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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세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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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135*200*30mm
ISBN13 9788925574721
ISBN10 892557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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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걱정하지 마. 정말 간단한 일이야. 선물만 전하면 끝. 가능하면 아빠 사진도 찍어서 보내주는 게 낫겠다. 일을 제 대로 처리했다는 증거도 될 테니까.”
마리아는 빠른 말투로 떠드는 유형이 아니고 오히려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거기에 비결이 있는지 귀를 기울이다 보면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나오는 세뇌를 떨쳐내듯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지금 나나오는 윈튼팰리스 호텔 2010호에서 베이지색 치노팬츠와 흰색 와이셔츠 차림에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명찰을 붙이고 싶은 남자와 마주 서 있었다.
--- p.19

“어디까지 진심이었는지 모르겠네요.”
“섬뜩한 소문을 들은 적 있는데 말이야.” 갑자기 코코의 표정이 쓰디쓴 약을 먹은 것처럼 바뀌었다.
가미노는 긴장했다. “무슨 소문인데요?”
“이누이는 해부 마니아래. 못 들어봤어?”
“해부요?”
가미노의 반응을 보고 코코는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모른다면 굳이 화제로 삼을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으리라.
“갈 곳 없는 젊은이를 유인해서 전신 마취한 후에 손질한다. 그런 소문이야.”
“손질?”
“생선을 손질하는 것처럼.”
가미노는 입에 손을 댄 채 잠시 아무 말도 못 했다. 물론 그런 소문은 처음 들었다. 도마에 얹힌 사람의 몸을 상상할 뻔했다. 무시무시한 장면이 자꾸 떠오를 것 같아서 허둥지둥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어디까지나 소문이지만.”
--- p.41

베개가 스피커폰 기능을 켜자 “안녕, 일을 부탁하고 싶은데.” 하고 쾌활함과 경박함이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이제 당신 하청업자가 아니라는 건 알지?”
“물론. 내가 너희의 은인이라는 것도 알겠지?” 휴대전화 너머에서 이누이가 웃었다.
“은혜를 입은 만큼 일해줬잖아. 당신도 수긍했을 텐데.”
예전에 베개와 담요는 이누이가 맡긴 일을 많이 처리해줬다. 전부 그다지 위험하지 않았고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불만은 많지 않았다. 다만 어떤 소문을 듣고서 거리를 두고 싶어졌다. 이누이는 사람을 해부하는 것이 취미라는 소문이다.
--- p.109

“아참. 그 여자가 방에 있으면 어떻게 할까?” 가마쿠라가 이어폰 마이크에 대고 물었다.
“도망치지 못하도록 방에 얌전히 붙잡아놔.” 에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사이에 우리도 그 방으로 갈게. 저항하면 폭력을 사용해도 돼. 가미노 유카를 붙잡을 것, 머리와 입은 무사해야 할 것. 이누이의 요구 조건은 그 두 가지니까.”
“머리와 입이라. 뭔가 정보를 알아내고 싶은 걸까.” 아스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경찰이 출동할 만한 사태도 피해야겠지?”
“호텔에 경찰이 출동하면 우리도 곤란해.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할 것. 수시로 상황을 알려줘.”
가마쿠라는 아스카와 나란히 복도를 나아갔다. 천장에 같은 간격으로 줄지은 조명이 침침한 복도를 비췄다. 복도 왼쪽에는 방문이 다섯 개, 오른쪽에는 여섯 개 늘어서 있었다. 카펫과 벽이 소리를 흡수하는지 아주 조용했다.
“뭘 쓸래?” 아스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사용할 화살 종류에는 전신 마취를 한 것처럼 상대의 의식을 빼앗는 것도 있고,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것, 구토하다 죽게 하는 것도 있었다.
--- pp.132~133

“실례합니다. 무당벌레 씨 맞으시죠?” 하고 물었다.
온몸으로 혀를 차는 듯한 기분에 빠졌다. 역시 이렇게 되는 건가. 아니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이지?
나나오가 혼란스러워하는데도 아랑곳없이 여자는 말을 이었다.
“어, 저는 가미노 유카라고 해요. 도망치는 중인데 붙잡힐 것 같아서요. 좀 도와주시지 않겠어요?”
나나오는 여자를 빤히 바라봤다. 이해가 안 되는 점이 너무 많았다.
어떻게 나를 아는 걸까. 왜 도와줘야 하는 걸까.
--- p.161

“급하게 한 건 더 의뢰하려고. 2010호에 시체가 있어. 그걸 처분해줘.”
“뭐야, 그게? 진담이야? 이 호텔의 다른 방에 시체가 있다고?”
“부탁할게. 난감한 상황이야. 2010호 욕실에 시체가 들어 있대. 들키지 않도록 처분해줘.”
“누구 의뢰인데?”
“내가 일을 의뢰한 상대. 여자를 붙잡아 오라고 의뢰했더니 시체가 생겼어.”
“우리더러 그 뒤처리를 하라는 거야?”
“너희를 신뢰한다는 뜻이지.”
“그딴 소리를 할 여유 있어?”
“여유가 있고 없고 그런 문제가 아니야. 처분해야 한다고. 경찰이 나서지 않도록 조심해달라고 조건을 걸더군.”
--- p.251

“나한테 이런 짓을 했으니 곱게는 못 죽을 줄 알아라. 그런 생각을 하는 표정인데.” 여자가 말했다.
“체격이 좋고 얼굴도 잘생겼으니 분명 인생을 자기 내키는 대로 편하게 살아왔을 거야.” 다른 여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못된 짓도 많이 했겠지?”
“그야 물어보나 마나지.”
조그마한 여자 두 명이 자기 앞에서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지껄여대자 센고쿠는 어이가 없었다. 마치 햄버거가 “왜 나를 먹는 거야?”하고 저항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너희한테 먹히는 것 말고 무슨 역할이 있는데? 먹히거나 납작하게 찌그러지거나, 둘 중 하나다.
“분명 무슨 일이든 승리해왔을 테지. 지금까지 왜 이겼는지 알아?” 여자가 말했다.
눈앞에 하얀 천이 다가왔다. 큰일이다. 좌우에 선 두 여자는 센고쿠의 반사 신경을 혼란시키려는 듯 시트를 들고 몸을 구부렸다가 폈다 하며 이리저리 이동했다.
“우리 같은 인간에게 패배하기 위해서야.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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