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김 찌꺼기 화재가 음식점 등에서 종종 발생한다. 가정에서도 튀김요리를 만들면 부스러기 같은 튀김 찌꺼기가 생긴다. 튀김 요리 후에는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고 남은 기름을 식힌 다음 처리한다. 그리고 기름을 닦은 종이나 천, 튀김 부스러기 등을 모아서 쓰레기통에 버릴 것이다. 튀김 요리를 만든 뒤의 기름이나 튀김 전용 기름에는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불포화지방산이란 올리브유에 많이 들어 있는 올레산, 콩기름이나 옥수수기름에 많이 들어 있는 리놀레산, 카놀라유(유채기름)에 많이 들어 있는 알파 리놀렌산 등 분자 속의 탄소 사슬에 이중결합이 존재하는 지방산을 가리킨다.
불포화지방산은 탄소 사슬의 이중결합에 공기 속의 산소가 결합하는 반응을 일으키기 쉽다(산화). 그리고 이 반응이 일어날 때 열이 발생한다. 불포화지방산이 튀김 찌꺼기나 종이에 스며든 상태에서는 공기와 접하는 부분이 커져서 산화가 진행된다. 또한 이것을 쌓아 놓으면 열이 잘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몇 시간 후에 내부의 온도가 발화점(물질에 불이 붙는 최저 온도)을 넘어서면 종이나 기름이 불타게 된다. 발화점은 신문지가 290℃도 전후, 기름이 300~400℃ 정도다. 튀김 찌꺼기 화재는 튀김 찌꺼기가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음식점 등에서 많이 일어나지만, 재현 실험에 따르면 500g만 있어도 발화되기 때문에 가정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한꺼번에 모아서 버리지 않고 나눠서 버리기, 물기를 충분히 적신 상태로 버리기 등이 있다.
---「자연 발화로 일어나는 ‘튀김 찌꺼기 화재’」 중에서
리튬 이온 전지와 리튬 전지를 같은 것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둘은 별개의 것이다. 휴대폰이나 노트북 컴퓨터의 배터리는 리튬 이온 전지로 충전 가능한 2차 전지다. 한편 리튬 전지는 한 번 쓰고 버리는 1차 전지다.
리튬 전지는 음극에 금속 리튬을 사용한다. 기존의 전지와 비교했을 때 자기 방전이 적고 수명이 길어서 장기간 보존과 장기간 사용에 적합하다. 반도체 메모리의 백업, 디지털카메라, 컴퓨터의 내부 전원 등에 동전 모양의 리튬 전지가 사용되고 있다. 금속 리튬을 사용하는 까닭에 전해액으로 유기 용매를 쓴다. 리튬은 물과 격렬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만약 리튬 전지를 충전하려고 하면 전해액 내부에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덴드라이트)이 생기며, 이것이 양극까지 닿으면 음극에서 양극으로 단숨에 전자가 흘러 합선을 일으키면서 발열 파열 발화 가능성이 있다.
2차 전지의 세계에서는 납축전지, 니켈 카드뮴 전지, 니켈 수소 전지의 순서로 진보해 왔는데, 현재 리튬 이온 전지의 용도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리튬 이온 전지의 특징은 가벼워서 휴대성이 좋고 출력이 높으며 대용량이라는 것이다. 리튬 이온 전지의 전압은 니켈 수소 전지의 약 3배로 큰 전력을 축적할 수 있다. 또한 자연 방전도 적다.
게다가 충전한 전기를 전부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충전을 하면 본래의 용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메모리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휴대폰, 노트북 컴퓨터, 태블릿 컴퓨터 등 소형이면서 대량의 전력을 소비하는 단말기에는 거의 반드시 리튬 이온 전지가 사용되고 있다. 전기 자동차에 탑재하기 위한 연구 개발도 진행 중이다.
---「리튬 이온 전지와 리튬 전지는 완전히 다르다」 중에서
오쿠노시마섬의 독가스 제조 공장은 1929년에 생산을 개시했다. 1933년에는 공장이 확장되었고, 1935년에 추가로 확장되었을 무렵에는 겨자 가스(이페리트 가스), 루이사이트, 여러 종류의 최루 가스, 시안화수소(청산 가스)를 전부 극비리에 생산하고 있었다. 국제법상 금지되어 있는 독가스 제조이기에 철저히 기밀을 유지했다. 당시의 일본 지도에는 다다노우미 앞바다가 비어 있었으며, 오쿠노시마섬은 깔끔하게 삭제되어 있었다. 공장의 작업원들은 대부분 군속이었다. 학생 동원으로 여학생 등도 와 있었다. 당시 ‘독가스 제조에 학생을 관여시켜서는 안 된다’라는 원칙이 있었지만, 드럼통에 든 독물의 운반 등 독가스 제조에 직접 관여하는 위험한 작업에도 동원되었다. 1937년 7월, 루거우차오 사건을 계기로 중국과 전면 전쟁을 벌이게 되자 공장 노동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전성기에는 5,000여 명이 24시간 풀가동으로 각종 독가스를 제조했다. 제조된 독가스는 중국 전선으로 운반되었다.
독가스 공장에서는 공장 노동자들도 독가스에 노출되어 희생되었다. 최초의 희생자는 1933년 7월에 발생했다. 그는 시안화수소를주입할 때 실수로 그 비말을 방독면의 정화통(여과용 흡수통) 안으로 받아낸 청년으로, 일순간 가스를 들이마시는 바람에 급성 청산 중독으로 쓰러졌다. 똑바로 뉘었을 때는 이미 온몸에 무서운 경련이 일어난 뒤여서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하루를 더 버텨 내기는 했지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 다른 많은 공장 노동자도 장기간에 걸쳐 겨자 가스 등을 흡입한 결과 호흡기 질환이 발생했기 때문에 오쿠노시마섬에서 일하면 한번은 폐렴에 걸린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잔교 근처의 광장에는 독가스 제조에 관여하다 사망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1985년 건립된 이래 매년 10월이 되면 이곳에서 위령제가 열린다. 그 수는 1989년 10월 시점에 1,662명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더 늘었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오쿠노시마섬에서 극비리에 독가스 제조」 중에서
화장실용 산성 세제의 성분은 염산이다. 염산은 염화 수소라는 기체의 수용액으로, 강산强酸이다. 수세식 화장실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요인은 배설물 속의 요산, 인산, 부패 단백질 등이 세정수 속의 칼슘 이온과 결합해서 생긴 요산 칼슘 또는 인산 칼슘 등 물에 잘 녹지 않는 물질 때문이다. 또한 물에 들어 있던 철분이 긴 시간 동안 축적되어서 생긴 누런 때도 화장실을 지저분하게 한다. 이런 것들은 산과 반응하면 물에 잘 녹는 물질로 바뀐다.
---「화장실 묵은 때를 없애는 산성 세제」 중에서
이번에는 전작 『재밌어서 밤새 읽는 화학 이야기』에서 다루지 않았던 주제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두 책을 함께 읽는다면 더욱 무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화학과 관련된 ‘무서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모든 것에는 빛과 어둠, 플러스와 마이너스라는 양면이 존재한다. 다양한 화학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이 사물의 양면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세상은 이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믿는다.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