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랄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돌아섰다. “이곳에서는 상황이 다를 줄 알았소! 그대의 동족이 마침내 우리를 동등한 존재로 받아주었다고 생각했소. 오크를 돕기 위해 동족을 상대로 무기를 드는 자들이라면 언제든 우리를 버릴 수 있다는 것도 알았어야 했는데.” 이제는 제이나도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죠? 우리가 함께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적어도 한 번쯤은 제 백성을 믿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증거가-” “무슨 증거요? 볼릭 선장과 그 선원들 외에 또 누구와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해봤나요?” 스랄의 침묵이 제이나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어떤 정찰함이었는지 제가 알아보겠어요. 오르가타르가 공격을 받은 곳이 어디였죠?” “톱니항 해안에서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오. 항구로부터 약 한 시간 거리.” 제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병사를 시켜 조사해보지요. 그쪽 정찰함은 북부감시 요새에서 운영하는 함선이에요.” 스랄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왜 그러죠?” 스랄은 다시 제이나를 향해 돌아섰다. “요즘 북부감시 요새를 무력으로 빼앗아야 한다는 압박이 강해지고 있소.” “저도 그 요새를 지켜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어요.” 스랄과 제이나는 서로를 바라봤다. 그제야 제이나는 스랄의 푸른 눈에 뭔가 다른 감정이 떠오른 것을 보았다. 그 눈에는 이제 분노가 아닌 당혹감이 가득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