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집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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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집 연대기

일생에 한번 자기만의 삶의 리듬을 찾는 경이로운 시간

리뷰 총점 8.8 (30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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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자기만의 삶의 리듬을 찾는 경이로운 시간, 『첫 집 연대기』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s*****3 | 2021.03.11 리뷰제목
『하나, 책과 마주하다』   오롯이 내가 꾸민 내 집에서 살기는 모두의 꿈이다. 허술하면서도 결국은 완성도있는 독립 라이프를 읽고나면 오롯한 나만의 독립을 꿈꾸게 될 것이다.   저자, 박찬용은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나 1987년부터 쭉 서울에서 살고 있으며 2009년 말부터 라이프스타일 잡지업계에서 일했다. 여행잡지, 시계잡지, 남성잡지 등에서 에디터 직무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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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오롯이 내가 꾸민 내 집에서 살기는 모두의 꿈이다.

허술하면서도 결국은 완성도있는 독립 라이프를 읽고나면 오롯한 나만의 독립을 꿈꾸게 될 것이다.

 

저자, 박찬용은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나 1987년부터 쭉 서울에서 살고 있으며 2009년 말부터 라이프스타일 잡지업계에서 일했다.

여행잡지, 시계잡지, 남성잡지 등에서 에디터 직무를 수행하며 2010년대 종이 기반 라이프스타일 잡지 업계의 급격한 변화를 지켜보았다.

그때의 경험으로 「요즘 브랜드」, 「잡지의 사생활」,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를 냈다.

 

 

자가 보유 유무에 따라 타인의 재산을 판가름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나아가, 작은 것보단 크면 클수록 좋고 소박하기보단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좋다.

그렇게 변해버렸다, 세상이.

 

어째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집 장만하는 것은 '꿈'이 되어버리고 있다. 이룰 수 있는 목표라기보단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 말이다.

이는 중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의 잘못도 분명 있다.

몇 년 전, 한 변호사가 자신과 가족의 명의로 123채의 오피스텔을 보유한 기사를 보고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돈 좀 있는 사람이라면 다 그런 부류일테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현재 뜨겁게 달구고 있는 LH 투기사건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 문제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미 공공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니겠는가.

이런 부조리한 현실에 부딪혀도 모두가 마음 한 켠에는 언젠가 내 집을 꼭 장만하리라는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제가 사실은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에 사는데요…."

 

저자는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대학가 원룸 수준의 보증금과 월세로 살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매물을 알아보다 그 집을 택하게 되었고 보증금 이상의 공사비와 몇 달 치의 월세를 들여 공사를 하게 된다.

잡지 마감이라는 일에 부딪히면서도 공사를 동시에 진행한 저자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에 딱 들어맞는 셈이었다.

 

대한민국하면 편리함과 신속함을 자랑하지 않는가!

요새는 집 구하는 어플들 또한 너무 잘 나와있어 다방, 직방 등의 앱을 통해 여러 매물들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저자 또한 마찬가지로 종로구, 동작구, 영등포구, 구로구, 마포구, 서대문구를 세심하게 살피게 되었고 책에도 나와있듯이 각 구의 특징이 현실적으로 잘 표현되어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대목이었다.

그렇게 저자의 눈에 들어온 한 집이 결국 낙점되었고 저자는 공인중개사 사장님께 이렇게 말한다.

"그냥 오늘 한번에 다 드릴게요."

보통 계약을 하면 1/10을 계약금으로 내고 입주 후에 나머지를 내는 것이 맞는데 어차피 들어와 살 것이고 무엇보다 귀찮다는 이유에서 저자는 한 번에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정작 그렇게 못 할 것 같다. 어떤 변수가 생길 지도 모르는 것이기에.

 

생각만큼, 아니, 생각보다 낡았기에 고쳐야 했다. 그런데 이는 '허락'이 필요했다.

집을 수리하고 싶은 저자는 1층 할머니집으로 향했다. 화가 많으신 분이기에 조마조마한 마음을 부여잡으며.

그렇게 할머니의 이런 저런 이야기까지 들으며 본론을 조용히 꺼낸 저자에게 건넨 답은 실로 명료했다.

