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석의 근원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여행의 규칙은 간단하다.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을 해 나가는 것이다. 답을 하다 보면 다시 질문이 생겨날 것이고,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은 우리가 계속 여행을 이어가게 해줄 것이다. 더 이상 질문이 이어지지 않을 때, 여행은 거기서 끝나게 될 것이다. 자, 그럼 함께 출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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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자석의 붉은색이 N극이고, 파란색이 S극이니, 붉은색과 파란색의 가운데를 잘라보자. 그럼 N극과 S극이 따로따로 분리될까? 그렇지 않다. 절반으로 잘린 자석은, 다시 N극과 S극을 가지게 된다...계속 자르고 자르다 보면 결국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원자 하나가 남을 것이다...여전히 원자 하나에서도 N극과 S극은 같이 존재한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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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궁금증은 끝이 없다. 어쩌면 그래서 과학자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자, 그럼 전기와 자기의 근원을 찾아 다시 또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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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탄생한 학문을 혹자는 ‘젊은이의 학문’이라고 불렀다. 혜성 같이 등장한 젊은 과학자들에 의해서 새로운 학문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기존의 학자들은 고정관념에 너무나 크게 사로잡혀 새로운 학문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던 데 반해, 젊은 학자들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기 쉬웠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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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원자핵 주위를 공전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전도 하고 있다. 전자는 전기를 띠고 있으므로 자전하면 그 축 방향으로 자기장을 만들어낼 수 있고, 따라서 외부 자기장에 반응할 수 있다. 또한 전자가 자전하게 되면 이때의 회전은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 두 가지로만 정의되므로, 스펙트럼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것도 설명할 수 있다...이렇게 탄생한 스핀이라는 개념은 자석의 근원을 설명하는 핵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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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교과서나 책들을 보면 보어의 원자 모형을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로 그린다. 그런데 그림으로 나타내려다 보니, 원자핵과 전자의 상대적인 크기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서울시청에 골프공을 하나 두었을 때, 먼지 하나가 서울시청에서 남산타워 정도의 거리만큼 떨어져서 돌고 있는 상황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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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에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자석은 하고많은 원소 중에 딱 네 개밖에 없다. 원자번호 26번 철, 27번 코발트, 28번 니켈, 그리고 원자번호 64번 가돌리늄이 그것이다. 나머지 물질들은 모두 상온에서 자석이 아니다! 왜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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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개구리 공중 부양) 실험은 물의 반자성을 확인한 가장 드라마틱한 실험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실험을 시도한 안드레 가임 교수는 다소 엉뚱해 보이는 이 실험의 공로로 2000년에 이그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가임 교수가 그로부터 10년 후 2010년에, 그래핀의 발견으로 진짜 노벨 물리학상을 거머쥐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까지 이그노벨상과 진짜 노벨상을 동시에 수상한 유일한 사람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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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가 발견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상온 초전도체를 실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 보면 불가능이라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가 아니라, ‘가능한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일 뿐이다. 이 책을 읽는 누군가가 훗날 진정한 상온 초전도체를 실현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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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에 달린 자석이 고속으로 움직이면 패러데이 법칙에 의해서 전류가 생기며, 그 전류가 흐르면서 열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전류를 와전류 또는 맴돌이전류라고 한다...인덕션의 원리는 코일에 전류를 흘려서 자기장을 발생시키고, 발생한 자기장이 전용 용기에 맴돌이전류를 발생시켜서 이를 통해 열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전용 용기가 아니라면 전자기 유도가 일어나지 않아서 전혀 뜨거워지지 않는 신기한 가열 기구이다.
