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虎湯과 그 주변, 전신성 염증에 대하여
전신성 염증과 국소적 염증은 서로 다르지만, 白虎湯은 거의 전신성 염증에 사용하는 약입니다. 전신성·열성병에서 表證의 시기에서 裏로 들어가면 체온은 점점 올라가서 몸이 뜨겁게 됩니다. 온몸에서 땀이 나고 입은 마르며, 물을 계속 마시더라도 입은 바짝 타들어갑니다. 그러나 체내의 수분이 생각하는 만큼 줄어들지 않을 때에 白虎湯을 사용합니다.
이것이 장내의 수분이 없어지고 대변이 딱딱하게 굳어져 배가 아프면서 변비가 있으면, 承氣湯을 사용합니다.
溫病에서는 衛分證, 氣分證, 營分證, 血分證으로 분류합니다. 氣分證까지는 물질적으로 진액을 침범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營分證, 血分證이 되면 영양상태가 침범됩니다. 氣分證까지는 기능적인 면 정도의 장애이며, 물질적인 면까지 침범이라면 營分證이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영양이 아직 침범되지 않은 시기에서 더 나아가 발열이 계속되어 체중감소가 일어나거나 진액이 줄어드는 시기로 이행하게 되지요. 밥 짓는 데 비유하면 물이 끓기 시작하여 솥뚜껑이 달그락거리는 시기가 《傷寒論》의 陽明病 또는 溫病의 氣分證이며, 白虎湯을 사용하는 것이지요. 물을 아무리 마셔도 입이 마르고 맥은 크게 뛰지요. 염증이 아주 심한 시기입니다. 구갈이 있으면서 땀도 나지만, 물을 마셔서 보충할 수 있으므로 탈수까지는 진행되지 않습니다.
체온의 상승기에서 고열기로 바뀌면 열 방산이 시작되는데, 열의 방산과 생산이 평행을 이루는 상태가 있습니다. 구갈이라는 것은 고열로 인한 증상이며, 체내 탈수까지는 이르지 않는 상태이지요. 정량적으로 알 수 있다기보다는 이론적이지요. 知母는 淸熱과 潤燥작용을 하여 탈수를 방지합니다. 그러므로 구갈을 동반하는 전신성·열성병에 石膏를 배합하여 白虎湯을 만든 것이지요. 知母, 甘草, 粳米, 人蔘 등은 발한에 의한 탈수를 방지하려는 것입니다. 人蔘은 氣虛의 녹초상태에 작용하기보다는 탈수를 방지한다는 의미가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傷寒論》에서는 生津止渴에 人蔘을 사용하지요. 人蔘이므로 보충제로 사용하더라도 이상하지는 않지만, 《傷寒論》 편찬 시대에는 人蔘이 補益한다는 생각은 아직 없었습니다. 白虎湯은 열이 성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白虎加人蔘湯은 大煩渴로 인한 탈수가 더해진 것으로 보아서 이론적으로 구별합니다. 白虎湯은 세균성 감염증에 의한 고열에 사용할 기회는 드물게 되었는데, 예전에는 급성·열성병에 자주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마진, 수두, 풍진, 인플루엔자, 이하선염, 기관지염, 폐렴, 헤르페스 목구멍염, 피린疹, 藥疹, 라이증후군 등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 잘 듣습니다. 일사병, 열사병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白虎湯은 해열제이기 때문이지요. 石膏과 知母도 해열작용이 있으므로 복용하면 열이 내려갑니다. 서양의학적인 부작용을 고려한다면 地黃 등도 포함시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열이 나서 解表의 시기가 지난 다음, 몸이 뜨겁게 느껴지고 땀이 나서 이불을 차버리고 싶어 하는 시기에 사용하면 가장 좋습니다.
白虎湯과 그 주변, 가감하고 합방하여 사용한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白虎湯만을 사용할 기회가 그다지 없습니다. 白虎湯의 적응증은 기본적으로 大熱, 大汗, 大渴, 脈}洪大이기 때문에, 땀이 없는 경우와 갈증이 없는 경우, 맥이 洪大하지 않은 경우에는 모두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여기에 딱 들어맞는 환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중간 이행형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열이 높아서 몸은 뜨끈하지만, 아직 땀은 나지 않습니다. 맥은 浮數하며 두통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葛根湯加石膏, 葛根湯加桔梗石膏를 사용합니다. 엑기스제제라면 葛根湯에 白虎加人蔘湯을 합방합니다. 소아인 경우에 열이 나면 곧 탈수가 일어나기 때문에 白虎加人蔘湯을 자주 합방합니다. 마진
에도 이러하지요. 폐렴에는 竹葉石膏湯이 麻杏甘石湯보다 좋은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열이 나고 구토하는 경우, 약을 복용하면 胃가 나빠진다는 환자 가운데 小柴胡湯에 石膏를 가하는 대신, 엑기스제제라면 白虎湯, 白虎加人蔘湯을 합방합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이론적으로 이렇게까지 엄밀하지 않습니다. 중간형 혹은 이행형이 많기 때문에 원칙은 원칙으로서만 알고 임기응변으로 대처해야 하겠지요. 그리고 白虎湯은 급성 관절염이나 재발성 관절염 등에 사용합니다. 류마티스도 포함되기는 하는데, 좀 더 큰 의미로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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散寒劑
서양의학에서는 환경위생이라는 분야가 있습니다. 寒冷이나 高溫 같은 조건, 일사병·열사병, 기압이 매우 높아서 생기는 잠수병 등 여러 가지 환경조건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寒冷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동상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寒證이라 함은 이러한 동상이나 동사만큼 심한 상태는 아닙니다. 아주 가볍게 일어나는 寒證입니다. 가벼운 정도라고 할까, 우리가 寒證이라고 말하는 환자는 많이 있습니다.
