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을 오르려면 1층을 반드시 지나쳐 가야 하는 것처럼, 연애와 결혼도 마찬가지다. 연인 관계는 아무래도 친구보다는 더 친밀하고, 다른 이성과는 배타적일 것을 약속하는 일대일 독점 관계다. 내적, 외적 갈등도 가장 치열하게 맞닥뜨리게 된다. 아직 자아정체성을 형성해야 하는 청소년 시기에 자녀를 양육한다면 얼마나 버겁겠는가. 이처럼 인격적인 성숙의 각 단계를 생략하고 단번에 뛰어오르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연애와 결혼도 분명히 우리 몫으로 해야 하는 결단과 훈련의 분량이 존재한다. 이 책을 통해 그 인격적인 성찰의 지점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기를, 기도의 방향이 구체화되기를 진실로 소망한다.
---「들어가면서」중에서
배우자 기도란 과연 무엇인가? 나는 배우자 기도를 ‘미혼의 청년들이 결혼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해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개입하심을 구하는 간구’라고 정의 내린다. 따라서 나이가 몇 살이든, 지금 상황이 어떻든 미래의 결혼 문제를 위해 지속적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는 것은 항상 옳다. 내 멋대로 하지 않고, 하나님께 미래 결혼의 결정권을 드리겠다는 신뢰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상형을 상상하면서 원하는 리스트를 만드는 것을 결코 반대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도 청년 시절 무수히 많은 리스트를 작성했다. 우리 마음의 소원을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것은 너무 아름다운 일이다. 다만, ‘최종 결정’은 하나님이 하심을 인정해 드리는 믿음을 전제하자.
--- p.29~30
배우자 기도는 단순하게 배우자를 만나는 순간 종결되는 것이 아니다. 참된 의미에서 배우자 기도는 결혼 후에도 동일하게 이어지게 된다. 결혼 전에는 배우자를 ‘구하는’ 기도였다면, 결혼 후에는 배우자를 ‘위한’ 기도가 되는 것이다. 배우자 기도를 드리는 시간은 하나님이 분명히 허락해 주실 미래의 배우자를 ‘이미’ 사랑하는 순간들이다. 그래서 기도 후 만난 배우자에게 그간 준비해 놓은 갑절의 사랑을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너무 멋지지 않은가? 그래서 몇 번을 우려낸 차처럼, 배우자 기도를 하면 할수록 후에 만날 배우자를 향한 사랑의 깊이가 더 깊어지고 진해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 p.31~32
청년의 때에 중요한 과업은 하나님만이 우리 영혼의 가장 큰 결핍을 메꾸는 유일한 분이심을 깨닫는 것이다. 이 점을 모른다면, 미래 결혼 생활에서도 반드시 상대에게 실망을 넘어 좌절하고 분노하게 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관계가 불만족스러운 원인을 ‘하나님과의 질적인 관계성’에서 찾지 않고, 오롯이 ‘상대 탓’으로 돌리게 되는 것이다. 수렁에 빠지듯이 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하나님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영혼의 만족은 오직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만 채워진다.
--- p.40
관계의 우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은 하나님을 사랑하기에 사람을 배척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을 ‘기초’로 사랑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깊어지면서 서로를 향한 사랑도 동시에 깊어져야 마땅하다. 이것이 참 사랑의 표식이다. 상대와의 관계가 하나님과의 관계와 동시에 성숙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면 분별이 가능하다.
--- p.48
다른 이의 바운더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만큼, 스스로의 바운더리를 지켜 내는 책임 의식도 중요하다. 하나님은 분명 우리에게 인생의 집을 맡기시면서 ‘책임’을 요구하셨다. 우리 각자에게 신체, 재능, 환경, 지식, 물질 등 우리 ‘인생’을 맡겨 주셨는데, 우리는 우리 삶 전부가 하나님의 것임을 알고 그것을 잘 돌볼 책임이 있다. 사랑은 하나님이 주신 책임이 맞다. 그러나 우리가 해야 할 분량과 영역에서의 사랑의 한계를 모른다면,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는 삶은 날이 갈수록 피곤하고 버거워지고 말 것이다. 내 집 먼저 관리하고 책임지지 못해 마음이 병드는 것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크리스천의 삶이 아니다.
