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마다 고대에 쓰인 본문의 의미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올바로 적용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부딪힙니다. 저는 이런 간극을 메우는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고대 세계와 현대를 이어 줄 다리를 세우려면, 먼저 어떤 종류의 간극이 존재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 일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지만 우리가 반드시 시작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어린이도 성경을 통해 자신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방식을 아는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면,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일을 평생의 소명으로 알고 받아들여 튼튼한 다리를 세워야 합니다.
--- 「서론」 중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항상 신약의 관점에서, 바꿔 말하면 구약의 목표인 복음의 구조(framework)를 통해 구약을 보아야 합니다. 또한 신약이 계속해서 구약을 통일성을 지닌 하나의 동질체로 전제하기 때문에,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만큼 구약에 정통하지 않은 우리는 구약의 입장으로 되돌아가 구약을 공부해야 합니다. 구약에 나타난 구원 역사의 살아 움직이는 과정 전체를 이해하려면 두 가지 기본적인 진리를 인정해야 합니다. 첫째, 이 구원 역사는 진행 중인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둘째, 이런 구원 역사의 진행 과정은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에 그 목표와 초점을 두고 있으며, 거기서 그 성취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진리가 이 책의 밑바탕에 놓여 있는 원리입니다.
--- 「1. 구약성경을 읽어야 할 이유”」 중에서
우리는 구약이 오늘날의 이해처럼 단지 이스라엘 역사 교과서가 아니라 신학적 역사라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저는 구약성경을 구원 역사로 볼 것을 제안합니다. 바꿔 말하면 구약성경을 여는 열쇠는 이스라엘의 역할이 아니라(물론 그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한 민족을 노예 상태에서 구원해 자기 백성으로 삼으신 하나님의 역할입니다. 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구약은 고대 국가 역사의 한 견본에 불과하지만, 후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스라엘 역사는 하나님이 인간을 구원하시는 활동의 하나로 해석됩니다. 무엇보다 저는 백성들을 하나님 나라로 이끌어 들이는 구원의 과정보다는 그 목표인 하나님 나라가 구약에서 좀 더 중심적인 주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4. 성경신학과 구원 역사”」 중에서
지금 단계에서 우리는 구원의 기초가 놓여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죄와 악함으로 죽은(엡 2:1) 반역자 인간이 하나님의 약속과 은혜의 대상이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노아를 구원하시고 경건한 계열이 계속되는 데서 드러납니다. 이로써 하나님이 새로운 인류와 관계를 맺기 원하신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하나님 나라가 구원의 자비로운 모습으로 타락한 이 세상 속으로 들어올 징조가 보입니다. 그리하여 인간은 하나님의 처소에서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특징지어지는 하나님 나라를 다시 볼 수 있으리라고 감히 소망하게 된 것입니다.
--- 「6. 에덴에 계시된 하나님 나라”」 중에서
우리는 에덴에 계시된 하나님 나라와 이스라엘의 역사에 계시된 하나님 나라에 연속성이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므로 예언자들이 때때로 에덴의 하나님 나라를 장차 임할 새로운 하나님 나라의 패턴으로 언급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에덴과 가나안의 요소들을 함께 묶어서 표현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사야는 새로운 창조, 즉 새 하늘과 새 땅의 뼈대 안에서 나타날 이스라엘의 구원을 말합니다. 이런 전 우주적인 재창조의 맥락에서 새 예루살렘은 자연의 질서가 회복된 새로운 에덴입니다. 사막이 비옥한 땅으로 변화될 것을 말하는 모든 성경 구절은 가나안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되리라는 기대를 되살리는 것으로서 에덴동산을 염두에 둔 비유적 표현입니다. 하나님은 시온의 광야를 에덴같이 만드실 것입니다.
--- 「8. 예언 가운데 계시된 하나님 나라”」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 안에 하나님 나라를 지니고 계십니다. 이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올바른 관계를 회복한 사람을 위한 복음입니다. 이제 이 회복된 관계는 모든 실재, 즉 하나님, 인간, 모든 창조된 세계를 포함합니다. 에덴과 가나안이 그리스도 안에 있듯, 하나님의 완전한 세계가 그리스도 안에 있습니다. 이 진리를 언급할 때 복음주의자들은 자주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리지만, 구약성경은 역사성을 들어 그 사실을 강화합니다. 복음은 단순히 ‘죄 용서’와 ‘죽음 이후 천국 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복음은 하나님과 인간과 세상의 관계 회복입니다. 구약의 비유적 표현을 복음에 맞게 변형시키는 것과 성경의 예표론을 오용하여 우리를 창조된 세상 밖으로 완전히 들어올리는 경우가 생겨서는 안 됩니다. 복음은 우리를 하나님뿐만 아니라 우리 동료들 및 이 세상과의 관계 속에 집어넣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이 그리스도인의 세계관과 정치, 문화, 예술, 생태학, 과학 등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계속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 「9.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하나님 나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