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생 때 엄마 손에 이끌려 종종 목욕탕에 가곤 했다. 당시 우리 집은 샤워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제대로 된 목욕을 하려면 대중목욕탕을 이용해야만 했다. 목욕탕 하면 다른 사람에게 벗은 몸을 보이기가 너무나 부끄러워 쭈뼛거리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무도 내 몸에 관심이 없음을 알면서도 어찌나 민망하던지.. (사실 지금도 부끄럽기는 매한가지이다. 내
나는 초등학생 때 엄마 손에 이끌려 종종 목욕탕에 가곤 했다. 당시 우리 집은 샤워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제대로 된 목욕을 하려면 대중목욕탕을 이용해야만 했다.
목욕탕 하면 다른 사람에게 벗은 몸을 보이기가 너무나 부끄러워 쭈뼛거리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무도 내 몸에 관심이 없음을 알면서도 어찌나 민망하던지.. (사실 지금도 부끄럽기는 매한가지이다. 내가 지금도 목욕탕을 선뜻 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
스스로 때를 밀기에는 아직 야무지지 못했던 나는 결국 엄마 손에 몸을 맡겨야만 했고 여렸던 나의 살갗은 곧 빨개졌다. 내가 때를 민 것도 아니고 그저 가만히 앉아있었던 것 뿐인데도 목욕을 마치고 나면 참 이상하게 진이 쏙 빠졌다. 그렇게 따뜻한 물에 팅팅 불어 몽롱해진 정신과 엄마의 열정적인 때밀이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나는 늘 들어갈 때 보다 훨씬 더 지친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가곤 했다. 남들은 목욕탕 다녀오면 그렇게 개운하고 상쾌하다던데.. 쩝..
그 이후 샤워하기 좀 더 나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엄마 말에 제법 반항(?)도 하는 나이가 되어서부터는 목욕탕을 가지 않았다. 그래도 이상하리만치 목욕탕에 대한 궁금증은 갖고 있어서, 올해만 해도 목욕탕에 대한 책을 두 권이나 읽었다.
이 책은 목욕탕을 너무나 사랑한 저자가 그리고 쓴 귀여운 에세이다. 도서관 신착 코너에 있는데 앙증맞은 크기와 귀여운 그림이 눈에 들어와 얼른 집어왔다. 미처 몰랐던 목욕탕의 신문물들 (예를 들어 때밀어주는 기계!!) 도 알 수 있었고 목욕탕을 좀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저자만의 깨알팁들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그림도 간결하면서도 포인트가 살아있다 ㅋ 목욕탕을 얼마나 좋아하면 이런 귀여운 책을 다 썼을까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목욕탕 매니아들이 한 번쯤 읽으면 폭풍 공감할 듯 하다. 목욕탕에 가고 싶어도 용기가 나지 않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간접경험의 즐거움을 선물해준다. 이 책 덕분에 목욕탕에 대한 옛 추억도 떠올릴 수 있었다. 다음 작품으로 찜질방에 대한 책을 구상중이신 것 같은데, 그 책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