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는 우리한테 말했다.
“어제 몽테뉴와 토론을 했어. 주제는 두려움이었어. 몽테뉴가 뭐라고 말했는지 알아? ‘내 삶은 끔찍한 불행으로 가득한 것 같았지만, 그 대부분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내가 말했다. “좋은 말이야! 정말 맞는 말이네! 우리는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 일들을 너무 많이 걱정해.”
아보카가 말했다. “두려움은 인생의 나쁜 면이지. 그렇지만 두려움도 선택이야. 나랑 함께 사는 사르트르는 ‘우리는 우리의 선택이다.’라는 생각에 골몰하고 있어. 이 말은 ‘우리는 자신이 결정한 선택들의 결과물이다.’라는 뜻이야.”
내가 물었다. “그럼, 우리가 불행해지기를 선택하면……?”
아보카가 말했다. “불행해지지. 살아가면서 나쁜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그 일에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하는데, 그 선택에 따라 정말로 더 나쁜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어.”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 때, 괴롭히는 아이들이 하는 말이 옳고 내가 걔들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을 선택한다면…….”
아보카가 말했다. “바로 그거야! 괴롭힘을 당하는 건 힘든 일이지. 그렇지만 걔들한테 그냥 굴복하거나, 겁먹고 선생님한테 얘기하지 않기로 마음먹으면, 그것도 너의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어.”
“그러니까 사르트르의 말은 우리 선택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뜻이야?”
“바로 그거야! 오로르, 역시 너는 벌써 철학을 이해하기 시작했네!”
--- pp.50~52
“여자를 좋아하신다니, 무슨 뜻이에요?”
엄마가 선생님 대신 대답했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선생님은 사랑하고 연애하는 상대가 여자라는 뜻이야.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도 있어. 예전에는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나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어. 범죄자 취급을 하기도 했어.”
아빠가 말했다. “지금도 그런 한심한 나라들이 있어.”
“그래도 다행히 그런 나라는 점점 사라지고 있어. 여자가 여자를 사랑한다고, 남자가 같은 남자를 사랑한다고 해서 범죄자 취급을 받는 건 아주 잘못된 일이야. 그게 중요하지.”
다이안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로르 어머님 아버님은 아주 멋진 분들이세요. 사랑하는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아시네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무도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평등해야 해요. 오로르, 오늘 새로운 단어를 배우네. ‘차별’과 ‘평등’.”
다이안 선생님과 공부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즐거움이 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인터넷 사전을 검색하는 것이다. ‘차별’은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함’이라는 뜻이고, ‘평등’은 ‘권리, 의무, 자격 등이 차별 없이 고르고 한결같음’이라는 뜻이다.
‘평등’. 마음에 들어. 앞으로 즐겨 써야지.
--- pp.61~62
나는 선생님한테 말했다. “아저씨랑 태블릿 목소리로 대화하고 싶어요.”
“그래. 그렇지만 이번 한 번만이야.”
그리고 선생님은 휴대폰을 누르고 다시 엄마와 통화했다.
살 아저씨가 말했다. “정리 좀 해보자. 그러니까 두 사람은 프랑스어로 말하지만, 오로르는 태블릿으로만 말할 수 있고, 오로르가 나한테 말할 때는 영어로 말을 한다는 거지?”
나는 태블릿에 프랑스어를 영어로 바꾸는 앱이 있다고 설명하고, 그다음으로 태블릿에서 목소리를 골라…….
“네 목소리랑 비슷한 목소리로?”
“저는 말을 못하니까 목소리가 없어요.”
“그럼, 한 번만 더 확인할게. 태블릿으로는 말할 수 있지만, 입으로는 말할 수 없다는 뜻이지?”
“맞아요.”
나는 살 아저씨의 생각을 읽었다.
‘이제 좀 이해가 되네. 그렇지만 저 애한테 더 물어보지 않아야지. 너무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보이면 안 돼. 그리고 너무 동정하는 태도도 보이면 안 돼. 그런 건 쟤가 싫어할 거야. 오로르한테는 저게 정상이야. 그리고 나도 그런 저 아이가 마음에 들어.’
살 아저씨는 끝내준다! 이어서 살이 나한테 들려준 말은 더 끝내줬다!