"응, 그렇게 해."

할머니의 허락이 떨어지자 저자는 마루에 깔 바닥 재료부터 벽지, 화장실 그리고 전기까지 손 봐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2부의 【고치기】를 읽다보면 저자와 함께 인테리어 보러 다닌 기분이 절로 들 것이다.

나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매우 많아 내 손으로 인테리어하는 것도 위시리스트 중 하나이다.

특히나 호텔, 카페 혹은 박물관 등을 갈 때 영감을 주는 요소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은 사진으로 남기거나 잘 기억해 뒀다가 스케치를 한다.

꼭 그렇게 꾸미겠다는 마음보단 정말 재미있어서랄까.

그래서 외국 채널에서 나오는 인테리어 소개 영상들을 자주 보는 편이고 특히 잡지를 많이 보는 편인데 (국내 잡지인) 메종, 까사리빙 외에 영국, 미국 잡지 위주로 보고 있다.

 

혼자 사는 건 나 자신에 대해 계속 생각하는 것이기도 했다. 집에 들어갈 걸 누군가가 채워주지 않았고 내 예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그러니 나는 내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열심히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질문은 크게 둘이었다. 나는 무엇이 필요한가? 그리고 내가 필요한 것 중 이 집에 있어야 할 것과 없어도 되는 것은 무엇인가?

 

처음 독립을 생각했을 때 저자는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꿈꾸었다.

변했을까? 아니면 그대로일까?

많은 것이 변했다고 한다.

동선이 바뀌니 택시를 덜 타게 되었고 무엇보다 버스를 타면서 자연스레 책 읽는 빈도수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아무것도 몰랐던 인테리어 세계가 얼마나 넓은 곳인지 눈을 뜨게 되었고 취향은 둘째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꾸민 이 집에 대한 만족감이었던 것이었다.

삶에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기쁨들이 있듯이, 독립하기로 마음먹고 집을 결정한 뒤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이 최선을 다해 힘껏 꾸민 이 집에 사는 것이 그와 같다고 말한다.

 

그렇다. 집이라는 것은 온전히 우리가 마음 푹 놓고 쉴 수 있는 안식처이자 보금자리가 되어야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원한다면 자신의 취향 한 스푼을 담아) 최대한의 좋은 자재들로 꾸민 집이야말로 나에게 오롯이 주는 집이 아닌가싶다.

조그마한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긴 하지만 자가는 아니다. 오래된 집이라 손 봐야 할 곳이 많다.

문득 책을 읽고나니 손봐야 하는 몇 군데들이 머릿 속에 떠올라 여름이 오기 전에 꼭 페인트를 사서 동생과 함께 칠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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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저기요, 세상 사람들 다 아는 이야기거든요? 평점4점 | m****i | 2021.02.08 리뷰제목
왠만하면 안 좋은 리뷰를 남기지는 않는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런데 이 책은 정말 해도해도 너무 한다. . 세상엔 게으른 작가들이 있다. 세월이 흐르고,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자기만은 알고 있다는 식의 그런 뒤늦은 깨달음과 어설픈 자조. 이 책이 정확히 그러하다. 그나마 이 정도의 퀄리티가 나온 건 편집자가 깨나 많이 신경 쓴것 같다. 그래서 그나마 편집에는 60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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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만하면 안 좋은 리뷰를 남기지는 않는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런데 이 책은 정말 해도해도 너무 한다.

.

세상엔 게으른 작가들이 있다. 세월이 흐르고,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자기만은 알고 있다는 식의 그런 뒤늦은 깨달음과 어설픈 자조. 이 책이 정확히 그러하다. 그나마 이 정도의 퀄리티가 나온 건 편집자가 깨나 많이 신경 쓴것 같다. 그래서 그나마 편집에는 60점을 줬다. 

.

