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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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사람

리뷰 총점 10.0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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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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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치매환자를 간병하다보면.... 평점10점 | y*****2 | 2024.03.28 리뷰제목
청미출판사 블로그의 주인장 청미지기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황홀한 사람>의 작가 아리요시 사와코의 이름이 낯익은 듯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첫줄을 읽자마자 이미 읽은 내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1995년에 쓴 첫 번째 책 <치매 바로 알면 잡는다>에서 소개한 바 있는 <은색의 황홀>이었습니다. <은색의 황홀>은 1995년에 가나다라 출판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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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미출판사 블로그의 주인장 청미지기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황홀한 사람>의 작가 아리요시 사와코의 이름이 낯익은 듯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첫줄을 읽자마자 이미 읽은 내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1995년에 쓴 첫 번째 책 <치매 바로 알면 잡는다>에서 소개한 바 있는 <은색의 황홀>이었습니다. <은색의 황홀>은 1995년에 가나다라 출판사에서 번역하여 소개한 책이었습니다. 아리요시 사와코가 1972년에 발표한 <恍惚の人>을 번역하여 소개한 것으로 보입니다. 2006년에는 <꿈꾸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출판사 지훈에서 다시 소개됐고, 2021년 청미출판사에서 원저의 제목을 살려 <황홀한 사람>으로 다시 번역하여 소개한 것입니다.


오늘날의 일본은 고령인구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이며 치매노인에 대한 복지체계가 잘 잡혀 있는 나라입니다만, 작가가 <恍惚の人>을 발표하던 1972년 무렵 만해도 치매가 나이 들면 그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고, 질병이라고는 생각지도 않던 시절입니다. 또한 치매환자에 대한 돌봄도 주로 가족들에게 맡겨져 있는 형편이었습니다. <恍惚の人>이 발표되면서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졌고, 치매노인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지게 되었다고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제가 <치매 바로 알면 잡는다>를 발표하던 1996년 만해도 치매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은 1970년대의 일본 수준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책을 내고는 방송과 대중강연을 통하여 치매가 나이 들면 생기는 망령이 아니라 질병임을 강조하고 진단, 치료, 간병 등에 대한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방송과 대중강연을 통하여 설파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저는 <치매 바로 알면 잡는다>에서 <은색의 황홀>을 소개하면서 치매에 걸린 시게조 할아버지의 대표적인 치매증상, 식탐과 배회 증상에 대하여 설명하였고,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 시게조의 간병을 전담해야만 하는 아키코처럼 치매환자의 주간병인의 어려움을 서로 도와 나누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996년에 발표한 <치매 바로 알면 잡는다>는 2003년에는 <치매 나도 고칠 수 있다>, 2017년에는 <치매 당신도 고칠 수 있다>에 이어 2022년에는 <치매 고칠 수 있다>에 이르기까지 4반세기에 걸쳐 세 차례의 개정작업을 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치매를 가장 많이 일으키는 알츠하이머병의 경우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간병에 주안점을 맞추고 잃어가는 기억력을 보완하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그쳤지만,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완화시키는 약제가 개발되면서 치매 치료에 전환을 맞게 된 점, 그리고 치매의 원인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치료와 병행하여 예방할 수 있는 방안들을 소개하게 된 것입니다.