--- p.149
지금까지 자석의 기원과 근원에서 출발하여, “어떻게 하면 더 강한 자석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이르는 여정을 거쳤다. 이제 어느 정도 자석을 이해한 것도 같고,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의 세상 일이 그렇듯이, 모든 것을 이해했고 이것으로 이제 끝인가 생각하는 순간 진짜 새로운 시작이 다가온다. 물리학의 역사를 보라. 뉴턴 역학과 맥스웰 전자기학으로 세상의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등장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항상 알면 알수록 겸손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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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에서 혁명적인 발견은 대개 사소한 질문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며, 어떤 질문도 쉽게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 설명한 층간 교환 결합 현상이 등장하면서 많은 과학자들이 ‘더 강한 결합’을 찾으려 노력했다. 이런 조류 속에서, 프랑스의 물리학자 알베르 페르와 독일의 물리학자 페터 그륀베르크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듣고 나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전까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 p.160
이들은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자석의 한쪽을 뜨겁게 해 보았고 그 결과 뜨거운 곳과 차가운 곳에는 다른 방향의 스핀이 모인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된다. 즉 온도 차이를 주면 스핀 전류가 흐른다는 것이다! 이것이 2008년에 일어난 일이다. 그들은 이러한 현상을 ‘스핀 제벡 효과라고 명명하였다...이 발견은 과학자들을 더욱더 흥분시키게 되는데, 열로 버려지는 에너지마저도 스핀을 만드는 데 이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 p.181
다소 엉뚱하지만 이것을 확인하는 실험이 최근에 수행되었다...회전하는 물체가 자석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세 명의 전문가가 필요한데, ‘얼마나 빨리 돌려야 측정할 만큼의 자기장이 나오는지 계산하는 이론가’와 ‘아주 작은 자기장을 측정할 수 있는 실험가’, 그리고 ‘어떤 물체든 고속으로 회전시킬 수 있는 기술자’가 그들이다. 실제 2015년에 이 세 명의 전문가가 힘을 합쳐 실험을 하였고, 그 결과 “회전시키면 정말 자석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 p.184
이쯤 되면 더욱 재미난 상상도 해볼 수 있다. “열을 주거나 전류를 흘리면 양쪽 표면에 한 방향으로 정렬된 스핀을 모을 수 있다. 아인슈타인과 드하스의 주장에 따르면, 스핀을 정렬시키면 물체가 회전한다고 했으니, 양쪽 표면에 정렬된 스핀을 모으면 그 표면은 회전해야 하지 않나?” 이를 실제로 확인하는 실험이 있었고, 정말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19년의 일이다.
--- p.186
인류가 위기에 처하고 해결책이 필요할 때, 그것을 과학적으로 혹은 기술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바로 과학자가 하는 일이다. 어떤 과학자는 태양광을 이용해서 환경 오염이 적은 방법으로 사용 전력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며, 어떤 과학자는 컴퓨터의 개념 자체를 바꾸어 양자 현상을 이용한 계산이나 인간의 뇌를 모방한 계산을 수행하여, 적은 에너지로 효율적인 계산을 수행하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자석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도 밤을 새우고 있다.
--- p.201
과학자가 하는 일이란 이렇게 돌탑을 쌓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대개의 경우 선배 과학자들이 쌓아놓은 돌탑을 열심히 분석한 다음에, 그것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돌 하나를 더 올려놓으려 노력한다. 물론 가끔은 돌탑 자체가 애초에 잘못 쌓아졌다고 생각해 무너뜨리고 다시 쌓는 과학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돌 하나 더 올려놓는 게 과학자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사실 인생을 바쳐서 돌 하나 더 올려 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
--- p.208
자석이란 붙어 있지 않아도 서로 힘을 가할 수 있고, 또 자석이 움직이면 전류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전류를 측정해서 센서로 사용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인류 최초의 자석 발명품인 나침반도 방향을 알려주는 일종의 센서이고, 이런 센서는 더욱 발전해서 현재는 인공위성의 자세 제어에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군사용으로도 사용되는데, 그 이유는 극한 환경에서 다른 종류의 센서보다 자석 센서가 더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 p.220
우리 앞에 어떤 발견이 있을지, 그 발견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지금은 알지 못한다. 전기를 만들어낸 페러데이가 핸드폰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지금도 열심히 질문하고 있을 것이고, 그 질문은 새로운 발견을 이끌어 세상을 바꿀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질문하고 또 질문해야 하는 것이다.
--- p.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