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행
미리보기 공유하기

인간은행

리뷰 총점 8.6 (19건)
분야
소설 > 일본소설
파일정보
EPUB(DRM) 25.72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16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기묘한 이야기에 푹 빠졌는데 기분은 이상하게 별로다. 평점9점 | g******e | 2020.09.10 리뷰제목
인간은행 : 기묘한 이야기에 푹 빠졌는데 기분은 이상하게 별로다.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 "Clockwork Orange"의 도입부는 다리 밑 으쓱한 공간에서 돈 몇 푼 적선을 부탁하는 나이많은 노숙자를 악동무리들이 놀려먹다가 잔인할 정도로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다. 헐리웃 영화만 감상하다가 동네 비디오샵에서는 큐브릭을 만날 수 없어 홍대 앞 시네테크라는 샵에서 조잡한 복사판 비디
리뷰제목
인간은행 : 기묘한 이야기에 푹 빠졌는데 기분은 이상하게 별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 "Clockwork Orange"의 도입부는 다리 밑 으쓱한 공간에서 돈 몇 푼 적선을 부탁하는 나이많은 노숙자를 악동무리들이 놀려먹다가 잔인할 정도로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다. 헐리웃 영화만 감상하다가 동네 비디오샵에서는 큐브릭을 만날 수 없어 홍대 앞 시네테크라는 샵에서 조잡한 복사판 비디오로 빌려본 첫번째 문제작이었다. 그런만큼 이 장면이 준 충격적인 여운은 시간이 꽤나 흘렀음에도 강렬하다.
노부모를 산에 버리는 소위 "고려장"은 우리나라의 악습이 아니라 사실 일본인들이 강점시대에 퍼뜨렸다는 설이 유력하다. 오히려 일본인들이 "우바스테야마(?捨て山)"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니 어이 없다. 
코로나가 확산되며 일부러 고령층을 방치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 펴졌던 사례를 봐도 그들이 늙어가는 일본을 얼마나 고민하고 있으며 과거의 잔인했던 풍습이 아직도 내면 속에 내재되어 있는 거 아니야?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부모는 버려도 아이는 버릴 수 없다는 통설을 보기좋게 깨버리는 "마비키(まびき)"를 봐도....



