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품격(品格)이 있듯 말에는 언품(言品)이 있다. 당신의 언품은 어떠한가? 상대의 귀와 가슴에 오랫동안 머무는 말, 상대의 가슴에 가 닿는 말을 내뱉고 있는가? 아니면 품격과는 거리가 먼 말, 소음처럼 거칠고 깃털보다 가벼운 말을 아무 생각 없이 쏟아내고 있나? 대화는 말이라는 음성기호를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행위다. 진짜 말 잘하는 사람, 특히 대화를 주고받는 데 능한 사람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p. 7
“상담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한 뒤 딱 한 가지 보험만 안내합니다.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몇 해 전 한 생명보험사에서 열 차례나 보험왕에 오른 인물이 있었다. 그녀는 수상 소감을 묻는 말에 거창한 비법 같은 건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고객과 대화를 나누는 순간,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라고 말했다. 즉, 상대방이 하는 말과 ‘요구(demand)’에 집착하기보단 말 속에 숨겨진 ‘의도(intention)’를 찾으려 애쓴다는 것이다.---p. 69
질문할 때 이왕이면 ‘폐쇄형 질문(close question)’이 아닌 ‘개방형 질문(open question)’을 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예”, “아니오”만 답변으로 요구하는 폐쇄형 질문은 자칫 대화의 걸림돌이 되거나 대화를 종결시키는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생각이나 의중을 묻는 개방형 질문은 상대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다.---p. 104
일본의 심리학자인 시부야 쇼조에 따르면, ‘험담을 잘하는 사람은 칭찬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조직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병적인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동료와 상사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는 걸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상대를 견제하고 뒤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신의 동료가 뒷담화를 하기 시작하면, 험담의 대상에 주목하기보단 험담을 내뱉는 그 동료의 입장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아, 이 친구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거지?’, ‘요즘 뭐가 불만이지?’와 같은 질문을 떠올려 보며 대꾸하는 게 바람직하다.---p. 174
말을 의미하는 한자 ‘언(言)’에는 묘한 뜻이 숨어 있다. 두 번(二) 생각한 뒤에 입(口)을 열어야 비로소 말(言)이 된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품격이 있듯 말에도 품격이 있다. 그게 바로 언품(言品)이다. 굳이 고상하게 말할 필요까진 없지만, 쉽게 잊히지 않고 상대방의 귀와 가슴에 한참 동안 남는 말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가벼운 말은 쉽게 사라지는 법이다.---p. 193
식당에서 주문할 때 종업원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를 두고 고민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게의 경우 “이모”, “언니” 등으로 부르곤 한다. 어떤 이들은 미혼 여성 직원을 아줌마라고 불렀다가 “저, 아줌마 아닌데요”라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단순히 “여기요”, “저기요”, “어이”라고 부르는 말에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심이 묻어나지 않는다. 이런 호칭을 듣는 상대방도 기분이 유쾌할 리 없다. 존중은커녕 상황에 따라 인격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차라리 미혼 여성 직원은 ‘아가씨’ 정도로, 가게 운영자는 ‘사장님’으로 불러보자. 나이가 지긋한 사장이라면 연륜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상대방은 존중받는 느낌을 받을 것이고, 최소한 컵을 ‘탁’ 하고 테이블에 성의 없이 내려놓지는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서비스가 달라질 것이다. 택시를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택시기사에게 “아저씨, 저기서 세워주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기사님, 저기서 세워주세요” 정도로 말해보자. 분명 다른 대접을 받을 것이다.---p. 234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일을 잘하고도 남과 대화를 잘하지 못해 공(功)을 깎아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실수 때문에 직장 내에서 문제가 있는 인물로 낙인찍히는 사람이 있다. 또한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는커녕 오히려 수많은 적을 만드는 사람도 숱하게 존재한다. 일만 잘한다고, 친구가 많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시대가 아니다. 비타협적인 언행으로 사방에 적을 두는 사람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고독해지기 마련이다. 반면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소통하는 사람, 사람들과 쉽게 화합하는 이들이 조직에서 인정받는 법이고 사회생활도 잘해나간다. 그래서 적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들 한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p. 251
동지와 친구를 적으로 만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신과 적대적인 사람이 왜 당신에게 등 돌렸는지를 되짚어보고 당신의 언행을 가다듬는 자세가 필요하다. 불편한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증오한다면 절대로 상대를 당신 편으로 만들 수 없다. 당신이 먼저 마음의 빗장을 열고 상대에게 다가가야 한다. 적의 마음속으로 찬찬히 걸어 들어가야만 한다. 그래야 적의 성(城)을 공격하지 않고도, 적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