<황홀한 사람>에서는 치매환자는 가정 혹은 사회에 짐이 되는 존재로만 그려지고 있습니다만, 영국의 치매환자 웬디 미첼은 <내가 알던 그 사람>,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생의 마지막 당부> 등에 이르기까지 치매로 인한 장애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치매 환자를 치료와 간병 중심의 책에 더하여 치매환자 스스로 치매로 인하여 제약받고 있는 삶을 어떻게 극복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들도 소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호주 내무부의 제1차관보를 역임하던 중 치매증상이 나타나면서 퇴임하여 치매치료에 전념하던 크리스틴 브라이든의 투병기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우리나라에서도 소개되어 있습니다만, 그녀의 두 번째 책은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고 있어 아쉽습니다. 우리나라의 치매환자도 적극적인 투병 과정을 책으로 소개하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황홀한 사람>은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의 사연이라서 요양원 혹은 요양병원에서 치료와 간병을 맡길 수 있는 요즈음의 분위기와는 많이 차이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요즘에도 아키코와 같이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의 간병을 전담하는 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이 간병에서 오는 피로와 좌절을 겪지 않도록 가족은 물론 사회에서도 책임을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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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황홀한 사람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k*****3 | 2022.01.17 리뷰제목
우리 나이가 그럴 때인가보다. 주변에 시어머니나 시아버지 혹은 친정 부모님이 치매에 걸려 누가 모실까로 매일 싸움이라고. 다행히 나는 시어머님이나 친정 부모님이 치매가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치매만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훗날 나나 남편도 모두.. 주변에 치매 어르신이 많아지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그 또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구나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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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이가 그럴 때인가보다. 주변에 시어머니나 시아버지 혹은 친정 부모님이 치매에 걸려 누가 모실까로 매일 싸움이라고. 다행히 나는 시어머님이나 친정 부모님이 치매가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치매만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훗날 나나 남편도 모두.. 주변에 치매 어르신이 많아지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그 또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구나 싶어 씁쓸해진다. 그 누구도 자신에게 치매가 올지 상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억이 지워지고,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만 그 조차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그 누구도 치매에 자유롭지 못하기에 이런 책을 읽으면 마음이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아키코는 자신의 시아버지가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남편 노부토시는 자신 역시 나중에 그런 모습일까 싶어 그 문제를 회피하고 만다. 치매로 자신을 잃어가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아들 사토시는 자신의 부모에게 저렇게 오래 살지 말라고 말한다. 치매에 걸려 자식을, 손자를 알아보지는 못할망정 그는 누군가의 할아버지이자 부모다. 시아버지 때문에 직장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이 많은 아키코. 요양원으로 보내야 할지 간병인을 불러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남편 노부토시는 도와줄 생각은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아내 아키코가 해주기를 바라는데...

 

노인이 노인을 돌봐야 하는 시대. 이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 주변에도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심지어는 며느리나 딸보다 더 정정한 어르신도 많이 본다. 노인을 돌보는 사람. 그 사람이 제일 많이 늙고 골병든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노인을 돌보는 사람이 다 며느리나 딸이 당연한 것 처럼 말할까? 내 동생 시어머니도 치매다. 그래서 매일 전쟁이다. 요양원에 보내야 한다는 며느리와 아들과 며느리가 건강한데 왜 요양원에 보내야 하냐는 시누이들. 그러면서도 시누이들은 자신의 엄마를 모시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답답하다. 요양원에서의 일들. 뉴스에 나오는 일들을 보면 요양원에 보낼 수 없을 것도 같지만 그로 인해 미치도록 싸워야 한다면 마음의 준비는 해야할 것 같다.

 

장수가 축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 없고 치매라면 더더욱. 예전보다 확실히 장수하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장수보다 중요한 것. 어떻게 늙어가고 어떻게 나이 먹어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 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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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황홀한 사람-아리요시 사와코 평점10점 | g****n | 2022.03.04 리뷰제목
[황홀한 사람]은 1972년 출간된 해만 192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작품이 되었고, 영화와 드라마, 연극으로 제작되었고 일본의 노인복지제도의 근간을 바꾸었다고 한다. 저자 아리요시 사와코는 집 근처에 사는 치매 노인 가정을 취재차 방문했고, 이렇게 시작된 취재는 10년간 지속되었다. 소설이 50년 전 발표되었는데 노부토시가 전쟁에 나간 것과 아키코의 직업이 타이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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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사람]1972년 출간된 해만 192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 작품이 되었고, 영화와 드라마, 연극으로 제작되었고 일본의 노인복지제도의 근간을 바꾸었다고 한다. 저자 아리요시 사와코는 집 근처에 사는 치매 노인 가정을 취재차 방문했고, 이렇게 시작된 취재는 10년간 지속되었다. 소설이 50년 전 발표되었는데 노부토시가 전쟁에 나간 것과 아키코의 직업이 타이피스트라는 것 말고는 오래 되었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소설은 후지에다 법률사무소에 타이피스트로 일하는 아키코는 퇴근 후 쇼핑백을 양손에 들고 집으로 가는 길에 시아버지 시게조와 마주친다. 눈이 내리고 있는데 시게조의 옷차림은 넥타이에 구두를 신고, 외투는 없이 와이셔츠 바람이었다. 시부모님은 별채에 따로 생활을 하기에 자주 뵙지를 못했는데 시어머니가 쓰러져 돌아가셨다. 황당한 것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시게조의 노망이었다. 아키코가 결혼한 후 잔소리에 음식 타박을 하며 까따롭게 굴던 시게조였는데 아들과 딸은 못 알아보고 손자와 며느리 얼굴과 이름만 알아본다.

