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한 대표적인 수학자로 영국의 고드프리 하디(Godfrey H. Hardy, 1877~1947)와 존 리틀우드(John E. Littlewood, 1885~1977)를 꼽을 수 있다. 하디와 리틀우드는 당대 최강의 수학자 콤비로 리만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그 결과를 100여 편의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이 증명해낸 것은 리만제타함수에서 실수부가 1/2인 영점이 무수히 많다는 것으로, 리만 가설 자체는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그들이 등정한 곳은 리만 가설이 위치하고 있는 산이 아니라 그 옆의 산이었던 것이다. 하디와 리틀우드는 끝내 리만 가설의 증명에 성공하지는 못했고, 증명 과정에서 경험한 좌절감으로 인해 리만 가설이 참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리만 가설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도 등장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천재 수학자 존 내쉬(러셀 크로우)는 젊은 시절 리만 가설의 증명에 몰두하였다. 영화에서 내쉬는 리만 가설이 제기되고 100년째 되던 해인 1959년 리만 가설에 대해 강연을 하게 되는데, 이 장면에서 내쉬는 말을 더듬으면서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이기 시작한다. 실제 내쉬는 이후 인터뷰에서 그 강연을 기점으로 정신 이상이 시작되었다고 회고하였다. 난해하기 그지없는 리만 가설은 내쉬를 정신분열로 몰고 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제1악장 수학은 만물의 근본이다 29쪽~30쪽
평면도형들이 사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플랫랜드』는 1부와 2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플랫랜드에 살고 있는 평면도형 자체에 대한 설명, 그리고 평면도형의 생활과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플랫랜드의 평면도형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가지고 생각하며 사회생활을 하는데, 평면도형들의 모양은 성별과 신분에 따라 결정된다.
우선 여성은 넓이가 없는 선분이다. 양끝이 날카로운 선분이 다른 도형과 부딪힐 경우 다칠 수 있으므로, 여성의 행동 지침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집의 출입구도 성별에 따라 구분된다. 이 소설에 포함된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남성은 왼쪽으로 난 문으로, 여성은 오른쪽으로 난 문으로 출입해야 한다.
1차원 선분으로 표현되는 여성과 달리 남성은 넓이를 갖는 평면도형이다. 하층계급은 이등변삼각형, 중간계급은 정삼각형, 전문직은 정사각형이나 정오각형, 귀족은 정육각형 이상의 정다각형으로 신분이 높을수록 변의 수가 많아진다. 이 소설이 집필될 당시 영국의 성직자들은 매우 높은 지위를 갖고 지나친 특권을 누리고 있었는데, 정다각형에서 변의 수가 많아지면 원의 모양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성직자를 원으로 표현했다.
-제2악장 수학은 직관이다 71쪽~72쪽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구역 내에서 특정 지점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도록 면을 분할할 때 활용된다. 예를 들어 동사무소, 소방서, 경찰서와 같은 공공기관이 관할하는 구역을 정할 때 지역 주민들의 편의성을 위해서는 공공기관이 가능한 한 가깝게 위치하도록 해야 한다. 이 경우 공공기관을 생성점으로 하고 보로노이 다각형으로 공공기관의 관할구역을 정하면 된다. 보로노이다각형 내부의 임의의 점에서 생성점까지의 거리는 다각형 외부의 생성점까지의 거리보다 가깝기 때문에, 관할구역 내에서 어느 위치를 잡더라도 공공기관과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물론 현실세계에서 관할구역을 분할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보로노이 다각형은 평면을 가정하지만, 실세계에서는 공공기관이 위치하고 있는 지점의 높이가 다를 수 있고, 그 사이에 강이나 산이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로망과 인구분포 등의 요인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요인을 배제할 때는 보로노이 다각형으로 관할구역을 나누는 것이 최적의 해법이다.
-제3악장 수학은 아름답다 148쪽~149쪽
멜랑콜리아의 4차 마방진은 댄 브라운의 소설 『로스트 심벌』에 등장한다. 주인공인 하버드대학교의 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은 피라미드의 암호와 관련하여 1514 A.D.라는 정보를 알아낸다. 처음에는 1514 A.D.가 연도를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A.D.는 Albrecht Durer의 약자이고, 1514는 그의 작품 멜랑콜리아를 의미한다는 것을 파악한다. 이제 랭던은 피라미드에서 알아낸 알파벳을 뒤러의 4차 마방진과 결합시켜 암호를 풀 수 있게 된 것이다.
