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의 대가인 전호근 교수의 에세이집이다. 고전의 사례를 들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소한 일상들이 고전의 가르침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인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100여편의 산문들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을 관통해 흐르고 있는 주제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사람의 씨앗'이다. '사람의 씨앗'이란 한 마디로 공자의 '인' 또는 맹자의 '측은지심'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측은지심에는 안타까운 상황을 목도하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일단 아이를 불쌍히 여기고, 가슴 아파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데 이런 마음이야말로 인간을 다른 존재들과 구별짓게 만드는 특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고전의 교훈과 연관된 우리의 일상 모습을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한다. 서울역 앞에서 노숙인에게 과자를 건네던 어린아이, 커피를 타주면서 돈을 받을 수 없다던 할머니, 불길을 뚫고 장애인을 구출해낸 세 청년의 이야기 등은 오늘날 '사람의 씨앗'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정답 하나가 존재할 리 없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사는 것 자체에 희망이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런 측면에서 고전은 현실을 해석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나를 지키는 일, 행복의 비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덕성과 인격, 그리고 윤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 질문에 대한 하나하나의 대답으로 볼 수 있겠다. 잔잔한 흐름의 글 속에서 우리는 놓쳐버린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고 우리의 삶에서 소중히 여겨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되묻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대인의 삶에서 고전의 역할을 돌아보는 계기도 제공한다.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마구간이 불탔다는 이야기를 들은 공자는 당시 사람보다 훨씬 값비싼 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다친 사람이 없느냐고만 물었다고 한다. 오늘날 국정철학이기도 한 사람 중심의 사고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하지만 우리는 시장만능주의와 성장지상주의에 포획되어 속도, 효율, 돈을 중시하면서, 타인의 고통과 아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공감력이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냐고 저자는 반문한다.
글 대부분은 <경희대학교 대학주보>, <경인일보> 등에 발표한 칼럼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던 것들이라고 한다. 짧은 글에 고전의 지식과 함께 생각의 단상을 올린 것들이다. 한편 한편 개별적으로 음미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과거를 읽는 일이 어떻게 미래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온고지신의 마음일 것이다. 고전의 한 줄에서 반성하는 마음 한 가닥을 찾고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바꾸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사람의 씨앗] 따스함으로
1.
악인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 그러나 바보가 살 수 없는 세상은 악인의 세상이다. 우리가 안연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악인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2018.8.15.) - p.49
이 책의 저자인 전호근 교수는 어려운 동양 철학의 요소들을 골고루 잘 얘기하고 있다. 사람에게는 되어야 할 것과 되지 말아야 할 것이 반드시 존재한다. 되어야 할 것은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되지 말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악인이 되는 것. 차라리, 바보처럼 순수한 사람이라면 우리는 어쩌면 그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은 참 꾸밈이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그 바보의 삶을 보면서, 때로는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지, 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다가도 그 사람의 순수함 덕분에 살아갈 희망을 찾게 될지도 모르지만, 악인이 되어간다면, 그래서 바보를 이용하려고 한다면, 우리 사는 세상은 결국 난파선을 만난 듯, 끝없이 끝없이 침몰하게 될 것이다.
2.
사람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거다. 비록, 문체는 그러하지 않을지라도 내용 자체가 도전적인 이 에세이는 누군가 내게 조언을 해준 사람에게 “저 인간도 힘들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때로는 살아가는 세상에서 도전에 직면할 때가 있다. 그 도전은 나의 인간적인 면을 테스트해 봐야 하는 도전일 수도 있고, 나의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를 시험해 보는 도전일 수도 있다. 그럴 때, 나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사람의 씨앗』을 읽는 것은 그럴 때 나의 자세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된다. 사람에게는 사람을 돌봐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또한, 어떤 사람에게는 사람을 괴롭히고픈 마음도 있게 된다. 그럴 때 자신의 마음을 보아야 한다고 『사람의 씨앗』에서는 말한다.
내 마음에 따스함이 묻어 있다면,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따스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억울한 감정, 그리고 또 역한 감정들 또한 그 따스한 나의 마음을 갖음으로서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을 알게 해주는 『사람의 씨앗』은 인생의 어떤 지점에서 우리에게 안내자가 될 것이다.
3.
