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무시무시한 바다!
위드는 조각배를 잠깐씩 수선하며 밤새도록 노를 젓는 일을 쉴 수가 없었다.
그다음 날 아침. 해가 지평선에서부터 떠오르면서 어스름한 어둠이 몰려가기 시작했다.
고생 후의 벅찬 감동!
여전히 주변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서 서윤도 밤새 배에 고인 물을 퍼내야 되었다.
서윤이 고생 끝의 낙이라는 것처럼 활짝 웃었다.
“그래도 좋은 추억이 되었네요.”
위드에게밖에는 보여 주지 않는 다정하고 따스한 미소.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내기를 해도 좋아. 내 더러운 팔자가 여기서 끝날 리가 없어.”
그리고 잠시 후, 보로타 섬이 있는 저 멀리에서부터 대형 선박 12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내걸고 있는 깃발에는, 지금은 사라졌다는 바다신이 그려져 있었다.
바다신의 대형 전투선들이 정확히 위드와 서윤을 노리며 쫓아왔다.
“어떻게 된 거예요? 바다신은 그냥 이야기 속에만 있는 거 아니었어요?”
“몰라. 확실한 건 이놈의 고생길은 땅과 하늘, 바다를 가리지 않는다는 거야.”
--- pp.23~24
‘선물은 먹는 게 최고인데. 닭을 1마리 줄까? 아냐, 지난번에 지골라스 다녀와서도 줬는데.’
양념반프라이드반을 포함해서, 닭 선물도 몇 번 써먹었던 방법이다.
보신이들끼리는 아직 교배를 하려면 멀었고, 태어나지도 않은 새끼를 벌써부터 주겠다고 하면 왠지 치사하고 쪼잔한 사람 같지 않겠는가.
“음, 가방을 사 줘야겠군. 역시 여자들한테 할 선물로는 가방이 최고지.”
이현도 어디선가 들은 내용은 있었다.
“어디 보자, 적당한 가방이…….”
서윤이 들고 다니던 가방의 브랜드를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그러고 나서 한동안 충격으로 몸이 굳었다.
수술실에서 심장박동이 멈췄다가 다시 뛰는 것처럼, 경직된 몸은 한참 후에나 풀렸다.
이현은 조용히 컴퓨터를 껐다.
“음, 김치나 담가 줘야겠군.”
--- pp.174~175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정말 특별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건가?”
위드가 하는 말들을 들어 보면 대부분 한탄과 하소연이 많다. 하지만 전체적인 사정을 알고 있는 유병준이 듣기에는 그 말들이 정확하게 맞았다.
왕성 내의 사소한 병력 배치까지도 허술하게 그냥 넘어가지 않고 이상한 낌새를 느낄 때에는 또 얼마나 놀랐던가.
왕실 기사들이 통로를 막고 있으니 와 본 적도 없는 왕성의 내부 구조를 파악하여 우회로를 찾아낸다.
숱한 모험을 경험해서인지 노인들이 비가 오면 뼈마디가 쑤시는 것처럼 고생에 대한 감각이 생긴 것이다.
또한 상황이 좋더라도 방심하지 않고 의심을 늦추지 않는다.
가히 바퀴벌레를 업신여길 정도의 생존 본능!
“저런 것도 능력이로군.”
무너지는 왕성이라고 해도 위드는 끝까지 살아남을 것 같았다. 보통 어지간해서는 절대로 죽지 않으리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대한민국에 전쟁이 나서 건물과 기반 시설들이 파괴되고 부서지고 나면 수십 년 전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누구나 두려워할 상황이지만, 왠지 그렇게 되면 위드는 고철 장사를 하면서 더 활개를 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땅에 떨어져도 터지지 않는 불발탄까지도 팔아먹을 사람이었다.
--- pp.228~229
위드가 나타나자마자 카리스마와 투지에 눌려서 땅에 엎드리는 몬스터들!
예전에 왔을 때는 흉악한 주둥이를 쩌억 벌리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역겨운 침 냄새를 풍겨 대던 라우카우들이다.
“야, 죽었냐?”
…….
“가죽이나 벗겨 가야겠군.”
꾸잉낑낑낑!
위드의 레벨이 700대를 넘고 나니 라우카우나 볼라드 같은 사나운 몬스터들마저도 싸우려고 하지 않고 귀엽게 애교를 떨었다.
가히 전과 19범의 은행 강도에게 돈 보따리를 짊어지고 도와 달라고 하는 격!
마땅히 사냥을 해야 했지만, 퀘스트의 제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른 던전을 정복하고 나서 메타페이아가 열리는 시간을 맞추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이런 놈들이나 상대하고 있을 시간이 없지. 마지막으로 목표로 했던 레벨 800을 달성해야 하니까. 가자.”
“알겠습니다, 대제!”
위드와 부하들은 메타페이아의 돌로 되어 있는 입구를 낙타를 탄 채 그대로 달려서 가로질렀다.
