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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라

타마라

: 불가능한 사랑

세계문학의 천재들-005이동
성귀수 | 들녘 | 2016년 08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3 리뷰 29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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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506g | 140*210*30mm
ISBN13 9791159251832
ISBN10 115925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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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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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에바 킬피
1928년 핀란드 카렐리아 지방에서 태어났다.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모국인 핀란드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 뒤늦은 나이에 작가의 길로 접어든 그녀는 서른한 살 때부터 엄청난 양의 중편소설을 써내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19세기 말에 태어난 두 명의 핀란드 여성작가, 마리아 요투니(Maria Jotuni)와 아이노 칼라스(Aino Kallas)가 걸어간 길을 따라, 그녀 역시 주로 성(性)과 애정생활에 관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한다. 핀란드 최초의 에로티시즘 소설로 유명한 『타마라』(1972)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완성미를 자랑하며 11개 언어(프랑스어, 영어, 일본어 등)로 번역되었다. 한국어판은 전 세계에서 열두 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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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타마라에게 최종단계의 남자인 것이다. 나는 그녀의 지리멸렬한 인생에서 가히 ‘영속성’를 대변한다고 봐도 좋을 사람이다. 일과 섹스가 끝나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집의 주인, 항상 손닿는 곳에 머물러 있고, 결코 달아나거나 버리는 일이 없는 남자. “당신은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거야.” 그녀는 외출 준비를 하면서 가끔 그렇게 툭 내뱉곤 했다. 침대에 걸터앉은 채 혹시 올이라도 나갈까 봐 조심조심 팬티스타킹을 신으면서 그녀는, 유행의 변천과 무관하게 예술가들이 입을 모아 칭송하는 저 불멸의 자세를 거듭 취하는 것이었다. --- p.25

이쯤 타마라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변호하는 뜻에서, 내가 질병 때문에 우리 둘의 관계 내내 성불능 상태였음을 언급해두는 것이 좋겠다. 아니, 내가 앓는 질병이 일단 위급한 단계를 넘기자, 남은 건 그런 시시한 기억뿐이더라는 편이 낫겠다. 상상력을 통해서만 성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나 같은 사람을 기꺼이 돕길 원하고,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활짝 열어 보여주는 여자를 만난 건 분명 행운이었다. --- p.27

물론 그녀의 암묵적인 동의 없이는 내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철저하게 의식하고서 하는 행위다. 급기야 몸 전체가 활처럼 휘어지면서, 두 눈을 꼭 감은 그녀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그녀는 마치 벗어나려는 것처럼 몸을 뒤채면서도 샤워기 앞을 떠나지 않는다. 드디어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의 경련이 전신을 훑고 나서야 그녀는 죽은 사람처럼 욕조 바닥에 맥없이 뻗어버린다. --- p.40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젖은 발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귀를 말리고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무얼 찾고자 했는지 금세 잊어먹고, 의자에 앉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런 그녀의 상태를 지켜보는 내 마음이 은근히 뿌듯하다. 저렇게 된 게 바로 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경험을 그녀가 무척이나 즐긴다는 걸 나는 잘 안다. “사랑이란 우리의 숨을 멎게 할 만한 사건이어야 해. 우리 안에 현기증을 일으키면서 시간과 공간을 사라지게 해, 세상이 일거에 허물어지게 만들어야 한다구. 그래서 우리를 형언할 수 없는 해방으로 이끌어야 하는 거야.” --- p.41

그녀는 내 배를 따라 손으로 더듬어 내려가더니, 양 허벅지 사이를 만지작거렸다. 거기, 낯익으면서도 있으나 마나 한 기생식물이 여전히 잘 있는지를 확인도 할 겸, 그놈한테 애정의 표시라도 해주겠다는 뜻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옛날, 우리 둘 다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던 시절, 저녁마다 그녀가 내 허벅지를 주물러주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 p.79

“……남자들은 주기적으로 닥치는 이런 현상들 아마 전혀 이해 못할 거야.”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
나는 솔깃한 점이 있는 만큼,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내뱉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아마도 그녀 눈에는 지금쯤 내 모습이 일종의 아메바처럼 보일 터였다. 한없이 복잡한 존재가 제아무리 수준을 낮춰 설명을 해줘도 그 깊은 세계를 눈곱만큼도 이해하지 못할 단세포 생물 말이다. --- p.93

“당신은 내 아이야. 소위 남자라는 존재, 당신들은 죄다 우리 여자들의 영원한 아이들이라구. 당신들을 세상에 내놓는 게 바로 우리들이지. 그러다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우리 여자들이 돌아가면서 당신들을 돌봐주는 거고. 그 나머지는 모든 게 환상일 뿐이야. 당신들이 우리 여자들한테서 찾는 건 바로 어머니야. 아니, 어떻게 보면 그 순환고리를 끊길 원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 한 여자의 몸에서 났다는 숙명, 결코 벗어나지 못한 채, 평생을 짊어져야 할 그 저주의 사슬 말이야. 그걸 깨트려버리겠다는 게 바로 당신들이 여자를 바라볼 때 품는 욕망의 정체라구. 자고로 모든 여자는 남자에게 하나의 어머니나 마찬가지지. 그렇기 때문에 여자 곁에서 남자는 악의 순환고리를 끊고자 꿈을 꾸는 거야. 하지만 그건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지. 그 점이 바로 남자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인 셈이야.” --- p.99

“물론 내가 사전에 세워줬지. 쿠키 반죽을 하듯 열심히 주물러줬다니까. 여자한테 그 일이 얼마나 신기한 건지 당신이 안다면! 그 창조적 환희 없이는 난 도저히 못 살 것 같다니까. 그건 마치 온전한 인간을 하나 만들어내는 느낌이야. 사람 모양의 빵을 빚어낸다고나 할까. 열심히 주물러주면 죽어 있던 물건이 문득 살아나기 시작하고, 결국 엄청난 크기로 성장하는 거지. 삶에 필수적인 강도와 유연성 모두를 갖춘 기관인 셈이야. 자고로 변신능력이라는 것은 무척 드문 자질이거니와, 아마 생명이 가진 모든 능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몰라. 근데 남자의 성기가 바로 그 살아 있는 상징이나 마찬가지거든. 이제부터라도 나는 그 놀라운 현상을 항상 기적을 대하듯 경건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거야…….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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