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다른 생물들에게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특성, 즉 자신의 생각을 지각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으며, 이 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 우리는 타고난 철학자일 뿐만 아니라 철학에 대해 철학할 수 있고, 추론에 대해 추론할 수 있는 존재다.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한 능력은 우리에게 자기결정권이나 자유의지를 어느 정도 부여한다.
--- p.41.
인간에게는 진정한 자의식이 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자신의 목표와 소망, 목적을 관찰하고 판단할 수 있다. 우리는 그것들을 살펴보고 검토한 뒤 고칠 수도 있다. 또한 고친 생각과 감정, 행동을 살펴보고 반성할 수 있고, 그것을 다시 고칠 수도 있다. 그렇게 몇 번이고 고칠 수 있다!
--- p.42
불행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과학적 방법을 활용하고 진정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며, 자신과 타인, 세상에 대한 가설의 진위를 확인해야 한다. 지나친 낙관주의에서 벗어나고 허황된 기대는 버려야 한다. 쉽게 이룰 수 있다는 부질없는 기대를 떨쳐야 한다. 유치한 소망을 가차 없이 버려야 한다.
--- p.63
합리적 정서행동치료에서의 통찰은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사람은 다양한 호불호가 있으며, 좋아하는 것을 더 얻고 싫어하는 것을 덜 얻으려고 행동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합리적 정서행동치료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아가게 하고, 좋아하는 것을 얻고 싫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색하게 한다.
--- p.92
합리적 정서행동치료는 우리의 과거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지금 불안정하다면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비뚤어진 생각을 지녔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대체로 자신이 어린 시절에 무슨 행동과 생각을 했는지에만 집중할 뿐 부모와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어떻게 했는지에 관해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현재’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약점을 바꿀 수 있는지 알려준다.
--- p.95~96
합리적 정서행동치료는 (일부 광적인 종교집단처럼) 불안정이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유전과 학습의 영향을 받으며, 이 요인들은 불안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방향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는 있다. 얼마나 자주, 얼마나 심하게 자신의 감정을 망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117
신념은 인식하거나 인식하지 못하거나, 또는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신념은 말, 이미지, 상상, 상징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신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자신을 바꾸는 데 사용하려면 의식적으로 그리고 말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생각을 스스로 되돌릴 수 있다. 합리적 정서행동치료의 장점 중 하나는 신념을 바꾸는 다양한 방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 p.122
누구나 그렇듯 우리는 타고난 추론가이자 문제해결사다. 하지만 합리화와 자기기만, 편견의 달인이기도 하다. 우리의 생각은 올바르기도 하고 뒤틀리기도 했다. 사실 삶을 행복하게 유지할 만큼 제정신이지만, 또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이며, 일관성이 없게 행동할 만큼 제정신이 아닐 때도 있다. 인류의 오랜 역사가 이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 p.136
우리는 대부분 과거에 신경증의 토대를 만들어놓고 오늘도 그 위에 안주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따라서 합리적 정서행동치료를 통해 어린 시절을 이해하면 그 시절을 만들어낸 자신의 역할과, 자신이 현재의 속상한 생각·감정·행동을 지속시키는 방식에 집중할 수 있다.
--- p.158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이 불안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걱정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고, 걱정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 가늠하고, 걱정을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고, ‘나약하게’ 또는 ‘어리석게’ 불안을 초래한 자신을 비난한다. 그런 다음 자신의 불안 때문에 불안해하고, 우울증 때문에 우울해하며, 중독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신경증에 대해 자기연민을 느낀다.
--- p.186
합리적 정서행동치료는 (ABC 모델이 단순하고 거의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다는 이유로) 종종 피상적인 치료법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다른 치료법보다 더 포괄적이다. 자신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주변 사람과 환경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 지인, 낯선 사람들과 어우러져 사회제도 안에서 살아간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또 그들의 영향을 받는다.
--- p.201
심리치료에서 좌절인내력이 왜 중요할까? 원래 자신을 얼마나 괴롭혔든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알 때는 어떤 신념이 자신을 화나게 했는지 알고 있으며 그것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 그런데 좌절인내력이 낮은 사람은 자신을 괴롭히는 원인을 없애려고 노력하기를 마다하고 거의 항상 “견딜 수 없다”는 생각의 희생자가 되기 때문이다.
--- p.245
생각도 약하거나 강할 수 있을까? 로버트 아벨슨(Robert Abelson), 로버트 자욘스(Robert Zajonc)를 비롯한 여러 심리학자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수년 전 아벨슨이 지적했듯이 사람은 ‘차가운’ 인식과 ‘뜨거운’ 인식을 가질 수 있다. 합리적 정서행동치료에 따르면 ‘뜨거운’ 생 각은 ‘차가운’ 생각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더 강력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 p.265
합리적 정서행동치료는 감정 문제에 대한 두 종류의 해법을 제시한다. (a) 즉각적이고 제한적이며 일시적인 해법과 (b) 오래 지속되고 확장 가능하며 명쾌한 해법이다. 덜 명쾌하고 일시적인 해법도 제법 쓸 만하다. 불안, 우울, 자기혐오, 적대감, 자기연민이라는 감정을 빠 르게 없애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무기력과 무능, 미루는 습 관, 공포증, 강박증, 중독을 줄이는 방법도 알려준다.
--- p. 321
‘생물학적 토대’를 지녔다는 것은 인간이 어떤 특성을 명확히 선 천적으로 타고났다는 뜻이다(물론 후천적으로 습득하기도 한다). 즉 일부는 인간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타고난 성향’에서 비롯되었다는 뜻이다. 이런 성격이나 특성이 순전히 본능적인 토대를 지녔다는 뜻도, 큰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도 아니다. 또 이런 특성이 없으면 인간이 멸망하거나, 적어도 극심한 불행 속에 산다는 뜻도 아니다. 그저 유전적이거나 선천적인 특징, 혹은 두 가지 모두 때문에 인간은 이런 특성을 쉽게 발전시키며, 이 특성을 고치거나 없애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 p.35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