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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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리뷰 총점 9.1 (2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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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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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정서적으로 잘 와닿는 추리소설을 만난다./나비클럽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j****3 | 2021.01.02 리뷰제목
들어가기   한국 추리소설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바로 황금펜상 수상작품들과의 만남이다. 이 작품들은 1년에 한 번씩 가장 영향력이 있고, 많은 성과를 거둔 추리소설을 뽑아 시상하는 행사에 선정된 것들이다. 그러기에 한국 추리소설 문학을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번의 책은 2020년 황금펜상 수상작품 황세연의 <흉가>를 뽑으면서 지난 작품들을 한꺼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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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소설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바로 황금펜상 수상작품들과의 만남이다. 이 작품들은 1년에 한 번씩 가장 영향력이 있고, 많은 성과를 거둔 추리소설을 뽑아 시상하는 행사에 선정된 것들이다. 그러기에 한국 추리소설 문학을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번의 책은 2020년 황금펜상 수상작품 황세연의 흉가를 뽑으면서 지난 작품들을 한꺼번에 묶어 책으로 엮었다. 근래 14년간의 수상 작품 12편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어 무척 흥분되는 책이다. 오늘 우리 추리소설문학이 어디까지 왔나 하는 것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추리소설을 무척 좋아한다. 이때까지 서구나 일본의 추리소설들은 많이 접했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우리와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그러기에 추리의 영역에서 쉽게 적응되지 않는 부분도 감안하며 읽어야 했다. 문화가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니 그들의 생각과 행동이 우리들이 추리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작가들에 의해 이런 추리의 글들이 써진다는 것은 별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가치관을, 윤리를, 사회를, 문화를 같이 공유한 작가들의 생각과 이야기의 감춤은 충분히 공감하면서 따라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황금펜상을 통해 행복한 독서를 할 수 있는 내용을 제공받고 있는 것이다.

 

내용

 

젊은 부부가 낡은 집에 이사를 온다. 재개발을 해야 할 듯한 낡은 집이다. 파란 대문으로 이루어진 낡은 집, 어린 아이와 3명이다. 부부는 만날 때 술에 절어 쓰러진 여자를 남자가 구하면서 인연이 맺어진 것으로 그려진다. 남자는 추리소설을 쓰는 사람이고 여자는 인터넷 로맨스 소설을 쓰는 사람이다. 여자가 고집을 해 그 집을 사게 되고, 누추한 집에 들어와 살게 된다. 남자는 집에서 잘 때 가위 눌리는 꿈을 꾸게 된다. 아이의 그림에도 남자가 꾼 꿈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천정에서 여자 머리카락이 내려오고 동공이 없는 얼굴이 나온다. 남자는 공포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서 집을 수리할 생각을 한다. 한편 남자가 집에 있을 때 집을 기웃거리는 늙은 사람이 있다. 이 근처에서 살았다고 했다. 그래서 남자는 그 늙은 사람에게 이 집에서 전에 산사람에 대해 묻는다. 젊은 부부가 살았는데 어디로 갔는지 실종이 되고 빈 집으로 있다는 애기를 들려준다. 그 사이에 경찰들이, 식구들이 그들을 찾는다고 집과 방을 헤집었다고 말한다. 남자는 그래서 집이 이렇게 험하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집을 새로 고치기 위해 식구들은 집을 일단 비운다. 근처에 가족이 며칠 머물 수 있는 곳으로 옮기고, 집안 청소를 하며 도배까지 하기로 했다. 천정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더러운 것이 너무 많이 나와 애를 먹으면서 닦아 내었다. 그리고 옥상에 문제가 있을까 하여 방수처리를 했다. 마르면 도배와 방수처리 다시 한 번 입히면 된다.

 

잠시 머물고 있는 곳에서 자고 있는데 비가 왔다. 남자는 집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집으로 가보았다. 그런데 집에 볼이 켜져 있고 열어 놓았던 문에 모두 닫혀 있는 것이 아닌가. 남자는 놀라면서 마당에서 손에 잡히는 삽을 들고 불이 켜진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니 집을 기웃거렸던 늙은 사람이 그곳에 있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자신의 아들을 어떻게 했느냐고 달려든다. 자신과 아내가 공모하여 자신의 아들을 죽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구를 들고 휘두른다. 남자가 피하자 그 휘두른 도구가 늙은이의 목을 강타했다. 늙은이는 자신이 휘두른 것에 맞아 죽어 버렸다. 남자는 난감했다. 자신이 바로 범인으로 몰릴 상황이었다. 갖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알리바이를 위해 노인의 옷을 입고 주변에 있는 CCTV에 흔적을 남기며 바닷가로 간다. 그곳에서 노인의 옷을 벗어 바다에 버리고,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고 집에 온다. 그리고 방에 있는 시체를 어떻게 할까 궁리한다. 결국 조사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으로 수채구덩이 옆으로 땅을 파 옆집 시멘트 밑에 묻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일을 진행한다. 땅을 파다 비닐에 든 무엇을 발견한다. 남자와 여자의 시신이다. 그제야 이 집에서 사라졌다고 하던 젊은 부부가 여기에 묻혀 있구나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것에 마음을 쓸 겨를 이 없다. 그 공간 옆에 조금의 공간을 더 만들어 노인의 시신을 밀어 넣는다. 그리고 그곳에 수국을 원래 상태대로 단단하게 심어 놓는다.