4차 마방진에서 1은 4행 4열에 적혀 있으므로, 알파벳 배열에서는 4행 4열에 해당하는 J가 된다. 마찬가지로 4차 마방진에서 2는 1행 3열에 적혀 있으므로 동일한 위치에 있는 알파벳은 E가 된다. 마지막 수인 16은 1행 1열에 적혀 있으므로, 이에 대응되는 위치에 있는 S가 마지막 알파벳이 된다. 이런 식으로 하여 16개의 알파벳을 순서대로 배열하면 JEOVA SANCTUS UNUS가 되며, 이는 라틴어로 ‘하나의 참된 신’이라는 의미이다.
한편 『로스트 심벌』의 2009년 미국판 ISBN 10자리는 0385504225로, 자릿값을 모두 더하면 0+3+8+5+5+0+4+2+2+5=34가 된다. 『로스트 심벌』에서 암호를 푸는 데 결정적 열쇠를 제공하는 4차 마방진의 상수는 34이기에, 의도적인 설정이 아니라면 대단한 우연이라 할 수 있다.
-제5악장 수학은 즐겁다 257쪽~258쪽
잭슨 폴락(Jackson Pollock, 1912~1956)은 추상표현주의를 개척한 미국의 화가이다. 캔버스에 물감을 뿌리는 드리핑 방식으로 작품을 만든 잭슨 폴락의 별명은 ‘흩뿌리는 잭(Jack the Dripper)’이다. 폴락은 1956년 차량 전복사고로 44년의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그러다 보니 사후에 그의 유작이 빈번하게 등장하여 진품 논쟁이 벌어지곤 했는데, 프랙탈은 그 진위를 가릴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리건대학교의 물리학 교수인 리처드 테일러와 그 연구팀은 폴락의 작품을 분석하여 부분이 전체를 닮는 프랙탈의 특징을 발견했고, 1999년 이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폴락의 그림으로부터 프랙탈 차원을 계산한 결과 1948년 작 No. 14의 프랙탈 차원은 1.45이고, 드리핑 기법의 마지막 작품인 1952년 작 푸른 기둥(Blue poles)의 프랙탈 차원은 1.72이다. 즉,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프랙탈 차원이 높아짐을 알 수 있다. 2003년 뉴욕에서는 폴락의 작품으로 보이는 24점이 발견되었는데, 프랙탈을 이용하여 이 작품들을 조사한 결과 위작으로 판정받기도 했다.
-제6악장 수학은 진화한다 298쪽~299쪽
오일러의 업적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실명(失明)이라는 악조건을 딛고 위와 같은 업적을 이룩했다는 점이다. 오일러는 20대에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초상화들은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도록 모두 왼쪽에서 그린 것들이다. 한쪽 눈을 잃었을 때 ‘한 눈으로 보니 모든 현상이 더욱 또렷이 보인다’라고 했다니, 오일러에게 있어 이런 시련은 큰 장애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오일러는 60대에 왼쪽 눈마저 실명했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비상한 기억력을 바탕으로 연구를 계속했다. 실명 후에는 구술을 통해 저술 활동을 한 오일러는 수학의 역사상 가장 다작(多作)을 한 수학자로 알려져 있다.
오일러의 실명은 작곡가 베토벤이 청각을 잃은 것과 비교된다. 베토벤은 30대부터 음악가에게 생명과도 같은 청각 능력이 감퇴되어 40대 후반에 청각을 완전히 잃었다. 그러나 베토벤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제9번 합창 교향곡은 그가 청각을 상실한 후에 작곡된 것이다. 차라리 처지가 바뀌어 오일러가 청각을 잃고 베토벤이 시력을 잃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오일러는 시력을 잃은 암흑 속에서 오히려 수학의 진리를 꿰뚫는 혜안을 얻었으며, 베토벤은 청각을 잃은 덕에 정적 속에 울리는 더 깊은 내면의 선율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