총 11편의 단편 모음집인 "인간은행"의 첫번째를 장식한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라는 단편은 고령층에 대한 일본이들의 고민이 묻어는 소설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오랜 아버지 병치래에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 변변한 직업도 가지지 못하고 그저 정부보조금으로 근근히 살아간다. 프리랜서 기자라는 타이틀이 달려있지만 그야말로 허울만 있는 직업이다. "오랜 간병에 효자없다"라는 말처럼, 주인공은 아버지가 빨리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더군다나 심한 치매로 인해 시도 때도 없이 자식을 괴롭히면서도 아들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은 '죽지못해 산다'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다.
어느 날 자기도 모르게 손에 들려있던 전단지에 눈길을 준다. 매력적인 제안이다. 단 돈 10만원만 초기에 납입하면 노인들을 돌보아준다는 서비스 업체의 광고였다. 면회가 제한되는 등 이상한 면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솔깃한 제안이다. 그래도 명색이 기자라고 여기에는 무슨 음모같은 것이 숨어있다고 생각한 주인공은 이 정체불명의 서비스 회사에 잠입하기로 마음 먹는다. 제대로 잡입만 한다면 그들의 실체를 파악한 후 다시 모셔오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럴 리 없겠지만 제대로 돌아가는 복지사업이라면 그대로 위탁해도 좋을 일이다.
물론 우리가 예상하 듯 주인공의 판단은 어리숙한 것이다. 잠입 초기부터 그들에게 꼬리가 밟혔고, 에코화라는 미명하에 노인들은 무기력하게 사료화되는 충격적인 사실이 큰 입을 벌린 채 진실을 드러낸다.
고령화 사회를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국가와 개인 모두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게 맞나?
예전에 일본을 가리켜 나라는 잘 살지만 국민들은 못사는 선진국이라고 비웃은 적이 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임에도 국민들은 궁핍한 생활을 한다는 아이러니가 가득찬 세상이었다. 거대했던 일본을 잘 하면 엎어치기로 누를 수 있다는 희망이 슬금 머리를 드는 요즘 우리는 어떠한가? 기업은 살찌고 노동자는 궁핍하고 나라는 세계 10위권에 육박했지만 자영업자가 가득 찬 국가가 되었다. 유래없는 급격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지만 사회적 안전망은 전무하여 OECD국가중 노인빈곤율 43.8%로  불명예스러운 1위에 랭크된 대한민국은 어떻게 그들을 보호하고 관리할 셈인지?  충격적인 내용의 소설이 현실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제발 소설에서 벌어지는 일이 현실에 반영되는 불상사가 없었으면 한다.
인간의 노동력이 무한하게 공급되는 사회에서 어떻게 마지막 한 즙까지 노동력을 뽑아낼 수 있을까? 어떻게 사회적인 시스템으로 구조화시킬 수 있을까? 일본사회의 무너지는 노동시장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버린 "프리티 족"이 어떻게 악화되면서 사회구조를 흔들지에 대한 우려가 잘 나타내는 단편이 책 제목과 같은 "인간은행"이다. 노예처럼 사람이 화폐의 역할을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돈에 대한 걱정, 내일에 대한 걱정없이 하루를 근근히 먹고 사는데만 집중하게 되는 사회는 그야말로 국가의 재앙이다. 그러나 손쓰기 어려운 현재의 일본 상황을 보면 젊은이들에게 비전과 일자리, 그리고 이유를 제공하는 사회적인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한다는 논의가 우리 사회에서도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노벨 문학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를 잇는 유망한 젊은 소설가로 평가받은 저자 호시노 도모유키는 "몽상"과 "상상력"을 적절하게 잘 섞는 작가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일본의 고질적인 병폐들을 예리하게 파고들며 과장된 언어로 풍자를 하면서도 문신 대신 몸에서 자라는 식물이라는 기묘하면서도 상상력 풍부한 이야기도 들려주고 있다. 날카로움과 유머의 적재적소 배치라는 지혜로움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모미 쵸아요"같은 소설에서는 한국에서의 경험담을 꺼내들며 우리나라와 우리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을 다루는 색다른 모습도 보여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어두운 면들을 이야기거리로 잘 골라내고 예리한 관찰력과 상상력을 절묘하게 결합시키는 단편소설들은 미드 "환상특급"이나 일드 "기묘한 이야기"와 닮아있다. 단편이 주는 제한적인 무대 위에서 통렬한 한가지 주제에 대한 비판과 비꼼은 작가적인 완성도를 기반으로 가능한 일이다. 특히나 한 권에 묶인 단편들이 하나의 일관된 기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이에 대한 증거일 수도 있다. 작가의 책이 3권 정도 국내에 소개된 거 같은데 의외로 신간도 없고 평가도 썩 좋지는 않다. (구매가능한 소설은 "깨어나라고 인어는 노래한다" 한  권 뿐.) 이 역시 단편소설집에서 느낀 독자들의 흥분에 찬 물을 끼얹는 현실이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하는 "오레오레"와 "밤은 끝나지 않는다"가 번역되거나 재출간 되기를 기대해본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종이책 단편들 거의 다 재밌어요 ㅎㅎ 평점10점 | i***o | 2020.09.11 리뷰제목
11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이 책은 기괴하면서도 우리의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삶의 고민들을 흥미롭게 풀어냅니다.제목에 나와있는 '인간은행'은 사람이 곧 화폐가 되는내용입니다. 움직이는 돈이기 때문에 인간화폐를 가진 사람은낯모르는 타인과 생활을 함께 해야만 합니다.돈이 된 사람은 그럼 무엇을 할까요? 돈의 주인과 한 집에서?(스포라 여기까지!ㅎㅎ)그런데 더 인상 깊었
리뷰제목

11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이 책은

기괴하면서도 우리의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삶의 고민들을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제목에 나와있는 '인간은행'은 사람이 곧 화폐가 되는

내용입니다. 움직이는 돈이기 때문에 인간화폐를 가진 사람은

낯모르는 타인과 생활을 함께 해야만 합니다.

