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아이들이 그렇듯이 나도 장대한 골리앗 장군을 무찌른 목동 다윗의 이야기처럼 성경에 나타난 일화들을 들으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아브라함이나 모세 같은 인물들이 중요하다고 어렴풋이 생각하면서도 정확한 이유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자라면서 나는 성당에 뜨문뜨문 출석하다가 십대 초반이 되어서는 결국 성당에 출입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교회는 내 삶과 완전히 무관한 듯 느껴졌습니다. 나는 성경이 오래된 책이어서 나 같은 젊은 풋내기보다는 연세 지긋한 학자들에게나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하나님이 계신다는 생각을 버린 적은 결코 없었지만, 솔직히 그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혹은 내 삶과 어떤 식으로 관계있는지에 관해 사실상 전혀 몰랐습니다. 나는 하나님이 나를 착하게 살아가는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시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생활했고, 품행이 단정하고 고상한 사람이 되려고만 애를 썼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나와 친했던 그레이스는 기독교 신자였는데, 그녀는 앞표지에 내 이름이 금색으로 새겨진 근사한 가죽 성경책을 졸업 선물로 내게 주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가졌던 것 중에서 제일 멋진 성경책이었습니다. 나는 그해 여름에 그 성경책을 여러 번 훑어봤지만, 교훈의 원천이라기보다 오히려 행운의 부적같이 여겼습니다.
처음 대학 신입생이 되어 기숙사에서 생활한 지 몇 주 만에, 나는 술에 취해 여학생들을 뒤쫓아 다니는 남자 기숙생의 생활이 나와 맞지 않음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속으로 나는 그레이스를 정말 사랑하고 있었는데, 그레이스는 네 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다른 대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범죄에 연루되어 교도소에서 복역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섭리하신 하나님 덕분에, 나는 내가 임시 회원으로 가입한 동아리가 체포되기 바로 직전에 기숙사에서 나왔습니다.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지만, 나는 하나님이 성경을 향한 나의 열망을 점차 고조시켜서 나를 그분께로 부르고 계심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참석하던 거의 모든 수업에는 기독교를 경멸하는 비평과 대화가 포함되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나는 자신을 위해서라도 예수님, 성경, 기독교에 관해 개인적으로 어떻게 믿고 있는지를 확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나는 어떤 교회에 출석해야 영적으로 안전할 수 있는지를 잘 몰랐는데, 여러 이상한 교회와 사이비 종교에 관한 소문은 나를 두렵게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교회에 출석하거나 대학교 사역에 참여하는 대신, 그레이스가 선물한 성경책에서 도움을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몰랐지만, 성경도 여느 책처럼 처음부터 통독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첫 페이지부터 무작정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창세기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창세기를 읽으면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을 만큼 거룩하고 경건하게 살아가는 하나님의 백성을 만날 수 있고 훌륭하게 살아가는 법에 대한 본보기를 찾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습니다.
창세기에서 읽은 내용은 실제로 나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 책은 아브라함이라는 남자의 자손들로 구성된 한 가정의 이야기를 주제로 다루는 듯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하나님이 이 가족을 사랑해서 복 주신 것은 분명했으나, 내가 기대한 것보다는 오히려 제리 스프링거의 토크 쇼와 훨씬 비슷했습니다. 아브라함에게는 젊은 아내와 나이든 아내가 있었는데, 아브라함은 나이든 아내인 사라를 이용해 바로라는 어떤 왕을 속여서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아브라함과 사라의 손자인 야곱은 정말 사기꾼이었는데 결국에는 두 자매와 혼인했습니다. 이후에 야곱의 아들인 르우벤은 자기 아버지의 아내와 동침했습니다. 위대한 노아는 휴가를 즐기는 막노동꾼처럼 술에 취해 자기 집에서 벌거벗은 채로 잠들었습니다. 롯이라는 남자도 술에 취했는데, 그 사람의 두 딸은 아기를 낳기 위해 자기 아버지와 동침했습니다. 모든 것 중에서 어쩌면 가장 기이하다고 할 수 있는 구상은 유다에 관한 이야기일 텐데, 유다는 자신이 창녀를 만났다고 생각했으나 나중에 가서야 그 여자가 자기 며느리인 다말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다말은 유다의 아이를 갖고 싶었기 때문에 창녀처럼 꾸몄는데, 내가 아는 대로라면 그것은 창세기가 전개되는 히브리 사람들의 역사 전체를 불안에 빠뜨리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나는 창세기를 다 읽고 나서 구약 성경을 계속 읽어 내려갔는데,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고 하나님과 다툰 인물로 알려졌고, 다윗은 간통죄를 범한 살인자였으며, 솔로몬은 심지어 휴 헤프터도 얼굴을 붉힐 만큼 수많은 여인과 동거했으며, 요셉이나 다니엘이나 보아스같이 특별한 인물을 제외하면 구약 성경에서 그 이름을 들은 적이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은 내가 지금껏 만난 여느 사람들만큼이나 엉망이었습니다.
