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022년에 발표한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가구수는 2039년에 정점을 찍고 2040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요. 인구가 줄어도 약 20년 동안은 가구수가 증가한다는 거죠. 그 뒤에는 집값이 어떻게 될까요? 2040년부터 우상향이 아니라 우하향의 파동을 그리며 떨어지기만 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대학교를 예로 들어 설명해볼게요. 2022학년도 수험생은 약 41만 명이었어요.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정원은 약 53만 명이고요. 이미 수험생보다 대학 정원이 12만 명이나 더 많지요. 즉 누구나 등록금만 내면 대학에는 갈 수 있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이제 공부를 설렁설렁해도 가고 싶은 대학, 학과에 갈 수 있다는 뜻일까요? 아니죠. 오히려 저는 반대라고 생각해요. 대졸자 비율이 낮았을 때는 대학 나왔다는 타이틀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어느 대학, 무슨 과인지가 더 중요해요. 이런 경향이 점점 심해지면서 수험생들은 과거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하고요. 즉 대학 자체가 희소성 있을 때는 대학이면 됐는데, 지금은 어디냐가 중요해진 겁니다. 각자 적성은 다르지만 큰 줄기에서 보면 어느 전공의 전망이 좋은지 다 알다 보니 특정 학과, 특정 대학에 경쟁이 몰리고 더 노력할 수밖에 없게 되죠. 집도 비슷해요. 집 자체가 부족했을 때는 ‘내 집이 있다’가 중요했다면, 집이 많아지고 집의 희소성이 줄어들수록 ‘어디에 있는 어떤 집이냐’가 점점 중요해져요. 각자 원하는 집은 모두 다르겠지만, 마치 대학처럼 어디가 좋은 곳인지 알기에 그곳에 수요가 몰리게 되고, 그래서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봐요.
---「1장, 아파트 공화국」중에서
‘1000만 서울’이라 불리던 때가 있었지요. 서울 인구는 2016년에 1000만 명 밑으로 떨어졌고, 2022년말 기준 942만 명대까지 감소했어요. 서울 인구가 감소하는 이유가 뭘까 질문하면 많은 분들이 집값이 비싸서라고 답하세요. 집값이 비싸서 서울에 살기 어려우니 떠난다는 거죠. 그런 이유라면 떠난 사람들만큼 서울에 빈집이 많아야 하지 않나요? 하지만 실제로는 멸실이 임박한 재개발 등 정비구역 내 주택을 제외하고는 서울에 빈집이 거의 없어요. 거주할 수 있는 집에는 다 사람이 들어가 산다는 거죠. 즉 서울 인구가 감소하는 건 서울의 집값이 비싸서라기보다는, 서울에 있는 집이 수용할 수 있는 인구가 그것밖에 안 되기 때문이에요.
---「2장 서울 공화국」중에서
부동산 정책을 대할 때 내용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부동산 정책의 ‘시차적’ 특성을 알아두는 게 더 중요해요. 무슨 뜻인지 자세히 설명해볼게요. 아파트 가격이 상승해서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다면 정부가 뒷짐만 쥐고 있을 수 없겠죠. 그래서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내놓아요. 상승 초기에 내놓는 안정화 정책은 일반적으로 그리 강력하진 않아요. 그래서 이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흐름을 꺾기는 어렵지요. 상승세가 급등세로 바뀌고 나면 그제서야 강력한 규제 정책을 연달아 내놓는데, 그러면 시장이 안정화될 것 같지만 그게 또 아니에요. 일단 급등세를 타면 안정화 정책이 아무리 강력해도 집값이 더 오를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기거든요. 그 믿음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하겠지요. 최근의 근거는 ‘서울의 아파트 수요는 풍부한데 공급이 부족하다’였어요. 그래서 아직 늦지 않았다는 판단과 더 늦으면 안 된다는 조급함에 거래가 계속 이뤄지고 가격도 더 오르게 됩니다.