그러므로, 나는 따스한 마음을 지녀보려고 노력하기로 결심한다. 그 따스한 마음이 비록, 내가 지닌 모든 것을 대신해 줄 수는 없겠지만, 그러려고 노력하고자 한다면, 어딘가에서 길은 열릴 것이라는 희망을 지니고 오늘의 삶을 살아낼 것이다. 그 삶이 나에게 희망을, 그리고 우리에게 희망을 열어줄 것이다. 삶은 그렇게 따스함으로 온다.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자격으로 메멘토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이 책의 저자 전호근 교수님 강의를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본적이 있다. 물론 이전에도 이 분 저서가 집에 있었고, 이후 차이나는 클라스 강의에 감명받아 한 권 더 구입했다. 바로 이 책 <한국 철학사>이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동양이나 서양철학자는 많이 알고 있고, 그들의 학설이 위대하다고 믿으면서 살아간다. 너 자신을 알라던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맹자 등 잘 아는데 정작 한국의 철학자는 누군가? 하면 섣불리 대답을 못한다.
또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이 한국철학에 대해서 너무 어렵게 이기일원론, 이기이원론, 주리론, 주기론, 사단칠정론 등을 정말 외워서 시험풀이용으로 익혔기 때문에 20살 수능시험을 치고나면 머리에 남아있지 않게 된다. 그래서 교수님의 한국철학사 책이 더욱 반가웠다.
(작성중)
종종 늘 곁에 두고 꺼내 읽고 싶은 책이 생긴다. 그것도 잠이 안 오는 밤, 내 마음을 위로받고 싶을 때면. 오랜만에 그런 책을 찾았다. 『사람의 씨앗』은 무엇보다도 페이지가 줄어가는 것이 아까워 조심스럽게 읽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함께 고민하고 차분히 써내려진 이야기들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고 편안하다. 동양철학의 권위자로 불리는 전호근 교수는 어렵게만 생각했던 동양 철학의 요소들을 현재 우리 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 사이에 어쩜 이렇게 자연스럽게 버무렸을까. 인용된 동양 고전들의 에피소드들이 술술 읽혀가서 직접 전호근 교수의 수업을 들을 경희대 학생들마저도 부러웠다. 경희대학교 대학주보와 경인일보 등에 발표한 약 100여 편의 에세이는 곱씹고 곱씹고 생각을 이어나가게 만든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고민과 사색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문제다. '측은지심', 즉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 종종 이 세상이 왜 이러나, 내 삶은 왜 이따위인가를 고민하다보면 저 인간은 왜 저럴까라는 진지한 분노가 이어질 때가 있다. 누군가가 내게 조언을 해주길 그럴 때면 '저 인간도 힘들겠지. 너도 이렇게 상황을 만들고 싶진 않았겠지.'라는 생각을 한다면 좀 괜찮아 진다고 한 적이 있다. 이 테라피는 실질적으로 상황이 좋아지지는 않아도 조금이나마 진정이 되는 효과가 있다. 『사람의 씨앗』은 측은지심을 바탕으로 얽힌 이야기들이 마음과 마음으로 퍼져나간다. 책을 읽다가 나의 마음 진정 테라피가 많이 틀린 것이 아님을 알고 혼자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래도, 나름 사람답게 살고 있는 것만 같아서. 물론 아직도 사람이 되려면 먼 것 같지만.
『사람의 씨앗』이 좋은 이유는 따스함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희망,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시선. 그래서 자꾸 소망하게 된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조금이나마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자꾸만 생각을 하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과 사색이 머릿 속에서 퐁퐁 떠오르는 책은 오랜만이라 시간이 걸려도 참 좋다.
그 언젠간 세상에 지쳐 어둑한 밤에 덩그러니 혼자 남아있을 때,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위로가 되었던 이 책의 구절을 꼭 소개하고 싶었다. "싹을 틔우고서도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듯이 뜻을 품고 있어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법이다. 뜻은 내가 품는 것이지만 쓰임과 쓰이지 않음은 세상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p, 42) 나는 나만의 뜻을 품으면 된다. 그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자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좋은 길이 될 것이니까. 이렇게 『사람의 씨앗』을 읽으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변사람들을 통해 사람사는 길을 들려주는 이야기가 좋다.
같은 모습을 보면서도 느끼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세상 보는 시야를 넓혀야 사람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전호근> 교수의 <사람의 씨앗> (메멘토 펴냄>은 '백양사 가는 길'에서 버스기사와 촌로에게서 깨달은 것 처럼 금방은 '두시간', 다 온건 '한 시간' 그래서 교수님은 자신의 안에 내재되어 있는 시간을 조정하고 공부와 살아가는 법도 함께 배워 비빔밥처럼 삶에도 맛이 있다면 '천천히'해야 누린다고 말하고 있는 것 처럼 조금은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지 묻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백양사 가는 길에 버스기사에게 얼마나 걸릴까요 묻자 '금방 간다'는 대답을 듣고 한 시간이 지나 옆에 있는 노인에게 다시 묻자 '다 왔다.라는 대답을 들은 후 1시간이나 더 달려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찾은 식당에서 비빔밥을 시키고 허기에 냉수를 벌컥 마시자 식당 주인이 비빔밥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드시게'는 말을 듣고 한 숱갈을 입에 넣는 순간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맛을 느꼈다고 합니다. 공부와 삶에도 맛이란 게 있다면 모름지기 '천천히'해야 누릴 수 있다고. 사람답게 사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닐진데.