 

며칠 지날 때까지 아무 일이 없다. 방에 도배도 다 했고, 옥상도 방수처리를 잘 했다. 그렇게 조용하다 싶을 때 남자가 여자에게 말한다. 우리 이사 가자고.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그리고 일의 자초지종을 얘기한다. 그러니 아내가 울면서 말한다. 자기는 가족을 지키고 싶었다고, 아이를 지키고 싶었다고. 그래서 이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이 집에는 과거에 아내의 언니와 형부가 동거하고 있었고, 자신이 얹혀살고 있었다. 형부는 술만 먹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하루는 술을 먹고 들어온 형부가 자신에게 덤벼들었다. 그것을 언니가 보고 사람이냐고 욕을 하니까 상패로 언니의 머리를 내리쳤다. 자신은 언니를 구하기 위해 칼로 형부를 찌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죽었다. 그리고 희망 없는 삶을 살고 있을 때 남자를 만났다. 아이가 생기고 가정을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이 집을 구매할 생각을 하고, 개발이 이루어지기 전에 시신들을 자기 혼자 몰래 처리하려고 했다는 얘기다. 결국 시신이 3구 묻혀 있게 되고, 그들은 은밀한 비밀을 지니게 되었다. 그 후 이사를 하면서 묵은 지 3통을 옮긴다는 구실로 이삿짐센터에 그들을 옮기게 하면서, 자신들의 새로운 집으로 옮겨 묻었다. 호적을 정리하면서 여자는 지문 감식이 되지 않아 남자를 부르고 난 뒤 호적 정리를 할 수 있었다. - 흉가 황세언-2020>

 

국선 변호사-그 해 여름(2007) (김유철)

http://blog.yes24.com/document/13544073

 

무는 남자>(2010) (박하익)

http://blog.yes24.com/document/13547949

 

스탠리 밀그램의 법칙(2011) (황세연)

http://blog.yes24.com/document/13551399

 

아이의 뼈(2012) (송시우)

http://blog.yes24.com/document/13556937

 

이순신 장군이 머문 군영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통해 당시를 알리고자 하는 글이다. 이순신 장군은 나라를 위해 그렇게 애를 썼는데도 불구하고 감옥에 갇히고, 백의종군까지 하게 된다. 그가 다시 남해로 내려왔을 때는 그 장엄하던 해상 세력을 다 잃고 배 12척만 남았다. 이순신 장군은 그 배로 서해로 나아가려던 일본 군단을 명량 해전에서 막는다. 그리고 해상권을 다시 장악한다. 하지만 군사와 물자에 한계가 있고, 일본 수군과 상대하기 위해선 계략을 세우지 않을 수가 없다. 진영을 보화도로 이동을 하고, 배를 건조하면서 군사들도 보충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 상황 속에서 군영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다. 이것을 통해 당시 군영과 백성들의 삶을 나타내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 있다.

 

해남 현에서 유현감이 군영에 찾아온다. 식량 등을 제공하기 위한 방문이다. 허 군관이 따라온다. 그런데 허 군관이 살해된다. 그 사건을 통제사(이순신)는 만호에게 맡긴다. 만호는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시신이 두개골을 맞아 죽었고, 아궁이에서 무엇을 찾는 모양을 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목격자의 진술로 범인은 키가 컸고, 왼손을 사용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마음속에 둔다. 마음에 둔 사람은 바로 유현감이다. 하지만 통제사의 충고로 자신이 시기심으로 진실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올바른 조사로 들어간다.

 

진눈깨비, 속치마, 염부 등의 재료를 이용해 추리를 한다. 그리고 처녀의 아버지 염부 박수일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그리고 자백을 받으며 사건을 해결한다. 개요는 처녀가 날씨를 알아맞히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고 소문이 났다. 그래서 계획을 짜기 위해 군관들이 그녀에게 일기를 묻는 일이 자주 있게 된다. 헌데 그 여인이 신통력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니고 소금 끼가 있는 자루로 옷을 만들어 입다보니 물기가 있으면 속옷이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게 된다. 그래서 속옷이 축축하면 비가 오는구나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이 신통력이 있는 것처럼 비친 것이다. 이것을 허 군관이 알고 협박을 하게 되고, 정조를 위협하는 일도 벌어진다. 그러던 차에 마침군영에 온 허 군관이 솜을 가져와 처녀에게 집착하고 이에 처녀의 아버지는 허 군관을 죽이기로 마음을 먹는다. 처녀의 아비는 처녀를 시켜 그를 불러낸다. 군관이 행한 악이 그를 죽게 만든 것이다. 이를 슬기롭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통제사는 얘기한다. 살인을 그냥 둘 수는 없으되 민중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쪽으로 처리가 가닥이 잡힌다. 시대가 다르고 사상이 다르지만 사람이 사는 곳에는 사람의 비슷한 삶이 있다. 조선 시대 살인 사건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해 볼 수 있고, 추리하는 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 보화도(2013) (조동신)

 

여자 아이가 납치됐다. 아이의 집에서는 경찰서에 날마다 찾아와 빨리 아이를 찾아내라고 울부짖는다. 준영과 원식은 수사관으로 죽을 맛이다. 사건의 흔적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건은 제네시스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여자아이(서연)가 내려 엘리베이터로 가고 뒤이어 여자가 내린다. 그 주차된 차 뒤에서 남자가 뛰쳐나온다. 여자에게 말을 건넨다. CCTV는 교묘하게 피한다. 여자는 말을 들을 여지도 없다는 듯이 피해 간다. 남자는 그 여자를 쇠파이프를 가지고 뒤쫓는다. 여자를 따라잡은 남자는 사정없이 여자를 강타한다. 여자가 아무 반응이 없자 남자는 출입문 쪽으로 간다. 잠시 후 축 늘어진 아이를 짊어진 남자가 출입문에 나타난다. 피투성이가 된 여자의 얼굴을 발로 건드려 보더니 차량을 가지고 사라진다.

 

그리고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런 연락이 없다. 납치인데 무엇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연락이 단절된다. 수사실에서도 장기화 조짐을 느끼며 답답해한다. 그러다 도주에 이용된 차가 후미진 곳에서 발견된다. 원한 관계의 납치라고 생각하나 가족들이 원한을 산 일이 없다. 아이의 부모도, 구타를 당한 할머니도 원한 관계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다 차량이 발견된 곳의 복덕방에서 20여 년 전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이의 가족이 이곳에서 돈가스 파티라는 가게를 했는데, 장사가 잘 되었다. 그런데 강남으로 진출해 지금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옮길 때 문제가 조금 있었다. 당시 할머니의 아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한 아이를 집단으로 괴롭히다가 죽이는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재판하는 과정 속에서 합의가 되지 않고 원수가 지는 일이 발생한다. 그 과정 속에서 할머니의 냉랭함은 죽은 아이의 부모에게 큰 상처가 된다. 그것이 원인이 되어 죽은 아이의 엄마도 세상을 떠난다. 아빠 혼자만 남게 된다. 그런 사연이 있음을 경찰이 확인하다. 그리고 그 남자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새로 구해진 집을 급습한다. 결과적으로 그 집에서 납치된 딸(서연)이 살아 있는 것을 만나게 된다.