---「3장 정책 공화국」중에서
2000~09년에는 외환위기 후 이미 상승하기 시작한 아파트 가격이 전 세계적인 유동성 장세로 장기 상승장을 맞이하다가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어요. 2010~22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가격이 장기 하락하다가 다시 전 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리면서 2013년부터 상승세로 전환해 2021년까지 가격이 급등한 후, 2022년부터 급락으로 반전됐어요. 여기서 질문, 지금 제가 언제 주택가격이 올랐다고 얘기했죠? ‘전 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린 유동성 장세’예요. 경제성장률도 물론 참조해야겠지만, 경제성장률보다는 시장에 돈이 얼마나 많이 풀렸나 하는 것이 집값에 더 큰 영향을 미쳐요.
---「4장 전망 공화국」중에서
지금 임대가 돼 있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돼요. 임대가 잘 맞춰져 있는 상가에 투자할 때도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꼼꼼히 검증해봐야 합니다. 첫째, 현 임차인이 나가도 다른 임차인이 바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인가? 둘째, 임대료 인상은 어렵더라도 현재 임대료로 후속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할 수 있는 곳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모두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있을 때만 투자해야 합니다.
---「6장 상가 공화국」중에서
전 재산이 들어간, 인생을 걸고 계약한 것들이 그렇게 무너지면 삶이 바닥부터 허물어지는 느낌이 들 거예요. 한국은 외국에 비해 치안이 좋아서 강력범죄가 적은 나라지만, 반대로 사기범죄 비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예요. 금융 사기, 부동산 사기, 취업 사기, 매매할부 사기, 보이스피싱 등 끝도 없지요. 그래서 저도 사람을 믿으라는 말보다는 사람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들으면서 컸던 거 같아요. 2021년 경찰청 자료를 보면 전체 범죄 중 사기 비율이 약 10.7%인 16만여 건이나 돼요. 사기는 범죄의 특성상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자 수가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겠지요.
---「7장 사기 공화국」중에서
“몇 번 가봤던 상권은 어디가 메인스트리트인지 알겠는데, 처음 가보는 상권은 어디부터 보는 게 좋아요?” 경제력은 4050세대가 더 있지만, 감각은 2030이 더 좋죠. 밖에 자주 나가 돈을 더 쓰는 쪽도 2030이고요. 세림 님이 친구들과 자주 가는 곳, 일부러 찾아가는 곳, 핫플이어서 가는 곳 중 지하철역 접근성이 좋다면 그런 곳이 뜨는 곳일 거예요. 그냥 놀러 다닐 때와 부동산에 대한 기본 지식과 관심이 있는 상태에서 다닐 때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혀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달라질 거예요. 그러니 많이 놀러 다니고 보고 즐기세요. 공부로 쌓은 지식 위에 다양한 경험이 차곡차곡 더해지면 나중에 큰 자산이 될 겁니다. 처음 가보는 상권이라면 상권보고서를 검색해서 읽고 가는 것도 도움이 돼요. 다만 상권보고서는 업데이트가 잘 안 돼서 상권의 현 상황보다는 대략적인 상권의 범위, 블록별 특징 및 역사 등을 아는 데 참고하는 정도로 활용하면 돼요. 정리가 잘된 최신 블로그를 읽는 것도 괜찮고요. 가장 좋은 건 내 발과 눈으로 직접 느끼는 건데, 그러려면 어디가 상권 내 메인스트리트인지 정도는 알고 가야겠지요. 발품 팔아 상권을 둘러보면서 막상 핵심을 못 보고 오면 헛수고니까요. 저는 그럴 때 지도 앱을 켜고 주변 카페를 검색해요. 그러면 인근 카페가 점으로 쫙 표시되죠. 요새는 카페 없는 곳이 없지만, 이렇게 검색해보면 상권 내 메인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카페를 표시한 점들이 이어져요. 이곳을 중심으로 돌아다니면서 보면 효율적이죠. 상권 내 어느 블록이 더 활성화돼 있는지, 블록 내의 메인스트리트는 어디인지, 아니면 특별한 메인스트리트 없이 블록이 전반적으로 다 활성화돼 있는지 알 수 있어요.
---「8장 카페 공화국」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