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책에 관한 책은 모두 재미있는데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쓴 책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출판사 편집자들의책은 은근히 많이 나왔고 읽었는데 온라인 서점에서 일하는 분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 것 같다. 책을 내는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저자들이 책이 나오면 판매동향을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온라인 서점의 판매 포인트다. 그래서 판매 포인트 노예라고 하는 모양이다.
종종 궁금했다. 내 책의 판매 동향을 예의 주시(?)해보면 인터넷 서점 MD가 내 책을 50권을 한꺼번에 주문한 경우에 재고가 남는 실패를 하지 않더라. 가끔 50부를 한꺼번에 서점 재고에 넣었는데 판매가 더디면 이 사람 이번엔 실수 하는 것 아닌가라는 동정을 하게 되는데 어쨌든 시간이 조금 지나면 꾸역꾸역 다 팔기는 한다.
인터넷 서점에서 일하는 조선영 작가가 쓴 <책 파는 법>을 읽고 있자니 내 동정이 틀리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겠다. 과연 많이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량주문했는데 생각보다 팔리지 않았을 때 그들은 피가 바싹 마르는 마음 고생을 한다. 세상에 남의 돈을 버는 것 중에 쉬운 일이 없다는 것도 알겠다. 책을 좋아해서 서점 직원이 되었지만 책과 함께 마냥 행복한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책을 내는 입장에서는 내가 쓴 책이 왜 신문 서평 기사가 안 나오는지, 온라인 서점의 대문에 소개되지 않는지 궁금하고 속상하다. 물론 나도 인터넷 서점이유명한 출판사, 저자 위주로 좋은 곳에 배치를 한다고 생각했었다.
<책 파는 법>을 읽다가 1주일에 1,500종의 책이 출간된다는 것을 알고는 한 줄이라도서평기사가 나고, 인터넷 서점에서 MD추천 꼭지라도 실리면 무척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알겠다. 더 끔찍한 사실은 하루에만 200권 이상의 신간이등록된다는 사실이다.
조선영 MD가 생각하는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은 많이 팔리는 책을 쓰고 싶은 작가와 좋은 책을 읽고 싶은 독자에도 좋은 나침반이 될 것 같다. 소개하면이렇다.
1. 얼마나 새롭고 참신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 주는가.
2. 책 읽는 이들에게 생각할 만한 문제를 계속 던져 주는가.
3.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지는가
1번은 지금까지 보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책이고, 2번은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한 쪽 뇌를 사용하게 해주는 책이며 3번은 지금 까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새로운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확대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영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좋은 책과 많이 팔리는 책은 일치 하지 않는다. 많이 팔리는 책이란 결국 사람들의 욕구가 향하는 곳을 집어낸 덕분이다.
독자들도 서점 직원들도 하루에 수백 종이 쏟아지는 책을 모두 꼼꼼하게 고를 수는 없다. 결국 조선영 작가처럼 표지, 제목, 책 소개 자료, 베스트셀러를 낸이력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나도 이런 기준으로 책을 고른다. 개인적으로 표지 디자인과 제목 뽑는 실력도 출판사의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출판사의 책을 고르면 최소한 읽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는 확연히 줄어든다.
그러면 나는 <책 파는 법>을 왜 골랐는가. 우선 유유출판사가 좋은 책을 많이 내는 곳이라는 신뢰와 작가나 출판사가 아닌 소비자에게 직접 책을 파는 입장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직관적이고 명료한 책 제목 때문이었다. 물론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아서 작가로서 그리고 독자로서 귀담아 들을 내용이 많은 책이다.
책을 부담감을 가지고 읽을 필요가 없다는 조선영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독자들도 하루에 200권 중에 두어 권을 골라야 하는 인터넷 서점 MD 처렁 읽었으면 좋겠다. 앞에서 언급한 몇 가지 자료로 후보를 압축해서 정말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책을 구매하고 읽는 방식 말이다.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학교에서 추천하는 책이니까 꼭 읽어야 하는 의무감 이런 것은 버려야 한다. 그러고보니 <책 파는 법>은 제목처럼 파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고 좋은 책을 고르고 책을 읽은 방법을 알려주는 책일 수도 있겠다.
