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거짓말은 나쁘다고 말한다. 사실을 말해라, 진실을 털어놔라, 거짓말은 안 된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나? 기억이 남아 있는 한 난 늘 거짓말만 일삼았다. 왜냐고? 내가 알았던 사람 중 내게 거짓말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p.14
그래, 안다. 당신이 무슨 생각하는지 안다. 내가 한 첫 번째 거짓말은 인생이 쉽다고 한 것이고 두 번째 거짓말은 아무도 필요 없다고 한 것이다. ---p.27
탕! 두 번째 총성이 울린다. 나는 달린다. 잔디밭을 지나 울타리를 넘어 도로 위로 공장지대를 향해 질주한다. 구경꾼 양반, 날 막아설 생각일랑 접어라. 머리칼을 잡아당겨봤자 시간낭비다. 옳고 그른 것 따위, 난 모른다. 할멈은 죽었다. 내가 아는 건 그것뿐이다. ---pp.48~49
“너한텐 잘 곳이 있어. 거기에 나도 좀 끼워달란 말이야. 단 하룻밤이면 돼. 하룻밤만 지내고 떠날게. 하룻밤만 재워주면 경찰한테 네 얘기는 입도 뻥긋하지 않을 거야. 트릭시랑 그 남자 얘기만 할게. 너에 대해선 한 마디도 안 한다고 약속해.” “오늘밤 내가 널 재워준다면 말이지.” “오늘밤 네가 날 재워준다면 말이야.”---pp.107~108
내 몸은 이미 감각을 잃었다. 캄캄한 우주를 표류하는 먼지처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다. 하지만 목소리가 들린다. 아득히 먼 곳에서 들리는 듯 아련하고 나직한 목소리. “블레이드.” 그 목소리의 주인을 나는 알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남의 집 앞에 버려졌던 블레이드는, 그 집에서 학대를 겪게 된다. 결국 그는 여덟 살 때 집에 불을 지르고 도망가고 그 일로 경찰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치르게 된다. 그 후 갈 곳 없는 소년들을 모아서 조직의 일원으로 키우는 자에게 발견된 그는 그 속에서도 눈에 띄는 존재로 자라나게 된다. 하지만 열두 살 때 일어났던 한 사건 때문에 그는 끝없는 도주를 감행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바꿔놓을 여러 사람들이 만나게 된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남아 있는 미래를 위해 과거와 다시 한 번 직면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소년의 거칠고 위험한 투쟁이 4권이 걸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