 

남자는 모든 것을 잊기 위해 노력을 한다. 아이와 아내를 잃고 혼자서 그럭저럭 살아간다. 그러면서 모임의 연락책이 되어 나름의 생활을 해나간다. 그 모임에서 일본 온천 여행을 계획하고 조사를 해나간다. 그러다 어떤 온천 소개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식을 죽인 원흉의 가족들이 온천을 배경으로 찍은, 단란하게 살고 있는 사진을 목격한다. 한편 자신은 암으로 시한부 인생의 선고를 받는다. 그러면서 범행을 계획한다. 원수들도 아픈 마음이 되어봐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집도 새로 구하고 아이를 납치한 것이다. 아이는 대화가 잘 되었는지 남자의 집에서 오히려 남자를 병간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자는 시간이 되면 아이를 집에 보내주려는 생각을 한다. 아이의 할머니는 다행히 죽지 않고 병원에서 깨어난다. 아이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남자는 죽는다. 그러면서 사건이 일단락된다. 학창시절의 치기어린 행위가 타인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정말 학교폭력은 경계해야 할 일이라 여겨진다.

 

범인에게 동정이 가는 이야기를 읽었다. 학창 시절의 일탈이 얼마나 타인에게 상처가 되는가를 읽을 수 있었다. 무심코 던지는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다. 자신이 행하는 사소한 일들이 타인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는가를 생각하는 삶이 되어야 하겠다. 가슴 아픈 이야기다. 아이와 범인의 관계가 신묘하다. -각인(2014) (홍성호)

   

치매 끼가 있는 할머니가 사는 집에 교도소에서 출소한 아들이 온다. 아들은 할머니를 모시고 살아간다. 그것이 옆집들에도 소통이 이루어지고 아들이 돌아왔다고 인지한다. 그 집에서 가끔씩 할머니가 아들을 낯선 사람 취급을 하면서 놀라 뛰쳐나오기도 한다. 옆집에서 그것이 치매 때문에 그렇다고 인정을 한다. 아들은 그 일들을 무마하면서 엄마가 숨겨 놓은 돈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돈만 찾으면 떠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집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아들이 돌아온 지 2달 즈음이다. 한 남자가 술이 거나하게 되어 집에 들어온다. 그리고 아들을 보고 놀라며 죽이려 한다. 아들이 피하자 할머니를 두들겨 팬다. 그러면서 돈을 내어 놓으라고 막말을 한다. 할머니를 죽일 것 같다. 아들은 부엌에서 식칼을 든다. 그리고 남자의 뒤로 간다. 할머니와 눈이 마주 친다. 할머니는 안 된다고 고개를 돌이질 한다. 그러나 아들은 남자의 등으로부터 칼을 꽂아 넣는다. 남자는 쓰러지고, 할머니는 그렇게 찾아도 없던 돈(오만 원 권 약- 5천만 원)을 아들에게 건네며 빨리 도망가라고 한다. 아들은 그 돈을 가지고 여수 근처의 작은 마을로 내려와 살고 있다. 경찰이 아직도 자신을 찾지 않는 것을 보면서 마을에 녹아들고 있다.

 

그런데 경찰이 조사를 하면서 반전이 일어난다. 죽은 이가 할머니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아들 행세를 한 사내가 끼어들었다는 것이다. 사내가 교도소에서 남자가 자신의 어머니는 치매가 있는데 돈을 현금으로 숨겨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그것을 옆에서 듣는다. 그리고 나가서 그것을 이용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교도소에서 먼저 나온 사내는 그 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어두울 때 자신에게 아들로 오인하고 안겨오는 할머니와 돈을 찾을 때까지 동행을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치매가 있다는 것은 주변에서 다 아니까 할머니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은 치매 때문에 그렇다고 모두 인식을 한다. 아들 행세를 하기에 어렵지가 않다. 그러면서 할머니에 대해 정도 느낀다. 그런 아들 행세를 하던 중, 실제 아들이 형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조금 일찍 나온다. 사내보다 2달 후에 나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술 한 잔을 걸치고 엄마의 집을 찾았고, 행패를 부리다 죽음을 맞은 것이다.

 

경찰은 사내의 소재를 파악하고 그를 잡는다. 사내는 잡혀 감옥에 들어가 있으면서 이상한 사실을 안다. 사건 현장이 자신의 생각과 완전히 다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듣는다. 즉 아들을 죽인 것은 할머니고 할머니는 정신이 깨어나서 자신이 아들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목을 매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사건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를 생각해 보는 독백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되고 있다. 자신은 할머니 집에 들어가 아들 노릇을 한 것은 맞지만 아들이 오기 전에 집을 나갔다고 말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할머니의 오락가락한 정신을 돌아보고 있다. 사내가 남자를 찌를 때, 사내에게 돈을 주면서 떠나라고 할 때, 사내에게 이제 정신을 차리고 나쁜 짓을 하지 말라고 할 때 정신은 온전하셨다고. 그리고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서 놀라 나갔을 때, 이웃들은 정신이 나갔다고 오해를 할 때 정신이 온전하게 돌아온 때였다고. 사내는 그 할머니의 모습에서 온기를 느끼는 자가 되는 듯하다. 할머니가 살인현장을 모두 정리해 놓고 자신을 범인으로 만들어 놓은 내용을 통해서. 엽기적이기도 하고 놀라운 반전을 보이는 소설이다. 이런 경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개연성이 있는 얘기일까? 하지만 피붙이보다 이웃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때도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놀라운 설정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다.