그 밖에 굿즈, 띠지, 작가와의 만남 행사 등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내가 책 읽는 것보다 더 좋아하는 ‘책 주문하기’의 즐거움의 상당수가 조선영 작가와 같은 서점 직원들의 고군분투 덕분이라는 것도 알겠다. <책 파는 법>은 제목을 편협하게 정했다. 이 책 한 권으로 너무나 많은 재미와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형님이 추천하는 걸 보고 읽어 봤는데, 책 자체가 너무 얇아서 놀랐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책입니다.
오늘날 책을 사 본다고 하면 인터넷 서점을 통할 수 밖에 없는데, 인터넷의 특성상 어떤 사람이 그 건너편에 있는지를 알기는 힘들지요. 하기는 서점에 가서 직원한테 직접 돈을 건넨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특히나 인터넷 서점은 그 반대편에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 배치를 하고, 누군가 선택을 하고, 누군가가 주문을 하고 있을 텐데요.
이 책은 그런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 서점 MD가 직접 쓴 직업 소개글입니다. 서점 MD가 뭔지도 몰랐을 저 같은 분을 위해 소개하자면, MD는 merchandiser의 약자라고 합니다. 이 업무는 온라인 만이 아니라 대형서점에서도 비슷한데, 어떤 책을 얼마나 주문할지, 어떤 책을 매대에 (온라인 서점에서는 각 분류별 메인페이지) 올릴지, 어떤 책은 어떤 카테고리로 보낼지, 그외 책을 팔기 위해서는 뭘 해야할지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자리라고 합니다. 책을 팔기 위해서는 뭐라도 하는 자리라 초반에는 구매 담당이 따로 있고 페이지 꾸미는 담당이 따로 있었지만 이런 융합직무가 탄생했고, 북콘서트나 저자 팬싸인회 등의 행사가 유행하면 그걸 기획하고, 요 몇년새는 굿즈를 기획하고, 이런 식으로 진화하는 직무라고 하네요.
우리와 관계 있지만 뭐하는지 모르는 직업들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많이 알려지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한 생각이 좋다는 게 무엇인지 이 책 읽고 다시 새겼다. 이 책은 분량도 적고 가방에도 쏙 들어가서 휴대하기 좋지만, 또 하나의 세계를 보여주는 무게감이 있기도 하다. 이 분야를 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혹은 작가의 일을 생각하고 있다면 좋은 지침서가 되기도 하겠다. 무엇보다 독자에게도 만족스러운 책이 아닐까 한다. 나는 진짜, 궁금했거든. ^^
독자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한다는 온라인 서점 엠디. 나는 진짜 단순하게 생각했다. 작가는 글을 쓰고, 출판사는 그 글을 책으로 만들고, 서점은 그 책을 판다. 이렇게 생각하면 단순한 과정으로 보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거. 글을 쓰는 것도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일 테다. 출판사가 책을 만드는 일도 참으로 복잡한 과정이 있었다. 서점에서 책을 파는 일 역시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홈쇼핑의 뒷이야기를 들으면서 엠디의 고단한 업무를 본 적이 있는데, 서점의 엠디도 마찬가지였다. 출간된 책만 파는 게 아니었다. 물론 기본 중의 기본은 책을 파는 일이겠지만, 독자가 책을 주문하고 서점에서 판매하는 단순 과정이 아니었다는 거다. 특히 요즘에는 책‘만’ 파는 게 아닌 곳이 바로 온라인 서점 아니었던가.
엠디. 그들의 업무도 다양했다. 특히 오전 8시에 업무를 시작한다고 해서 놀라기도 했다. 누구나 비슷하게 9시에 일을 시작하는 게 당연한 거로 알았기에, 온라인 서점의 고객센터도 9시부터 전화 연결이 되었기에 말이다. (문의 사항 있으면 시계 보면서 전화기에 번호 누르고 9시가 되기를 기다리는 게 습관이 되었음. 시간 잘못 맞추면 상담 연결 바로 안 되어서 화가 나기도 했기에) 그런데 8시에 업무를 시작한단다. 고객이 주문한 책과 재고 확인은 물론 출판사 발주까지 마무리해야 오전이 끝난다. 이들의 일은 대부분 전화 통화로 이루어지고 만나야 할 사람, 해결해야 할 회의도 많다.
