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 중 얼마나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할까? 일상적인 대화에서 물론, 나의 깊은 속내를 드러내야만 할 때 그리고 나의 속상함이나 서운함, 화가났을 때 어떻게 그걸 말로 풀어갈지 막막한 순간이 많다. 대화에서 적합한 감정 표현보다 적당한 표현으로 둘러댄다. 우리들은 확실하지 않지만 적당히 감정표현을 하며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거나 대화를 마친 뒤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집에서 생각한다.
‘아! 그렇게 말할걸!’
이때 후회해봐야 늦는다. 그래서 책을 읽고 전문 서적을 찾거나 관련 방송을 찾아본다. 나의 고민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한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는 관련 알고리즘 동영상이 뜬다. 내가 필요했던 정보를 찾고 위안을 받거나 배우곤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나의 기분이 어땠는지 한 순간에 알아차리고 대화한다는 게 전문가도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 아니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매사에 자신의 기분을 알아차리며 살아갈까?
(생략)
어른의 기분 관리법은 단순히 감정을 억제하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그것들을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있다. 감정의 바다는 때때로 폭풍우처럼 격렬할 수 있으나, 우리가 그 파도를 읽고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면, 그것을 넘는 것이 가능해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이를 언어로 전환하는 능력이다. 어른이 되어가는 여정에서 감정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우리 각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탐색하고, 그것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 「프롤로그」중에서
우울증에 걸린 상태일까? 아니면 지금 상태가 좋지 않은 걸까? 혹은 우울증인데 상태가 심해진 걸까? 우울증에 걸린 사람중에서는 겉보기에 인생이 나쁘지 않은 사람도 꽤 있다. 원만한 친구 관계에 가정도 있고 번듯한 직업에 종사한다. 소속된 것이 있고 술이나 담배에 중독되지 않고 시간 관리까지 자기 관리를 잘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 겉보기에 완벽하다. 이렇게 건강한 삶을 사는데도 기분이 좋지 않다면 우울증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이 아니라 단지 끔찍한 삶을 살고 있다면 어떨까.
인간관계는 모두 끊겼고 가족들은 나를 미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도 떠나고 인생 계획은 없다면 딱히 직업도 없고 술과 자극적인 것에 의존하며 내가 어떤 성취도 느끼지 못했고 무엇보다 앞으로 나갈 의지가 없다면 어떨까?
내가 정말 의학적으로 우울증이 맞다면 약을 먹거나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잠을 잘자면 된다. 하지만 그저 끔찍한 삶을 살고 있다면 본인의 삶이 최악이라는 걸 인정하는 게 첫 번째다. 그리고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귀찮다는 이유로 미루어왔던 일들을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이다. 방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며, 주변을 깨끗이 정리해보라. 이러한 단순한 행동들은 우리의 마음에도 정리를 가져다줄 수 있다.
--- p.17 「매일 마주하는 기분을 관리한다는 건」중에서
감정 표현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것은 뇌과학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인간의 뇌는 감정을 처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의 여러 부위, 특히 전전두엽과 변연계를 통해 감정을 인식하고 반응한다. 이러한 뇌 부위들은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며, 표현하는 과정에서 서로 복잡하게 상호작용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화가 난다’고 말하는 대신, ‘실망스러워한다’, ‘좌절한다’, ‘분노한다’ 등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각각의 감정 상태에 따라 뇌의 다른 반응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감정의 섬세한 표현은 감정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중요하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감정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감정을 관리할 수 있다.
--- p.35 「감정의 종류에 대하여」중에서
사람들 사이 공간이 안정적이면서도 예측 가능해진다면, 우리는 모두 즐겁게 연결될 수 있다. 우리는 경험하는 모든 감정에 열린 자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온전히 감정을 인식할 때 나의 숨은 진짜 감정도 보인다. 그렇게 할 때만 진정으로 나를 포함한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게 된다. 새로운 관계를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상대가 속마음을 터놓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상대가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도와주자.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상대를 도와주자. 나에게 진실이라 여겨졌던 것이 상대에겐 진실이 아닐 수 있으니 늘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자.
--- p.229 「감정을 잘 아는 사람의 관계는 다르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