 

멀리 살고 있는 피붙이보다 가까이 살고 있는 이웃이 낫다는 말을 한다. 옆에서 지켜주고 돌봐주는 사내에게 할머니가 정을 느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자식이 너무 악하니까 죽이지 말라고 하다가도 죽고 난 후는 이 사내를 살리겠다는 생각을 한 할머니의 마음이 읽힌다. 바로 사랑이다. 자신이 모든 것을 안고 가고 사내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사내는 자신의 버릇을 버리진 못하고 있다.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생각하기 이전에 자신의 살 궁리를 한다. ‘세상이 그런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할머니의 귀한 마음이 안타깝다. -낯선 아들(2015) (공민철)

 

이 외에도 공민철의 유일한 범인(2016), 한이의 귀양다리(2017). 정가일의 소나기(2018), 조동신의 일각수의 뿔(2019) 작품들이 더 있다. 14년의 수상작들을 모아 놓았다. 한국에도 이렇게 추리 영역의 대단한 작품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단지 작가의 저변확대가 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14년 동안 2번이나 수상한 작가들이 많이 있다. 황세연, 공민철, 조동신 작가들이다. 많은 작가들이 도전을 하고 있을 이 황금펜상인데, 14년 만에 동일작가가 2번씩이나 수상한다는 것은 조금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작가보다는 작품을 중심으로 시상하는 것이기에 문제는 없다.

 

나오기

 

앞으로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추리 영역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독자들이 독서에 흥미를 붙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작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추리소설 영역은 긴장과 흥미, 그리고 스스로의 진지한 사고의 발전, 깨달음 등으로 나아가는 장르다. 이 장르는 독자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이런 추리 문학의 영역이 활성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책과 가까워지는 기회가 제공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즐거운 삶의 한 부분이 되었으면 한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무척이나 고맙고, 기꺼운 마음이 되었다. 그것은 한국의 추리문학이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예스24) 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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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수상 추리작가들을 만난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4 | 2021.03.12 리뷰제목
이번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은 2007년부터 2020년까지 황금펜상을 수상한 열두 편의 작품을 모두 모은 특별판이다. 지난 14년간 한국 추리소설이 어떻게 진화하며 다양해졌는지 증명하고 있으며, 추리소설이기에 선사할 수 있는 긴장감과 몰입감을 최고의 수준에서 보여주고 있다. 한국 추리소설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리라고 본다. 2021년부
리뷰제목

 

이번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2007년부터 2020년까지 황금펜상을 수상한 열두 편의 작품을 모두 모은 특별판이다. 지난 14년간 한국 추리소설이 어떻게 진화하며 다양해졌는지 증명하고 있으며, 추리소설이기에 선사할 수 있는 긴장감과 몰입감을 최고의 수준에서 보여주고 있다. 한국 추리소설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리라고 본다. 2021년부터는 매년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을 펴낼 예정으로, 한국 추리 독자들의 뜨거운 성원과 엄정한 비판을 기다린다.

 

202014회 수상작 황세연 흉가

 

재개발을 노리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가족은 첫날부터 불길하고 음습한 사건에 휘말리고, 설상가상으로 집 주변을 배회하는 수상한 인물까지 나타나 불안에 떤다. 외부에서 침습한 공포는 단단한 것 같았던 가족을 위협하고, 미세하게 잠재되어 있던 균열을 파고들어 틈을 넓힌다. 급기야 우발적인 살인과 시체를 은폐하려는 노력은 보금자리라고 믿었던 곳이 흉가나 다름없었다는 폭력적인 현실을 마주하게 만든다. 집이 가족을 상징하는 시대가 아니라, 재테크의 수단으로만 기능하는 현대인의 민낯을 블랙코미디에 얹어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20071회 수상작 김유철 국선 변호사 - 그해 여름

 

애인의 살인을 자백한 젊은 현직 경찰관. 검찰과 경찰은 진상을 규명하는 것보다는 자백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사건을 덮기를 원하지만, 국선 변호를 맡은 중년의 변호사는 뭔가 미심쩍음을 느끼고 내막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단편이지만 사건의 진상을 찾는 과정이 꼼꼼하게 묘사되어 있고, 도덕적인 딜레마에 직면한 등장인물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절제된 문장으로 밀도 있게 묘사되어 있다. 사회파 미스터리에 해당하는 이 단편의 등장인물들은 학생도 사회인도 아닌 현장실습생의 문제를 다룬 24에 다시 등장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파헤치고 있다.

 

20104회 수상작 박하익 무는 남자

 

수상작으로 선정될 당시만 해도 한국 추리소설에서는 그다지 찾아보기 어려웠던 학원 미스터리인 이 작품은, 발랄한 여고생들의 통통 튀는 대화 등 경쾌한 분위기 아래 사학 비리라는 묵직한 주제를 깔고 있다. 2018년 실제로 발생한 모 사립여고의 시험지 유출 사건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비슷한 상황을 모티브로 삼고 있어 사회 고발적인 측변도 갖고 있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도입부의 상황(여고생만 골라서 무는 남자), 탐정의 등장(채율과 여고생들의 무는 남자 수사대의 결성), 사건 해결(비정상적으로 보였던 무는 남자의 동기에 대한 논리적 해명) 등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문법을 십분 활용한 수작이다. 이후 단편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은 두 편의 선암여고 탐정단시리즈로 발전했다.

 

20115회 수상작 황세연 스탠리 밀그램의 법칙

 

스탠리 밀그램의 ‘6단계 분리 법칙은 인류 대다수가 6단계만 거치면 모두 연결된다는 뜻에서 작은 세계 현상이라고도 불린다. 황세연의 이 작품은 묻지마 살인 사건에 사랑하는 외동딸을 잃은 아버지가, 살인자가 된 중학생 소년의 인생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을 찾아내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조사를 의뢰하는 것으로 도입부를 시작하고 있다. 그렇게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사건의 연쇄는 충격적인 결말로 이어진다. 비극적인 죽음으로 이어진 사건의 연쇄가 얼마나 작은 일탈로 인해 시작되는지 아이러니컬하다.

