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도 모르고 배우는 화학으로부터의 탈출
문득 정신 차려 보니 여기 존재하는 나는 어떤 세상에 던져진 것일까요? 이 시대 이 나라 이 부모님에게서 태어나기를 선택했거나 계획했던 사람은 없습니다. 게다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세상을 떠나게 될지 모르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내남 없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위해 늘 시계를 보며 서두르고 있는 것일까요? 왜 남의 기준에 맞추어 자신의 행복을 재단하거나 알고리듬이 이끄는 대로 몸과 마음을 내맡기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일까요? 현대 사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입니다.
이 책은 화학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담은 대중 입문서이자 교과서입니다. 화학에 대하여 저자는 “몰라도 살 수는 있지만 없으면 삶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살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담고 있는 것이 화학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아니라 개인의 입장으로 좁혀 바라보면 살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말이 실감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에 대해 얼마나 생각을 해 봤느냐에 따라 화학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깊이가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그저 입시나 스펙 이외에 딱히 필요성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저자의 말에 공감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는 시대와 국가로부터 주어진 윤택함과 여유로움을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자연에 대해 알아보는 데 들일 수 있는 복된 세대임에 틀림없습니다. 부모보다 훨씬 윤택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에 더 집착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소외감과 공허감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질적인 쾌락보다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지적인 활동이 점점 더 아쉬운 시대입니다.
이 책은 평생을 화학을 가르치며 보낸 저자가 은퇴 후 대중과의 소통을 쌓으며 구축한 화학에 대한 깊이와 폭을 담아낸 저작입니다. 한편 가볍고 친절하면서도 내용의 양과 이해의 깊이가 만만치 않습니다. 방금 담근 맛난 김장 김치처럼 중요한 개념들에 대한 설명 사이에 재미나고 유익한 깨알 지식이 켜켜이 양념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입시 제도와 형해화된 과학 교육의 희생자들에게 담담하게 권할 만한 책입니다. 우선 중고교 학생들이 다짜고짜 문제집부터 풀기 전에 읽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반인들에게도 영문도 모른 채 빼앗겨 버린 자연에 대한 호기심 세포를 되살릴 수 있는 구명줄이 될 듯합니다. 이러한 기대가 가능한 이유는 온전히 전문적 식견과 소통의 능력을 갖춘 저자 때문입니다. 그와 같은 멘토들의 존재와 활동이 우리 사회에 축적되고 활성화될 때 맛집 탐방보다 훨씬 더 묵직한 행복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여러 가지의 덕목을 발견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책 전반에 걸쳐 일상 용어와 경험을 바탕으로 대화체를 채택하여 딱딱한 과학 교양서나 교과서가 심어놓은 선입견을 현저히 줄이고 있습니다. 또한 모국어로 설명하는 과학 교양서와 교과서 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건강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뚜렷합니다. 한글로 씌어 있는 과학 입문서나 교양 서적은 많지만, 그들 대부분이 실제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와 비교할 때 여러모로 간극이 큽니다. 그뿐만 아니라 중고교 교과서와 대학 교과서 사이의 차이도 큽니다. 중고교 과학 교과서는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수준이 너무 낮고, 대학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는 기계적인 번역서 수준의 불친절함이 여전합니다. 그 사이를 메워 줄 무엇인가가 필요합니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실질적 희망을 던져 주고 있습니다. 또 하나, 화학은 보이지 않는 미시적 세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책 곳곳에 들어 있는 크기 스케일과 비유는 보이지 않는 미시 물질에 대한 입체적인 감을 잡는 데 무시할 수 없는 도움을 줍니다. 화학 용어 및 표기의 유래를 통한 설명도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말해 주는 이야기처럼 편안함을 줍니다. 이 모두가 독자를 위한 배려입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흔히 어려운 과학을 쉽게 말해 주면 좋겠다고 합니다. 중고교 교과서도 비슷한 맥락의 요구가 큽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과학에 대한 분량과 깊이를 줄입니다. 그러나, 무작정 쉬운 게 정말 쉬운 걸까요? 혹시 자세히 말해 주지 않는 것이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어렵고 별 재미 없던 것도 실은, 알고 나면 쉽고 흥미가 생길 수 있는 법입니다. 지루한 설명만 아니라면, 무조건 내용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충분히 많은 내용을 깊게 알려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미덕은, 내용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특징 때문입니다. 중고교 학생들, 화학을 전공으로 하지 않지만 화학을 배우는 대학생들, 화학에 관심이 있거나 화학이 필요한 일반인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요즘 화학을 일컬어 과학의 중심(central science)이라는 말이 세계적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구축된 물리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우리를 둘러싼 물질 세계에 대한 이해와 활용을 비로소 실현시켜 주는 주인공이 바로 화학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현재 화학 교과서에 소개되고 있는 지식에 우리나라 화학이 기여한 바는 매우 적지만,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대한민국 화학계의 위상을 고려하면 미래의 화학 교과서에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적절한 깊이와 시야를 바탕으로 한 매개체로서 시민의 과학 수준을 높이는 데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원동력으로 삼아 우리나라의 화학이 21세기 과학의 주역으로 자랑스럽게 교과서에 등장하기를 염원합니다.