이런 류의 게으른 작가들에게 말한다. 세상 변하는 거 좀 관심도 가지고, 혼자 그 알량한 시각으로 세상을 굽어보지들 마시고, 객관적으로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좀 관심 좀 갖고 살기를 바란다. 저런 류의 글은 블로그 10분만 검색해서 긁으면 나오는 내용이다. 정보도 없고, 재미도 없고, 심지어 게으르다. 본인은 엄청 감격스럽다고 난리를 치는데, 읽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하나도 감격스럽지 않다. 카페나 블로그, 인스타에서 떠도는 글을 묶어도 이것보다는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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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하면, 100점 만점에 20점. 저자는 무슨 대단한 발견인냥 열심히 썼지만, 독자는 아무런 감흥이 없고, 짜증스럽기만 하다. 이런 이야기 세상 사람들 이미 다 알고 있다. 독자들의 호주머니를 너무 가볍게 아는, 게으른 작가의 전형적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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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첫 집 연대기 평점10점 | r****2 | 2021.06.18 리뷰제목
"삶은 본의 아니게 누군가를 허탈하게 만든다.(p.314)" 10년간 은행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세상에는 가난한 사람이 차고 넘치는 만큼 부유한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한전으로부터 최고장을 받고도 요금을 납부하지 못해 전기가 끊겨버렸고 그중 일부만이라도 납부하기위해 몇 천원을 들고 은행에 오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일반 입출식 통장 금액란이 부족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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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본의 아니게 누군가를 허탈하게 만든다.(p.314)" 10년간 은행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세상에는 가난한 사람이 차고 넘치는 만큼 부유한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한전으로부터 최고장을 받고도 요금을 납부하지 못해 전기가 끊겨버렸고 그중 일부만이라도 납부하기위해 몇 천원을 들고 은행에 오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일반 입출식 통장 금액란이 부족할 정도의 자릿수를 여유자금으로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수수료 몇 천원에 분노했던 아이러니한 상황도 있었다) 좁힐 수 없을 것 같은 부와 빈의 틈바구니에 서서 나는 늘 허탈했다. 내가 어떤 노력을 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이 이 세상엔 너무도 많다. 특히 한강뷰,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 1점에 몇 천만원 하는 의자, 3억도 넘는 아파트 한 채 값의 슈퍼카 등등.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끝없는 허탈감에 허우적대기보단 <첫 집 연대기>의 저자처럼 나름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노력해보자. 거의 환타지에 가까운 이상향의 집을 찾아나섰다가 결국 월세와 보증금을 합한 돈보다 더 큰 돈을 들여 만들어나가는 저자의 눈물겨운 탐험기! 출장을 위해 찾은 스웨덴에서 발견한 원목의자를 우편으로 부치기 위해 비오는 날, 박스를 찾아 스웨덴 거리를 헤맸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담긴 <첫 집 연대기>를 소개해본다.

 


일도 사랑도 잔고도 확실하지 않으니 내 자신이 약해진 잇몸 속에서 흔들리는 이가 된 것 같았다. 어떤 면에선 늘 멍했고 어떤 면에서는 늘 뾰족해져 있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그 글귀를 보게 되었다. 사람이 바뀌려면 사는 곳이 바뀌어야 한다, 같은 그런 글귀였다. 인터넷에 떠도는 출처 없는 잠언들은 대부분 쌀로 밥하는 것처럼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 말은 이상할 정도로 기억에 오래 남았다.<첫 집 연대기> p.27

 

 

시작은 인터넷에 떠도는 '사람이 바뀌려면 사는 곳이 바뀌어야 한다.'는 문구였다. 그 문구는 마법 혹은 저주(?)처럼 저자를 매혹시켰고 정신을 차려보니 오래된 집을, 그것도 월세와 보증금을 합친 금액보다 더 큰 공사비를 들여 고치고 있었다. 구조가 좀 많이 이상했지만 단독 주택이 즐비한 조용한 동네에 위치한, 그것도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의 월세집, 저자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집을 만들어 나간다. 핑크톤의 이탈리아산 타일(그냥 재고도 아니고 악성 재고)를 깔았고 원목 마루를 찾아 온갖 온라인 카페란 카페는 다 뒤졌으나 (주인 할머니가 그가 집에 없는 사이 그냥 장판을 깔아버셔서)실패했다. 과감하게 냉장고와 정수기, 조리대를 포기했지만 정원을 갖게 되었다.