돈이 된 사람은 그럼 무엇을 할까요? 돈의 주인과 한 집에서?

(스포라 여기까지!ㅎㅎ)


그런데 더 인상 깊었던 단편은 요거에요!

맨 처음에 나오는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노인을 맡아 드립니다.


마음속 깊이 간병이 힘들다고 느끼시는 분,

육친이 무거운 집이 되어 미동도 할 수 없는 분,

시설에 맡기고 싶지만 금전적으로 곤란한 분 등,

간병은 가혹한 일입니다. 잠깐 쉴 수도 없습니다.

간병은 때때로 부모 자식 관계를 파괴합니다.


왜 내가 부당한 처지에 놓여야 하는 걸까?

대체 언제까지 계속하면 한숨 돌릴 수 있는 것일까?

버리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육친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런 딜레마로부터 당신을 해방시키십시오.

책임지고 당신의 부모님 간병을 맡겠습니다.


비용은 초기 비용 10만 원 정도면 됩니다.

그 후에는 일절 받지 않습니다.

생을 마감하실 때까지 저희들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_17p


궁핍한 삶을 벗어나고자 잠입 취재를 핑계로,

학대를 일삼던 아버지를 시설에 맡기게 된 주인공.

발단은 바로 저 전단지의 문구 때문이었습니다.


면회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그곳은 연락처도 나와있지 않은

수상한 곳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끈질기게 시설을 찾아다니지만

쉽게 위치를 드러내지 않죠. 그러던 어느 날 길가의 모녀에게서

시설에 대해 단서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그곳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완전 소름;;ㄷㄷ


#그로테스크 #인간계 #지구 #우주 #행복 #인간의가치 #알



 

그 외

성별이 없는 번식(?)에 대한 '쿠엘보'도 독특했고

사람 꽃이 가득한 세상 '스킨 플랜트'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시간도 함께 움직였던 '핑크'

지구와 혼연일체(?)가 된 '지구가 되고 싶었던 남자'

단편들도 모두 개성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역자 후기도 인상적이었어요. 

저자에 대한 신뢰와 좋은 작품을 알리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드디어 결실이 되었다는 뿌듯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더라고요.

책을 다 보고 나니 공감공감~


사회파 소설 목록에 넣어두어야겠습니다.

처음 만나는 작가였기에 호기심 반, 의심 반이었는데

앞으로 또 다른 작품이 나온다면 또 만나보고 싶어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종이책 인간 은행 평점10점 | b*******6 | 2020.09.11 리뷰제목
오늘 읽은 책의 제목은 <인간 은행>입니다.제목부터가 좀 후덜덜 하지요?^^;;작가는 호시노 도모유키 님으로 저에게는 생소하였는데..띠지를 보니 어마어마한 상을 많이 받은 작가님이네요. 무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님이 "국가를 흔들리게 하는 규모의 소설을 쓴다"고 극찬하며 소설적 후계자라고 지목한 작가님이라고 합니다. 와우...그리고 인간의 존재과 생명의
리뷰제목

오늘 읽은 책의 제목은 <인간 은행>입니다.



제목부터가 좀 후덜덜 하지요?^^;;

작가는 호시노 도모유키 님으로 저에게는 생소하였는데..띠지를 보니 어마어마한 상을 많이 받은 작가님이네요.

무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님이 "국가를 흔들리게 하는 규모의 소설을 쓴다"고 극찬하며 소설적 후계자라고 지목한 작가님이라고 합니다. 와우...

그리고 인간의 존재과 생명의 가치를 새롭게 비틀어놓은 이야기꾼이라는 찬사를 받는 작가님이라고요.

흐음.. 더욱 기대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함께 읽어볼까요

인간은행을 비롯하여 총 11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입니다.

