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을 통해서 무엇을 얻으려고 쓰는가
ㆍ버킷리스트
버킷리스트라는 말이 몇 년 전부터 자주 귀에 들린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을 말한다. 높은 곳에 밧줄을 매단 뒤 양동이 위에 올라가 목에 밧줄을 걸고 나서 양동이를 걷어차는 식으로 시도된 자살 방법을 일컫는 ‘kick the bucket’에서 유래한 말이다. 버킷리스트라는 말은 2007년 개봉한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버킷 리스트〉 이후 널리 쓰이게 되었다. 〈버킷 리스트〉는 암에 걸려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두 노인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만나 각자의 소망 리스트를 실행에 옮기는 내용의 영화다.
프리랜서 방송인 장예원은 ON에서 퇴사 후 첫 생방송 예능 프로그램 tvN ‘세 얼간이’ 진행을 맡아 전문가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OFF로 돌아와서는 버킷리스트 도전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한 살 터울 여동생 장예인의 집을 방문한 장예원은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나열하며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장예원 버킷리스트
- 스쿠터 (면허 따기)
- 바리스타
- 템플스테이
- 패러글라이딩
- 카트라이더
- VR하기
- 방 탈출
- 책 쓰기
장예원은 “조금 일찍 직장생활 시작하면서 겪었던 것들. 수월하게 직장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30대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았다.”고 말했다. 장예인은 “언니가 책을 썼다. 그랬을 때 조금 달라 보였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장예원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에세이 출간을 앞두고 인쇄소를 찾아 편집 상황을 꼼꼼히 점검했다.
인쇄만 하면 되는 장예원의 책. 책 인쇄할 때 결과물에 대한 최종 관리 감독하는 일로 보통 작가들은 대부분 참여하지 않으나 장예원은 즐거움으로 참여했다. 주변에서 ‘왜 가느냐고 하자’ 웃으면서 ‘유난을 떠는 거지’라고 대답을 하지만 그 얼굴에는 한껏 환한 미소가 올라왔다. 인쇄소에서의 모든 작업이 재미있고 한마디로 즐거운 것이었다. 장예원은 “책을 처음 내는 것이고 온 마음을 다해서 쓰다 보니깐 가서 보고 싶더라고요. 종이 질도 체크하고 표지도 색감을 보고….” 여동생과 같이 인쇄소에 가서 책이 인쇄되는 공정을 보면서 한껏 가슴을 부풀리면서 두 손을 꼭 잡고 ‘내 책 잘돼라’ 하며 첫 번째 책을 보면서 ‘장예원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 완성’이라고 했다. 이어 양평으로 이동해 또 다른 버킷리스트인 패러글라이딩을 즐겼다. 홀로서기 이후 마음속에 담아왔던 소망을 하나씩 실현하고 있는 장예원의 제2의 인생이었다.
ㆍ자기만족형 책 쓰기
필자는 관공서나 공기업, 민간기업의 Assessor(어세서)로도 활동하고 있다. Assess는 특성·자질 등을 재다, 또는 가치·양을 평가하다 라는 의미의 동사이다. Assessor는 특성이나 자질의 양을 평가하는 사람이다. 역량평가사라고 보면 된다. 역량평가사가 하는 일은 회사에 입사하거나 승진시킬 때 또는 직책을 부여할 때 대상자가 그 임무를 수행할 역량을 갖추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예로 서울시 공무원이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려면 사무관으로서 필요한 협의조정, 성과지향, 정책기획, 의사결정 같은 역량은 갖추었는지 측정하여 기준에 도달해야 한다. 그 측정을 Assessor가 하는 것이다. 서울시 승진자 평가는 대학교 교수, 필자 같은 Assessor, 서울시 고위 퇴직 공무원 3명이 한 조의 평정 위원이 되어서 대상자를 평가한다. 어느 날 필자가 아침에 평가 장소로 갔는데 필자 테이블 위에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시집이었다. 옆을 지나가던 스태프에게 물었더니 평정 위원 중에서 한 분이 쓴 책이라며 모든 평정 위원에게 돌렸다고 한다. 저자를 보니깐 서울시 인재개발원장을 역임한 고위 공무원이었다. 마침 그분이 필자와 같은 조여서 내 앞에 앉아서 인사를 하고 대화를 했다.
“내용이 참 좋습니다. 도시의 일상적인 삶을 시에 잘 녹여낸 것 같습니다.”