 

20126회 수상작 송시우 아이의 뼈

 

송시우는 여러 편의 장·단편에서 죽음과 상실이라는 주제를 깊이있게 천착하고 있다. 20년 전 어린 딸을 잃은 노파, 그리고 딸을 죽인 혐의를 가진 죄수, 이 두 사람 사이에 딸의 유해를 담보로 일종의 거래가 이루어진다. 둘 사이의 중재를 맡은 제3자인 변호사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이야기여서 독자는 많은 부분을 논리적 추리(혹은 상상)에 의해 사건 전개를 파악해야만 하는데, 그것이 오히려 더 적극적인 몰입을 요구하고 있다. 결정적인 부재의 확인(아이의 뼈)을 통해서만 비로소 상실(혹은 애도)로 넘어갈 수 있는 모정이 눈물겹지만, 시종일관 차분함과 냉정함을 잃지 않는 작가의 목소리가 격정적 이야기와 대비되며 먹먹한 감동을 준다.

 

20137회 수상작 조동신 보화도, 201913회 수상작 일각수의 뿔

 

조동신은 데뷔 이래 이른바 퍼즐 미스터리에 거의 전념하다시피 하는 작가로, 보화도는 임진왜란 당시의 16세기 말의 조선, 일각수의 뿔CCTV와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21세기를 배경으로, 각각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탐정 역할을 맡은 인물들이 충실하게 논리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역사 미스터리와 코지 미스터리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로, 폭력적인 사건이나 사회 고발적인 부분보다는 추리소설의 순수 오락적인 측면을 극대화한 작품들이다.

 

20148회 수상작 홍성호 각인

 

홍성호의 각인은 주차장에서 벌어진 잔인한 폭행과 어린 소녀의 유괴라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여느 유괴사건처럼 범인의 몸값 요구도 없이 완벽한 잠적으로 미궁에 빠진다. 이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경찰의 끈질긴 노력이 이어지며, 단순 유괴사건이 아니라 청산하지 못해 각인처럼 새겨진 죄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라는 점이 밝혀진다. 경찰의 조직적 수사, 현대의 사회문제, 호흡 맞는 선후배라는 앙상블 캐스트 등이 어우러지고, 인간성에 대한 묵직한 물음표를 던지면서 훌륭하게 마무리되는 이 소설은 사회파 경찰소설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에 반복되어 나타나는 홍성호 단편소설의 원형이 된 작품이다.

 

20159회 수상작 공민철 낯선 아들, 201610회 수상작 유일한 범인

 

공민철은 2015년 제9회에 낯선 아들, 2016년 제10회에 유일한 범인으로 황금펜상2년 연속 수상한 유일한 작가이다. 평소 가족 문제를 깊이 천착하는 공민철은, 낯선 아들에서는 치매 가족, 유일한 범인에서는 노인 고독사 문제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제를 다루면서 손쉬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근본적 선량함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작품 기저에 녹아있다. “트릭은 반복되더라도 인물의 상황은 반복되지 않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어느 인터뷰에서의 발언처럼 개성적인 캐릭터와 충실한 심리묘사가 기존의 추리소설과 다른 공민철만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201711회 수상작 한이 귀양다리

 

귀양다리는 귀양살이하는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말로서, 17세기 중반 제주의 유배객 하나가 적거지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하지만 제주목사(濟州牧使) 이원진은 이내 자살이 아닌 타살로 판단하고 조사에 나선다. 조사를 거듭해 나갈수록 작금의 현실과 다르지 않은 위정자의 작태와 고단한 백성들의 현실이 드러난다. 일반적 도시가 아닌 섬이라는 특수 지역을 배경으로 삼아, 특별한 상황 하에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추리소설이면서 일종의 사회파 소설이기도 하며 역사소설로서도 손색이 없다.

 

201812회 수상작 정가일 소나기

 

황순원의 동명 단편이 연상되는 정가일의 소나기는 초등학생 시절 입맞춤의 기억으로 시작된다. 동네에서 부잣집 국회의원 남매와 친구가 된 화자는 모종의 사건이 벌어진 후 부조리와 억압에 지나치게 민감해진다. 그것은 정치(국회의원)와 아버지(폭력적인 가장)로 대변되던 군사정권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항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화자에게 유일한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소녀와의 첫키스 역시 마침내 도달한 진실 앞에 무기력하게 빛이 바래고 만다. 우리 인생의 찬란했던 것 대부분이 필연적으로 빛이 바래는 것처럼. 추리소설이지만 서정적인 사건 전개와 함께 잃어버린 유년의 순수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4
종이책 한국형 추리소설의 미래 평점8점 | r*********s | 2020.12.30 리뷰제목
추리소설은 언제나 매력적인 장르다. 드라마 <낮과 밤>의 초반에 빠져들었던 이유도 같다. 범인은 누구일까, 동기는 무엇일까. 남기고 간 흔적에서 증거는 무엇일까. 나름대로 추리를 하면서 범인을 유추하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다. 한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미안하게도 한국추리문학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송시우, 도진기 정도만 생각난다. 한국추
리뷰제목

추리소설은 언제나 매력적인 장르다. 드라마 <낮과 밤>의 초반에 빠져들었던 이유도 같다. 범인은 누구일까, 동기는 무엇일까. 남기고 간 흔적에서 증거는 무엇일까. 나름대로 추리를 하면서 범인을 유추하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다. 한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미안하게도 한국추리문학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송시우, 도진기 정도만 생각난다.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1985년에 제정되고 35년간 지속되었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다. 그러니『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2007~2020 특별판)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다.

 

올해의 수상작인 황세연 작가의 <흉가>를 시작으로 모두 12편의 소설을 만날 수 있다. 모두 저마다의 매력으로 독자를 유인한다. <흉가>는 제목 그대로 오랜 시간 방치된 집으로 이사하는 하는 가족의 이야기다. 아내는 전에 살던 사람들에 대해 유독 궁금해한다. 집을 계약하고 수리를 위해 찾은 집은 더욱 흉물스럽다. 마당의 수국만이 유일하게 괜찮게 보인다. 이사 후 남편은 악몽을 꾸고 아내는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동네 사람들에게 전해 들은 이 집의 사연은 더욱 놀랍다. 부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부부에게 관심을 갖는 노인과 아내를 아는 척 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아내는 자신이 언니와 착 가한 거라 말한다. 점점 아내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에게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곳곳에 숨겨진 복선과 암시를 통해 나름 추리를 하면서도 혼돈에 빠지게 만든다. 잘 짜인 구성에 놀랐다. 