아, 무슨 책 파는 일이 이렇게 복잡한가 싶었다. 거기에 요즘에는 서점에서 책만 파는 게 아니지 않은가?! 굿즈를 샀더니 책이 따라왔다는 말, 낯설지 않다. 아, 나 정말 이런 얘기 굳이 하고 싶지 않았는데, 한때 온라인 서점에서 주는 컵에 미쳐서 책을 정말 많이 샀다. 읽고 싶어서? 아니, 컵 받고 싶어서. 근데 받고 보니 또 아까워서 컵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했다. 상자 포장 그대로 아껴두고 쌓아두고 있던 게 10년이 넘었고, 엄마가 맨날 내다 버리라고 하실 때마다 이 귀한 것을 왜 버리라고 하느냐며 싸우고, 근데 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애물단지 아니겠나. 그랬다. 나는 이 컵들을 바라보고 모셔두기만 했다. 그러다가 엄마랑 싸우기를 몇 년. 이번에 이사하면서 그 컵을 죄다 가지고 와서 잘 쓰고 있다. 맞다. 컵은 무언가를 따라 마시면서 사용해야 그 의미가 있다. 그렇게 나는 10년도 훨씬 넘은 컵을 이제야 사용하고 있다. 아직도 튼튼하다. 아마도 깨질 때까지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처음부터 엠디의 업무가 이런 건 아니었을 거다. 온라인 서점이 처음 생기면서 편집자라는 이름으로 일을 시작했다는 저자. 저자의 설명을 들으면 그 당시에 엠디로 일하는 건 지금보다 입사 구멍이 좀 넓었던 것 같다. 이력서와 도서 리뷰 몇 편으로 심사했다고 한다. 온라인 서점의 시작은 독자인 나에게도 눈이 확 뜨이는 판매점이었다. 시골에 살면서 서점 찾기도 어렵고, 서점에서 모든 책을 다 파는 것도 아니었고, 게다가 할인해서 판매해주는 곳이니 얼마나 좋았던가. 무료배송이 할인해주는 책을 파는 곳이 생겼다는 건 책이 있어야 하는 이들에게 단비 같았을 거다. 그런 시장에서 책을 판매하는 이들의 업무가 점점 확장되었던 건 온라인 서점의 역할이 달라지면서부터다. 그리고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온라인 서점과 독자 역시 마음 자세를 바꾸어야 했다. 일정 부분 이상의 할인은 금지되었고, 우리가 목숨 걸고 사수하고 싶었던 공짜 굿즈도 이제는 돈을 지급해야만 내 것이 된다. 경품의 규모도 같이 변했으니, 아, 슬프고 슬픈 일이다.
무엇보다 온라인 서점의 메인 화면에 보이는 책 추천 카테고리. 나도 한 번씩 클릭해보고 들어가 보는 곳이다. 새로 나온 책, 오늘의 책, 베스트셀러, 거기에 로그인까지 한 상태라면 개인 맞춤형 추천까지 해주는(아마도 이건 AI?) 정도이니 어느 정도는 만족스럽다. (이 맞춤형 추천이 100% 내 취향은 아님) 암튼, 이렇게 주기적으로 바뀌는 화면을 만드는 이도 엠디라고 한다. 이런 것까지 하나 싶을 정도로 나는 엠디의 업무를 간단히 여겼다. 말 그대로, 책을 팔기 위해 뭐든 다 하는 사람이 되어 그 공간에 파묻힌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출판사 편집자를 만나고, 새로 나온 책을 읽고, 책을 팔기 위한 전략에 빠져든다. 굿즈를 위한 시장조사와 회의를 하거나, 신간의 매출을 위해 추천 리뷰도 작성해야 한다. 책을 많이 팔기 위한 온갖 이벤트 기획 역시 엠디의 몫이다. 수많은 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그들의 일이기도 하지만, 눈곱만큼이라도 책이 좋아서 뛰어든 곳일지도 모르지만, 그들 역시 경쟁이라는 시장 원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엠디의 많은 역할을 내가 다 적지는 못하겠다. 너무 많아. 많아도 너무 많아. 누군들, 자기 일이 단순하거나 쉽지는 않을 테다. 그런데 온라인 서점 엠디의 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많아서, 그저 책이 좋다고 읽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은 감히 엄두를 낼 수조차 없을 정도로 고단해 보였다. 그래도 좋으니까 하는 거겠지? 그들의 업무 중에서 나는 이게 정말 궁금했는데, 그 많은 책을 다 읽고 소개하는 걸까 싶었다. 비록 소개하지는 못하더라도 많은 책을 접해야 그들의 안목도 넓어지고 세상에 이런 책이 있다는 걸 알아야 책을 걸러내는 역할도 할 것인데, 도대체 그 많은 책을 언제 읽느냐 하는 거였다. 그 비밀은 정말 간단했다. 저자가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에 맞게 책을 골라서 소개해주는 것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 책을 실제 출간된 책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내가 지금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한다고 해서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기 생각을 말하고, 책을 꾸며내면서, 자기 이야기를 하면 된다. (아하. 끄덕끄덕) 세상의 책을 다 읽을 수는 없고, 부득이하게 읽지 않은 책(읽다가 만 책)을 이야기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이 방법도 꽤 유용하다. (나도 이런 적 있음. ㅠㅠ)