--- p.69~70
혹시 만나는 동안 서로 잘못한 점이 있다면 용서를 구하고, 또 상대를 용서하자. 이미 헤어진 상태라 하더라도 가능하다. 하나님 앞에 범죄한 일이 있다면 자백하고 용서를 구하자. 용서는 더 이상 그 관계에 매이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다. 우리의 발목에 누군가 무거운 짐을 묶어 놓았다고 상상해 보자. 짐을 질질 끌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란 쉽지 않다. 용서하는 작업은 자유하기 위한 작업이자 헤어짐의 최종 관문이다.
--- p.134
한 자매가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이런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하나님, 이 형제를 내 시선으로 보지 않겠습니다. 사람의 시선은 가려 주시고, 주님의 시선으로 형제를 분별하게 해 주세요.” 너무 아름다운 기도가 아닌가. 예수님을 영화에서 보면 아주 잘생기셨다. 그런데 성경에 의하면, 예수님은 실제로는 고운 모양도, 풍채도 없고 우리가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었다고 한다(사 53:2). 하나님이 예수님 같은 배우자를 보내 주신다 한들, 우리가 못 알아보면 끝장이다. 하나님의 시선으로 배우자를 알아볼 수 있게 기도드리자.
--- p.153
진정한 사랑에 실패는 없다. 만약 그 자매와 잘되지 않았더라도 좋은 감정을 표현했다면 그 자체로 성공한 거다. 용기 내어 고백했던, 진심으로 잘해 줬던 마음이 이미 자매의 삶을 풍요롭게 했을 거다. 진정한 사랑은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시도를 했고 용기를 낸 걸음을 응원한다. 일단 누구든 자기더러 좋다고 하면 기분은 좋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다가가라.
--- p.173
여자에 대해 꼭 알아야 하는 핵심이다. 에베소서는 아내 사랑을 내 몸같이 하라고 말한다(엡 5:33). 이 말씀만 이해해도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 여자가 남자한테 원하는 건 이 말씀에 거의 다 들어 있다. 우리 몸은 항상 우리 자신과 연결되어 있다. ‘연결감’이 핵심이다. 남편의 가장 큰 실수는 아내에게 무관심한 거다. 남편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세수를 하고 밥을 먹는다. 왜? 내 몸이니까. 아내도 이렇게 대해 주라는 뜻이다. 매일매일 내 아내를 돌봐 줘야 한다. 하루라도 정서적으로 교류가 없으면 여자의 마음속에 불안이 싹튼다. 만약 소개팅에서 만난 자매가 마음에 든다면 매일 어떤 형태로든지 안부를 물어보라.
--- p.181
성경은 진정한 사랑은 두려움을 내쫓는다고 말한다(요일 4:18). 이 말은 진리다. 배우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조금이라도 자존심이 상하면 마음이 꽁꽁 얼어붙었다. 한 발자국도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이 맞을까 봐 불안한 마음을 애써 외면하고 싶어도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이제는 다르다. 그전에는 극복할 수 없었던 두려움이 극복된다. 어디서부턴지 용기가 생긴다. 하나님은 상황을 극복할 용기를 주시는 방법으로 응답하시는 경우가 많다.
--- p.192~193
결혼과 크리스천의 삶에는 같은 맥이 흐른다. 이 복음의 실천을 가장 확실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결혼 생활이다. 결혼을 하면 내 자아의 죄성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소멸되기에 가장 적합한 지점들을 만나게 된다. 결혼 생활은 이 죽음과 부활의 과정의 연속이다. 어쩌면 “억!” 소리 나는 힘든 과정이 있을 것이다. 대략 30년 동안 내 스펙을 쌓고 성취하는 데만 익숙해져 있었다. 자기 고집, 자아의 생각들, 견고하게 쌓아 온 자기 계획과 가치관, 생활 방식들이 있었다. 그러나 나와 다른 배우자와 만나 이 성은 차츰차츰 무너진다. 아직 미혼이지만, 이성 교제의 문제로 고심하며 이미 자아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미리 감사하기를 권한다. 낮아지고 성찰하는 시간은 헛된 시간이 아니다. 건강한 결혼을 위한 빼곡한 준비 기간이다. ‘하나님이 나를 낮추시고 결혼 준비를 하고 계시는 중이구나’ 하며, 낮아지는 시간을 오히려 감사하기 바란다.
--- p.21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