 

시게조의 말투는 타인에게 말을 걸 듯 이야기하고 존댓말을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노부토시 눈에는 아버지가 황홀한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시게조가 집을 나가도 바로 찾아오는 것을 보니 꿈과 현실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시어머니가 시게조를 수발 들다가 지쳐서 일찍 돌아가신 것은 아닐까 아키코와 교코는 생각했다. 까다로운 남편을 50년 넘게 섬겨왔으면서도 혈색이 좋았고 얼굴에선 늘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시어머니 인품을 좋아했다.

 

늙어 망령이 난 아버지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 저편에 서 있는 또 다른 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늙음의 끝은 결국 이런 것인가, 라는 생각에 착잡해졌다. 죽음보다 어둡고 깊은 절망이었다.p71

 

시게조가 자기 인생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고 한 남편의 말이 떠올랐다. 아버지처럼 되기 전에 죽어버리는 게 낫다는 생각만 하면서 며느리는 밤마다 시아버지 배설을 도와주는데 노부토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잠만 잔다는 것이 화가 치민다. 오죽하면 사토시가 엄마 아빠는 저렇게 오래 살지마라고 말한다. 아키코는 이웃집 할머니가 시게조를 모시고 노인회관에 간다고 도시락 두 개를 싸주기도 하였다. 시게조는 노인회관에 가면 나이 많은 할머니만 있다며 싫다고 했다. 정신이 없는데도 젊은 여자를 좋아하는 노인이었다.

 

노인회관 시설을 직접 둘러보러 간 곳에서 아흔 살 할아버지가 바둑을 두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을 목격하고 아키코는 심란해졌다. 노부토시는 매일 밤 시게조가 며느리의 부축을 받으며 볼일을 해결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미안해, 이라는 말을 하면서 아내 얼굴을 마주 볼 용기가 없었다. 노인복지과 전문가가 집을 방문하였다. 시게조처럼 배회증이 있으면 양로원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망령은 노인성 치매라고 하고 환각 때문에 도둑이 들었다고 소란을 피우는 건 노인성 우울증이라고 했다. 꼭 시설로 보내고 싶다면 정신 병원 밖에 없고 입원시켜도 진정제밖에 투여하지 않는다. 그럴 바에야 자택에서 요양하시는 편이 낫다는 말을 듣는다.

 

시게조는 걷다가 빗속에서 화려하게 피어 있는 꽃을 발견하고 멈춰 섰다. 양옥란꽃을 보고 있는 시아버지를 보고 아름다움과 추함의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아키코는 감동했다. 시게조는 욕조 물에 빠져 급성 폐렴이 왔지만 살아났다. 그 후로 자주 웃었고 귀여운 미소를 짓는 듯했다.

 

치매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친구의 엄마는 알콜성 치매로 술을 달라고 하였고, 어떤 치매는 성격이 난폭해진다. 내 아버지는 아버지 큰아버지 집으로 양자로 갔는데 할머니가 노망이 들었다. 배고프다고 밥을 안 준다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고 막바지에는 벽에 그것도 칠했으니 엄마의 고생은 이만저만 아니었다.