 

황세연 작가는 2011년에 이미 수상한 경력이 있었다. <스탠리 밀그램의 법칙>은 중학생의 우발적 범행으로 딸을 잃은 아빠가 복수를 결심하며 실행에 옮기기 전 준비하는 과정을 다룬다. 중학생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가족 관계를 조사한다. 재혼 가정으로 아내가 죽자 아들을 방치한 남자. 그 남자에게도 사연이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과관계의 끝이 어딘 인지. 그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아쉬운 점은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제목으로 예상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김유철 작가의 <국선 변호사 - 그해 여름>은 가장 기본적인 추리소설의 형태를 지닌다. 애인을 죽였다고 자백한 젊은 경찰의 변호를 맡은 주인공은 진범이 따로 있음을 직감한다. 경찰과 검사가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 공무원 시험을 뒷바라지하고 결혼을 결심한 연인을 죽였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경찰의 가족을 이야기를 듣고, 범행 장소를 찾아가 살펴보고 용의자를 지정하고 검거하는 과정이 뭔가 후련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소설처럼 변호사를 잘 만나서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가 현실에서는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진다.

 

박하익의 <무는 남자>는 잘 알려진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의 시작이다. 바바리맨의 변종으로 여학생의 팔목을 깨무는 남자를 찾아가는 여고생의 발랄하고도 신선한 탐정 이야기. 실체는 거대한 사학재단 비리라고 할까. 송시우의 <아이의 뼈>는 20년 전에 딸을 잃은 노파의 사연이다. 범인이 잡혔고 사건은 종결되었지만 노파에게는 아니었다. 범인과 거래를 하는 노파. 그 거래는 무엇일까. 자식을 잃은 부모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생각하게 된다.

 

사람의 복수심이라는 게 그렇게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20년이 넘은 시간 동안 흉기처럼 날카로운 복수심을 가슴 속에 품고 살 수 있는 걸까. ( <각인>, 198쪽)

 

자식을 죽인 범인을 향한 분노와 증오는 결국 범죄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홍성호의 <각인>이 그렇다. 할머니를 폭행하고 손녀를 납치한 범인에 대한 단서는 찾을 수 없다. 수사를 맡은 형사는 CCTV를 통해 원한에 의한 범행임을 직감한다. 범인의 흔적을 찾으려고 다방면으로 수사를 한 결과 오랜 시간 범행을 계획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과거 인연까지 알게 된다.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고 그 충격으로 아내까지 떠나고 혼자 남은 삶. 모든 걸 묻고 살아가고 있었지만 우연히 발견한 가해 가족의 행복한 모습에 분노한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그에게 남은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진정한 사죄와 용서, 죄의식에 대해 생각한다. 왕따와 학교폭력의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며 살아가는 피해자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

 

언급하지 않은 다른 소설도 정말 재밌다. 공민철 작가의 <낯선 아들>과 <유일한 범인>은 모두 노인의 삶을 다룬다. 고독하고 혼자 남은 삶에 대해 돌아본다. 사회 안전망에서 제외되고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보내는 노년.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미래라는 가능성을 생각하면 무섭고도 아찔하다.

 

우리 사회 곳곳의 민낯과 사회문제와 부조리,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경찰과 검찰, 다양한 시선으로 현재를 보여준다고 할까. 범인을 찾아가는 재미와 더불어 사건의 실체를 통해 마주하는 인간의 어두운 심연과 욕망을 보여준다.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한국형 추리문학을 기대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선택해도 좋을 책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2
종이책 웬만한 서양 추리물보다 이 책이 낫다. 평점10점 | n******n | 2021.04.03 리뷰제목
예전에 '계간 미스터리', '미스테리아'등을 통해 송시우 작가의 <아이의 뼈>와 공민철 작가의 <유일한 범인>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아서 '역시 황금펜 수상작은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서 '수상작들만 따로 모아서 나오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특별판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더없이 반갑다.     황금펜상은 매년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한국추
리뷰제목

예전에 '계간 미스터리', '미스테리아'등을 통해 송시우 작가의 <아이의 뼈>와 공민철 작가의 <유일한 범인>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아서 '역시 황금펜 수상작은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서 '수상작들만 따로 모아서 나오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특별판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더없이 반갑다.

 

 

황금펜상은 매년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한국추리문학상 최우수 단편 부문에 시상하는 상으로, 이 특별판에는 수상작이 없었던 2,3회를 제외하고, 상이 제정된 2007년부터 2020년까지 수상한 열두 편의 수상작이 수록되어 있다.

 

 

가장 최근 수상작(2020년)인 황세연 작가의 <흉가>는 이사한 폐가같이 낡은 집에서의 의도치 않는 살인을 통해 드러나는 어두운 과거와 숨겨진 비밀을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 형식으로 재미나게 그려낸다.

 

 

제1회 황금펜상 수상작(2007년)인 김유철 작가의 <국선 변호사 - 그해 여름>은 모텔 살인사건의 진범을 추적하는 인간미 넘치는 국선 변호사의 활약상을 그린 단편이다. 몰카, 불법 동영상 등 지금 시점으로 다소 고루한 점은 있으나 수사 과정은 제법 짜임새가 있다. 근데, 범행 현장인 모텔 3011호와 현장 수사하는 407호(4007호가 아니고?)의 연관성을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모르겠다.

 

 

박하익 작가의 <무는 남자>는 여고생의 가냘픈 팔뚝을 노리는, 마치 바바리맨 같은 '무는 남자'라는 변태남을 추적하는 선암여고 여학생 5인방의 활약상을 그린 학원 미스터리물이다...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학 비리라는 더 큰 그림이 뒷배경에 숨어 있다. 작가를 다시 보게 되는 작품이다.

 

 

황세연 작가의 <스탠리 밀그램의 법칙>은 '인류는 하나로 긴밀이 연결된다'라는 저명한 사회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6단계 분리 법칙'을 재치있는 구성과 흥미로운 전개로 풀어낸다. 그 재미난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대충 결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송시우 작가의 <아이의 뼈>는 흉악범에게 사랑하는 어린 딸을 잃은 엄마의 애달픈 사연이 펼쳐진다. 체념과 상실 그리고 복수. 이번이 세 번째 읽는 것인데 몰입감 하나만은 정말 최고다.