음... 다 읽고나서 가장 처음 든 생각은..으아아아 이게 뭐지??!! 이런 생각이요 ㅎㅎㅎ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고 글로 또 표현했는지.. 정말 대단하단 생각밖엔...(읽어보신 분은 공감하시겠지요^^)

11작품 다 기억에 남지만 특히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와 제목의 <인간은행>이 두 작품이 기억에 더 남습니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는 단돈 10만엔에 노인을 맡아서 죽을 때까지 돌봐준다는(면회는 무조건 사절단, 1년에 단 2번의 외출만 허용됨?!) 보호시설에 80대 중반의 아버지를 넘겨준 도라스케가 주인공입니다. 그는 아버지를 돌보는 것에 대한 부담도 덜고 자신의 특종 취재를 위해 그렇게 한 것이었는데요, 과연 너무나 수상해보이는 이 보호시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인간은행>은 삶이 궁지에 몰려 희망이 없거나 노숙자로 전락한 사람들을 마치 은행의 열매처럼 주어다 '빚'을 안기고 결국 인간 자신을 화폐화하여 노동으로 그 빚을 갚게만드는 이상한 조직인 인간은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곧 돈이 되어버린 세상.

과연 빈부격차는 해소 되고 돈의 노예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읽는 내내 정말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하며 읽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인간이 인간답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하였고,

엄청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했지만 왠지 곧 우리 미래의 모습으로 닥쳐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걱정도 되는..

"현재를 바꿀 수는 없어도 10년 후의 미래라면 바꿀 수 있다. 작가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그런 믿음을 씨앗을 남기고 싶다"는 말처럼 인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었네요.

기회가 된다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영드 <블랙미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주 좋아하실 거 같아요. 추천합니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종이책 가까운 미래 혹은 먼 과거일지도 모를 이야기 / 인간은행 평점10점 | h***m | 2020.09.11 리뷰제목
대단한 상상력이다. 일본 미니시리즈 '기묘한 이야기(世にも奇妙な物語)'보다 더욱 '기묘한' 단편이 이어진다. 호시노 도모유키(星野智幸) 스스로 '지금 인간 세상이 품고 있는 어두운 면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리고 있다'고 표현한 소설집 <인간은행>은 세상을 인정사정없이 뒤엎어버린듯한 느낌마저준다.'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인간은행', '선배 전설' 등 11개의 단편은
리뷰제목

대단한 상상력이다. 일본 미니시리즈 '기묘한 이야기(世にも奇妙な物語)'보다 더욱 '기묘한' 단편이 이어진다. 호시노 도모유키(星野智幸) 스스로 '지금 인간 세상이 품고 있는 어두운 면을 그로테스크하게 그리고 있다'고 표현한 소설집 <인간은행>은 세상을 인정사정없이 뒤엎어버린듯한 느낌마저준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인간은행', '선배 전설' 등 11개의 단편은 노인, 환경, 빈부격차, 실업, 출산 등 지구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상상마저 넘어선 현재를 그리고 있다. "국가를 흔들리게 하는 규모의 소설을 쓴다"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의 표현이 과하지 않다고 느낄 정도다.



사람을 돈으로 계산해 인간 활동 자체를 화폐로 변환하는 시스템(인간은행), 노인 간병 문제를 '에코화'라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외면하는 사회(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남녀 구분이 없어지고 인간과 꽃이 융합한 새로운 인류(스킨 플랜트), 홍수로 침수된 반지하에 갇혀 스스로 흙과 동일한 존재로 변하는 인간(지구가 되고 싶었던 남자) 등 현실이 가진 경계를 완전히 무시한 스토리가 읽는이를 당황하게 만든다.


"이 사람, 돈인 겁니까?"

"그렇습니다. 나는 돈입니다."


