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km를 걸으며 보고 느낀 생생한 이야기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가을,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서던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마지막 베이스캠프를 출발하여 정상을 향해 한발 한발 옮기던 그 순간,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알 수 없는 희열로 몸도 마음도 들뜨는 듯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에베레스트! 그곳을 내 두 발로 딛고 선다는 설렘이 나를 전율케 했다. 그리고 정상에 서던 그 순간의 감흥을 평생 잊을 수 없다.
이 책을 보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의 대장정을 마치고 산티아고 대성당에 들어서는 순간, 저자도 비슷한 감흥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완주증을 받은 순간에도 비슷한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까미노에서 근육통으로 고생하고, 발톱이 빠지는 고통을 겪으며 30여 일간 온갖 힘든 여정을 거쳤다. 이러한 과정을 묵묵히 참아내며 완주한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순간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 915km를 걷는 동안 보고 느끼고 체험한 생생한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공감과 큰 감동을 줄 것이다. 이 책이 산티아고를 열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일깨워 주길 바란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는 데 힘을 얻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 엄홍길 (세계 최초 히말라야 16좌 완등의 사나이)
배낭은 허리로 메야지!
“세정아, 배낭은 어깨로 메면 힘들어. 허리로 메야지.”
선생님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이다. 가르쳐 준 방법대로 배낭을 메자, 어깨를 짓누르는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날아갈 것만 같았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순례길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배낭 메는 방법만큼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없었다. 침낭 칸이 따로 있는 줄도 모르고 순례길에 올랐으니, 나는 너무 무지했다. 배낭 짐 싸는 법, 등받이 높이 조절하는 법 등을 자세하게 알려주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우리가 원래 메던 식으로 배낭을 메고 갔으면 800km를 완주할 수 있었을까?” 순례길 완주 후 누나들이랑 나눴던 대화다. 이 책 속에 숨겨진 선생님의 보석 같은 꿀팁들이 앞으로 순례길에 도전하는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세정 (산티아고 둘째 아들)
열정이 대단하신 우리들의 길잡이
선생님을 보면 제일 먼저 강한 열정이 생각난다. 우리 아빠랑 비슷한 연배인데 무슨 열정이 그렇게 강하실까? 하루 20~30km, 많게는 40km를 걷고 나면 피곤해서 만사가 귀찮을 때가 많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그날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한 것들을 꼼꼼히 기록하고, 블로그에 올리셨다. 적어도 3시간은 소요될 텐데, 그 체력과 열정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 덕분에 가끔 순례길이 그리워질 때마다 일기장을 펴듯 그 블로그에 들어가 까미노를 그려본다.
나도 저 연세에 저런 열정을 가질 수 있을까? 그 열정이 책 속에서도 느껴진다. 그런 열정으로 쓴, 그런 열정이 춤추는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가 산티아고를 더 깊이 알고,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아름 (산티아고 큰딸)
끝없는 호기심
같은 길을 걷더라도 어떤 시선으로, 또 어떤 지식을 갖고 걷느냐에 따라 길은 색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풀과 꽃과 나무, 농작물과 과일들, 심지어 토양이나 기후까지도 선생님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궁금한 것은 꼭 두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보며. 세밀하게 관찰하는 샘솟는 호기심은 순례길 내내 변함이 없었다.
어느 날 연두색 작은 열매를 따다가 먹어보라며 건네주셨다. 괜한 의구심에 먹기를 망설이고 있으니 “괜찮아~ 먹어봐.”라는 말에 조심조심 한 입 베어 물었다가 혀끝을 찌르는 떫고 쓴 맛에 미간을 찌푸리며 뱉어내고 말았다. 그제야 선생님도 한 입 깨물었다가 뱉어내시고는 배가 아프도록 웃은 적이 있다.
그런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엮어낸 순례기이기에 보다 풍부하고 다양한 정보들이 빼곡한 것 같다. 경험과 지혜로 가득한 이 책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소망하는 분들, 추억하는 분들, 사랑하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도영 (산티아고 둘째 딸)
순례길의 또 다른 이름, ‘인연의 길’
순례길 시작점인 생장에서 누군가 뒤에서 불렀다. 그게 선생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 도영이와 세정이, 그리고 아름이 누나까지 우리의 인연은 이어졌다. 때로는 함께, 때로는 따로 걷다가도 운명처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아스토르가에서, 트라바델로에서도 우연히 만나는 우리를 보면서 우리 인연이 보통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게 인연이란 거구나, 까미노 매직이란 게 이런 거였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트라바델로에서 극적으로 만났을 때, “이젠 너희들 속도에 맞춰 함께 갈게. 이게 우리의 인연인가 보다.”라고 하셨던 말씀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더욱이 선생님이 몸담고 계셨던 직장에 입사까지 하게 되었으니, 이런인연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생장에서 시작된 인연이 한국까지 이어진 것처럼, 더 많은 독자가 이 책을 통해서 순례길을 경험하고 추억할 수 있기를, 그리고 순례길의 좋은 인연이 이어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 재호 (산티아고 큰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