- 정택동 (서울 대학교 화학부 교수)
과학을 좋아하는 국어 교사입니다. 고등학교를 이과로 졸업하였으며 ‘물, 화, 생, 지’로 불리는 4개 과목을 모두 공부했고 고등학교 때 일본에서 펴낸 「전파 과학 신서」 시리즈를 거의 모두 재미있게 열심히 읽었습니다. 하지만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다르면 참 괴롭다는 것을 과학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바꿔 말해,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같으면 더 행복하다는 것을 우리 말과 글 덕분에 누리고 있는 시 전공자이기도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과학책들을 읽다 보면 당혹스러울 때가 적지 않습니다. 과학 전문가들은 이 정도는 상식이라 생각하여 대충 쓴 글을 확인할 경우입니다. 과학 지식만을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니 독자들이 어떻게 읽을지에 대해 깊이 따지지 않는 것입니다. 반면에 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은 과학이란 원래 어려워서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대입 수능의 국어 영역에 나오는 과학 지문에서도 이렇게 정확하지 못한 서술들이 보여 과학 선생님들과 깊이 토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들이야말로 과학 지식을 정확하고도 충분하게 전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과학 자체에 대해 흥미와 관심을 잃게 만든다고 봅니다.
과학에 대한 흥미를 끌어내고 즐거움과 이로움을 강조하는 자세는 늘 중시해야 마땅합니다. 과학은 현대 문명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하지만 세상과 인간을 보는 눈을 좀 더 다양하고 심도 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문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상상력은 서로 자극하며 세상을 무한하게 확장하고 심도 있게 탐구하게 만듭니다.
과학의 대중화를 막는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정확하지 못한 문장으로 쓴 과학책들입니다. 과학적 지식으로 충분히 무장한 전문가들끼리야 서로 잘 알고 있으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지라도 과학에 입문하거나 본격적으로 과학에 심취하려는 독자들에게는 과학을 평생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미궁과 함정으로 오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제대로 번역되지 않은 과학책들도 적지 않아 차라리 원서를 읽는 게 쉽다는 말까지 있었던 기억도 납니다. 요즘에는 많이 나아졌기는 하지만 대입 수능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제시되는 과학 지문들조차 아직까지도 우리말 문장이 부정확하여 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잃게 만들고는 합니다.
여인형 선생님의 이번 책은 화학을 어떻게 하면 정확하고 자세하며 풍부하게 전할 수 있을까 표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으셔서 좋았습니다. 극존칭의 대화체를 통해서 화학의 세계를 제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가 곳곳에 가득했습니다. 가령 쉼표 하나만 해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볍게 읽을 정도로 쉽지 않은 책이지만 직접 읽으시면서 즐겁게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화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까지 독자 대상으로 하셨기에 국어 교사인 제게는 미처 이해되지 못한 곳들도 많고,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더 쉽고 자세하게 설명을 들어야지 하며 지나친 대목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인형 선생님의 이번 책을 읽으며 화학의 본질과 문학의 본질, 언어의 본질 등을 떠올릴 수 있었고 인간과 현실, 우리 사회와 지구 환경에 대하여 함께 고민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언젠가 화학에 대해 완전히 무지한 독자로 나서서 선생님께 화학에 대해 서슴없이 질문하고 그 답을 함께 우리 말과 글의 차원에서 꼼꼼하게 검토하면서 좀 더 어린 독자들에게 화학의 세계를 아주 쉬우면서도 매우 심도 있게 전달해 주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우리 말과 글에 많은 사랑과 노력을 기울여 전공인 화학의 세계에 대해 후학들에게 널리 알리시려는 여인형 선생님의 책을 깊은 존경의 마음으로 추천 드립니다.