나는 약 한 달 만에 구약 성경을 통독했는데, 거기서 읽은 이야기들은 재미있었지만 그 이야기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라서 혼돈스러웠습니다. 나는 성경이 훌륭하고 양심적이고 종교적인 사람들에 관해 기록한 책이므로 성경을 읽으면 그들처럼 살 수 있는 삶의 원칙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늘 생각 해 왔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러 명의 아내와 사는 것이나 자기 엄마와 동침하는 것이나 스트리퍼를 임신시키는 것이나 술에 취해 벌거벗는 것이 성경을 바탕으로 이끌어 내도록 의도된 적용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성경에서 읽은 내용에 관해 어떤 대답을 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여러 교회 주변에서 기독교 티셔츠를 입고 성경을 들고 다니면서 스스로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다른 학생들에게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여러 교회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몰랐는데, 결국은 모두가 잘 어울리는 흰색 구두를 신고 쿨에이드를 마시는 그런 장소에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두려워졌습니다. 대부분의 학생은 사람들에게 괴상한 인상을 주지 않고 오직 성경만을 훌륭하게 가르치시는 좋은 목사님이 계신 교회가 한 군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학생들이 추천해 준 그 교회에 출석했는데, 거기서는 설교단에 기대고 서서 기이한 표정으로 얼굴을 씰룩거리는 설교자나 헌금을 더 많이 하라고 부추기면서 헌금 접시를 오십
번이나 돌리는 사회자같이 이상한 인물이 전혀 없어서 안도했습니다. 더글러스 목사님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겸손해 보였는데, 우리에게 성경을 펴라고만 요구할 뿐이었습니다. 목사님의 설교는 이해하기 쉬웠는데, 목사님은 특정 성경 본문을 택해서 거기에 속한 부분들을 조목조목 설명해 주셨습니다. 예배가 끝난 후에 나는 함께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된 어떤 학생에게 목사님이 다음 주에 가르치실 내용이 무엇인지를 물었는데, 그 학생은 목사님이 성경에 기록된 순서대로 가르치는 방식을 따르시기 때문에 다음 주에는 이번 주 본문에 이어지는 부분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 교회에 정식으로 출석하기 시작했고 더글러스 목사님이 인도하는 성경 공부에 참석했습니다. 더글러스 목사님은 하나님의 섭리를 통해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교에서 히브리어 학위를 받았으며 구약 성경에 대단히 정통한 분이셨습니다. 더글러스 목사님은 구약 성경이 어떤 식으로 예수님과 연관되는지 그리고 예수님이 어떻게 우리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죄 없는 삶을 사셨고, 마땅히 죽어야 할 우리 죄를 위해 죽임을 당하셨고, 우리가 얻을 수 없는 구원을 선물로 주시기 위해 다시 살아나셨는지를 끈기 있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구약 성경을 바탕으로 예수님에 관해 배우게 되면서, 예수님을 알고 사랑하고 따르고 그분께 순종하고자 하는 나의 열망은 빠르게 성장했는데, 열아홉 살이 되던 해에 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정식으로 기독교인이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레이스가 우리 학교로 오게 되었는데, 우리는 더글러스 목사님의 교회에 함께 출석했고 그 후 스물한 살이 되던 해에 더글러스 목사님의 주례로 결혼했습니다. 이듬해에 졸업한 우리는 교회를 개척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고향인 시애틀로 돌아왔습니다.
스물다섯 살이 되던 해에 우리는 우리 집 거실에서 작은 성경 공부 모임을 시작함으로써 마스힐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마스힐 교회의 나머지 이야기는 내가 쓴『마스힐 교회 이야기』에서 들을 수 있겠지만, 그 근본 요점은 마스힐 교회가 예수님이나 성경, 그 중에서도 특히 구약 성경에 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수많은 젊은 불신자들의 주의를 끌었다는 사실입니다. 더글러스 목사님이 나에게 대단히 친절하게 설명하신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먼저 그들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갓 시작한 우리 교회에서 많은 사람이 기독교인이 되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교회 출석자 수가 몇 년 만에 수십 명에서 수백 수천 명으로 늘어나게 되자, 나는 더 이상 모든 사람을 개인적으로 만나 그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대신에 그들이 읽을 수 있도록 여러 형태의 소책자를 만들고 우리 교회에서 자비로 인쇄해서 나눠 주었습니다. 이런 소책자들을 통해, 나는 한때 내가 궁금하게 생각했고 만나는 사람들이 문의해 온 질문들에 대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여러 해 동안 우리 교회는 사람들이 읽고 자기 친구들과 나눌 수 있도록 이런 소책자들을 수천 부씩 배포하고 후원해 왔습니다. 크로스웨이 출판사에 있는 내 친구들은 이런 책자들을 훑어보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판권 계약을 문의해 왔는데, 그것은 나에게 과분한 격려였습니다.
그 후에 이런 소책자들은 약간의 편집 과정을 거쳐서 지금과 같은 시리즈 형태로 독자 여러분에게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구약 성경과 관련해서 흔히 문의하는 여러 질문에 대답하기에 앞서, 나는 처음부터 진리로 훌륭하게 인도해 주신 더글러스 목사님, 처음으로 성경책을 선물로 주었고 내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고 다섯 아이의 엄마가 되어 준 그레이스 그리고 예수님에 관한 성경을 가르칠 수 있는 놀라운 특권을 누릴 수 있게 허락해 준 마스힐 교회 성도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