 


그 집에 책을 나르던 초여름 밤이 '단독주택의 스위트 스폿'같은 기분이었다.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운 창밖에는 마당에 심은 감나무의 꼭대기가 보였다. 저 멀리 보이는 도로의 불빛을 받아 어둠 속에서 이파리의 진한 초록빛이 숨길 수 없는 생명력을 반짝이며 드러냈다.<첫 집 연대기> p.187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될 정도로 유치한데 내가 이 집에서 바랐던 건 특정한 장면이었다. 그 장면이란 그냥 음악을 켜두고 책을 읽는 것이었다. 세상에 그냥 이루어지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걸 구현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를테면 오디오를 올려둘 책상도 하나 없었다. 이사 갈 때 샀던 이케아 종이 상자 위에 앰프를 올려두고 스피커는 그냥 바닥에 두었다. 라디오 안테나가 온 날 그걸 연결해서 천장 근처, 전 입주자가 박아둔 못에 걸어두었다. 치지직 소리만 나던 앰프에 안테나를 연결하자 정제된 물처럼 깨끗한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아무것도 없던 방에 소리가 채워질 때의 그 느낌을 아직 잊지 못한다. 그렇게 작은 순간들이 혼자 집을 채울 때의 위안과 기쁨이 되었다.<첫 집 연대기> p.219

 

 

요즘은 점점 내 취향을 잃어가는 것 같다. 내 취향에 맞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가격, 가성비즉 현실적인 측면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 정도 가격에 이 퀄러티면..' 이라는 말로 내 취향 따위는 쉽게 뭉개버린다. 경제적 부담과 취향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현실적인 예산안에서 편함을 택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그런 시류가 대세가 된 지금, 자신의 취향에 맞는 집을 찾아 나서고, 용감히 대세를 거스르는 저자에게 박수를!! 획일화, 규격화, 평균화된 취향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가격이 너무 오른다. 똑같은 모양과 구조를 가진 아파트, 그 속에 채워진 비슷한 모양의 가구와 가전제품까지 집집마다 인테리어가 다 거기서 거기인 이유는 바로 비용과 효용에 따른 경제적 논리 탓이 아닐까. 나만의 취향을 위한 집을 찾아내고, 또 만들어내기 위해 이리저리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멋지다. 아마 나는 도저히 해낼 자신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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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첫 집 연대기] 집과 삶에 서툰 어느 에디터의 허술하면서도 완고한 독립 라이프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c*****0 | 2021.03.10 리뷰제목
이 책을 읽다보니 대학 때 하숙, 자취 생활을 하던 때, 결혼 후 집을 처음 사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특히 처음 집을 사서 이사하던 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올라 일상의 가장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는 느낌을 받았다. 독자들도 잘 아시겠지만 처음 집을 산다는 것, 오랜 직장생활로 조금씩 모은 돈으로 작지만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분명 일상의 기억보다는 특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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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보니 대학 때 하숙, 자취 생활을 하던 때, 결혼 후 집을 처음 사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특히 처음 집을 사서 이사하던 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올라 일상의 가장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는 느낌을 받았다. 독자들도 잘 아시겠지만 처음 집을 산다는 것, 오랜 직장생활로 조금씩 모은 돈으로 작지만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분명 일상의 기억보다는 특별한 날의 특별한 기억이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이 기분 좋은 날의 추억은 곧 책읽기로 이어지면서 저자의 궁상스러운(?) 행위도 나중에 소중한 추억이 된다는 걸 아는 선배로서 내용 하나하나도 모두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이 책 『첫 집 연대기』는 좋은 물건을 알아볼 수 있지만 그 모든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확고한 취향을 가진 평범한 직장인이 쓴 글이다. 일상을 소중하게, 시간을 아름답게 활용하는 꼼꼼하고 평온한 분위기의 사람이라고 추정된다. 그의 글 여기저기에서 잡지 에디터답지 않게 조금은 궁상스러운(?) 행위도 발견되지만 소시민의 삶을 개인의 취향과 원하는 삶을 위해 과감하게 바꿀 줄 아는 분인 것 같다.