진카(人貨), 즉 인간 화폐. '인간은행'은 사람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준 뒤 이를 갚지 못하면 돈이 되어 노동으로 대신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돈으로 사람을 사는 것이 아니라, 돈을 사람으로 계산하는 상태로 전환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주인공 간토는 '화폐'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며, 오히려 부정하는 편이다. 가진 재산을 모조리 써버리고 소유라는 굴레를 벗어던진 뒤 인간은행을 찾게 된다. 우연히 성공하게 된 옛 동료와의 동업으로 빌린 돈을 다 갚게 되지만, 여전히 '화폐'는 그에게 난해하다. 스스로 화폐가 되어 자유를 느끼는 후가 씨를 만나면서 인간화폐라는 시스템을 받아들이게 된다.


'선배 전설'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과 오버랩된다. 집을 소유한 사람보다 홈리스가 더욱 정당화되는 사회가 낯설지만 신기하게도 설득력마저 갖는다. '집부수기'라는 운동의 시초로 전설이 된 선배는 집이라는 관념에 묶여있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집을 지키기 위해 정말 무엇을 잃어가고 사는지' 깊은 고민을 던진다. 베드룸 로커라는 베개와 이불만 있는 거리의 시설에서 많은 사람들이 잠을 청하는 그때는 2050년 즈음으로 추측된다. 그들은 외친다. "꼭 길바닥으로 나와보십시오!"



이상기온으로 고통받는 일본. 사람들은 존재마저 혼돈한다. 단편 '핑크'는 연일 40도가 넘어서는 고온현상으로 정신을 잃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자정기능을 이야기한다. 어린 조카를 데리고 연못을 보던 나오미는 신기한 모습을 본다. 연못으로 뛰어드는 새, 연못에서 날아오르는 물고기. 더위를 피해 물 속으로, 뜨거운 물을 피해 공중으로 향하는 아이러니한 존재다. 집단 광기와도 같은 회오리춤이 희망으로 전해진다.


'스킨 플랜트'에서는 사람의 몸에 심은 씨앗이 자라 과일이 되고 채소가 된다. 멋내기 유행의 정도를 넘어 자신의 몸에서 생산한 작물을 섭취하는 지경까지 이르러자 사람들은 이제 꽃을 피워보길 원한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목숨까지 걸어야하는 꽃피우기지만 욕망은 누를 수가 없다. 기술의 발전으로 꽃피우기는 성공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을 안게 된다. 바로 한 번 꽃을 피운 사람의 몸은 성적 기능이 종료된다는 점이다. 자칫 인류 멸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꽃피우기. 그러나 서서히 인간과 꽃이 하나로 동화하면서 씨를 뿌려 지구 어디에서건 열매와 같은 인간이 탄생한다.



이렇듯 호시노 도모유키의 <인간은행>에 실린 이야기 하나하나는 실제 일어날 수 있는 미래일 수도, 어쩌면 우리가 기억하지못하는 아득한 과거일 수도 있겠다. 그는 "등장인물들은 인간에게 실망하고 인간계를 등진다"면서 "하지만 그것은 아직 보지 못한 인간의 가능성을 믿는 마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모미 쵸아요' 편은 작가가 실제 한국 방문에서 경험한 일을 쓴 수필과도 같다. 일본보다 더욱 빨리 변화하는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인의 부러움이 전해진다. 길거리에서 여자한테 혼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진차 한구쿠나무자(진짜 한국남자)'로 비쳐진 작가. 그래서 "한국에서 배우고 에너지를 얻겠다"는 호시노 도모유키의 다짐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인간은행>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기만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인간의 가능성을 마음대로 그려보는 자유를 준다. 역자의 표현대로 '먼 별에서 날아온 이야기'일지라도 말이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종이책 인간은행 평점10점 | m********g | 2020.09.11 리뷰제목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가 극찬을 했다는 소설가 호시노 도모유키의 소설집을 읽었습니다. 여러 다양한 주제로 쓰여진 단편들은 그의 개성을 100% 반영하는 듯, 독특한 향기를 풍깁니다. 소재와 주제는 다양하긴 하나, 소설은 공통적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을 내포하고 있는 듯 합니다.매우 독창적인 소재와 주제를, 매우 신선한 발상으로 풀어놓았기에
리뷰제목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가 극찬을 했다는 소설가 호시노 도모유키의 소설집을 읽었습니다. 여러 다양한 주제로 쓰여진 단편들은 그의 개성을 100% 반영하는 듯, 독특한 향기를 풍깁니다. 소재와 주제는 다양하긴 하나, 소설은 공통적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을 내포하고 있는 듯 합니다.