“틈틈이 써온 내용을 묶어서 책으로 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필자의 덕담에 저자는 밝게 미소를 지으면서 명함을 건네서 필자도 명함을 건넸다. 저자는 필자의 명함을 앞뒤로 보고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짓고는…
“어허, 책을 많이 내셨네요. 저는 한 권 내기도 힘들었는데…. 대단하십니다.”
“아닙니다. 책 한 권 쓰기가 어렵지 그 이후에는 뭐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이렇게 책을 많이 내셨으니깐…. 인세도 꽤 받으시겠습니다.”
“인세는… 뭐 조금 받지만…. 미미한 수준입니다.”
상대는 살짝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조심스럽게
“인세도 거의 없는데 왜 책을 많이 쓰십니까?”
“예, 제가 강의도 하고 컨설팅도 해서… 제가 필요한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인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를 알리는 방법으로 책을 출간하는 것입니다.”
“책이 도움이 많이 됩니까?”
“예, 제 책으로 인해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어떻게 연락이 오나요?”
“저자 소개에 있는 제 연락처로 직접 올 때도 있고, 출판사로 연락해서 출판사가 연결해 줄 때도 있습니다.”
앞에 소개한 에피소드를 보자. 시집을 낸 퇴직 공무원은 전형적인 자기만족형 책 쓰기이다. 이분은 자기를 알려 이득을 취하거나 책을 팔아서 수익을 내는 것과 다소 거리가 멀다. 자기의 시로 책을 만들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나누어 주면서 만족을 느낄 것이다. 물론 여러 곳에 알려져 인지도가 높아지고 어떤 곳에서 강연이나 시를 게재하겠다는 연락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부수적이다. 그런 것이 오지 않아도 이분은 책 하나만으로 만족을 느낄 것이다.
그럼 이런 자기만족형 저자는 누가일까? 다른 사람과 다른 생각이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내 일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은 사람, 다른 사람들이 겪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 특별한 경험은 아니나 생각이나 행동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사람, 어렵고 힘들지만 자기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자기의 문학적인 것을 남기고 싶은 사람 등등.
어떤 주제로 쓸까? 보통 시나, 소설 같은 문학도서, 여행하면서 느낀 것을 적은 기행 도서, 자기의 삶을 기록한 자서전 등이 일반적이다. 이런 사람은 살면서 경험이나 생각을 글쓰기로 기록해 놓았다가 점차 책으로 출간하고 싶은 생각이 강해진다. 물론 어느 순간에 버킷리스트가 되어서 책 쓰기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니 책을 완성하여 출간하면 그 기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ㆍ비즈니스형 책 쓰기
앞의 사례에서 필자의 사례가 비즈니스형 책 쓰기이다. 나의 만족을 위해서 쓴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나를 알리고 강의 의뢰가 들어오게끔 홍보용으로 책을 출간하는 것이다. 그러면 필자는 어떻게 책을 쓰게 되었을까? 필자는 컨설팅회사에서 컨설턴트와 강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에 모든 강의가 없어서 회사에서 필자에게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절대 회사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 회사를 퇴사했다, 강사로서 자립하려는 것이었다. 퇴직할 때 회사 대표가 ‘내가 강의했던 회사를 접촉하지 말라’는 부탁 겸 요청을 했다. 나는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필자는 보통의 강사와 다른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 강사는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서 HR 관련 부서 출신이다. 그러나 필자는 경영대학을 졸업한 전략기획 부서 출신이라 회사의 교육부서 사람을 거의 알지 못했다. 그러니깐 강의를 받기 위한 인적 네트워크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컨설팅 회사를 퇴직하고 강의 영업활동을 할 수 없으니깐 강의 의뢰도 들어오지 않고….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써서 필자를 알리는 것밖에 없었다. 열심히 글을 써서 책을 출판하니깐 금방 반응이 왔다. 출판하고 3개월 정도 지나자 강의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것이 비즈니스형 책 쓰기이다. 그럼 어떤 사람이 비즈니스형 책을 써서 성공할 수 있을까? 아래에 열거한 내용에 들어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 주변에서 인정하는 나만의 주특기나 주 능력이 있어야 한다.
- 블로그나 SNS에 나의 주특기를 이용하여 글을 쓸 수 있고, 주변에서 그 글을 인정해 주고 있다.
- 다른 사람들이 나를 소개할 때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소개한다.
- 나는 나만의 주특기로 강의를 하거나 남을 지도할 수 있다.
- 나는 주변에 서슴지 않고 그 주특기에 대해서 잘할 수 있다고 나설 수 있고 반나절 이상 강의나 토론을 할 수 있다.
다음 Chapter 자기 분석을 통해서 비즈니스형 책 쓰기 가능성을 연구해 보기 바란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