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베스트셀러

67번째 천산갑

[ 반양장 ]
천쓰홍 저 / 김태성 | 민음사 | 2024년 09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1,878
베스트
세계각국소설 10위 | 세계각국소설 top20 2주
구매혜택

[9월의 얼리리더] 독서 스탬프 증정 (국내도서 3만원↑, 포인트 차감)

정가
18,000
판매가
16,2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국내배송만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05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492쪽 | 140*210*30mm
ISBN13 9788937428067
ISBN10 893742806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어쩌면 기다림은 그녀가 살아가는 동력이었는지도 모른다. 좀 더 기다리고, 또 다음 사람을 기다리는 것. 기다림은 수동이 아니라 능동의 상태였다. 육체의 전투태세라 할 수 있다. 아주 잘 자기 위해 그녀는 반드시 그를 기다려야 했다.
--- p.12

갑자기 한 익숙한 냄새가 공원으로 흘러들어와 떠돌다가 콧구멍 안에 달라붙었다. 곰팡이 냄새에 가까웠다. J는 일어서서 심호흡을 하고 환호했다. 붉은 두 입술에서 쉴 새 없이 페트리쇼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자 J가 그의 손바닥에 페트리쇼르라고 써 주었다. 그는 휴대폰에 단어를 입력하면서 몇 번 실패한 후에 결국 정확한 철자를 찾았다. 페트리쇼르였다. 이 단어에 해당하는 중국어를 그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식물이 가뭄을 만났을 때 분비하는 기름방울이 진흙이나 암석에 스며들었다가 비가 건조한 대지를 때리면, 이런 기름이 만들어내는 냄새에 빗물이 섞이는 게 바로 페트리쇼르였다. 사실은 그도 이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이런 곰팡이 냄새를 두려워했다.
--- p.14

그와 그녀는 좁은 침대에 함께 누웠다. 어려서부터 함께 잘 때, 두 사람에겐 신기한 묵계가 있어서 몸을 뒤집거나 이리저리 뒤척이고 웅크리면서도 몸이 전혀 접촉하지 않았다. 그래도 불편하지 않았다. 냄새와 코 고는 소리, 수면 자세 등 모든 게 익숙했다. 그렇다고 아주 편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필경 아주 오래 만나지 못했고, 입밖에 내지 못한 말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리라.
--- p.20

그는 어려서부터 잠자리 친구였다. 처음 만나자마자 같이 잤다. 처음 만난 날부터 아주 달콤한 잠을 잤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잠자리 기억이 너무나 감미로워서 머릿속에 거대한 사탕수수밭이 자랐다. 아플 때마다 그걸 잘라 한입 야무지게 씹어 먹었다. 그러면 미소 짓는 입가에 당즙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그가 필요했다. 그가 너무도 그립고 보고 싶었다. 그녀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그가 옆에 있어야 적어도 여덟 시간 동안은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깊이 잠들어 깨지 않았다.
--- p.25

말해요. 나는 들을 테니까. 그의 입은 깊은 바다였다. 대답을 건지는 건 물고기를 잡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하지만 그 바다는 상대의 모든 말을 받아들였다. 말없이 넉넉하게 전부 다. 그리고 상대의 모든 비밀을 지켜주었다.
--- p.34

지난번 여행에서는 수많은 명품을 샀다. 남편은 그걸 보고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걸 다 쓸 생각이야?”
쓴다고? 쓴다는 게 뭔가? 푸른 꽃양배추 두 개랑 오골계 한 마리를 여기 넣으면 이른바 실용적인 사용법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이나 공쿠르 수상작 문학 전집을 넣고 다니면 이것들을 ‘쓰는’ 것인가? 그녀는 이 명품들을 전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가져가서 약간 과장된 부러움을 끌어낼 작정이었다. 그녀는 다들 진심이 아니라는 걸 잘 알았다. 하지만 그녀 자신도 진심을 내놓진 않을 것이다. 진심은 위험하고 깨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들은 촬영장의 허위처럼 서로 친절하게 호응할 뿐이다.
--- p.43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시인은 무슨 얼어 죽을. 나가 죽으라고 해.
대학 1학년의 밤에 돌아다닐 때 함께 있었던 건 의과 남학생이었다. 그는 시를 쓴다고, 자기가 시 동아리의 회장이라고 했다. 의사 가문 배경은 볼 필요도 없이, 돈이 아주 많은 집인 건 분명했다. 그렇다고 모리배의 속된 기질을 가진 애는 아니었다. 그는 나중에 의사이자 시인이 될 작정이었다. 두 손으로는 의술로 사람들을 구하고 동시에 시를 써서 노벨문학상을 받는 게 꿈이었다.
“나중에 노벨문학상 받으러 나랑 같이 오슬로에 가자. 자, 약속.”
“오슬로? 그건 평화상 아니야? 문학상은 스톡…….”
그녀는 자신의 말을 삼켜 버렸다. 의사 시인의 두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녀는 아주 일찍 알아차렸다. 의사 시인은 남에게 지적받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 p.152