매우 독창적인 소재와 주제를, 매우 신선한 발상으로 풀어놓았기에 이전에 접하지 못한 세계로 독자들을 이끄는 작가 호시노 도모유키. 그는 어릴 때 미국에서 살다가 3살 때 일본으로 왔고 대학 때는 멕시코로 유학을 갔었다고 하니, 여러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면서 인간의 본질이나 공동체 등등에 고민도 더 깊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은 애써 못 본 척 하려는 경향이 있죠. 현대 사회는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물질주의와 자본주의 속의 빈부 격차에 대한 생각을, 그는 독자들과 나눠보려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듯한 독특한 이야기의 바다 속에 풍덩 뛰어들어서 헤엄치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나라와 지구와 우주를 뛰어넘어 유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인간으로 대표되는 동물과 식물의 한계 혹은 경계를 뛰어넘고 ( 단편 스킨 플랜트 속 이야기 )

점점 개인화되어가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듯한 사회의 경향을 드러내고 ( 단편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속 이야기 )

자본주의 세계에서 돈처럼 소비되는 인간 존재에 대한 탄식을 보여주는 듯 하다가 ( 단편 인간 은행 )

빈부 격차 문제를 이리저리 비틀고 흔들어서 유쾌하게 결론내주기도 합니다 ( 단편 선배 전설 )

가볍게 소비되는 소설들 가운데에서 성찰과 고민을 설득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이런 소설집을 내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그 묵직함에 비해서 의외로 이 책은 술술 잘 읽히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철학자가 한편의 모노 드라마를 찍는 느낌이랄까? 여러 단편들 중에서 재미있었던 것을 골라보자면,

[ 단편 :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

주인공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팔십대 중반의 아버지를 모시고 삽니다. 쉰이 다 된 나이에 자신을 얻은 아버지는 어머니가 죽은 이유를 아들에게 돌리며 언어적, 신체적 학대를 일삼았습니다. 제대로 된 훈육이나 보조를 받지 못한 주인공은 가출을 일삼거나 거리를 전전하는 등 거의 백수의 처지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희망이 있다면 사회의 불의를 저격하는 르포를 써서 대박을 터트리는 것이죠. 노년의 아버지를 모시는 일이 나날이 힘들어진다고 생각하던 그 어느날 수상한 전단지를 발견하는 주인공. 그 전단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 노인을 맡아드립니다 (... 중략 ) 간병은 가혹한 일입니다. 잠깐 쉴 수도 없습니다. (..중략 )

그런 딜레마로부터 당신을 해방시키십시오. (..중략 )

이제 한계라고 절망하시는 분, 고민하지 마시고 우선 상담부터 받아보십시오 ”

10만원이라는 초기비용만 들이면 평생 늙은 부모를 케어해준다는 수상한 센터의 전단지. 주인공은 저널리스트로서 히트작을 손에 넣고자 하는 욕심에 연락을 한다. 그리곤 몰래 그들의 뒤를 밟는데....

“ 나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고 기억한다. 패배감에 휩싸이며 동시에 기묘한 해방감을 맛보았다.

” 죄의식이 한계에 달하더니 파열되어 흩어졌다."

“ 살아있는 생명으로서, 나는 여기에 어엿이 살아있다 ”

[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를 읽으면서 잔인하면서도 소름끼치는 결말 때문에 몸을 부르르 떨기도 했지만

실제로 저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습니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긴 하지만요. 혹시 우리는 외면하고 있는 사이에 터져버릴 시한폭탄을 안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라고 작가가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기괴하고 어둡지만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발랄하게도 느껴졌던 호시노 도모유키의 단편집 [ 인간은행 ]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한줄평 (3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7.3점 7.3 / 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