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린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통해 감정을 배웁니다. 신나게 뛰어놀다 넘어졌을 때, 아픔을 느끼기 전에 엄마를 바라 봅니다. 엄마가 당황하고 겁을 먹으면 아이도 덩달아 무서워 하며 울음을 터뜨립니다. 아이의 아픔에 함께 공감하고 수용하면서도, 아픔에 압도되지 않는 엄마의 차분한 모습에 아이들은 위로를 받고 힘을 냅니다.
아이의 암진단이라는 극한의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도 엄마이기에 용기를 잃지 않은 엄마. 세 아이의 속도에 맞춰 배변 훈련을 하고, 사교육에 떠밀리지 않고 준비된 만큼 배움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엄마. 세 아이를 위해 7년 간 육아휴직을 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읽고, 쓴 엄마. 나를 잃어 간다는 두려움 속에 있는 다른 엄마들과 아이를 들춰 업고 함께 읽으며 연대하며 힘을 나눈 엄마.
자신의 꿈과 행복을 적극적으로 발견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힘이 저자에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와 아이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마음으로 분명히 느끼고 그 소리를 따라갈 수 있는 용기가 있었던 거죠. 엄마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정말 엄마의 웃음인 것 같습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5개월 때쯤, 기저귀에 묻은 소변 색이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팥 알갱이 같은 작은 덩어리. '뭐지?응가인가' 하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음 기저귀를 한 번 보자고 되뇌이는데 아기가 '깽' 하고 강아지 울음소리를 내더니 기저귀를 적셨다. 어쩐지 몸에 열도 있는 것 같았다. 혹시 몰라 기저귀에 나온 작은 덩어리를 사진으로 찍어 급히 택시를 타고 소아과로 향했다. 요로감염인 듯 하다고, 소견서를 써줄 테니 큰 병원으로 가보시라는 선생님 말씀에 당황했었던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까지 '요로감염'이라는 병명을 들어보지도 못했고, 아기들이 감기처럼 자주 걸린다는 것도 몰라서 입원해서 치료해야 한다는 말씀에 눈물을 펑펑 쏟았더랬다. 발에 링거를 꽂아야 한다고, 어머니는 나가 계시라는 말에 처치실 밖에서 아기의 떠나갈 듯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던 순간. 지금이니까 추억으로 간직하지, 그 때는 정말 너무 무서웠다. 사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지금도 마음이 울컥하다.
감기처럼 자주 앓는다는 요로감염-이라는 말이 잊혀지지 않아서, 지금도 쉬야할 때 아프다고 하면 가슴이 철렁하다. '감기같은' 이 병에도 나는 온 세상이 까맣게 변했었는데, 저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큰아이가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찾은 정형외과. 근 1년 전부터 가끔 허리가 아프다고 했었지만 이런저런 병원에 가 보아도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어 그렇게 시간을 보냈는데, 다른 정형외과에서 충격적인 진단을 받는다. 허리뼈 한곳에서 좌우 뼈의 양상이 달랐던 것. 소견서를 들고 찾은 큰 병원에서 종양이 보인다는 말이 얼마나 청천벽력이었을지. 상상만 해도 호흡이 거칠어지고 가슴이 벌렁거린다. 그렇게 어린 아이가 큰 수술을 받고 회복하기까지 엄마의 두 눈에 얼마나 많은 눈물이 맺혔을지 보지 않아도 잘 알 것 같다.
하지만 이내 저자는 마음을 다잡는다. 엄마가 웃어야 아이도 잘 버텨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탱해온 날들. 그런 날들 속에서 찾아오는 소소한 일상에 대한 감사. 책을 읽으면서 나도 내 생활을 되돌아보면서 다시 한 번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길 수 있었다. 이 '감사하는 마음'이란 얼마나 잊기 쉬운 것인지. 전쟁같은 아침만 보내도 짜증이 밀려와 아이들에게 상처되는 말을 했던 내 자신을 수도 없이 반성했다.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기만 해준다면 그 무엇도 욕심이라 생각하며 내려놓겠다 했던 지난날.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 둘인 나에게도 꽂히던 '딸이 없어 어떡하나' 하는 시선들. 심지어 둘째 임신하고 산모 요가에 갔을 때, 잠시 대화를 나누던 다른 산모에게 둘째도 아들이라고 하자 '어머, 너무 싫겠다!'라는 말까지 들었었다. 그 때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대꾸도 제대로 못했지만 요즘은 당차게 말한다. 아들 둘이라 너어무 좋다고, 형제라 든든하다고, 우리 아이들이 아들이어서 행복하다고. 그러니 삼형제 엄마인 저자를 보는 시선은 어땠겠나. 아들 형제라는 점도, 직업이 같은 것도, 휴직연수가 근무연수를 넘어서려고 하는 것도 비슷하여 무척 공감하면서 읽었다.
6년차 육아를 담당하면서 깨달은 것은 나는 '훌륭한 엄마'는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허둥댄 적도 많고, 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이 책을 읽고 결심한 것이 있다면 어떤 힘든 상황이 닥치더라도 웃음으로 이겨내는 엄마가 되자는 것.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힘든 일을 겪을 때도 웃음으로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엄마가 되자고 다짐했다. 육아서는 잘 읽지 않지만 백번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은 책. 이 세상 모든 부모님, 화이팅!!
엄마가 먼저 웃어보이자
아이는 정말로 자기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알지 못했다.
-프롤로그 중에서-
엄마라는 위치가 얼마나 막중하면서도 힘든 것인지 아이를 낳아보면 알게 된다. 집집마다 모두 평탄하게 사는 것 같아도 속을 들여다보면 남모를 힘든 과정은 어느 집이나 있는 것 같다. 가족들의 한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하는 위치가 바로 엄마가 아닐까 싶다. 아빠도 가족들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이 책은 엄마의 웃음에 초점을 맞춘 책이니 엄마에 대해, 엄마의 웃음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아 좋았다. 나도 아이와 함께 산책을 자주 나가기 때문이다. 최대한 아이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주고 싶은 그런 엄마이다. 정말 놀이터에 가면 내 아이밖에 없어서 의아했는데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글쓴이가 생각하고 실행하는 모든 것들이 공감이 가서 글이 빠르게 읽혔던 것 같다.
엄마가 웃어보이자 아이가 정말 자기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알지 못했다는 구절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엄마의 웃음은 아이에게는 정말 귀한 보약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엄마라고 울음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엄마는 가족들을 위해 속으로는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웃음을 보여야 하는 때가 많다.
그런데 살면서 '진짜 웃음'을 지을 수 있어야 진정한 위너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은 영리해서 엄마가 억지로 웃는지 진짜 웃는지 잘 안다. 엄마의 웃음이 진짜 웃음이 되려면 엄마가 행복해야 한다. 글쓴이처럼 어떤 시련이 가족에게 닥쳐도 그것은 그저 '그 일이 내게 온 것'으로 생각하고 쿨하게 넘기고 순간순간에 감사하고 진짜 웃을 수 있다면 그 가족은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힘든 일은 그 어느 가정에도 올 수 있다. 그 일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란 생각이 들었고 그냥 보통의 가정에서 누리는 모든 것에 '감사'가 있음을 다시금 되새기게 됐다.
*이 책은 출판사를 통해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