 


 

저자는 서울에서의 다양한 임대 형태 앞에서 독립은 취향처럼 선택의 범위가 아닌 예산의 한계에서 협의를 이루는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자신의 독립 생활에 앞서 집을 고르는 일, 내부를 자신의 취향으로 바꿔가는 일, 그리고 만족감으로 고된 노동과 힘든 집 수리도 마다하지 않는 등 적극적인 성향의 '월세 세입자'다. 정원은 있지만 호화롭지 않은, 대학가 수준 임차료의 오래된 단독주택 2층을 얻고 종종 '돈을 주고 벌칙을 산 기분'이라고 표현하는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다. 집을 수리하고 인테리어를 바꾸고 채워가는 일을 혼자 다 하는 고됨과 힘듦도 느끼지만 의자가 '예뻐서'라고 눙치는 모습도 쉽게 연상된다. 저자가 화장실에 이탈리아 피안드레의 타일을 깔고 스위스에서 온 의자를 빈방에 두는 것, 종이 박스 위에서 원고 작업을 하는 궁상(?) 속에서도 우아하지 않으면 어떠하랴. 그렇게 저자에게는 첫 집이라는 낭만의 맨얼굴은 위로처럼 찾아왔나보다. 저자의 첫 집은 구입이 아니라 월세였던가. 저자는 이 책에서 집뿐만 아니라 삶에도 서툰 사람임을 고백하는 듯하다. 맞다. 직업에서의 일은 일류지만 삶 속의 집은 영 서투르다. 우리 일반 직장인들의 보통 모습이다. 그러나 월세지만 첫 집에 가구가 아닌 '나'를 채워간다고 느끼는 사람, 저자는 삶의 멋을 안다.

이 책은 한 독립 인간이 살림이나 인테리어보다는 자기 자신을 채워나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아마 삶의 많은 변화를 느낄수록 삶은 그만큼 풍요로워질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잡지 에디터다.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브랜드를 읽고, 도시의 보통 사람을 위해 감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사유를 하는' 박찬용이 쓴 책이다.

저자의 새로운 책 『첫 집 연대기』는 오롯이 자신의 독립으로 채워져 있다. 삶의 변화를 위해 생에 첫 독립을 다짐하지만, ‘마감-출간’이라는 급급함으로 인터넷으로 해결하게 된 서울의 임대 정보는 일상의 피로함에 '괜찮은 집들이 얼마나 비싼지 알게 되는 과정'을 더할 뿐이었다. 심지어 독립해 살 지역조차 발 딛고 있는 일과 작업에서 떨어질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며 "나는 내가 원하는 게 내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있지는 않다는 사실을 독립하는 내내 배웠다”라고 고백한다. 삶의 맛을 제대로 느낀 표현이다. 그러나 독자는 이 표현이 참 좋다. 삶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 자리에서 그 집이 바로 마음에 들었다. 왜였는지는 아직도 확실하게 설명하지 못하겠다. 시세가 싸서였을까? 동네 분위기가 좋아서였을까? 마당에 수십 년 된 나무들이 있어서였을까? 내가 쓸 수 있는 차고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어디가 됐든 나가서 혼자 살고 싶어서였을까? 그게 뭐든 일상을 바꿀 요인이 필요했을까? 이 모두가 이유였을 것 같다. 나는 그 모든 막연한 기분을 모아서 한순간 결심을 하고 말았다.

“저 계약할게요.”

집을 보여준 할머니께 그렇게 말하고 그 집에서 나왔다. 다시 버스를 타고 근처의 지하철역으로 가서, 신도림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다. 버스 생활권에서 지하철 생활권으로."(p. 75)

 


 

저자의 '독립 판타지'는 현실을 다시 확인하는 작업이자 “몸을 쓰고 돈을 쓰고 소소한 손해를 입어가”는 과정이다.