 

 

조동신 작가의 <보화도>는 임진왜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본격 추리물이다. 왜군의 해양 진출을 감시하기 위해 보화도에 진을 친 수군통제사 이순신은 벗집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장만호 군관에게 범인 색출을 명한다. 탄탄한 배경지식에 사건을 해결해가는 본격 추리물로서의 완성도가 뛰어나다.

 

 

홍성호 작가의 <각인>은 한 소녀의 유괴 사건을 통해 각인된 과거의 악연이 쉽사리 끊어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경찰 소설이자 사회파 추리물이다. 절제된 문장 속에 아름다운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공민철 작가의 <낯선 아들>은 오늘날 사회적 문제가 되는 독거노인의 세태를 범죄 문학으로 날카롭게 풀어낸 단편이다. 혼자 외롭게 사는 치매 걸린 노인의 돈을 노리고 접근해 아들 행세를 하는 남성은 낯선 침입자인가 반가운 손님인가.

 

 

마찬가지로 공민철 작가의 <유일한 범인>은 독거노인의 의문의 고독사를 본격 추리 기법으로 승화시켜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워주는 수작이다. 이번이 삼독(三讀)인데도 그 재미와 울림은 여전하다.

 

 

한이 작가의 <귀양다리>는 유배객 살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제주목사의 활약상을 그린 본격 추리물이다. 추리하는 재미도 괜찮고, 아전과의 캐미를 통한 해학적인 요소나 개그적인 감각이 진중한 분위기에 감초 역할을 하는 등 능수능란한 작가의 원숙한 테크닉이 돋보이는 단편이다.

 

 

정가일 작가의 <소나기>는 한 권세가가 몰락하는 과정을 소녀와의 아련한 키스의 추억으로 담백하게 그려낸다. 마지막에 반전이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 미스터리 색채가 약하다.

 

 

조동신 작가의 <일각수의 뿔>은 한 기업가의 독살 사건을 추적하는 소년 탐정의 활약상을 그린 본격 추리소설이다. 머더 구스 노래를 시작으로 케이크를 이용한 독살 트릭 등 재미난 본격 추리 요소가 많다. 다양한 이야깃거리에 배경지식도 풍부하고 추리적 완성도도 뛰어나서 아주 재밌게 읽었다.

 

 

정말 수상작이란 타이틀 때문인지 단편 하나하나 부푼 기대감을 갖고 초집중해서 읽었다. 본격 추리, 사회파 추리, 심리 스릴러, 서스펜스, 학원 미스터리, 역사 미스터리 등 분포도 다양한데, 역시 황금펜상 수상작들답게 유려한 문체와 깊이 있는 스토리, 탄탄한 재미와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수작들이 많다. 그래서 대단히 만족하며 덕분에 책을 읽는 요 며칠간이 무척이나 행복했다.

 

 

내가 선호하는 본격 추리물도 몇 작품 보이는데 비현실적 배경에 단순히 트릭과 반전으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캐릭터와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시대상, 사회성을 반영하는 사회파 추리를 적절히 접목시키는 느낌이다. 이번 특별판을 읽어보니 이제는 한국 추리문학의 수준이 서양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진일보해서 뿌듯하다. 솔직히, 그저 그런 서양 미스터리 열 권 읽는 것보다 이 책 한 권 읽는 게 낫다. 그만큼 이 특별판의 가치는 특출나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 속에 시작부터 결말까지 단시간에 독서를 즐기기에 단편만큼 좋은 게 없다. 그런 의미에서 최우수 단편 부문에 시상하는 황금펜상이 꾸준히 지속돼서 추리적 재미와 소설적 완성도를 모두 잡는 우수한 단편이 꾸준히 나오길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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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 작품집 평점10점 | g*******9 | 2021.01.06 리뷰제목
추리 소설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인기가 높은 장르물이다. 한국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심심치 않게 추리소설들이 오르는 걸 볼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인기를 끄는 베스트셀러 추리물들 대다수가 외국 소설이라는 점이다.  다행히도 최근 출판물들을 보면 한국 추리물들이 조금씩 약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년의 밤으로 유명한 정유정 작가를 비롯해 전과 비교해 많은 한국
리뷰제목

 추리 소설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인기가 높은 장르물이다. 한국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심심치 않게 추리소설들이 오르는 걸 볼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인기를 끄는 베스트셀러 추리물들 대다수가 외국 소설이라는 점이다.

 다행히도 최근 출판물들을 보면 한국 추리물들이 조금씩 약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년의 밤으로 유명한 정유정 작가를 비롯해 전과 비교해 많은 한국 작가들이 한국추리물을 시도하고 있다. 조금 아쉬운 건 대다수의 추리물이 전부 장편으로만 나온다는 점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이 추리문학의 시초라는 점,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셜록 홈즈 시리즈 역시 단편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황금펜상은 그런 아쉬움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상이다. 장편이 아닌 단편 추리물을 대상으로 심사해 수여하는 상이라고 한다. 추리물을 시도하는 작가들이 늘어나고 추리문학의 다양성을 활성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단편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단편만을 대상으로 하는 상이 있다는 건 추리문학 활성화를 위해 좋은 신호탄이라고 생각한다.

 황금펜상은 2007년부터 신설되어 2020년까지 2, 3회를 제외하고 매년 상을 수여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 2007년부터 2020년 최근 수상작품까지를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수상작품들을 묶어놓은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한국 단편 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당연히 읽어봐야 할 책이다.

2020년에 출간한 작품이 맨 앞에 위치해있고, 황금펜상이 신설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수상작품들이 시간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2회와 3회는 수상작이 없었다고 한다.

황세연 「흉가」 (2020년 수상작품)

 가장 최근 수상작이다. 재개발을 노리고 흉가로 전입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분위기가 음울한 집과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보이는 아내. 그리고 예전 집주인에 대한 흉흉한 소문까지. 마지막 반전은 흉가에서 귀신을 본 주인공에게 그보다 더한 공포를 선사한다.