교수님은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하면 냉큼 달려가 붙잡는 것이 인간이다'라고 말합니다. 서울역 앞에서 노숙인에게 과자를 건네던 어린아이, 가게에서 커피를 타주면서 돈을 받을 수 없다던 할머니, 불길을 뚫고 장애인을 구출해낸 강릉의 세 청년 이야기 등 이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배웠다고 말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고전인문학과 영화, 그림, 다양한 책으로 이어가고 있어 흥미를 더해준다.
최고가 되고자 노력하고, 양지만을 바라보고 살아가기에는 너무 힘겹고 행복과는 먼 길이 아닐까요? 교수님의 이야기에서 조금 흠이 있어도 괜찮고 일등만을 추구하는 것이 다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꼬리 그을린 거문고' 이야기는 세상살아가는 법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중국 삼국시대의 유학자 채옹은 음률에 밝았다.
어느 겨울날 그가 강남의 한 여관에서 투숙했을 때의 일이다. 여과 주인이 방을 덥히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었는….
채옹은 잠결에 타다닥거리는 나무 타는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났다. 나무 타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그는 잠옷 차림으로 주인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아궁이에서 막 타오르기 시작하던 커다란 나무 둥치를 꺼냈다.
채옹이 이 나무로 거문고를 만들어 연주했더니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채옹은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거문고에는 옥에 티라 할 흠이 있었다. 한쪽 끝에 불에 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채옹은 못내 아쉬웠지만 그 부분을 깍아내면 틀림없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지 못할 터라 그대로 둘 구밖에 없었다.
더러 사람들이 거문고의 흠을 지적하며 좋은 물건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채옹은 이렇게 말했다.
"이 거문고의 이름은 초미금(초미금), 그러니까 꼬리 그을린 거문고라는 뜻이지. 이 거문고의 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이 흠이 있어서라네."
채옹은 거문고의 결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비로소 아름다운 거문고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어찌 거문고분이겠는가. 사람 또한 그러하다. 자신의 결함이나 상처를 숨길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아름다운 인격에 가까워질 수 있는 법이다.
- 꼬리 그을린 거문고 -
자녀를 두고 있거나 주변 사람들을 바라볼 때 정신이 번쩍 나는 이야기도 있다. <오지 않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마음에 쏙 든다. 학교 축제 기간에 강의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들의 사연은 신종독감에 걸려 친구들에게 옮길까 봐 결석한 학생은 거룩한 학생이고, 학과 대표로 뽑혀 축구 시합에 나가 경기에서 진 학생에게는 축구에 인저리 타임이 있는 것처럼 내 강의에도 인저리 타임이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게임을 하느라 아침에 일어나지 못한 학생에게는 솔직한 학생이라고 칭찬을, 공연티켓에 당첨되어 <레 미제라블> 뮤지컬을 보러 갔다는 학생에게는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병무청 신체검사로 인해 참석하지 못한 학생은 국가가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일등 이야기를 열심히 퍼 나르지만 일등 이야기는 재 없다. 꼴찌 이야기는 사연이 다 다르기 때문에 재미있다. "일등들은 꼴찌들 앞에 겸손해야한다. 그들은 단지 당신들처럼 모든 것을 던지지 않았을 뿐이다. 당신들이 던저버린 것들 중에, 그리고 꼴찌들이 던지지 않은 것 중에, 혹 던지지 말아야 할 무엇이 있는지 어찌 알겠는가"라는 교수님의 이야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조금은 느리게, 흠이 있어도 괜찮고, 돈이 조금 있어도 개의치 않는 삶, 너무도 빠르게만 그리고 많이 얻고자 내 몸에 어울리지 않게 달려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참 좋다. 그래서 고전이 필요하고 좋다는 것을 함께 깨닫게 된다.
남보다 빨리 움직여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능력이 아니다. 장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메아리가 싫다고 큰 소리를 지르면 더 시끄러운 소리로 되돌아오고, 그림자가 싫다고 더 빨리 달리면 그림자도 더 빨리 따라오는 법이다. 삶은 정지한 순간이 많을수록 풍요로워지는 법이다. - 느림에 관하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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