 

노인의 병마 중에서도 나이가 들면 가장 무서운 것은 노망이다. 속된 말로 벽에 똥칠한다라는 노망은 암이나 다른 질병보다 잔인하고 저주스럽다. 인격의 상실, 자아의 붕괴 같은 거창한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이 추락할 수 있는 최악의 단계다. 치매에 걸려 자식을 알아보지 못해도 아버지이며 가족이다. 치매 전문 병원 건립보다 우선해야 될 가치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다. 내가 아키코가 되어야 한다면, 노부토시가 되어야 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치매에 걸린 사랑하는 부모님을 황홀한 사람이라고 불러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옮긴이의 글을 깊이 새겨 본다. 누구나 늙어 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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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황홀한 사람』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나이듦, 그래서 아프다 평점10점 | c******8 | 2022.01.15 리뷰제목
『 황홀한 사람 아리요시 사와코 글 청미 』   '고령 인구' 증가에 대한 보고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생산 가능 인구보다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하는 고령 인구가 늘어날 거라는 추측은 점점 현실화가 되고 있으며 이것은, 인구 비율의 균형이 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회 발전과 더불어 생명의 연장은 자연스러운 변화라지만, 생명 연장과 더불어 경제적 활동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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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홀한 사람

아리요시 사와코 글

청미 』

 

'고령 인구' 증가에 대한 보고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생산 가능 인구보다

복지 혜택을 받아야 하는 고령 인구가 늘어날 거라는 추측은

점점 현실화가 되고 있으며

이것은, 인구 비율의 균형이 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회 발전과 더불어 생명의 연장은 자연스러운 변화라지만,

생명 연장과 더불어 경제적 활동과 건강이 직결되지 않기에

가족 관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주말동안 내 손에서 떠나지 않은 『황홀한 사람』은,

한 가족에게 갑자기 일어난 임종 소식과 치매 판정으로

'나이듦'이 주는 현실과 그 뒤를 따르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본다.

 

 

부모가 한창 나이 때, 우리는 성장하느라 바쁘고

부모가 나이들면, 우리는 가정을 가꾸고 커리어를 쌓느라 바쁘고

부모가 자식을 필요로 할 때, 우리는 그들의 희생을 잊는다.

 

 

『황홀한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의 곁을 떠난 시어머니와 부인의 죽음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망령 난 시아버지를 보살피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 내가 이렇게 열을 내도 아버지가 어디 쳐다보기나 하셔? 망령 났다는 건 이제 다 끝났다는 뜻이라고. 어디 망령 들 사람이 없어서 왜 하필 아버지야? 내 친아버지니까 더 견딜 수가 없어. 당신처럼 앞으로의 일을 설계할 기분이 아니라고."

. 중략.

"지금 내가 화내는 게 문제야? 아버지가 저렇게 되셨으니 이 집안이 뭐가 되겠어. 아버지만 보면 나도 늙어서 아버지처럼 될까 봐 얼마나 겁나는지 알기나 해? 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내 머리까지 잘못되는 것 같단 말이야. 진짜가 하루도 더는 못 참겠어.

- 이북 29%

 

까칠하기로 소문난 시아버지 시게조의 망령은, 평온했던 한 가정을 흔들리게 하고, 아들인 남편이란 작자는 딴집의 일처럼 지켜보기만 할 뿐이고, 시아버지의 식사부터 배변, 목욕과 잠자리까지, 결혼해서 단 한번도 이쁨받지 못한 며느리 아키코의 몫으로 돌아온다.

 

늙어간다는 것이 무섭다는 남편의 말은, 그럴듯한 이유로 포장되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피하고만 싶은 나약함과 가부장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반면, 입시를 앞둔 아키코의 아들이자 시게조의 손자 사토시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할아버지와 라면을 끓여 먹고, 할아버지를 찾아 거리를 헤매기도 하며, 아기로 돌아간 할아버지를 위해 딸랑이를 사오는, 참으로 마음 깊은 손자이자 형이다.

 

"정년퇴직하자마자 죽어버리는 게 최고야. 노인클럽에서 삿갓춤이나 보면서 지낼 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해. 전쟁터에서 돌아올 때가 생각나는군."

"어땠는데요?"

"그땐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냥 좋았지. 멋지게 한번 살아보자고 다짐했었어. 근데 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아버지처럼 되기 전에 죽어버리는 게 낫다는 생각만 들어. 오래 산다고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사람이 죽지 않고 나이만 먹는 세상을 상상하면 너무 무서워.

