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대중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들이 중요한 인물로 부각되는 과정을 대중매체에 의한 지위부여 기능(status-conferral function)이라고 한다. 이와 유사하게, 사람들은 방송이 특정 이슈를 중요하게 부각시킬수록 그 이슈를 매우 중요한 이슈로 인식하게 되고, 방송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은 이슈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방송의 의제설정 기능(agenda-setting function)이라고 한다. 방송의 의제설정 기능이란 사람들이 어떠한 이슈를 주요 의제로 생각하고, 그 의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방송이 설정하는 기능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특정 이슈를 둘러싼 공중의제 결정에 영향을 주게 된다.
--- pp.31~32
뉴우스데스크는 시작, 2개월 만에 시청률이 50%를 넘기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방송 시간도 10분에서 20분으로 늘렸다. 이 같은 변화에는 기술적 측면도 기여했다. 즉, 방송 ENG(Electronic News Gathering) 카메라의 보급으로 카메라 기자가 기동성 있게 현장을 취재하기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1978년에 도입된 ENG 카메라와 VTR 편집 및 더빙 설비가 그것이다. 마이크를 잡은 취재기자와 카메라를 잡은 카메라 기자가 2인 1조가 되어 취재하는 형식이 시작되었다. …… 또한 이 시기 뉴스 프롬프터의 도입은, 뉴스 진행자들이 준비된 원고를 들고 읽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 화면을 응시하면서 뉴스 진행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 pp.48~49
SBS의 장수 프로그램 〈런닝맨〉의 제작 과정만 살펴보아도, 기획팀(방송 작가 포함)을 중심으로 콘텐츠에 대한 스토리라인을 잡고, 촬영에 들어가면 수십 대가 넘는 카메라가 동원되어 각 출연자를 여러 각도에서 촬영하고 음향 감독을 비롯한 많은 보조 인력은 녹음을 담당한다. 동시에 각 출연자마다 담당 카메라맨을 투입함으로써 출연자의 이동 장면을 다이내믹하게 촬영한다. 여기서 전체적인 과정은 하나의 콘텐츠를 창조하기 위한 수평적이고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내부적인 노동 구조를 살펴보면, ‘노동의 분업화·표준화’와 ‘위계적 질서’가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 pp.77~78
세계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매장에서 편집 음반을 직접 구매해서 재생했다. 스타벅스는 돈을 주고 음반을 샀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연권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아무리 돈을 주고 음반을 샀다고 하더라도 상업 매장에서 공공연하게 음악을 틀었다면 이는 공연권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 이 같은 분쟁 사례 이후, 스타벅스는 매장에서 클래식, 올드팝, 재즈 음원 등 대부분 저작권자가 죽은 지 70년이 지나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음악들을 선택하고 있다. 다만 저작인접권자들에게는 비용을 치르고 있다. 이처럼 미디어의 변화는 음악이 가지고 있는 저작권의 권리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하며, 공연권이라는 권리의 가치도 다시 논의하게 했다.
--- pp.105~106
맥콤스와 쇼는 미디어에 반복적으로 자주 등장하며 다른 이슈에 비해 중요하게 다뤄지는 ‘미디어 의제(media agenda)’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중의 의제(public agenda)’ 사이에 상관관계 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디어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작다는 소효과 이론을 부정했다. 맥콤스와 쇼가 정립한 의제설정 이론(Agenda-Setting Theory)에 따르면 미디어가 특정 이슈를 강조해서 다루면 대중이 그 이슈를 중요한 사회 의제로 인지하게 된다. 이때 대중의 의제는 대중 개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적 의제(intrapersonal agenda)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주요 화제로 삼게 되는 대인적 의제(interpersonal agenda), 그리고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함께 논의하는 지역사회적 의제(community agenda)로 구분된다. 연구자들은 TV, 신문, 기타 미디어가 선정한 미디어 의제가 상황에 따라 개인적·대인적·지역사회적 의제에 영향을 준다고 보았다.
--- pp.130~131
주의할 점은 모바일 미디어를 통한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시청의 증가가 반드시 ‘제로 TV’나 ‘코드 커팅(cord-cutting)’과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유료 이용이 늘고 있는 것과 상관없이 한국의 TV 보유율과 유료방송 가입률은 각각 95.8%, 93.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TV 수상기-지상파/유료방송-실시간 콘텐츠’ 중심의 텔레비전 체제가 PC와 모바일 기반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으로 분화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이탈’보다는 여러 기기 및 플랫폼과의 ‘중첩’ 형태로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결합상품 구조가 이러한 중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결합상품이 가구를 단위로 가입된다는 점에서 가구 구성원의 기기, 플랫폼 이용의 분화를 좀 더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pp.157~158
디즈니+는 서비스 출시 첫날 이미 1000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HBO Now가 3년에 걸쳐 구독자 500만 명을 모집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또한 지속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개별 스핀오프(spin-off) 영화도 준비하고 있다. 출시 시기가 비슷해 디즈니+와 애플 TV+가 자주 비교되는데, 디즈니의 라이브러리는 절대 우위에 있는 자산 중 하나이다. 디즈니 콘텐츠가 넷플릭스에서 삭제될 경우, 전체 콘텐츠 재생시간 중 20%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관계를 잘 보여주듯, 디즈니+ 출시 소식 발표 후 디즈니 주가는 6% 상승한 반면 넷플릭스의 주가는 3~4% 감소하기도 했다.
--- p.189
롱테일(long tail) 법칙은 80%의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 잘 팔리는 20%의 콘텐츠는 전통적인 수요 영역의 히트상품으로서 기존의 방송 콘텐츠가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반면에 잘 팔리지 않던 80%의 다양한 콘텐츠가 바로 이 1인 미디어 영역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수많은 개인 개인의 다양성이 중시되면서 롱테일을 이루게 되는데, 1인 미디어는 이러한 개인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 다양한 소재의 1인 미디어 콘텐츠가 누적됨으로써 언제든 다시 찾아볼 수 있게 되면서 긴 꼬리를 형성하게 된다. …… 이처럼 1인 미디어는 방송 시장에서 ‘롱테일’을 추구하면서 더 세분화된 시청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대안적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한다.
--- pp.204~205
유튜브 매체는 더 많은 시청자를 모을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 기반 구조다. 그래서 유튜브 매체의 운영자 입장에서는 고품격 저널리즘을 지향하기보다 시청자들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저널리즘에 의존하기 쉽다. 디지털 환경에서 작동하는 주목의 경제(attention economy)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황색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 전략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유튜브상에서 뉴스나 저널리즘 매체를 빙자한 활동을 규제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 더 근본적으로는 유튜브 매체들이 표현의 자유나 국민 알 권리를 내세울 경우 이를 법제도적으로 처벌하기 까다롭다.
--- pp.237~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