몬스터들은 ‘저 독한 놈들이 또 왔다.’면서 막지도 않고 재빨리 좌우로 비켜서 주었다.
--- pp.382~383
위드가 부대를 끌고 방문을 하자, 주민들은 왕의 행차를 접한 것처럼 앞다투어 길거리로 달려 나와서 공손하게 땅에 엎드렸다.
사막에서 가장 존엄한 존재!
지위를 얻거나 선정을 베풀지도 않았지만, 사막에서 가장 강대한 자에게 경배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실제로, 세력이 큰 부족들 간의 묵히고 묵힌 분쟁을 위드가 힘으로 종식시킨 적도 있었다.
“너희가 매번 싸우니 내 지켜보기 심히 귀찮구나.”
“대제님, 저들이 먼저 80여 년 전에 우리가 키우는 양 떼를 강탈해 갔습니다.”
“아닙니다. 이곳은 우리가 가꾼 목초지. 저들이 먼저 넘어왔던 것입니다. 여기 기록도 가지고 있습니다.”
“시끄럽다. 이유는 필요 없다. 내 눈에 거슬리니, 계속 분쟁을 일으킨다면 너희 부족 중 하나는 사막의 모래가 되리라.”
“살려 주십시오!”
“저희가 잘못하였나이다.”
“잘못을 안다면 그에 대한 배상을 하여야 할 것이다. 양 떼와 목초지를 내놓아라. 너희의 관계가 좋지 않으니 그 재물은 내가 대신 받겠노라. 싫다면 죽어라.”
“고, 공정하신 판결에 감사하옵니다.”
위드는 가볍게 힘을 과시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을 뜯어냈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를 완료하고 나서 이 시간대의 물건들을 가지고 되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돈은 필요했다. 좋은 무기와 장비, 스킬 북 등을 구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추가로 ‘뇌물의 추구자’라는 호칭이 붙기는 했지만 상관없었다.
“뭐 어때, 나 자신이 떳떳하면 되지.”
관행이나 상부상조라는 미덕으로 승화시키는 적극적인 뇌물 수수 정신!
--- pp.460~462
위드는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잘됐어. 가로막는 놈들은 그냥 다 부숴 버리면 되지. 그리고 몽땅 약탈을 하는 거야.”
금과 향료 무역으로 유명한 공국 노아!
뻔히 무장하고 있는 군대와 외교적으로 분쟁을 줄이도록 노력하기보단 철저히 파괴해 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노들레로서 쌓는 악명은 중요하지도 않지 않은가.
“그동안 너무 착하고 심심하게 지냈어.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겠지.”
위드는 끝없이 강함을 추구하던 〈마법의 대륙〉 시절을 떠올리고 있었기에 거침이 없었다.
하기야 검치와 사형들이었다면 무슨 이런 일을 가지고 번거롭게 생각까지 하느냐고 질책을 했을 것이다.
한때의 세상을 질타하면서 살아가 보고 싶은 것이 사나이의 야망!
전쟁의 시대에 와서 군대를 이끌고 마음껏 헤쳐 나가 보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무모하더라도 머리보다는 심장이 시키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훗날 더 많은 후회를 하게 되리라.
--- p.529
“주인이 강하다는 걸 느꼈으니 이제 그만해도 된다.”
“멀었어. 막 손맛이 올라오고 있는 참이야. 노래방에 들어가서 첫 곡을 부르고 나서 시원한 음료수를 마신 직후의 기분이라고나 할까?”
잠시 후.
“너무 아프다! 살살 좀…….”
“아프냐? 아픈 데는 매가 약이지. 어느 부위가 아프냐?”
“온몸이 다 아프다. 특히 옆구리가 아프다.”
“그렇군. 옆구리를 특히 더 많이 때려 줄게. 아직 안 부러진 갈비뼈도 있는 것 같다.”
또 잠시 후.
“주인님! 앞으로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예전에는 제대로 안 했단 얘기군. 그래, 항상 그런 식이었겠지. 뒤에서는 내 욕을 하면서, 언제 배신을 할지 적당한 시기만 노리고 있었을 거야.”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냐, 맞아.”
“무슨 근거로 그렇게 확신하시는 겁니까?”
“원래 세상이 다 그런 거니까.”
또다시 잠시 후.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절대복종하겠습니다.”
“아직도 말할 힘이 남았군!”
아픈 곳만 정교하게 계속 때리는 구타!
최악의 인간성과 장인 정신이 동시에 느껴지는 기묘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반 호크는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 위드의 옆자리로 돌아왔다.
어비스 나이트이므로 회복은 과거보다 훨씬 빨랐지만 언제 또 맞을지 몰라서 방심할 수는 없었다.
단지 조금 위안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근처에 부서진 집구석의 지붕을 봤을 때였다.
그곳에는 시커먼 망토를 두른 채로 널브러져 있는 안색이 창백한 사내가 있었는데,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뱀파이어 로드 토리도였다.
반 호크보다 먼저 끌려와서 더 많이 맞았던 것이다.
--- pp.627~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