- 이북36%

 

부모가 나이들고 늙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자식은, 애잔한다. 뭐든 잘 할 것 같던 부모는 모든 것이 어설프고, 한 번 말한 것을 잊기 일쑤에다 했던 말을 또 하면서도 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그 모습이 답답하기 보다는 안쓰럽다.

 

세월이란 녀석이 왜 그리도 빨리 흐르는지 야속하다. 자식은 열심히 성장해서 가정을 꾸미고 아이를 키워내 이제서야 부모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부모는 그 짧은 시간조차 기다려주지 않는다. 부모는 아무 잘못이 없다. 다 세월이란 녀석때문이다.

 

상당히 되돌아가신 것 같군요.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노화의 극한에서 인생은 되돌아가는 것인가. 그것을 되돌아간다고 하는 것이었던가.

되돌아가는 길, 아키코는 시게조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 이미 화도 노여움도 사라져버렸다.

 

두 소녀가 잠시 비운 주말 오후에 만난 『황홀한 사람』

출판사 편집자의 소개도 독자 서평 읽지 않고,

출판사와 제목에 이끌려 읽기 시작하면서

제목이 왜? 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까칠하기만 했던 시아버지와 그 곁을 웃는 빛으로 내내 지켰던 시어머니,

어머니가 더 오래 살 거라는 자식들의 짐작은 곧 자식들의 바람이었을 뿐,

현실은 눈 오는 날 시어머니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노인성 치매를 앓는 시아버지를 보살펴야 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 가족의 이야기와 마주하면서

왜? 라는 의문은 더욱 깊어진다.

 

늙음은 그렇게 인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단 말인가? 시게조를 보고 있으면 죽음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시게조 같은 노인이 되는 것도, 가도타니 할머니 같은 노인이 되는것도. 늙음은 죽음보다 잔혹하다.

- 이북 68%

 

'노인성 치매'

부모도 자식도 피하고 싶은 관문이다.

 

이 세상에 남긴 자신의 흔적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자신의 의지대로 행할 수 없다는 것

가족에게 상처가 되고, 가족 모두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것

그 동안 살아낸 강인함을 한 순간에 놓아버리는 것

 

열심히 달려온 인생의 막바지에서 힘없이 주저앉아버린,

우린 그 모습을 '실패'로 볼 수 없다.

그들은, 우리를 위해 아낌없이 준 과거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보상받고 싶어졌는지도 모른다.

아주 잠깐 또는 아주 긴 시간을,

늙음이라는 이유를 핑계삼아서.

 

노인은 죽이지도 살리지도 않는다는 건가? 아키코는 야마기시의 말이 그럴싸하게 들렸다. 노인들이 여간해서는 잘 죽지 않는다는데 동감했다. 에미의 생각도 멋졌다. 시게조는 꿈을 끄듯 황홀한 인생을 살고 있다. 이것이 장수로 누릴 수 있는 행복의 극치인지도 모른다.

. 중략.

"여보시우 할아버지는 꿈꾸는 사람이야. 황홀한 인생을 살고 있어. 몸이 망가지는 것보다 나아."

- 이북91%

 

손자 사토시가 말한다.

"엄마, 좀 더 살아계셨어도 좋았을 텐데……."라고.

손자 사토시는 엄마에게 말하고 있지만,

할아버지가 물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말을 잊고, 아들을 알아보지 못해도, 기력이 예전만큼 하지 못해도,

기저귀를 차야만 했어도,

가족 모두 이젠 좀 익숙해져가는데,

보살핌을 좀 더 받았어도 되었을텐데 하고 말하는 것만 같다.

 

시게조는 행복이란 것을 느끼지 못했다.

위장 장애와 부실한 치아로 내내 불편했고,

예민한 탓에 아주 사소한 것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치매는,

까칠함도 위장 장애도 틀니의 불편함도 모두 잊게 만든다.

예뻐하지 못한 며느리 아키코의 손을 잡고 시장을 보고,

손자 사토시가 끓여진 라면을 배부르게 먹고,

새의 지저귐도, 계절에 맞게 핀 꽃의 화사함도 느끼는,

평생 웃어보지 못한 그가 말대신 미소로 대답을 하는,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았다.

치매라는 핑계를 이유 삼아.

 

황홀한 사람. 그는 그렇게 가족의 품에서 마지막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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