김유철 「국선 변호사 - 그 해 여름」 (2007년 수상작품)

 국선 변호사가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을 구해내는 이야기이다. 가장 정석적인 캐릭터가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어떤 이는 따분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변화를 일으키는 이야기는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박하익 「무는 남자」 (2010년 수상작품)

 작가가 이 단편을 바탕으로 『선암여고 탐정단』이라는 장편소설을 출판했고, 이후 JTBC에서 드라마로 각색해 방영했다고 한다. 장편소설과 드라마를 보진 못했지만 이 단편만 보면 왜 장편으로 출간되었고 드라마로 방영이 되었는지 충분히 납득이 됐다. 여고 탐정단이 추리를 이끌어 가서 다른 추리물과는 달리 발랄한 분위기가 줄곧 유지되지만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나 추리 속에 감춰져있던 진실은 독자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황세연 「스탠리 밀그램의 법칙」 (2011년 수상작품)

 제목 그대로 스탠리 밀그램의 법칙 이론을 사용해 소설을 전개해나간다. 다소 작위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처음 스치듯 지나갔던 떡밥이 마지막 결말과 맞물린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느껴지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송시우 「아이의 뼈」 (2012년 수상작품)

 아이의 유골을 수습하기 위해 아이를 죽인 살해범과 거래를 시도하는 노인이 등장한다. 범죄로 고통받는 유족의 모습을 통해 상실의 아픔과 단죄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가장 가슴 아프게 읽었던 작품이었다.

조동신 「보화도」 (2013년 수상작품)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물. 임진왜란을 겪고 있는 혼란스러운 조선, 이순신이 군사들을 정비하고 있는 지역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이순신 장군 휘하의 무관이 살인사건을 수사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홍성호 「각인」 (2014년 수상작품)

 2인조로 찰떡 호흡을 선보이는 형사들이 유괴사건을 수사한다. 아이를 납치한 이후 몸값 요구나 협박 전화가 일절 없는 이상한 유괴사건. 범인을 쫓을만한 단서도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형사들은 동분서주한다. 그 과정에서 묻혀있던 과거가 드러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공민철 「낯선 아들」 (2015년 수상작품)

 가장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했던 단편이었다. 책을 읽을 때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읽고 난 후 여운이 남는 작품인지, 생각을 계속하게 하는 작품인지의 여부인데 이 단편은 그 가치관을 만족시킬만한 작품이었다. 치매라는 소재를 사용해 노인들의 고독한 생활이나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만드는 단편이었다. 치매를 서술상의 트릭으로 활용해 초반에 혼란을 준 게 인상적이었다.

 

공민철 「유일한 범인」 (2016년 수상작품)

 작가가 어떤 주제에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지난 수상작품에서 치매 노인을 내세웠다면 이번 단편에서는 자살을 선택한 고독한 노인을 내세웠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층의 생활에 초점을 맞췄는데 트릭과 추리를 통해 드러나는 죽음의 진실이 씁쓸하면서도 안타깝다. 엄청난 트릭보다는 간단한 트릭을 사용하면서 의도한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한이 「귀양다리」 (2017년 수상작품)

 제주목사가 제주도에 유배를 온 유배객의 자살 사건을 파헤치는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다. 목사가 자살 사건인 줄 알았던 죽음에서 석연찮은 점은 발견하고 그 죽음의 진실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에서 그 당시 조선의 시대적 상황과 제주도만의 특수성, 현재와도 맞물려 있는 문제의식들이 소설에 진하게 배어있다. 역사물을 엄청 좋아해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단편이었다.

정가일 「소나기」 (2018년 수상작품)

 아름다우면서도 여운이 남는 첫사랑에 추리를 접목시킨 단편이다. 풋풋한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듯 보이지만 과거를 회상하고 되짚는 과정에서 첫사랑이 마냥 달콤한 것만이 아니었다는 반전을 선사한다. 첫사랑을 다룬 소설로 유명한 황순원의 「소나기」와 제목이 같은 점이 인상적이다.(작가가 의도한 건가?)

조동신 「일각수의 뿔」 (2019년 수상작품)

 유명한 추리소설가인 애거서 크리스티가 작품에서 모티브로 자주 활용하는 동요 <머더구스의 노래>를 활용한 소설이다. 작품 뒤에 나온 작가의 말을 보면 살해 방식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가 자주 쓰던 방식을 채택했다고 한다. 친한 친구가 만든 케이크를 먹고 죽은 사람의 사건을 추적하는 학생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추리소설 애호가답게 추리소설을 보며 알게 된 지식과 상상력을 동원해 범인을 추리해보는 과정이 재미있다.

 그동안 많이 접할 수 없었던 한국 단편 추리물들을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을 통해 한 번에 접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사회파 추리소설이냐, 아니면 정통 추리극이냐, 트릭에 집중한 소설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추리·범죄·미스터리 물에는 필연적으로 그 사회만의 분위기나 문제의식 같은 것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케이크를 조각내서 자르면 그 안에 어떤 구성물이 들어있는지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추리물은 한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다른 국가의 추리소설을 읽을 때 그 나라의 사회를 조금이나마 엿보고 느낄 수 있었던 점이 좋기도 했지만 한국과는 다른 정서에서 나오는 이질감 때문에 한국만의 추리문학에 대한 갈망이 더 커지기도 했었다. 같은 정서와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한국추리문학이 많아지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었다. 황금펜상과 황금펜상 수상작품들을 모인 이 작품집이 그 아쉬움을 해소시켜줄 좋은 시작이며 시도라고 생각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위트홈이나 보건교사 안은영 같은 드라마들은 모두 원작을 기반으로 둔 작품들이다. 하나는 웹툰이고 하나는 소설이지만 굳이 둘을 묶은 이유는 두 작품의 장르가 모두 기존에 한국 문화에서 변방에 있던 장르이기 때문이다. 크리처 물이나 SF 물처럼 변방에 있던 장르들이 원작 인기를 바탕으로 메이저로 올라오고 그로 인해 그 장르를 잘 모르던 사람들이 원작을 소비하는 그런 선순환처럼 추리문학 역시 황금펜상과 같은 시도들을 통해 함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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