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날, 해는 평소와 같은 자리, 하늘 높이 한가운데 떠 있었고, 평소처럼 가차 없이 환히, 그림자조차 창백해지도록, 그림자조차 쉴 곳을 찾도록 빛났다. 그날 해는 평소와 같은 자리, 하늘 높이 한가운데 떠 있었으나 포터 씨는 이에 주목하지 않았으니, 그는 해가 평소와 같은 자리, 하늘 높이 한가운데 떠 있는 데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해가 평소와 같은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포터 씨의 하루는 크게 달라졌으리라, 그랬다면 비가 내릴지 모른다는 얘기였고, 아무리 잠깐이라 해도 포터 씨의 하루는 달라졌을 텐데, 그건 해가 평소와 같은 자리, 하늘 높이 한가운데 떠 있는 데에 그가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 p.9
너무나 많은 고통이 포터 씨에게 따라붙었고, 너무나 많은 고통이 그를 소진했고, 너무나 많은 고통을 그는 남기고 갔다.
--- p.56
그리고 포터 씨, 내 아버지가 된 남자, 70세까지 살았고 그동안 내내 읽을 줄 몰랐고 쓰기를 배우지 않았던 로더릭 너새니얼 포터라는 이름의 남자는 1922년 1월 7일 태어났고 1992년 6월 4일에 죽었다. 그리고 그 70년의 생에서 그는 자기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고 그보다 못한 사람이 되기는 분명 더더욱 바라지 않았다. 그리고 그 70년 동안 매일이 그날의 위험을 안고 있었고, 매일의 위험은 너무나 견디기 힘들면서도 또 너무나 예사로워서 마치 숨쉬기 같았고, 이런 식으로 고통은 정상이 되었고, 이런 식으로 고통은 생 그 자체가 되었으며, 이 고통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든, 그것이 정의와 행복이든 혹은 더 많은 고통과 부당함이든, 적개심과 분노와 실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70년의 생 시초에 70년은 포터 씨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세월로 여겨졌을 것이며, 생의 끝 무렵에는 그가 살았던 모든 날이 하루,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하루와도 같이 느껴졌다.
--- pp.62-63
그리고 포터 씨 생의 모든 날에 해는 빛났고, 비가 올 때조차 해는 빛났으니, 해는 불변이었고, 365일 동안 사라진다 해도 여전히 불변일 터이니, 해는 이 풍경을 이루는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터 씨가 영영 알 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였고, 그것이 포터 씨가 알 수 있는 전부였고, 개별적 인간의 중요함 혹은 하찮음과 포터 씨의 기쁨과 슬픔에는 무심한 천체 해는 평소처럼, 사람을 지탱하거나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사나운 열기를 띠며 빛났고, 포터 씨는 햇빛인 낮들과 해뜨기를 기다리는 어두운 밤들을 살아갔고, 간혹 인생의 일부일 때도 있는 다정함이 포터 씨를 껴안았지만 그는 이를 알지 못했다.
--- p.142
그리고 이 사소한 인생의 이 사소한 서사 내내 요란하고 무정하게 울리는 성당 종소리가 있었고, 이 요란함과 무정함은 성당과 시계와 종 건축을 명한 사람들과 성당과 시계와 종 건축을 한 사람들에게 어찌나 큰 놀라움이었는지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은 그 무정한 요란함을 종소리라 부르기로 의견 일치를 보았고 성당 종들이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는 결국 거대하고 영원한 침묵의 일부가 되었다.
--- p.177
내 아버지의 무덤 위에 서는 것을 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내게 아버지라는 게 있고 그에게 이름이 있음을 나는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아버지의 부재는 내 현재에 영원히 드리워 있을 것이며 내 현재는 언제라도 그의 부재를 반영하겠지만, 내가 아는 한 나 자신의 존재는 그를 전혀 바꿔놓지 않았다. 그리고 포터 씨는 나이 들었고 나는 어린아이 그대로였고 내 어머니는 어머니 그대로였고 이 세 가지, 내 아버지, 나, 내 어머니는 영원히 그대로 남고, 지금 그대로 남아 있고, 지금은 곧 영원의 정의이다.
--- p.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