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이 책은
기괴하면서도 우리의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삶의 고민들을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제목에 나와있는 '인간은행'은 사람이 곧 화폐가 되는
내용입니다. 움직이는 돈이기 때문에 인간화폐를 가진 사람은
낯모르는 타인과 생활을 함께 해야만 합니다.
돈이 된 사람은 그럼 무엇을 할까요? 돈의 주인과 한 집에서?
(스포라 여기까지!ㅎㅎ)
그런데 더 인상 깊었던 단편은 요거에요!
맨 처음에 나오는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노인을 맡아 드립니다.
마음속 깊이 간병이 힘들다고 느끼시는 분,
육친이 무거운 집이 되어 미동도 할 수 없는 분,
시설에 맡기고 싶지만 금전적으로 곤란한 분 등,
간병은 가혹한 일입니다. 잠깐 쉴 수도 없습니다.
간병은 때때로 부모 자식 관계를 파괴합니다.
왜 내가 부당한 처지에 놓여야 하는 걸까?
대체 언제까지 계속하면 한숨 돌릴 수 있는 것일까?
버리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육친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런 딜레마로부터 당신을 해방시키십시오.
책임지고 당신의 부모님 간병을 맡겠습니다.
비용은 초기 비용 10만 원 정도면 됩니다.
그 후에는 일절 받지 않습니다.
생을 마감하실 때까지 저희들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_17p
궁핍한 삶을 벗어나고자 잠입 취재를 핑계로,
학대를 일삼던 아버지를 시설에 맡기게 된 주인공.
발단은 바로 저 전단지의 문구 때문이었습니다.
면회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그곳은 연락처도 나와있지 않은
수상한 곳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끈질기게 시설을 찾아다니지만
쉽게 위치를 드러내지 않죠. 그러던 어느 날 길가의 모녀에게서
시설에 대해 단서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그곳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완전 소름;;ㄷㄷ
#그로테스크 #인간계 #지구 #우주 #행복 #인간의가치 #알
그 외
성별이 없는 번식(?)에 대한 '쿠엘보'도 독특했고
사람 꽃이 가득한 세상 '스킨 플랜트'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시간도 함께 움직였던 '핑크'
지구와 혼연일체(?)가 된 '지구가 되고 싶었던 남자'
단편들도 모두 개성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역자 후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저자에 대한 신뢰와 좋은 작품을 알리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드디어 결실이 되었다는 뿌듯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더라고요.
책을 다 보고 나니 공감공감~
사회파 소설 목록에 넣어두어야겠습니다.
처음 만나는 작가였기에 호기심 반, 의심 반이었는데
앞으로 또 다른 작품이 나온다면 또 만나보고 싶어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읽은 책의 제목은 <인간 은행>입니다.
제목부터가 좀 후덜덜 하지요?^^;;
작가는 호시노 도모유키 님으로 저에게는 생소하였는데..띠지를 보니 어마어마한 상을 많이 받은 작가님이네요.
무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님이 "국가를 흔들리게 하는 규모의 소설을 쓴다"고 극찬하며 소설적 후계자라고 지목한 작가님이라고 합니다. 와우...
그리고 인간의 존재과 생명의 가치를 새롭게 비틀어놓은 이야기꾼이라는 찬사를 받는 작가님이라고요.
흐음.. 더욱 기대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함께 읽어볼까요
인간은행을 비롯하여 총 11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입니다.
음... 다 읽고나서 가장 처음 든 생각은..으아아아 이게 뭐지??!! 이런 생각이요 ㅎㅎㅎ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고 글로 또 표현했는지.. 정말 대단하단 생각밖엔...(읽어보신 분은 공감하시겠지요^^)
11작품 다 기억에 남지만 특히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와 제목의 <인간은행>이 두 작품이 기억에 더 남습니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는 단돈 10만엔에 노인을 맡아서 죽을 때까지 돌봐준다는(면회는 무조건 사절단, 1년에 단 2번의 외출만 허용됨?!) 보호시설에 80대 중반의 아버지를 넘겨준 도라스케가 주인공입니다. 그는 아버지를 돌보는 것에 대한 부담도 덜고 자신의 특종 취재를 위해 그렇게 한 것이었는데요, 과연 너무나 수상해보이는 이 보호시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인간은행>은 삶이 궁지에 몰려 희망이 없거나 노숙자로 전락한 사람들을 마치 은행의 열매처럼 주어다 '빚'을 안기고 결국 인간 자신을 화폐화하여 노동으로 그 빚을 갚게만드는 이상한 조직인 인간은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곧 돈이 되어버린 세상.
과연 빈부격차는 해소 되고 돈의 노예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읽는 내내 정말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하며 읽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인간이 인간답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하였고,
엄청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했지만 왠지 곧 우리 미래의 모습으로 닥쳐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걱정도 되는..
"현재를 바꿀 수는 없어도 10년 후의 미래라면 바꿀 수 있다. 작가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그런 믿음을 씨앗을 남기고 싶다"는 말처럼 인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었네요.