오래된 월셋집에 시간과 돈을 들이며 집을 고치고 채우는 과정을 들은 사람들이 놀라거나 황당해하며 다양한 표정을 짓는 건 당연할 터다. 하지만 이 과정은 고작 독립 판타지에 대한 성공과 희망, 남다른 특별한 취향을 채운 공간에 머물러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에 있는 실패와 고됨, 곤궁한 현실 앞에서 한발 물러서는 취향에 있다. 이 책의 저변에는 저자 자신의 고집스러운 삶의 변화를 복기하는 일이 담겼다. 이 책을 결코 제 자신의 독립 이야기만으로 정의할 수 없는 이유다. 저자의 처음 다짐은 책의 말미에서 더 선명해진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건 내 어쭙잖은 기호와 취향이 아닌 내 태도와 행동과 그 이유였다. 내가 무슨 의자를 골랐는데 그게 누가 어디서 만든 물건인지, 내가 무슨 타일을 골랐는데 그게 얼마나 훌륭한지, 그런 건 이 책에 나오긴 하지만 내가 전하고픈 메시지는 아니다. 나는 선언하거나 제안하는 대신 대응하고 적응하려 했다. 내가 왜 그랬는지,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지, 이런 것들을 적어두고 싶었다.”

 


 

요즘 집이 주는 의미는 과거의 것과 무척 다르다는 것을 독자도 이미 안다. 안락한 공간 자체와 휴식의 의미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타인의 것보다 더 넓고 더 많이 비싸야만 값어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부의 경쟁 한가운데 서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와 반대로 새로운 것을 제 공간에 담기 위해 치열해진다. 결코 세속적인 ‘수단으로서의 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집의 기쁨과 슬픔의 차이는 여기에서 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건 2010년대 후반 서울에 혼자 살게 된 어느 평범한 30대 남자가 어떻게든 그럴듯하게 살아보겠다고 애를 써보는 이야기다. 눈은 높아졌지만 돈은 모자라고, 해보고 싶은 건 많지만 모든 조건이 제한되어서, 알면서도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기도 하고, 어떤 걸 하고 나서 바보처럼 기뻐하기도 하는, 그렇게 첫 집을 조금씩 채워 나가는 과정이다.”

 

"그 집에 책을 나르던 초여름 밤이 ‘단독주택의 스위트 스폿’ 같은 기분이었다. 조명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운 창밖에는 마당에 심은 감나무의 꼭대기가 보였다. 저 멀리 보이는 도로의 불빛을 받아 어둠 속에서 이파리의 진한 초록빛이 숨길 수 없는 생명력을 반짝이며 드러냈다. 도로의 불빛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다른 집들의 틈새 사이로 10차선 도로의 일부가 드러났다. 멀리 어둠 속의 자동차들은 헤드라이트 불빛과 함께 시야 속으로 달려왔다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와 저 멀리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가 옆집에서 틀어둔 노래의 드럼과 멜로디 라인처럼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p. 187)

 


 

이 책은 작가가 얹혀살고 있는 부모님의 집에서 ‘나가기’(1부)부터 시작한다. 고정된 삶의 바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저자는 집을 고치고(2부 고치기) 채우면서(3부 채우기) 느리지만 소소하게, 그렇지만 확실하게 온 내면의 변화를 발견한다. 저자는 동선을 바꾸며 택시를 덜 타게 되고 책을 더 읽게 되었다. 또한 오래된 집에서는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파트에서 살던 편안함이 아닌 관리해야만 하는 낡은 집에서, 바람이 불면 삐걱거리는 구석을 살피고 봄이 오면 천장에 낀 거미줄을 걷어줘야 한다는 사실을 체득한다.

마당이 있는 낡은 집에서 느끼는 생명의 대단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저자는 주변 환경으로 인한 행동의 변화뿐만 아니라, 한 지붕을 공유하는 특이한 건물주와의 어려운 관계 속 의사소통 기술도 배운다.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벽과 집주인과 임차인 간의 건널 수 없는 틈은 있다 해도 삶의 허들이 될 수 없다는 것조차 집이 알려준 것들이다. 2년 계약한 집에서 2년 더 연장해 사는 이유도 집에서 배운 삶을 대하게 된 태도 때문 아닐까.

