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의 별들> - 어슐러 K. 르 귄
종교 재판소의 박해를 피해 땅속으로 도망친 천문학자가, 하늘을 보면서 찾았던 신의 질서를 땅속에서, 그리고 자기 영혼 속에서도 찾으려 매달리는 이야기이다. 단편집 《바람의 열두 방향》에 실렸던 작품으로, 르 귄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와 은유적이지만 강한 이야기가 살아 있다.
<하느님의 뜻> - 키스 로버츠
종교 재판이 알프스 산맥을 넘어 북쪽으로 퍼져 나가던 시절의 이야기로, 사람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려는 일념만 가졌을 뿐인 한 발명가와 그를 돕는 소녀가 악마와 교접한 자로 몰리는 과정을 보여 준다.
<십자가와 용의 길> - 조지 R. R. 마틴
범 우주 시대에 이단을 물리치기 위하여 우주를 돌아다니는 종교 재판 기사의 이야기이다. 기사 다미엔은 가롯 유다를 성인으로 만들었다는 한 이단을 처치하러 간다. 그러나 그 교단의 최고학자로부터 가롯 유다의 이야기는 모두 자신이 지은 허구이며, 거짓일지라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믿음을 발명하기 위해 그 이야기를 지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애 최대의 신앙적 위기를 맞는다. 조지 R. R. 마틴 특유의 유머러스하고도 환상적인 이야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침팬지의 교황> - 로버트 실버버그
원시인이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지적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을 관찰하기 위한 침팬지 공동체 연구 프로젝트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 이야기이다. 침팬지는 자기들을 연구하는 인간을 신으로 생각하고, 신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진다고만 인식한다. 백혈병에 걸린 한 연구자는 자신의 죽음을 계기로 그들에게 죽음이라는 관념을 알리는 실험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 실험은 침팬지 공동체 내에서 종교의 초기 형성을 촉발하며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네뷸러 상과 휴고 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작가이자 저명한 편집자인 로버트 실버버그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세상은 둥글다> - 에드거 팽본
현재의 세상이 멸망하고 문명이 쇠퇴하여, 아주 좁은 지역이 세계의 전부인 줄 알고 세계가 둥근 줄조차 모르는 미래의 이야기이다. 공화국에서 이름만 남은 의회의 일부인 주인공은 점점 심해져 가는 독재와 압제 속에서 어둠을 밝힐 불빛처럼 과학의 정신을 추구한다.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과학소설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친 에드거 팽본의 작품이다.
<피 속에 새긴 글> - 크리스 로슨
DNA 코드를 조작하여 피 속에 코란을 새길 수 있는 발명과 신앙을 지키는 방식, 신앙이나 인종을 기준으로 한 차별 문제가 얽혀, 짧으면서도 생각해 볼 만한 문제를 던지는 작품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신진 작가 크리스 로슨이 썼다.
<유성> - 브렌던 뒤부아
한때 우주 정거장을 쏘아 올릴 정도로 발달했지만, 단 한 명의 테러리스트로 인해 문명이 무너지고 인간이 무지와 편견의 시대로 뒷걸음질한 어느 날을 그린 작품이다. 추리소설가로 더 잘 알려진 브렌던 뒤부아가 썼다.
<인간의 혈류 속에 뱀이 존재하는가에 관한 세 번의 청문회> - 제임스 앨런 가드너
현실의 역사와 약간 다르게, 성모 마리아를 그리스도로 믿는 종교가 현실의 기독교처럼 득세한 세계의 이야기이다. 종교 재판의 시대에 한 학자가 이단으로 잡혀오는데, 그는 인간의 피 속에 원죄를 상징하는 뱀이 잠들어 있다는 마리아의 말씀을 확인하려 피를 확대경으로 보았으나 뱀은 보이지 않았다고 단호히 주장한다. 이 학자 안톤 레벤후크의 주장으로 시작하여 앤 여왕, 다윈, 매카시 등 친숙하지만 다른 인물이 등장하여 과학과 미신 사이의 투쟁을 전개하는 재기 넘치는 작품이다.
<별> - 아서 클라크
한 신부가 종교 재판과 예수회 창설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만큼 먼 우주 끝까지 가서 멸망한 문명의 흔적을 보고 믿음에 커다란 위기를 겪는 이야기이다. 세계 3대 과학소설가 중 하나인 아서 클라크의 고전적인 단편으로,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와 거장의 풍취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최후의 동성애자> - 폴 파크
모든 인격 장애나 성인병이 바이러스를 통해 발병하며 전염성이 있다고 밝혀진 근 미래의 암울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과학을 표방한다 해도 편협함 그리고 편견과 증오를 뒷받침하는 증거로만 이용되는 사회가 얼마나 두려운 곳인지 보여 준다.
<집으로 걸어간 사나이> -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우주 비행사 한 사람을 전이시켜서 아주 잠시 동안 미래로 보내 보고자 하는 실험이 실행된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실험 직후 큰 폭발이 있었고, 관계자 및 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죽었을 뿐만 아니라 문명의 시계까지 뒤로 돌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후 그 폭발로 생긴 분화구에서는 매년 같은 시간에 아주 잠깐 동안 알 수 없는 물체가 나타나고, 새로운 문명의 생존자들은 이곳을 점점 더 신성화하지만 사실 진실은 아주 단순하고 절박한 것이었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는 전직 실험 물리학자이자 정보부원이라는 이력이 관심을 끄는 앨리스 셸든 박사의 필명이다.
<늙은 신들의 죽음> - 마이크 레스닉
주인공인 나는 유럽으로 변질해 버린 케냐를 버리고 인공 행성 키리냐가를 만들어 그곳에서 원래의 케냐와 같은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고 부족을 인도한다. 그러나 한 비행 조종사가 큰 상처를 입고 불시착하며, 그를 치료하기 위해 파견된 여의사가 그러한 폐쇄적인 삶을 흔들기 시작한다. 과학소설 중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책으로 꼽히는 단편 모음집 《키리냐가》 수록작이다.
<예언자> - 그레그 이건
영국 정보부에 갇혀 고초를 당하던 물리학자 로버트 스토니는 양자역학적으로 갈라진 미래의 한 가지에서 온 로봇에게 구출된다. 로봇은 또한 스토니에게 미래를 좀 더 당길 수 있도록, 또한 미래의 기술이 좀 더 빨리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도록 미래의 기술을 전수하고 그것을 퍼뜨릴 책임을 준다. 그러나 동화작가이자 신학자인 잭 해밀턴은 그가 악마와 계약했다고 생각하고 그를 무너뜨리고자 한다. 그레그 이건은 《쿼런틴》에서 보여 준 것처럼 같이 최신 과학 지식을 작품에 녹이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가진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