기회가 된다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영드 <블랙미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주 좋아하실 거 같아요. 추천합니다:)
대단한 상상력이다. 일본 미니시리즈 '기묘한 이야기(世にも奇妙な物語)'보다 더욱 '기묘한' 단편이 이어진다. 호시노 도모유키(星野智幸) 스스로 '지금 인간 세상이 품고 있는 어두운 면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리고 있다'고 표현한 소설집 <인간은행>은 세상을 인정사정없이 뒤엎어버린듯한 느낌마저준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인간은행', '선배 전설' 등 11개의 단편은 노인, 환경, 빈부격차, 실업, 출산 등 지구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상상마저 넘어선 현재를 그리고 있다. "국가를 흔들리게 하는 규모의 소설을 쓴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의 표현이 과하지 않다고 느낄 정도다.
사람을 돈으로 계산해 인간 활동 자체를 화폐로 변환하는 시스템(인간은행), 노인 간병 문제를 '에코화'라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외면하는 사회(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남녀 구분이 없어지고 인간과 꽃이 융합한 새로운 인류(스킨 플랜트), 홍수로 침수된 반지하에 갇혀 스스로 흙과 동일한 존재로 변하는 인간(지구가 되고 싶었던 남자) 등 현실이 가진 경계를 완전히 무시한 스토리가 읽는이를 당황하게 만든다.
"이 사람, 돈인 겁니까?"
"그렇습니다. 나는 돈입니다."
진카(人貨), 즉 인간 화폐. '인간은행'은 사람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준 뒤 이를 갚지 못하면 돈이 되어 노동으로 대신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돈으로 사람을 사는 것이 아니라, 돈을 사람으로 계산하는 상태로 전환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주인공 간토는 '화폐'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며, 오히려 부정하는 편이다. 가진 재산을 모조리 써버리고 소유라는 굴레를 벗어던진 뒤 인간은행을 찾게 된다. 우연히 성공하게 된 옛 동료와의 동업으로 빌린 돈을 다 갚게 되지만, 여전히 '화폐'는 그에게 난해하다. 스스로 화폐가 되어 자유를 느끼는 후가 씨를 만나면서 인간화폐라는 시스템을 받아들이게 된다.
'선배 전설'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과 오버랩된다. 집을 소유한 사람보다 홈리스가 더욱 정당화되는 사회가 낯설지만 신기하게도 설득력마저 갖는다. '집부수기'라는 운동의 시초로 전설이 된 선배는 집이라는 관념에 묶여있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집을 지키기 위해 정말 무엇을 잃어가고 사는지' 깊은 고민을 던진다. 베드룸 로커라는 베개와 이불만 있는 거리의 시설에서 많은 사람들이 잠을 청하는 그때는 2050년 즈음으로 추측된다. 그들은 외친다. "꼭 길바닥으로 나와보십시오!"
이상기온으로 고통받는 일본. 사람들은 존재마저 혼돈한다. 단편 '핑크'는 연일 40도가 넘어서는 고온현상으로 정신을 잃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자정기능을 이야기한다. 어린 조카를 데리고 연못을 보던 나오미는 신기한 모습을 본다. 연못으로 뛰어드는 새, 연못에서 날아오르는 물고기. 더위를 피해 물 속으로, 뜨거운 물을 피해 공중으로 향하는 아이러니한 존재다. 집단 광기와도 같은 회오리춤이 희망으로 전해진다.
'스킨 플랜트'에서는 사람의 몸에 심은 씨앗이 자라 과일이 되고 채소가 된다. 멋내기 유행의 정도를 넘어 자신의 몸에서 생산한 작물을 섭취하는 지경까지 이르러자 사람들은 이제 꽃을 피워보길 원한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목숨까지 걸어야하는 꽃피우기지만 욕망은 누를 수가 없다. 기술의 발전으로 꽃피우기는 성공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을 안게 된다. 바로 한 번 꽃을 피운 사람의 몸은 성적 기능이 종료된다는 점이다. 자칫 인류 멸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꽃피우기. 그러나 서서히 인간과 꽃이 하나로 동화하면서 씨를 뿌려 지구 어디에서건 열매와 같은 인간이 탄생한다.
이렇듯 호시노 도모유키의 <인간은행>에 실린 이야기 하나하나는 실제 일어날 수 있는 미래일 수도, 어쩌면 우리가 기억하지못하는 아득한 과거일 수도 있겠다. 그는 "등장인물들은 인간에게 실망하고 인간계를 등진다"면서 "하지만 그것은 아직 보지 못한 인간의 가능성을 믿는 마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모미 쵸아요' 편은 작가가 실제 한국 방문에서 경험한 일을 쓴 수필과도 같다. 일본보다 더욱 빨리 변화하는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인의 부러움이 전해진다. 길거리에서 여자한테 혼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진차 한구쿠나무자(진짜 한국남자)'로 비쳐진 작가. 그래서 "한국에서 배우고 에너지를 얻겠다"는 호시노 도모유키의 다짐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인간은행>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기만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인간의 가능성을 마음대로 그려보는 자유를 준다. 역자의 표현대로 '먼 별에서 날아온 이야기'일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