이야기’다.
- 방현석 (소설가·중앙대 교수)
명징한 지성이 감싸고 있는 사유와 상상의 소설 언어가 매혹적이다. 말과 사물은 서로를 단단히 껴안고 흘러가면서 세상이라는 책, 세상이라는 도서관을 짓는다. 한국 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공중전의 상상력이 일품인데, 진공의 책장에 숨을 불어넣는 언어의 힘만으로도 이 소설의 성취는 뚜렷하다. 소설의 문장들이 이끄는 미세한 떨림과 번짐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기발한 확장과 펼침의 백과전서적 상상이 우리 내부의 이야기로 이미 접히고 연결되는 문턱을 즐겁게 만나게 된다.
- 정홍수 (문학평론가)
가상의 도시에 가상의 도서관이 있고 가상의 도서관에는 가상의 장서가 소장되어 있다. 독자들이 소설 속 가상의 공간과 인물들을 어색해하지 않고 우리가 그 진위를 궁금해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소설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색하기는커녕 이보다 더욱 견고하고 실제적인 것을 보지 못한 느낌이다. 소설 속 도서관의 장서들에 대한 느낌은 이를 뛰어넘는데 이 장서들이 현실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도 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서인 에드워드 머레이는 도서관의 장서 서른두 권을 요약해 기록으로 남긴다. 작가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주는 이 그럴듯한 기록을 보고 있자면 도서관의 장서들이 정말로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다가도 단지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이라고 정신을 다잡게 되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이 아슬아슬한 선을 내내 유지하면서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한다는 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작가가 매일 자신의 책상에 앉아 구축한 가상의 거리에서 장서의 진위에 대해 고심하며 헤맬 독자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꽤 유쾌하다. 그 세계는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새로우면서도 익숙하다.
- 하성란 (소설가)
책과 삶이 이렇게 아름답게 융화된 소설은 읽은 적이 없다.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는 책이, 도서관이, 우리의 생이 현재라는 비좁은 시간 안에만 갇히지 않고 미래에도 세상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의 이야기다. 책도 세계도 사라지지 않는 미래를 떠올릴 수 있게 한 오수완의 상상력과 지적 탐험의 깊이가 놀랍다.
- 강영숙 (소설가)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고 그 책이 도서관에 보관되는 일은 작가를 꿈꾸는 수많은 사람 중 일부에게만 허락된 좁은 문이다. 따라서 직접 쓰고 그리고 제본하여 만든 희귀본, 즉 세상에 없는 책을 소개하는 이 카탈로그는 현대 출판 시스템이 책이라 부르지 않는 수많은 꿈들의 목록이다. 탈락한 꿈들의 목록은 도서관을 벗어난 지성이고 시스템이 누락한 감성이며 승자보다 빛나는 패자들이다. 이토록 화려한 패자부활전을 관전하지 않는 자, 누구라도 후회의 맛을 보게 될 것이다.
- 박혜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