독자는 혼자 살아본 적은 대학 생활 때 외에는 없어 저자처럼 오밀조밀, 세심하고 유쾌한 기억은 없다. 그러나 책을 통해 배운 저자의 의지는 한 수 빠른 독자가 한 수 더딘 저자에게 삶의 의미에 대해 한 수 배운 것 같다.

 

저자 : 박찬용

 

1983년 어머니의 고향 부산에서 태어났다. 1987년 아버지의 고향 서울로 왔다. 금천구와 영등포구 등 서남 권역에서 살았다. 2010년 서강대학교 영미어문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 12월부터 라이프스타일 잡지 에디터로 일했다. 일했던 5개의 매체 중 지금까지 출판되는 잡지는 [크로노스]와 [에스콰이어] 정도다. 직업 덕에 도시 생활의 여러 면모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기까지 대가를 치러야 했다. 나름 균형을 잡는 과정에서 많은 걸 잃었다. 심야의 올림픽대로와 강남권의 아주 매운 야식과 고타르 담배와 함께 젊은 날을 보냈다. 그러다 저자가 됐다. 『요즘 브랜드』(2018) 『잡지의 사생활』(2019). 둘 다 많이 안 팔렸다. 출간만으로도 영광이다.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2020)를 냈다. 『요즘 브랜드 2: 한국편』(가제)을 작업 중이다. 아직은 서울에 살며 원고를 만든다. 담배와 아주 매운 야식은 끊었다. 독립한 후엔 올림픽대로 대신 강변북로를 오간다. 강변북로보다 올림픽대로를, 올림픽대로보다 노들길을 좋아한다. 화려함보다 소박함, 명성보다 품질을 좋아한다. 스스로를 강남도 강북도 아닌 영등포 사람이라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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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첫 집 연대기 평점10점 | l*****c | 2021.03.10 리뷰제목
첫 집 연대기   누구나 자신의 집이 있고 할 수 있다면 단독으로 된 집을 원하고 꿈을 꾼다. 나도 마찬가지다. 다만 능력도 없고 돈도 없어 그저 희망사항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도 서민층 흙수저 생활이 지속되리라 생각하기에 집을 짓는다는 건 꿈도 못꿀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집과 관련된 에세이나 책이나 집짓는 책을 보면 마음이 설렌다. 박찬용 저자는 여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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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집 연대기

 

누구나 자신의 집이 있고 할 수 있다면 단독으로 된 집을 원하고 꿈을 꾼다. 나도 마찬가지다. 다만 능력도 없고 돈도 없어 그저 희망사항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도 서민층 흙수저 생활이 지속되리라 생각하기에 집을 짓는다는 건 꿈도 못꿀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집과 관련된 에세이나 책이나 집짓는 책을 보면 마음이 설렌다. 박찬용 저자는 여러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고 잡지 에디터이다. 그런 그가 이 책을 쓰는 이유는 집이라는 공간을 채우면서 삶의 스위트 스폿을 찾게 되는 여정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도시를 벗어나 마당이 있는 집에서 어머님을 모시고 사는 꿈을 꾼다. 우리 어머님이 그 때까지 사실지는 모르지만 이 책은 뭔지 모를 나의 독립적인 모습들과 저자의 글이 마음의 안정을 제공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누구나 집을 지을 때나 인테리어를 꾸밀때 사연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나는 항상 전세난민으로 살았기에 이사를 많이 다녀 집은 그저 머물다 가는 장소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소유의 개념보다는 나그네가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라 여겼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가 독립을 결심한 이유를 시작으로 임차인의 신분으로 자신의 월세집을 고치고 채우는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집이 나에게 무언가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도 오래된 집이 좋고 그 오래된 집을 저자처럼 고치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전셋집을 인테리어 한 적이 있지만 지극히 자그마한 것들이었다. 차라리 저자처럼 월세든 전세든 독립된 집의 공간을 고치고 채우며 건물주와 주변의 이야기들을 주제로 일기형식의 내용들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면서 나를 만나고 집을 만나고 삶의 일상들이 변해가는 과정속에서 저자의 고백처럼 나만의 기억과 생각과 변화들을 누리고 싶다. 지금 시기에 이 책은 모두에게 공감하는 독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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