서양의학에서는 寒證이라는 인식이 없기 때문에 형태학적인 병변과 증상을 결부시켜 여러 가지 진단을 붙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복통·설사·구토 등 소화기증상이 일어나면 위염·장염·소화불량증·식중독으로 병명을 붙이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요통·근육통·사지에서 지각마비 또는 저림이나 움직이기 힘들며 무지근하고 얼얼한 통증을 호소하면 신경통 또는 경완증후군·건초염·관절증으로 진단되지요. 재채기·콧물·천명 등이 있으면 천식 양상 기관지염·소아천식·알레르기성 비염 등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월경지연·월경곤란·불임증·백색대하 혹은 야뇨증·빈뇨·다뇨 등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물론 지금 예를 들은 전부가 寒證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寒證으로 진단하여 약을 쓰면 씻은 듯이 낫는 것을 흔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서양의학에서는 寒證이라는 인식이 없기 때문에, 설령 냉방병이라는 진단이 붙더라도 그 치료법은 없습니다. 앞서 예를 들은 정형외과 영역의 환자에서도 서양의학적인 치료는 그다지 효과가 없으며, 파스나 붙이는 자석을 사용한다든지, 침구·마사지를 받으러 다니는 등 여러 방법을 시도하면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散寒藥, 散寒劑는 이러한 치료의 맹점을 보완해준다는 의미에서 아주 가치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분야는 현재 서양의학 중심 진료체계에서 한방의학이나 중의학을 다룰 때 큰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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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련성 변비
나는 위장 전문의로서 과민성대장증후군, 특히 복통·경련성 변비, 변이 기분 좋게 나오지 않고 뭔가 남아 있는 경우에는 四逆散을 자주 사용합니다.
S상결장에서 하행결장에 걸쳐 여러 개의 기둥 모양으로 변이 있으며, 똥글똥글 가늘게 되어 있습니다. 바리움을 입으로 먹고 엑스선으로 촬영해보면 가늘게 나타납니다.
逍遙散
四物湯은 내분비 및 자율신경계 쪽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월경불순, 출혈, 임신 등 이상이 있으면서 감정적인 문제가 없을 때 사용합니다. 여기에 중추성의 감정 요소가 관여되면 逍遙散을 사용합니다. 逍遙散도 四逆散의 가감방이지요. 逍遙散도 경련성 변비에 사용합니다. 아사다 소하쿠 선생의 책에서도 대변이 기분 좋게 나가지 않을 때는 逍遙散을 사용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즉 “大便秘結하여 아침저녁으로 시원하게 나가지 않은 사람에게 질환의 종류에 관계없이 이 처방을 사용하면 대변이 통하면서 모든 질병도 낫는다”는 것이지요. 逍遙散도 四逆散의 변방이므로 동일하게 정신적 스트레스로 일어나는 경련성 변비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경련성 변비와 설사
냉증의 경련성 변비에는 桂枝加芍藥湯을 쓴다는 공식처럼, 芍藥·甘草를 중심으로 하여 복부가 차지 않도록 桂枝가 들어간 처방을 사용합니다. 芍藥·大棗·甘草를 대량으로 넣으면 아주 좋습니다. 大棗·甘草는 히스테리에 잘 듣는다고 생각합니다. 히스테리 전환반응으로 설사 혹은 경련성 변비가 일어나면, 芍藥·甘草·大棗 중심으로 약물을 쓰는 桂枝加芍藥湯 쪽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甘草·大棗에 小麥을 넣으면 甘麥大棗湯인데, 이는 히스테리의 ‘臟躁’ 약이 됩니다.
경련성 변비의 경우에는 桂枝加芍藥湯 또는 當歸建中湯처럼 芍藥·甘草·大棗을 主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四逆散과 감별을 해야 합니다. 잘 모르겠다면 일단 四逆散을 사용해보고,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桂枝加芍藥湯을 사용합니다. 역으로 桂枝加芍藥湯을 먼저 사용하고 나서 상태가 악화되면 四逆散으로 변경하는 일이 자주 있게 됩니다. 처음부터 변증(냉의 여부)이 확실하다면 이러한 시행착오는 없겠지만, 대부분 임상에서는 그다지 뚜렷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적당하게 하는 경우도 있지요.
설사를 하는 유형에서는 히스테리 형이 아주 많습니다. 이때 甘草瀉心湯加茯?을 사용합니다. 甘草瀉心湯이라는 처방에는 특히 甘草의 분량이 많습니다. 半夏瀉心湯에 甘草를 대량으로 넣으면 甘草瀉心湯이 됩니다. 瀉心이라는 것은 ‘心’ 쪽이므로 ‘肝’의 柴胡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불안·초조는 없고 단지 히스테리 전환 반응에 의한 과민성장증후군이 있을 때 사용합니다. 甘草를 듬뿍 넣으면 히스테리 증상은 억제됩니다. 증상이 의외로 가벼워집니다. 히스테리의 유치한 성격 그 자체가 이것을 복용함으로써 똘똘하게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과민성장증후군에서 변비와 설사의 교대형에는 桂枝加芍藥湯 또는 甘草瀉心湯이 잘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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