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도 마찬가지예요. 고난과 재앙이 찾아오고 주인공이 비탄과 슬픔에 휩싸여야 비로소 마지막에 찾아오는 해피엔딩을 감동적으로 연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슬픔’을 서술하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레이는 깊은 슬픔을 느꼈다.’라는 문장을 쓴다고 칩시다. 독자 대부분은 “음, 그렇구나.” 정도로 넘어갈 것입니다. 이것을 왼쪽에 나온 예문을 활용해 고쳐 써 볼게요. ‘그제야 레이는 자신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자각했다. 자신의 입에서 끅끅 울음을 삼키는 이상한 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도. 어떤 말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목소리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슬픔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감정이 전해지지요. 희로애락 모두 마찬가지인데, ‘슬프다’나 ‘슬픔’ 같은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으로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대신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하면 현장감을 높이고 인물의 심리 상태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 「슬픔」 중에서
‘얼굴’을 글로 묘사할 때의 포인트는 캐릭터의 특징에 맞춰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과장해서 상상하기 쉽게 표현하는 겁니다. 잔인무도한 빌런을 예로 묘사해 볼게요. ‘쌍꺼풀 없이 길게 찢어져 올라간 눈매, 잘 벼린 나이프처럼 번뜩이는 그의 삼백안을 마주한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 등에 비유하면, 그것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도 캐릭터 인상에 더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캐릭터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반드시 외모를 묘사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얼굴의 특징을 강조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첫 등장에서 캐릭터의 생김새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 독자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없어요. 이른바 ‘얼굴 없는’ 캐릭터에게는 감정 이입이 어려우므로 얼굴을 소개하는 것은 묘사의 법칙처럼 기억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얼굴」 중에서
독자를 이야기 세계로 끌어들이려면 대화를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묘사하는 겁니다. 가령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우리는 상대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묵직하고 안정감 있는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에게는 은연중에 신뢰감을 느끼고, 높고 날카로운 톤으로 빠르게 말하는 사람은 신경질적이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목소리나 말투는 그 사람의 인상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이는 현실 세계든, 이야기 세계든 마찬가지예요. 독자가 이야기 속 세계관에 몰입하려면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목소리를 글로 표현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그렇기에 캐릭터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목소리, 음색, 어조를 묘사하는 연습을 부단히 해 두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 「목소리 특징」 중에서
이야기에서 시간의 흐름을 의식한 전개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글을 쓸 때는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야기 세계 역시 현실과 마찬가지로 시간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에피소드나 외전이 중간에 들어가더라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밝음’의 요소를 적절히 이용해 묘사함으로써 시간대를 전달하는 것은 매우 편리한 기법이므로 꼭 기억해 둡니다. 예를 들어 아침은 ‘환하게 떠오르는 태양’, 점심은 ‘중천에서 쨍쨍 내리쬐는 햇볕’, 저녁에는 ‘휘영청 빛나는 달’처럼 말이지요. 한밤중이라면 가로등이나 네온사인의 불빛을 묘사할 수 있습니다.
--- 「밝다」 중에서
회색은 차분함과 진지함, 중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색입니다. 차갑고 무미건조한 느낌도 있어서 자연의 상징하는 녹색과 대비되는 인공적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자주 사용됩니다. 영어 표현인 ‘그레이’는 ‘로맨스그레이’나 ‘애시그레이’, ‘블루그레이’처럼 세련된 색감의 어휘로 종종 응용되지만, 이야기 창작에서 회색이나 잿빛은 검은색의 뒤를 이어 암울한 세계관을 그리는 어휘로 많이 쓰입니다. 스토리 전개를 암울하게 연출하고 싶을 때, 배경이나 심리 묘사에 회색빛을 연상시키는 묘사를 더하면 효과적입니다. 주로 다음과 같이 쓰입니다. ‘생기라곤 느껴지지 않는 회색 도시’, ‘잿빛으로 그늘진 얼굴’, ‘사방이 재색으로 무너진 폐허’ 우중충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지지요.
--- 「회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