“오로르가 말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더라도 오로르한테는 오로르만 낼 수 있는 목소리가 확실히 있어. 그리고 우리는 틀림없이 좋은 친구가 될 거야!”
--- pp.111~113
나는 버튼을 눌러 차창을 내렸다. 저니나는 10미터 앞에 있었다. 나는 저니나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저니나의 생각이 정확히 보였다. 나는 살 아저씨와 제리 형사한테 말했다.
“건물을 다섯 시가 아니라 한 시에 부순대요! 바비는 건물 안에 있어요! 손발을 묶고 입에 재갈을 채워서 르로이 아저씨 옆에 뒀어요! 건물을 부수면 두 사람 다 살아 있는 채로 깔려 죽어요!”
제리 형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충격을 받았다는 말로도 부족할 표정이었다.
“그걸 어떻게 다 알아?”
내가 말했다. “제 말을 믿으세요! 저는 알아요!” 지금은 내 신비한 능력을 일일이 설명할 때가 아니었다.
저니나도 나를 보았다.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우리 차로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빨리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했다!
나는 제리 형사와 살 아저씨한테 말했다. “좋은 생각이 났어요. 제가 법을 어겨야 해요. 그래도 바비와 르로이 아저씨를 구할 수는 있어요.”
제리 형사가 말했다. “빨리 말해. 저니나가 오고 있어.”
나는 빨리 말했다. 말을 마치자, 제리 형사와 살 아저씨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살 아저씨가 말했다. “좋은 계획 같아. 법을 어기긴 하지만.”
제리 형사가 말했다. “그래. 판사가 감옥에 보낼지도 몰라. 그렇지만 판사도 이해할 거야.”
그리고 제리 형사는 나를 보며 말했다.
“하자, 오로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저니나한테 집중했다. 이제 저니나는 1미터 앞까지 왔다. 엄청난 증오를 담은 눈을 희번덕거렸다. 휴대폰으로 나한테 삿대질하며 빽빽거렸다.
“이러고도 네가 무사할 줄 알아? 이 괴물…….”
저니나의 휴대폰이 내 코앞까지 왔다. 바로 그때 내가 팔을 뻗어 휴대폰을 낚아챘다. 단박에 낚아챘다. 그리고 태블릿 목소리로 소리쳤다.
“달려요!”
살 아저씨가 페달을 밟고 차가 쌩 내달렸다. 저니나가 뒤에서 소리쳤다. “너 죽었어, 오로르! 죽었어!”
--- pp.241~242
나는 얼른 번역 앱을 열어 선생님의 문자를 영어로 바꾼 뒤 제리 형사한테 건넸다. 제리 형사는 재빨리 읽은 뒤 다이안 선생님이 영어를 할 줄 아는지 묻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 번호가 선생님의 전화번호가 맞는지 물었다. 나는 태블릿이 없으니 고개만 끄덕였다. 제리 형사가 살 아저씨한테 차를 잠깐 세우라고 했다. 살 아저씨가 큰 아파트 건물 앞에 차를 세우자, 제리 형사는 나한테 가까이 오라고 한 뒤에 둘이 같이 나오게 셀카를 찍었다. 나는 제리 형사와 셀카를 찍어서 아주 기뻤다. 제리 형사가 아주 멋있어서 더 기뻤다. 제리 형사는 경찰 배지가 잘 보이게 앞에 들고 있고, 나는 그 옆에 기대서 활짝 웃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 아래에 선생님한테 보낼 메시지를 적었다. 제리 형사가 메시지를 크게 읽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뉴욕 경찰청에 근무하는 제리 프레스코발디 형사입니다. 오로르는 저와 함께 있고, 지금 같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오로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첨부합니다. 사진 안에 제 경찰 배지도 보일 겁니다. 배지에 제 경찰 아이디 번호도 있습니다. 원하시면 그 번호를 검색해서 제 신분을 확인하셔도 됩니다. 하나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 경찰에 신고하시면 저와 오로르가 수사하는 사건이 아주 위험해집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경찰에 연락하지 마세요. 오로르를 걱정하시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오로르는 지금 잘 있습니다. 그리고 오로르의 부모님께도 오로르가 아주 뛰어난 형사라고 전해 주세요.”
--- pp.251~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