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바나나 달
비가 올 때면 하얗게 김이 서린 유리창에 쫙 손바닥을 펼쳐 찍어 보거나, 동그라미 세모, 네모, 여러 모양을 유리창 가득 그리면서 놀았던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이연실 작가는 이런 어릴 적 즐거운 기억을 모아 [안녕, 바나나 달]을 만들었습니다. 유리창은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창이면서, 상상 세계로 오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본 아이들은 유리창을 통해 자기만의 또 다른 상상 여행을 떠날 것입니다.
내꼬리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작은 걱정거리는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걱정이나 열등감은 모두 마음의 문제이다. 걱정도 마음먹기에 따라 쉽게 없어져 버리는 작은 걱정이 될 수도 있고, 아주 커다란 걱정거리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또한 '나만 그럴 거야.' 혹은 ' 모두 나를 비웃겠지.' 하는 생각은 불안감과 걱정거리에서 열등감으로 이어지게 한다. 갑자기 생긴 꼬리는 어느 날 이불에 실수해서 오는 창피함일 수도 있고, 갑자기 코에 벌겋고 작게 솟아 오른 뾰루지를 감추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다. 이런 일은 누구나 한번쯤은 겪을 수 있는 성장하면서 쓱 지나갈 수 있는 통과의례니,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고 훌훌 털어 버리라고 말해 준다.
딸기
생명 탄생의 경이로움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새 생명이 만들어지고 세상의 빛을 받으며 나오는 과정을 바라볼 때면 우리는 감동과 셀렘으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림책 《딸기》는 마치 엄마 뱃속에서 숨쉬고 있는 태아처럼 조심스럽고 가슴 설레게 딸기의 성장 과정을 보여 줍니다. 반들반들 초록이파리에서 움트는 딸기의 숨소리는 콩닥콩닥 뛰는 태아의 심장소리처럼 들리는 듯하고,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소곤소곤 새근새근 자고 있는 딸기는 자궁 속에서 편안히 자고 있는 태아처럼 느껴집니다. 바람과 해, 그리고 비와 같은 자연의 힘이 모아져 빨간 딸기 열매를 맺어가는 과정을 보며 자연의 강한 생명력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요. 코끝에서 감도는 달콤한 향기와 함께 자연의 힘은 끝없이 펼쳐집니다.
즐거운 비 : 서세옥 화백 먹물 그림책
구름이 꿈틀꿈틀하더니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내려 오다 주룩주룩 쏟아지고, 웅덩이를 만들고, 내가 되어 큰 강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납니다. 비는 철조망을 가르고, 불신의 벽을 허물고 사람들을 기쁨 가득한 비천지로 안내합니다. 그러고는 신명 나게 춤을 추며 즐거움을 나누게 하지요.
비는 누가 뭐라 해도 즐겁습니다.
어린이
이 책은 엉뚱하고, 못생기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이 등장합니다. 작가는 돼지코에 가분수, 멍청한 눈매에 치아 교정기를 낀 아이들을 그림으로써, 비록 눈코입이 비뚤비뚤해도 어린이는 그냥 어린이로 바라봐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책에 등장하는 17명의 어린이가 한결같이 다르듯이, 이 세상 아이들은 모두 다르다는 점을 알려 주지요. 어린이들의 개성넘치는 모습을 담백하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지구를 위한 한 시간
이 책은 한 시간 동안 지구를 위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지구의 소중함을 전해주는 그림책입니다. 밤이 되어도 대낮처럼 밝은 도시에서는 쉴새 없이 열기와 빛이 뻗어 나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구를 힘겹게 하고 있어요. 지구는 사람뿐만 아니라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집입니다. 지구가 더 힘들어지기 전에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만 해요.
겨우 한 시간 불을 끄는 것으로 정말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요? 실제로 전깃불을 밝히는 데 드는 전기는 다른 곳에서 쓰는 전기를 생각한다면 그리 많지 않아요. 하지만 그 전기를 만들어내고, 또 각각의 집으로 보내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든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을 하나 끈다는 것은 그 모든 과정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에요. 또 우리 집 불 하나 끄는 게 도움이 될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불이 하나, 둘 모여서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한다면 에너지 소비는 엄청나게 줄겠지요? 동화도 읽고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는 그림책이에요.
텅 빈 냉장고
맨 아래층에 사는 앙드레이 할아버지. 어느 날 밤, 배고픈 거리의 악사에게는 말라빠진 당근 세 개가 전부입니다. 할아버지는 당근 세 개를 들고 윗층에 사는 나빌 아저씨를 찾아갑니다. 그렇게 위로 위로 올라가며 '모자란 재료로 뭘 만들어 먹을까?'를 함께 고민하는 동안각자 '뿔뿔이' 살아가던 사람들은 비로소 '함께' 요리하면서 진정한 '이웃'이 됩니다.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간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들이 가져온 재료들을 합해 파이를 만들기로 결정하는 과정은, 따뜻하고 즐겁습니다. 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이러 해야 하지 않을까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모두 힘을 합해 파이를 만들고 있을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여기저기 아파트와 거리마다 사람들이 모여 특별한 파이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행복한 결말을 향해 가던 이야기는 현실에서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반전을 숨기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배고픈 앙드레이 할아버지의 꿈이었다며 실망하는 순간, '앙드레이 할아버지, 저녁 같이 드실래요?' 하며 부르는 나빌 아저씨의 다정한 목소리. 이것은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이 쉽지 않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메시지를 조용하고도 강하게 전해 주고 있습니다.
첫눈
첫눈을 보며 설레어 하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환상적으로 그려낸 한 편의 시 같은 그림책입니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판타지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여백이 많은 글과 섬세한 그림은 아이 스스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게 도와줍니다. 거친 듯 부드러운 그림에서는 갓 구운 빵처럼 따뜻하고 고소한 향기가 느껴집니다. 엉덩이를 토닥거려 주고 싶을 만큼 작고 귀여운 주인공을 따라 눈송이를 굴리다 보면, 어느 새 펑펑 내리는 첫눈의 감동 속에 젖어 들게 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