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중 18세기의 생활 수준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현대 경제에 아무리 문제가 많다 해도, 지난 몇 세기 동안 생활 수준이 크게 향상했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다. 경제학은 생활 수준과 사회적 기회 양쪽에서 급격한 변화를 가능하게 한 토대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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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경제가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이다. 화석 연료 사용량이 급증하고, 노동자가 더 오랜 시간 일하고, 군사력을 강화하는 나라라면 이 모든 것이 GDP 증가로 반영될 것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모두 국민의 생활 수준을 떨어뜨리기 쉽다. 즉 환경은 더 오염되고, 여가는 줄어들고, 무기는 말 그대로 살상을 목적으로 제조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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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과 환경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장밋빛 견해는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눈에 보이는 오염 물질이 일부 감소할 수는 있다. 예컨대 석탄 난방을 금지해도, 신기술이 등장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대체 난방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일부 오염 물질은 줄어도, 눈에 잘 안 보이는 독소와 외부 오염 물질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그중에는 먼 훗날에야 온전히 인식할 수 있는 물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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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업의 부수적 효과는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란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평균비용이 감소한다는 의미다. 자동차 한 대만 생산하겠다면 대규모 조립 라인과 분업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 자동차를 대량 생산할 때만 1000명의 작업자로 조립 라인을 구성하고 고도로 전문화된 공장이 가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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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은 비록 처음에는 출혈이 발생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최대한 빼앗아 오는 것이 최종 목표일 수 있다. 이렇게 시장 점유율을 계속 넓히려고 당장의 영업 손실을 감수하는 것이 바로 아마존이 수년 동안 해온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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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주의 정책에는 노동 시장의 규제 완화도 있다. 여기에는 노동조합의 힘을 약화하고, 최저임금을 낮추는 것이 포함된다. 또 노동자의 쉬운 해고나 주당 최대 근무 시간을 제한하는 등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을 철폐하고자 한다. 노동 시장이 유연해져야 기업이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고 결국 신규 직원도 더 많이 뽑으리라는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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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5%에 달하는 물가 상승률과 경기 침체를 동시에 겪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0.5%로 인하했다. 그 결과 저축자들의 형편이 나빠졌고, 임금 상승률을 능가하는 물가 상승률 때문에 많은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하락했다. 2022년에도 여러 중앙은행이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했다.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려고 금리를 올리면 경기 침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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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을 줄이려는 또 다른 정책은 주당 최대 근무 시간 제한이다. 예컨대 프랑스는 주당 최대 근무 시간을 35시간으로 정했다. 노동자 한 명당 근무 시간이 줄면 기업은 직원을 더 많이 고용해야 하므로 실업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기업은 직원을 더 뽑는 대신 35시간 동안 기존 직원에게서 더 많은 효율을 뽑아낼 방법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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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남은 많은 예를 보면 거품은 언젠가 터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세기 영국의 철도 광풍Railway Mania, 1920년대 주식시장 급등 그리고 뒤이은 1929년 월스트리트 대폭락,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호황과 불황 등이 그 예다. 여기서 예리한 질문을 해보자면 과거의 많은 투자 열풍이 고통으로 끝났음에도, 왜 사람들은 거품에서 헤어나지 못하느냐다. 답은 심리적 요인에 있다. 우리는 자신이 시작보다 똑똑해서, 자산 가격이 오를 때 수익을 챙기고 하락하기 전에 팔면 된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심리적 요소는 군중의 지혜를 신뢰하는 경향이다. 대다수 사람이 부동산과 주식을 구매하고 저명한 전문가들이 지금이 매수의 적기라고 조언하면, 대세론을 따라 투자 행렬에 가담한다.
--- pp.137-138
민영화의 중요한 관건은 규제 당국의 태도다. 당국이 규제 포획(이익집단이 정부를 매수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규제를 만들게 하는 것-옮김이)의 대상이 되면, 자신들이 규제해야 할 기업에 지나치게 편의를 봐줄 수도 있다. 그러면 규제 당국을 포획한 기업들은 가격을 올리고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한다. 다른 한편으로 기업들은 너무 엄격한 규제 때문에 가격을 충분히 올리지 못해서 장기 투자를 할 수 없다고 불평한다.
--- p.157
우리는 선택지 중 덜 귀찮은 것을 선택할 때가 많다. 경제 교과서에 나오는 합리적 개인과 달리, 모든 결정을 일일이 저울질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하게, 사후에 장기를 기증하고 싶은 사람은 카드를 소지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접근법을 취하자면, 장기 기증을 거부하는 사람에게 카드를 발급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장기 기증을 옵트아웃 방식으로 바꾸면,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선택’하는 사람들이 틀림없이 증가할 것이다.
--- p.236
2000년대 초반 많은 은행과 모기지 대출기관은 큰 위험을 감수하려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실제로 몇 년 동안 그들은 집값이 오르고 신규 모기지 대출 건수가 급증한 틈을 타 엄청난 보너스를 챙겼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러한 ‘쉬운 대출’로 지나치리만치 위험을 감수하게 되었다. 결국 거품은 터졌고, 금융계의 부실 대출에 대한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은행들은 유동성 충격에 직면했다.
--- pp.24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