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성 평등 문제에 연관 검색어처럼 따라다니는 주제가 있습니다. 군대와 육아입니다.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남성이라면 언젠가 치러야 하는 군 복무가 머릿속에 짐처럼 박혀 있습니다. 아이를 낳고 싶은 여성에게는 임신과 출산, 육아 과정에서 찾아오는 경력 단절이 큰 고민거리입니다.
그런데 군대와 육아가 각각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로 고정되어 평행선을 달리던 사회 분위기에 최근 균열이 일고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가 양성 징병제를 실시하면서 여성 군 복무에 대한 시각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우리는 힘들고 그들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
저출산으로 미래에 병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는 단순한 기우가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누구나 나라를 지켜야 하지만 그 전에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지금의 한국군은 남녀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성범죄나 폭력으로부터 군인을 지켜 주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은 여성과 남성에게 무거운 짐을 떠안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싶은 나라, 군대에 가고 싶은 나라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 p.25~26, 28, 「0308 세계 여성의 날 여성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일까」중에서
2013년 12월, 눈으로 뒤덮인 이집트의 모습이 인터넷에 올라왔습니다. 눈이 내릴 리 없는 이집트에 새하얀 풍경이라니, 누군가 합성한 사진이 아닌지 의심부터 하게 됩니다. 하지만 눈 위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낙타, 눈 덮인 피라미드 사진이 줄줄이 올라오면서 누군가의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실제로 112년 만에 이집트에 눈이 내린 것입니다. … 지구를 구할 해결책으로 IT 기술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적은 연료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게 도와주는 길 안내 서비스 앱, 이동하지 않고도 만날 수 있는 화상 회의 프로그램, 온도와 습도를 체크해 물을 절약해 주는 스마트 워터 그리드까지 다양한 기술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IT 기술을 활용할 경우, 온실 가스를 16.5%나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을 사용하기 전에 던져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기술에 사용될 에너지가 친환경적인가?’입니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올라가면,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이제 한계선까지 1도 남았습니다. 석탄과 친구 끊기를 하지 않으면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악몽이 될지도 모릅니다.
--- p.128, 「0605 세계 환경의 날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악몽」중에서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세입자가 한집에 머무는 기간은 3~4년입니다. 3년에 한 번씩 집을 옮기는 현실에서 이웃을 만든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내 집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한국의 상황을 독일 사람들이 들었다면 조금 의아해할지도 모릅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남의 집에 살지만 이들은 한집에 터를 잡고 사는 기간이 평균 10년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집을 비워 달라고 하면 비워 주고, 임대료를 올려 달라고 하면 군말 없이 따라야 하는 우리나라 세입자의 가슴 아픈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말입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집주인이라고 해도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도, 이 문제로 세입자를 내쫓을 수도 없습니다. 두 나라 모두 임대료를 몇 퍼센트까지 올릴 수 있다는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만 이를 시행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집은 ‘지붕이 있는 건물’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방에 들어와 향초와 전등을 켜 놓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끼며, 새로 바꾼 벽지만 봐도 기분이 환해지는 보금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벽지 한편에 적혀 있는 숫자는 어린 시절 내 키를 재던 엄마의 손길을, 오래된 커튼은 그 뒤에 숨어 숨바꼭질 놀이를 하던 추억을 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집은 개인의 삶을 기록해 놓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공간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안정적인 도시를 만드는 길입니다.
--- p.247~248, 「1031 세계 도시의 날 둥지에서 쫓겨난 사람들」중에서
예전에 「블랑카」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이주민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한국인 사장들을 풍자하는 내용으로, ‘사장님, 나빠요’라는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습니다. 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상 과장된 면도 있었지만, 외국인을 대하는 차별적인 시선을 다뤘다는 점에서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끝난 지 10년이 넘은 지금, 이주민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졌을까요? 안타깝게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차별에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잠금장치도 없는 좁은 방에서 여러 명이 생활하기도 하고, 장시간 일하기도 합니다. 한국인들이 꺼리는 일을 대신하지만, 돌아오는 건 인간 이하의 대접입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여전히 이주민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과 미움이 존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멕시코 정부는 문제가 많은 사람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들은 성폭행범이자, 미국에 마약을 가져오고 범죄를 일으키는 주범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또한 하버드대학 학생 중 1명이 ‘흑인들은 유전적으로 백인들에 비해 열등하다’는 메일을 써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인 유학생에게 술병을 던지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닐 블롬캠프 감독의 말대로 점점 세계가 요하네스버그를 향해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 p.275~276, 「1218 세계 이주자의 날 외계인과 동거하시겠습니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