- 허병두 (숭문 고등학교 국어 교사, 사단법인 책따세 전 이사장)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건축물, 예술품에 깃들여진 역사를 알면 여행이 훨씬 알차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 우리의 삶에서 분리할 수 없는 화학의 원리를 알고 있다면, 작게는 유사 과학에 속지 않을 수 있고 크게는 자연의 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 이정표가 될 것 같습니다. 한 예로 저자는 열역학 제1법칙(에너지 보존 법칙)을 다이어트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열역학 제1법칙을 이해하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듭니다. 저자의 이전 책들에 비해서 조금 더 깊이 있는 화학의 원리를 다루고 있지만, 독자의 관심에 따라서 일상 속의 화학 원리를 쉽게 이해하는 수준으로 읽을 수도 있고, 대학의 일반 화학 수준으로 심도 있게 읽을 수 있게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화학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중, 고등학생, 화학 전공을 막 시작하는 대학 신입생, 그리고 생활 속에서 많은 화학 물질을 마주치는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통해서 화학이라는 학문이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유머와 위트를 장착한 저자의 강연을 듣는 것과 같은 생생한 설명과 미래의 화학 발전을 위한 저자의 애정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전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 장혜영 (아주 대학교 화학과 교수)
중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과 화학 공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교재가 교과서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이 공부를 시작할 때의 첫 번째 단추는 교과서이고, 그 단추를 잘 꿰매려면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이 중요한데 교과서는 분량의 제한 때문인지 맥락상 단절된 문장들이 많아 잘 읽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화학 공부는 더욱 낯설고 어렵게 다가옵니다. 교사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설명이 친절하고 잘 읽히는 과학책들을 찾아 학생들에게 열심히 추천합니다. 여인형 교수님의 책들은 우리 주변 세상 이야기를 통해 화학이라는 학문이 우리의 삶과 일상에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소개합니다.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고 학생들에게 추천하기 좋은 책들이지요.
『여인형의 화학 공부』는 공부 수준이 조금 높습니다. 다른 학생들보다 화학을 조금 더 집중적으로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추천합니다. 화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다 보면 개념뿐만 아니라 화학이라는 학문이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이며 인류의 문명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진로 희망을 화학 분야로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저처럼 화학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지도서처럼 활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곳곳에 화학 공부를 쉽게 할 수 있는 재치 있는 방법들도 있으며, 화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좀 더 친근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방법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 박해천 (분당 서현 중학교 화학 교사)
저는 여인형 교수님께서 집필하신 『여인형의 화학 공부』를 읽으며 교수님의 인자하고 유쾌한 인품이 바로 화학과 대중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화학 내용을 처음 접하는 학생이나 일반인들이 자칫 흥미를 잃을 수도 있는 내용을 다루실 때도, 교수님께서 직접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것같이 세심하게 표현하셨습니다. 또한, 곳곳에서 중요한 내용을 발견한 화학자와 관련된 역사를 소개하셨고, 비유를 들어 개념을 기술하신 부분 등을 통해 독자들이 이해를 잘 할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비법처럼 가지고 계셨던 각종 ‘암기법’을 공개하신 부분에서는 교수님의 화학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화학 내용을 일반인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한 열정이 얼마나 크신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화학 내용으로부터 인간사와 인간 관계를 연결시켜 해석하신 부분에서는 여인형 교수님께서 30여 년 동안 강의하시며 쌓아 오신 내공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전기화학 내용 등에서는 우리가 평소 잘 모르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던 개념을 명쾌하게 설명해 주신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학부생을 대상으로 일반 화학을 강의해 오고 있는 제 자신에게도 이 책은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 강의할 때 많은 참고를 할 예정입니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이 화학 내용에 대해 바른 이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여인형의 화학 공부』를 많은 분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끝으로, 항상 후배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여인형 교수님의 따스한 말씀을 깊이 간직하며 여 교수님께 큰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 옥강민 (서강 대학교 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