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먹은 적이 없는 아이들이, 혹시 아직 있을까? 아이들을 구하자…….
---「광인일기」중에서
몇 번인가는, 근처에 사는 아이들이 웃음소리를 듣고 구경을 하러 달려와서 쿵이지를 둘러쌌다. 그는 그들에게 회향콩을 한 사람 앞에 한 개씩 먹으라고 주었다. 아이들은 콩을 먹고 나서도 여전히 흩어지지 않고, 모두들 접시만 쳐다보았다. 쿵이지는 당황하여, 다섯 손가락을 펴서 접시를 가리고 허리를 구부리며, “조금밖에 없어, 나도 이젠 조금밖에 없어”라고 말했다.
---「쿵이지」중에서
“샤오수안, 들어와라!” 화 부인이 샤오수안을 불러 안쪽 방으로 들어오게 했고 가운데에 놓아둔 걸상에 샤오수안이 앉았다. 그의 어머니는 새까맣고 둥근 것을 접시에 받쳐 들고서 가만히 말했다.
“먹어라,…… 병이 나을 거다.”
샤오수안이 그 검은 것을 집어 들고서 잠시 들여다보자, 자신의 생명을 들고 있는 듯하여 마음속으로 말할 수 없이 이상스러웠다.
---「약」중에서
몽롱한 가운데, 나의 눈앞에 해변의 초록빛 모래밭이 펼쳐졌다. 그 위의 쪽빛 하늘에는 황금빛 둥근 달이 걸려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사실은,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는데,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자 길이 된 것이다.
---「고향」중에서
우리의 아Q는 그렇게 무력하지 않았다. 그는 영원히 득의양양했다. 그것은 어쩌면 중국의 정신문명이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한 증거인지도 모른다. 보라, 그는 훨훨 날아갈 듯하지 않은가!
---「아Q정전」중에서
“잘됐어요. 선생님은 배운 사람이고 또 대처 사람이니까 아는 게 많겠지요. 한 가지 물어보려고요……” 그녀의 그 흐릿하던 눈이 갑자기 빛났다.
그녀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으므로 나는 어리둥절한 채 서 있었다.
“저어……” 그녀는 두 걸음 다가서며 목소리를 낮추고서 아주 비밀스러운 듯이 소곤소곤 말했다. “사람이 죽은 뒤에, 도대체 영혼이 있는 건가요?”
나는 섬찟했다. 나를 응시하고 있는 그녀의 눈을 보자 등줄기에 가시라도 찔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복을 비는 제사」중에서
우리는 함께 술집에서 나왔다. 그가 든 여관은 나와 정반대 방향이었으므로 문 앞에서 헤어졌다. 나는 혼자서 내 여관을 향해 걸어갔다. 찬 바람과 눈발이 얼굴을 스치는 것이 오히려 아주 상쾌하게 느껴졌다. 이미 황혼인 하늘과 집과 거리가 모두 다 짙은 눈발의 새하얀 비정형의 그물에 얽혔다.
---「술집에서」중에서
“신경 쓸 거 없네, 웨이옹.” 쓰밍은 또 그를 밀어냈다. “자네야 물론 제외고, 또 경우가 다르니까. 내 말 좀 들어보게. 그녀 앞으로 사람들이 죽 둘러섰는데, 경의는 조금도 없고 그저 놀려 대기만 하더군. 그리고 불량배 두 놈이 있었는데, 어떻게나 방자하고 뻔뻔스러운지 말야, 한 놈이 이렇게 말하는 거야. ‘아파, 비누 두 장만 사다가 온몸을 뽀드득뽀드득 씻겨보라구, 아주 근사해질걸.’ 여보게, 그게……”
---「비누」중에서
나는 여전히 노래 부르는 것 같은 곡성만 가지고, 쯔쥔을 장송한다, 망각 속에 장사 지낸다. 나는 망각할 것이다, 나 자신을 위해. 또한 다시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망각으로 쯔쥔을 장송한 일을. 나는 새로운 생로를 향해 첫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나는 진실을 마음의 상처 속에 깊이 감추고, 묵묵히 전진할 것이다, 망각과 거짓말을 나의 길잡이로 삼아……
---「상서」중에서
재해가 오래 계속되자 대학은 벌써 해산되었고 유치원조차 문을 연 곳이 없게 되었으므로 백성들은 모두 무지몽매해졌다. 다만 문화산(文化山)에는 많은 학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양식은 기굉국(奇肱國)에서 비거(飛車)로 운반해왔기 때문에 양식이 떨어질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학문을 연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대부분은 우(禹)를 반대했고, 우라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아예 믿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홍수를 다스리다」중에서
“이것이 원고인가?” 경리 선생이 한 묶음의 목찰을 집어 들고 펼치면서 말했다. “글씨는 깨끗이 썼구먼. 보아하니 시장에 내다 팔면 틀림없이 살 사람이 있을 게야.”
서기 선생도 다가가서 첫 번째 장을 보면서 읽었다.
“‘도가도(道可道), 비상도(非常道)……’ 흥, 여전히 그 타령이군. 정말로 듣기만 해도 골치가 아프고 지긋지긋해……”
“골치 아픈 데는 조는 게 약이지.” 경리가 목찰을 내려놓고서 말했다.
---「관문 밖으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