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가정에서는 대부분 돈이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그러한 가정에는 호화로운 차, 아름다운 가구, 수영장, 정교한 실내 오락 시설 등, 값비싼 것들이 너무나 많아서 돈이 그 외의 다양한 것들을 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기 쉽다. 돈은 배움이나 예술 감상, 가족을 한데 모여 살게 하거나 선행을 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즉, 돈은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이들에게 좀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용돈을 집안의 일을 하는 데 대한 보상으로 이용한다면, 자녀에게 돈에 대해 좁고도 어리석은 시각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부모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자녀에게 돈을 '벌도록' 하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믿고 있으며, 자녀의 용돈을 그러한 방법으로 다루고 있다.
자녀가 집안 일을 돕는 것은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지 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가족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것에서부터 가족 휴가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에 이르기까지 자녀에게 온갖 종류의 특혜를 제공한다. 즉 자녀들은 집안일과 같은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함으로써, 그 대가로 가족의 재산을 나누어 가지는 것도 허용되는 것이다.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성장하려 한다면, 자녀는 자신의 전 생애를 통틀어 책임과 특혜라고 하는 것은 서로 불가피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만 한다.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자녀는 거기에 따르는 책임과 특혜, 둘 다를 수행하고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아마도 지금 자녀를 어떤 선 안에 머무르도록 규제하기 위해 용돈을 주지 않겠다고 위협하는 부모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오라고 할 때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다음주 용돈은 없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또는 '이번 주 동안 매일 방 청소를 하면 다음주에는 용돈을 두 배로 올려 주마'와 같이 할 수도 있다.
용돈을 자녀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면, 자녀를 돈에 의해 지배받는 어른으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성인이 된 자녀는, 특별히 좋아하는 일이 아닌데도 단지 보수가 좋다는 이유로 직업을 선택할 수도 있고, 점점 더 돈을 많은 버는 데에 심취해서 일 중독자가 될지도 모른다.
부모가 용돈을 보상과 처벌 시스템의 일부분으로 이용한다면, 자녀가 스스로의 충족감을 위해 혹은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도 용돈을 받기 위해 마지못해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자녀의 용돈을 자녀의 행동과 연관시키는 것은, 자녀에게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돈과 결부시키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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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때 케빈이 엄마 아이린과 가게에 식료품을 사러 갔는데, 캡앤크런치라는 콘푸로스트를 사달라고 조르는 것이었다. 케빈의 엄마는 그 콘푸로스트에는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사줄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지만, 잠시 후 케빈은 캡앤크런치 상자를 뜯어서 입안에 잔뜩 넣은 채로 나타난 것이었다.
엄마인 아이린은 케빈을 가게 정문으로 데려갔고, 가게 주인은 시리얼 상자가 뜯겨진 것을 보고는 무슨 일인지 금방 알아차렸다. 그리고는 그 콘푸로스트를 살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값을 내야 하니까, 엄마에게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봐야 한다고 케빈에게 설명해 주었다. 케빈은 결국 콘푸로스트의 가격에 해당되는 만큼의 집안일을 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후, 케빈은 여름 방학 아르바이트로 동네 영화관에서 안내원 일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극장을 청소하던 중 값비싼 휴대용 CD 플레이어를 발견하고는 케빈은 그것을 매니저에게 가져갔다.
그런데 매니저는 우리 가족에게 다른 아르바이트 안내원들이 케빈을 멍청한 바보라고 놀린다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들은 그가 정직한 행동을 한 것을 축하하며, 친구들은 모두 그 CD 플레이어를 가져버리라고 성화인데 어떻게 그것을 매니저에게 가져갈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케빈은 이렇게 대답했다.
"캡앤크런치 사건으로 내 마음대로 콘푸로스트를 갖는 게 잘못된 일이었다는 것을 배웠죠. 하물며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의 소유인 게 분명한데 남의 값비싼 CD 플레이어를 가질 수가 있겠어요?"
가치관이 가치로서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정서적, 지적, 행동적인 구성 요소들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즉, 정서적, 지적으로는 정직이 중요하다고 믿으면서도 실제로 취하는 행동은 정직하지 않다면, 가치라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자녀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가치관이라면, 이것이 바로 결정적인 핵심요소이다. 정서적으로는 자신이 지닌 가치관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고, 지적인 면에서는 선택과 그 결과를 깊게 생각하여 받아들이고, 행동적인 면에서는 가치관과 일치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 p.10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