어쩌면 남녀노소 모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세상과 소통하는 이 시대에, 종이책을 팔고 있다는 것만큼 아날로그적인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비록 우리의 서점은 웹 속에 존재하지만, 이 모니터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않으려고 한다. 비록 우리와 고객과의 만남은 온라인에서 이뤄지지만, 책을 통해 이뤄지는 행복과 경험은 분명 우리에게도 도달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의 일은 실재하는 사람이 만나는 일이다. (169페이지)
읽다가 보면 엠디의 영역이 어디까지인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사실 그 영역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 되었다. 지금 그들이 하는 일도 어쩌면 내일 달라질지도 모른다. 내일 또 책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변화하는 시장에 맞게 엠디도 독자도 변화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소개 글의 한 문장처럼, 엠디의 하루가 고달플수록 독자의 만족도는 올라간다. 엠디와 독자가 서로 눈에 보이는 존재는 아니지만, 온라인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서로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 책을 팔고 책을 사는 위치에서 서로가 원하는 걸 위해, 만족하기 위해 존재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 서점을 이용했다. 아마 온라인 서점의 시작과 거의 같은 시기에 나도 온라인 서점 이용자가 되었을 거다. 내 기억이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이용자로 온라인 서점을 겪어온 나의 시간과 온라인 서점 엠디로 살아온 저자의 시간이 비슷할 것 같다. 그 시간 동안 온라인 서점의 변화를 똑같이 보아왔으리라. 그 변화 속에서 만족한 것도 있고 불편한 것도 있다. 그래도 매 순간 독자가 요구하는 것을 새기고 반영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저자의 글로 보인다. 물론 그 노력은 책을 팔기 위한 궁극적인 임무와 목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대상인 독자의 만족도를 위한 일이라는 것도 맞다. ‘내돈내산’의 만족을 위한 독자의 요구는 아마도 계속되겠지. 그렇기에 독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도 엠디의 일이겠지. 고단하고 힘들겠지만, 책을 매개로 한 당신과 나 사이의 만족도를 위해 계속 애써주기를. (미안합니다. 역시 저도 책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이기에, ‘내돈내산’ 책의 만족을 항상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독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부디 책 읽는 것을 부담스러운 활동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거다. 사람들은 ‘책 좀 봐야 하는데’ 하는 말을 습관처럼 하고 ‘책을 읽으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도 심심찮게 한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면서 정작 책에 대한 기억은 방학 내내 추천도서 목록을 읽고 독후감 몇 편을 써냈던 선에 멈추어 있다면 어찌 독서가 행복할 수 있을까? 어찌 독서에 가까워질 수 있겠는가? 모름지기 책을 읽는 것은 의무나 책임이 아니라 아무 부담 없이, 그저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 이 생각은 서점에서 일하기 전이나 일하고 있는 지금이나 변함없다. (73페이지)
책을 가까이하면서도 다 알지 못했던 하나의 세상을 본 것 같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다 알지 못한다. 병원에 수없이 드나들면서도 의료진의 입장을 다 알 수 없던 것처럼, 책으로 엮인 세상 역시 마찬가지다. 전에 읽었던 출판 관련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일상이 된 온라인 서점 속 엠디의 세상도 재밌다. 일로 보면 그저 자기 밥벌이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독자로 살면서 책을 파는 공간의 이야기도 즐거웠다. 이런 이야기, 우리가 직접 부딪히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세상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자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