남자아이의 품안에 있던 천산갑은 아이와 무척이나 친밀한 게 분명했다.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남자아이가 천산갑을 진흙탕에 놔 주었다. 천산갑은 진흙에 닿자마자 몸을 쭉 펴고 앞발로 흙을 파면서 코로 뭔가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몸 전체가 진흙 속에 들어가 꿈틀댔다. 뾰족한 꼬리가 더 많은 진흙을 갈아올렸다. 몸의 모든 비늘에 전부 진흙이 묻었다. 남자아이는 웃으면서 덩달아 진흙 속으로 들어갔다. 달빛이 나뭇가지를 들어 올려 진흙 속의 남자아이와 천산갑을 비춰 주었다. 감독도 웃었다. 감독은 처음으로 달빛이 인공 조명보다 밝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자아이와 천산갑은 진흙탕 속에서 신이 나서 움직였다. 빗소리가 있고 지진이 있었다. 해일과 새 울음, 표범의 포효도 있었다. 웃음이 언어를 대신했다. 가장 혼탁하면서 가장 순정한 언어였다.
--- p.169

장하이타오와 결혼한 뒤에 시어머니 댁에 설을 쇠러 갔다. 남편이 쓰던 방에 들어서자마자 천산갑이 보였다. 남편은 이것이 신혼인 아내를 기쁘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방이 귀신 붙은 방처럼 느껴졌다. 벽에는 그녀가 어렸을 때 찍었던 매트리스 광고 포스터가 잔뜩 붙어 있었다. 가장 큰 것은 영화 포스터였다. 침대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녀와 그가 천산갑을 안은 채 잠들어 있고, 옆에는 잠들지 못한 수많은 천산갑들이 꿈틀대고 있었다.
“내가 세어 봤어. 이 포스터에 다 합쳐서 천산갑이 예순여섯 마리 있더라고.”
예순여섯 마리라고? 그녀는 세어 보지 않았다.
--- pp.202~203

주인아줌마에게 작별인사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던 날, 파인애플 밭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농사꾼들이 고함을 치며 뛰쳐나왔다. 두 사람도 덩달아 파인애플 밭으로 쫓아갔다. 인근 군사 기지의 낙하산 훈련 중에 낙하산 하나가 파인애플 밭에 떨어졌다 파인애플은 엽관(葉冠)이 딱딱했고, 낙하산병의 엉덩이가 하늘에서 내려오다가 파인애플을 먹어버린 것이다. 온몸이 파인애플 가시투성이가 된 병사는 밭에서 처량하게 울부짖었다.
“큰일났네. 낙하산이 찢어지면 처벌 받아서 휴가를 못 나가는데.”
그녀는 슬피 우는 낙하산병을 보고 있었다. 파인애플 밭의 낙하산병은 한 폭의 아름다운 추상화 같았다.
--- pp.221~222

그녀가 마지막으로 화를 낸 게 언제였더라. 정확히 특정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화를 내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화를 내려면 진심이 필요했다. 그녀는 자신이 진심이 아니고 성실하지 못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진심을 원하지 않았다. 진심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분노하기 위해선 온몸의 근육을 다 동원해야 하고, 감정이 격앙되면 자칫 진심의 말이 튀어나오게 된다.
--- p.237

두 사람은 똥차를 몰고 타이베이를 돌아다녔다. 도시는 불야성이었다. 그녀는 먹고 싶은 걸 다 먹었다. 심지어 저간탕까지. 한밤중에 보혈을 위한 임무를 마친 두 사람은 그의 거처로 돌아와 계속 잤다. 자기 직전, 머릿속에 맑고 붉은 강줄기가 나타나면서 장이판의 얼굴이 흐려져 갔다. 그는 그녀가 깊이 잠든 걸 확인하고는 핏자국으로 오염된 그녀의 속옷을 욕실로 가져갔다. 처음에는 잘 몰라서 끓는 물로 빨았다. 핏자국이 응고되어 잘 지워지지 않았다. 다시 냉수에 잠시 담가놓았다가 칫솔에 분말 세제를 묻혀 천천히 문질렀다. 그제야 속옷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핏자국들이 지워졌다.
--- p.248

의사가 말했다. 부인, 아프면 소리를 지르셔도 돼요. 그래야 우리가 부인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녀에겐 평생 어떤 고통을 만나도 다 참아 내는 방법이 있었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지 않은 것이다. 그가 옆에 있을 때만 그녀는 어떤 방식으로든 소리를 냈다. 어쩌다 그를 만나면 그녀는 목소리에 커다란 천막을 세웠다. 사자후와 곰 울음. 호랑이의 포효, 말 울음, 어릿광대가 풍선을 터뜨리는 소리, 아이들의 폭소, 대포 같은 관중의 환호와 박수, 곡마단의 날카로운 비명의 축제를 토해 냈다.
--- p.327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1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무료배송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  모바일 쿠폰의 경우 유효기간(발행 후 1년) 내 등록하지 않은 상품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모바일 쿠폰 등록 후 취소/환불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6,2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